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65
“아닙니다.”
“허허허.”
“하하하.”
장삼태는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분명, 들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얼굴을 보이지만 않는다면 숨길 수 있다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아저씨, 아는 분이세요?”
“아니, 모르는 분이다.”
그때 단소미가 모습을 드러내며 물었다.
소림승과는 사뭇 다른 그 모습이 다소 신기한 것인지 눈을 반짝거리며 노인의 모습을 살폈다. 남궁천이나 사도학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드는 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단소미를 바라보는 노인의 눈빛 역시 반짝였다.
“어찌 이런…… 천운을 타고난 아이가 존재한단 말인가?”
단박에 단소미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본 노인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본디, 이런 운을 타고난 아이들은 어린 시절을 벗어나지 못하고 죽는 것이 그 운명이거늘, 어찌 성년까지 성장할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아무리 봐도 죽음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네? 그게 뭔가요?”
“허…… 허허. 아이야, 이름이 무엇이냐?”
“소미, 라고 해요. 단소미.”
노인은 그 이름을 되뇌며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마치, 무언가를 확인해 보려는 사람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정말…… 그 이름이 맞는 게냐?”
“네! 저는 단소미예요.”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데…….”
사람의 이름 속에는 운명이 깃들어 있다.
그것으로 그 사람의 앞날이 보이는 법인데, 단소미라는 이름에선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이는 마치,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은 사람처럼, 혹은 본디 존재하면 안 되는 사람 같은 느낌이다.
“아! 이 늙은이가 진짜?! 쓸데없는 말 하지 마시고 어서 돌아가십쇼!”
그때 결국 참다못한 장삼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노인을 바라봤다. 다른 누군가에게 뭔 짓을 해도 상관없으나, 단소미에게만큼은 해선 안 된다.
이 아이는 그만큼 소중한 존재란 소리다.
“역시…… 네놈이었구나!”
“아, 맞습니다. 맞아요! 그런데 뭐 어쩌라고요?!”
결국, 자포자기한 장삼태가 소리를 지르며 씩씩거렸다.
여차하면 한 대 치기라도 할 것 같은 모습을 보이자 자연스럽게 그 기운이 흘러나와 노인을 압박했다.
그 순간, 노인의 안색이 험악하게 변했다.
“이놈! 한때나마 부처를 모시던 놈이 마기를 품다니?!”
“힉?!”
노인, 아니 금천수왕은 호통을 치며 손을 들어 올렸다.
포달랍궁의 무공을 익힌 녀석이 마기를 뿜어내고 있으니 금천수왕의 입장에서 그것이 곱게 보일 리 만무했다.
하여, 당장이라도 숨통을 끊어 버릴 듯 손을 내지르려는 순간.
우뚝!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진짜다.
어느새 눈앞에는 한 사내가 서 있었다.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보는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길함이 치솟아 올랐다.
“자네는……?”
“이리 다시 보는군.”
“…….”
“손속을 거두어라.”
금천수왕은 차마 손을 휘두르지 못했다.
말을 내뱉는 사내는 오래전이지만 확실히 기억한다. 불길하다 못해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던 자. 틀림없이 죽음을 몰고 다니는 자임이 틀림없다.
그 경지조차 예측할 수 없고, 그를 재보는 것조차 할 수가 없었다.
또한 어느새 기척도 없이 다가와 있는 두 노인이 곁에 모습을 드러낸 탓도 있었다.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한 사내는 틀림없는 사도학.
포달랍궁과 천산마교의 관계이다 보니 그 얼굴을 모를 리 없다.
심지어 다른 쪽도 못지않다.
한쪽 팔이 없기는 하지만 그것을 가볍게 이겨 낼 힘이 있어 보였다.
금천수왕은 단우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서장에……. 어인 일인가, 그대들은?”
“뭘 어쩐 일이야? 네놈들이 시비를 걸었다면서?”
“우리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네. 이미 무림을 떠난 그대가 신경 쓸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네만…….”
