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573
기실 알고는 있었다.
무슨 수를 쓴다 해도 결코 이길 수 없음을.
쾅!
“큭?!”
금천수왕은 피를 흘리며 두 걸음 물러섰다.
가볍게 휘두른 사도학의 칼날을 정확히 막아내었다고만 생각을 하였는데, 그 힘이 남아 그를 짓누를 것이다. 어찌나 강하고 멋진 기세인지 온몸이 덜덜 떨려 올 지경이다.
나름 포달랍궁에서 이인자.
서장에서는 대법왕을 제외하면 상대할 자가 없다고 일컫는 금천수왕이다. 하지만 벌써 스무 합이 넘었음에도, 좀처럼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사도학이 펼치는 천마신공은 그만큼 압도적이며 강했다. 어떤 식으로 막는다 한들 막아지지 않고, 피하려 해도 그 범위 밖까지 집어삼켰다.
촤촤촤촤악-!
또다시 온몸에서 피가 뿜어져 올랐다.
같은 힘을 그보다 더한 힘을 끌어 올리며 막아내었는데, 결과가 아주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이게 바로 마교의 힘인가?
이게 바로 천마신공의 능력인가?
아니다.
역대, 수많은 대법왕이 마교 교주와 붙어 본 경험이 있었고,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대법왕과 비슷하거나 혹은 조금 우위에 있는 정도다.
지금 금천수왕과 대법왕의 차이가 얼마나 되는 줄 아는가?
고작해야 한 끗 차이다.
그런데 지금 사도학은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그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대법왕조차 사도학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촤악!
이내 가슴이 베이며 피가 튀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선 금천수왕이, 입에서 피를 흘리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천산마교 탄생 이례…… 삼천에 가장 근접한 교주라 하더니……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으네 허허.”
“으하하! 그런 걸 알면서 왜 목숨을 거나?”
“……알다시피 내가 그대를 막지 않았다면 모두 죽었을 것이네.”
순간, 사도학이 피식 하며 웃음을 지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지만 틀림없이 긍정을 하는 것 같은 눈빛이다. 아마도 사도학은, 가장 먼저 걸리적거리는 라마승들을 정리한 뒤 유유히 구자곡을 처리할 것이다.
쾅-!
그때 먼 거리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진천뢰라도 쏟아 낸 것 같은 그 폭음은 두 사람의 시선을 자연스레 그곳을 향해 돌아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깨달은 사도학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이 이상 해 봐야 의미는 없는 것 같은데? 더 할 테냐?”
“허…… 허허- 나도 그리 생각한다네. 슬슬…… 대법왕께서 도착하실 때도 되었고 말이야.”
“뭐?”
“설마…… 포달랍궁의 중요한 것을 훔쳐 낸 이들을 쫓는 일인데, 이 금천수왕 혼자 움직였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아니야?”
사도학은 휘둥그레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지금까지 대법왕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금천수왕이 모든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하여, 사도학 역시 대법왕이라는 존재를 빼놓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마형단이라 하여도 대법왕 앞에선 의미가 없다네. 마치…… 지금 자네와 나 같은 상황인가.”
“…….”
“이것으로 한시름 놓을 수 있겠구만…… 허허.”
금천수왕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고작 스무 합이 조금 넘는 싸움.
그러나 이미 내부는 진탕이고, 겉모습 역시 못지않을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반대로 사도학은 처음 보았을 때와 다르지 않으니 완패도 이런 완패가 따로 없었다.
이게 마황 사도학인가?
금천수왕은 왜 사람들이, 중원이야말로 진정한 무림이라 부르는지 알 것만 같았다.
소림의 무공이 포달랍궁에서 전해져 들어갔고, 그것이 퍼져 중원무림이 탄생했으니만큼 나름 자신들의 무예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그들이다.
하지만 지금, 금천수왕의 그러한 자부심은 철저히 짓밟히고 뭉개졌다.
“근데…… 너 또 생각을 잘못했다.”
“뭐라?”
“저쪽에…… 아마도 우리 가주가 있는 것 같거든.”
사도학은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이유로 이번 일에 나서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느껴지고 있다.
이 옅게 부는 바람은 분명 그의 것임을.
그가 저곳에 있음을 알려 주는 것 같았다.
“나도 슬슬 바람이 무엇인지 알 것 같구나.”
사도학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단우현이 가 있으니 굳이 급할 필요가 없음을 알고 있다.
하여, 그의 걸음은 바람을 따라 느긋하게 걷고 있었다.
* * *
“뭘 한 거냐?”
단우현은 주변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의 양옆으로 바닥이 파이고 헤쳐질 정도로 커다란 충격이 있었는데, 단우현과 남궁소혜가 서 있는 곳만큼은 검을 휘두르기 전과 똑같은 모습이다.
험하게 몰아친 검풍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것 같았다.
“이…… 이게 무슨?!”
하여, 그 상황에 구자곡의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있는 힘껏, 가진 바 내공을 모조리 쏟아부은 일격이었다. 아무리 강하다 한들, 작은 상처라도 있어야 하고 주위는 그 영향을 반드시 받았어야 함이 분명했기에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순간.
단우현이 가볍게 검갑을 휘둘렀다.
퍼억-!
“커억?!”
가슴을 얻어맞은 구자곡의 몸이 날아갔다.
쿵! 하며 나무에 부딪혔는데, 어찌나 힘이 강했던 것인지 머리가 크게 흔들렸다.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신음을 뱉으며 겨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순간, 단우현이 주섬주섬 바닥에 떨어진 죽간을 하나하나 줍는 것이 보였다.
“……!?”
구자곡이 재빠르게 품을 뒤졌다.
분명, 품에 넣어 두었던 죽간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일격으로 인하여, 모든 죽간이 빠져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게 다는 아닐 텐데?”