“그러려고 했는데, 이쪽도 나름 사정이 생겨서 말이다.”
사도학은 이죽거리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언제라도 금천수왕을 향해 일격을 내지를 자신이 있는 것인지 그의 몸에서 흐르는 마기가 사방팔방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그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챘는가?
저 멀리 있던 라마승들이 하나둘 달려와 무기를 겨누었다.
“무기를 거두거라.”
그러나 금천수왕은 바보가 아니다.
이 자리에 있는 라마승들은 틀림없이 포달랍궁에 정예라 할 수 있으나, 대법왕이 직접 부리는 그들과 비교해 수준이 낮고, 그런 이들을 이용해 사도학을 칠 수 있을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좋은 판단이다.”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늙으면 생각이 깊어진다고 하는데, 지금 금천수왕이 그 이야기에 가장 적합하다. 기실, 사도학이나 남궁천은 늙긴 했으나 그리 깊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애늙은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두 사람이다.
“대체 뭐 한다고 전쟁을 일으킨 거냐? 듣자 하니 네놈들이 시작했다면서?”
그때 사도학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미 은거를 하였으니 신경을 쓰지 않아야 하는데, 포달랍궁의 행동은 다소 이해되지 않는 면이 많았던 탓이다.
애초에 포달랍궁은 천산마교와는 다르게, 중원 침공이니 무력이니 하는 것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더했다.
“먼저 시작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천산마교라네. 우리는 잃은 것을 되찾으려 하는 것에 불과하다네.”
“응? 너, 지금 내 앞에서 개소리하는 거냐? 마교 쪽은 아무것도 모르던데?”
“허허허.”
사도학이 더욱 기세를 풀었다.
계속해서 거짓말을 입에 담는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 경고를 하는 것 같았다. 그 힘이 어찌나 강하던지 포달랍궁의 라마승은 물론이고, 장삼태와 남궁소혜마저 신음을 흘릴 지경이다.
“사정이 있나?”
그때 단우현이 말을 뱉었다.
한마디가 흘러나가는 순간, 사도학의 기운이 자연스레 흩어지며 사라졌다. 온 사방을 압박하던 기세가 한순간에 누그러졌다.
사도학은 인상을 찌푸렸고, 금천수왕은 눈을 치켜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하의 사도학이다.
명실상부 중원 무림의 최고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이니만큼, 그런 이의 기세를 이리도 아무렇지 않게 흩어 버릴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싶었다.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과거 느꼈던 그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이, 결코 거짓된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금천수왕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칼을 드는 순간 벌어질 참사가 눈에 선했다.
“경전을 도둑맞았네. 천산마교의 인물에게 말일세.”
“이 자식이 웃기는 소리를 하네? 마교가 무슨 뒷골목 왈패들이냐? 그딴 짓이나 하게?”
“믿기 힘들다면 믿지 말게나. 하지만 당시 침입했던 자에게 당했던 이들은, 그가 틀림없이 마기를 사용한 마교의 인물이라 하였네.”
“속았을 가능성은?”
단우현의 물음에 금천수왕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움직이겠는가?
이미 포달랍궁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취하여, 그들의 증언이 거짓이 아님을 밝혀내었다.
하여, 마교가 경전을 가지고 갔다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 때문에 그것을 되찾을 때까지 이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으며 여차하면 동귀어진의 각오로 달려들 것이다.
“마교에서 그런 미친 짓을 할 놈이……!”
그러나 사도학은 믿고 싶지 않은 것인지 언성을 높였다. 다른 곳도 아니고 천 년의 전통을 지닌 천산마교다. 그런 곳에서 좀도둑질을 하는 놈이 있다는 사실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하여, 금천수왕의 말은 전부 거짓이라 치부하며 소리를 질렀는데,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한 인물이 떠올랐다.
“…….”
“인물이…… 있는가? 허허허.”
남궁천이 그 상황이 몹시 재미있는지 웃음을 지었다.
자부심 넘치던 마교에서 도둑이 나왔다?
이것이야말로 사도학을 긁을 수 있는 패이지 않던가? 하여, 한마디를 더 하려고 입을 열려는 순간, 어느새 다가온 남궁소혜가 쿡쿡 옆구리를 찔렀다.
사도학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이다.
“설마…… 그 개새끼가?”
“짐작 가는 이가 있나?”
“설마 싶긴 하다만…… 있기는 있다.”
“없는 건 아니로군.”
사도학은 인상을 찌푸렸다.
누구보다 은밀하고 누구보다 침입을 잘하는 놈이 있기는 하다. 그놈이라면 설령 황궁이 되었든, 혹은 포달랍궁이 되었든 간에 어디든 침입하여 원하는 것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마형단 단주 구자곡이지.”
말을 내뱉으면서도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의심하고 싶지 않은데, 계속해서 그의 얼굴만 떠오른다. 이는, 동방구가 구자곡을 신뢰하지 않았기에 몇 번이고 그를 쳐 내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능력이 뛰어나고, 지금까지 모든 임무를 실패 없이 수행을 한 이를 쉬이 쫓아낼 수 없었기에 내버려 두었던 놈이다.
만약, 동방구의 의심이 사실이었다면 이번 일 역시 그놈의 짓임이 틀림없다.
“내 직접 천산으로 가 확인을 할 테다!”
사도학은 바득바득 이를 갈며 금천수왕을 쏘아봤다.
이는, 천산으로 갈 테니 포달랍궁은 물러서라는 의미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자리에서, 전원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힘을 과시할 셈이다.
“어찌 생각하나?”
“…….”
금천수왕은 말없이 단우현과 사도학을 번갈아 바라봤다.
사도학의 모습을 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포달랍궁 입장에서도 쉽게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경전은 오랫동안 포달랍궁 안에서도 기밀로 취급해져 있었고, 무를 숭상하는 금천수왕의 쪽 사람들한테는 그야말로 부처의 경전보다 그 값어치가 높다.
이런 것을 그냥 맡겨도 될 것인가?
“……모든 것을 믿을 수 없으나 그대의 말이라면 조금은 신뢰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
“…….”
“하지만 그 경전을 다른 이에게 보여 줄 수 없으니, 내 직접 그대들을 따라가기로 하지. 그것으로 되겠는가?”
금천수왕은 더는 양보할 수 없었다.
만약 이들이 경전을 찾는다 하여도,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 되돌려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여,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을 하였다.
물론 사도학과 그보다 더한 이가 있으니만큼, 혼자 따라가 봐야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임을 알지만 그렇다고 마냥 이들을 믿고 보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자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마치,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이 말이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사도학을 향해 돌아갔다.
“상관없다! 우리가 잘못했다면 책임을 져야지. 하지만 만약…… 아니라면…… 포달랍궁은 각오를 해야 할 거다. 그냥 안 끝나.”
사도학이 벼려 놓은 칼날처럼 눈을 치켜뜨며 바라봤다.
이는, 마교에 죄를 뒤집어씌운 죄가 절대 가볍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여, 그의 말이 거짓이라면 포달랍궁 전체를 엎어 버릴 것을 확연히 드러냈다.
“걱정하지 마시게. 나의 말에 한 치 틀림이 없으니.”
“칫…….”
사도학은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혀를 찼다. 그러나 의심은 가지만 여전히 마교는 무죄라 믿고 싶은 그는, 언제든 포달랍궁으로 쳐들어갈 준비를 하는 듯했다.
“그럼…… 뭡니까? 저 땡중이 우리랑 같이 간다는 겁니까요?”
그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장삼태가 시퍼런 안색을 보이며 숨을 골랐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금천수왕이 함께 간단다.
장난치나?
어이없는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보자.
그가 씩 웃음을 짓는 것이 보였다.
“그리되었다.”
“그리되긴 뭐가 돼!? 나는 싫다고.”
장삼태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소리를 쳐 보지만 그의 목소리는 그저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질 뿐, 누구도 그를 위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