“큭?! 이게!”
구자곡이 이를 갈며 달려들었다.
육철완이 가장 원하는 그것을,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도록 놔둘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불리함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내달렸다.
퍼억!
“크악?!”
그러나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단우현은 가볍게 검갑을 휘둘러 복부를 후려쳤다. 서 있을 수조차 없을 정도의 고통에 새우처럼 몸이 꺾인 구자곡의 입에서 토사물이 쏟아졌다.
“꾸에에엑!?”
“다시 묻지. 이게 다는 아닐 텐데?”
단우현의 손에 있는 것은 고작해야 스무 개의 죽간이다. 내용이 빽빽한 것이 상당히 많은 양이기는 했으나, 그놈의 성격을 생각해 본다면 다소 모자람이 있다.
퍽!
“컥!”
다시 한번 턱을 후려치며 구자곡을 날려 버렸다.
그 순간, 마형단 단원들이 매섭게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뿜어 대며 말이다.
하지만 단우현은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저 게슴츠레 치켜뜬 눈으로 주위를 훑었다.
“정말로 이게 다는 아닐 거다.”
“모…… 모른다……!”
“안다는 말이로군.”
피식 웃음을 지은 단우현이 슬쩍 발을 움직였다.
퍽! 하며 엎어진 구자곡의 복부를 강하게 걷어차자 격한 신음과 함께 이번에는 각혈을 토해 냈다. 내부가 엉망진창이 되었음이 느껴질 정도로 시꺼먼 피다.
“거기까지만 해라. 애 잡겠다.”
“……늦었군.”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에 모든 이들이 얼어붙었다. 특히, 마형단의 인물들의 표정에는 공포가 새겨졌는데, 죽는 순간까지도 잊을 수 없는 목소리임을 알기 때문이다.
사도학이다.
그가 수풀을 가르며 모습을 드러낸 순간 라마승들의 얼굴에는 착잡함이 묻어났고, 마형단의 인물들은 그야말로 죽음을 받아들인 사람마냥 모든 것을 포기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왜, 괜히 네놈까지 나서고 지랄이냐? 대법왕은 어디 갔어? 얼굴이나 보려 했더니…….”
“보이지 않더군.”
“흥……!”
사도학은 콧방귀를 뀌며 마형단을 스쳤다.
순간, 그들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으나 사도학은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구자곡을 향해 다가갔다. 이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그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크윽…….”
“모지리 같은 놈…… 쯧.”
사도학이 혀를 차며 한숨을 쉬었다.
눈빛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데, 그 깊은 곳에 어둠이 보였다. 흔히, 술법적으로 세뇌를 당했을 때 보이는 현상이 구자곡의 눈에 보인 것이다.
“마형단 단주나 되는 놈이 세뇌나 당하고 다니고…… 마교가 땅에 떨어졌구나.”
“큭?! 무…… 무슨 소리를! 네놈이야말로 마교를 버리고 떠난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돌아온 것이냐!”
구자곡이 언성을 높이며 소리쳤다.
그 순간, 마형단 인물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는데, 다름 아닌 사도학을 향해 저런 말을 뱉을 수 있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미쳤는가?
돌았는가?
아무리 천지교 교주에게 빠졌다고 해도, 사도학에게만큼은 싫어도 고개를 숙여야 하지 않은가.
“이런 썩을 새끼가?”
사도학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손을 뻗어 머리를 쥐었다. 순간, 그의 기운이 삽시간에 구자곡의 머리를 향해 흘러들어 갔다.
“컥?!”
구자곡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오고,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입에서는 게거품이 흘러나오는 것이, 당장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윽고 사도학의 손이 그의 머리에서 떨어지는 순간.
구자곡의 몸이 허물어졌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구자곡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아 보였는데, 마치 그 안에 드리워졌던 어둠을 걷어 낸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온몸은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흘렸다.
그간의 기억들이 삽시간에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엇을 했는가?
자신 때문에 어찌 되었는가?
천하의 마형단 단주라는 자가, 고작 일개 이단 종교 따위에게 세뇌를 당해 벌인 일은, 실로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심지어, 가장 큰 것은.
“교…… 교주…….”
눈앞에 있는 사도학을 배신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그만 바라보며 유일한 주군이라 생각하며 버티고 또 버텨 냈다. 오로지 그를 보필하고 그에게 도움 되는 인간이 되고자 수련을 하고 또 벽을 허물어 마형단 단주까지 올라섰던 그다.
그런데, 본인 스스로가 사도학을 내버린 것이다.
저도 모르게 사도학 앞에 무릎을 꿇었다.
흐르는 물이 도무지 감당이 되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 용서를 받아야 할지, 이 한목숨 내놓는다 하여 수하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주군을 배신했다는 충격.
나의 태양을 스스로 가리고 등을 돌려 버렸다는 그것이, 구자곡에겐 용서할 수 없는 일로만 다가왔다.
“괜찮은 것이냐?”
그때 사도학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나 부드럽게, 배신을 한 자신을 타이르며 뱉어진 그 한마디는, 구자곡의 마음을 더욱 크게 흔들어 놓았다.
아아- 그래, 이렇기에 언제나 이분을 따랐다.
이분을 위해서라면 목숨마저 아깝지 아니했다.
해서…… 이분이야말로…….
“나의…… 영원한…… 주.”
빠아악-!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입을 열던, 구자곡의 몸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쉽게 날아갔다. 이내 땅바닥을 몇 번이나 튕기고 처박히며 밀려 나가더니 종국엔 머리를 땅에 처박고 그 움직임이 멎었다.
“썩을 새끼가 어디다 대고 지랄이야, 지랄이!”
사도학이 그런 구자곡을 바라보며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