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117
“검을 가져가는구나. 잘 생각했다. 정말 잘 했다.”
처음 보게 된 엄청난 명검. 그것을 아들이 어떻게 얻게 된 것인지 물어
볼 법도 한 상황이었지만 세빌의 말은 그뿐이었다.
“목적지가 어디인진 모르지만 무사히 돌아올 거라 믿는다. 잘 다녀와
라.”
“건강히 잘 다녀오너라. 한달에 두 번씩 연락하는 거 잊지 말고. 알았
지?”
세빌에 이어 에르미나가 걱정스럽게 로니엘을 보며 말했다.
조금 무뚝뚝해 보이는 세빌이나 그녀나 로니엘이 무사하게 여행을 마치
길 바라기는 매한가지였다. 둘 모두 부모니 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둘의 마음을 알기에 로니엘은 그들을 향해 살짝 웃었다. 안심하라
는 듯이.
“걱정 마세요. 두 분이 걱정하실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그러니 마음
놓으세요.”
이상한 일이었다. 전에도 그랬지만 로니엘의 그 미소만 보면 왠지 모두
다 그의 말대로 될 거라는 믿음이 갔다. 그것도 아주 확고하게.
이번에도 역시 로니엘의 말에 세빌과 에르미나는 어느새 조금 전까지
했던 걱정이 싹 사라졌다.
“그래. 네가 그리 말하니 그러겠지.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나도 오빠가 즐거운 여행을 하고 오길 빌게. 돌아올 때까지 오빠가 가
르쳐준 것도 열심히 할 테니까 잘 갔다 와. 그리고 여행 중에 재밌는 일
있었던 거 나중에 다 말해줘야 한다. 알았지?”
누구보다 밝고 쾌활한 인사에 로니엘이 에밀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누가 부탁하는데. 나중에 와서 여행 이야기 많이 해줄게. 그때까
지 너도 공부 열심히 하고, 그것도 열심히 수련하고 있어. 알았지?”
허리를 숙여 눈높이까지 맞춰 말하는 로니엘을 보며 에밀리는 절로 입
이 벌어졌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부드럽고 따스한 손길도 좋은데 로니엘
이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허리까지 숙이고 말하자 에밀리는 절로 입이 벌
어졌다. 새파랗게 맑은 하늘만큼이나 시원하고 환한 미소가 말이다.
“응. 약속할게.”
조금 씩씩하기도 한 대답을 들으며 로니엘은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카
일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괜찮아 진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알았나보군.’
카일을 본 순간 로니엘의 머릿속에 들어온 첫 번째 생각이었다.
심각할 정도로 자신만을 따랐던 동생이었지만 요즘 들어선 이제 자신의
그림자에서 거의 다 벗어나 어엿한 한명의 성인이 된 줄 알았다.
하지만 날카롭던 눈에 눈물을 그렁거리고 있는 동생을 보니 그게 아니
었나보다.
아직 카일은 그가 생각했던 것만큼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지레짐작했던 것을 버리고 보니 그래도 조금 기특하기는 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펑펑 울었을 텐데, 눈에 눈물은 맺혔을지언정 절대 눈
물이 흐르지 않게 애쓰는 것을 보니 그래도 성장을 하긴 한 것 같았다.
‘조금씩이지만 그래도 나아지고 있구나. 그거면 됐다. 정체된 것은 아니
니까. 생각 보다 더 그 시기가 늦어지겠지 만은 그거면 된 거야.’
생각 했던 것 보다는 더 작은 성장. 하지만 로니엘은 카일에게는 조금도
실망하지 않았다. 잘못 생각했던 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잘못이었고, 카일
은 나름대로 발전을 한 것이다. 그 때문에 그는 또 다시 카일이 대견해 보
였다.
“형. 가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그러진 않을게. 스스로 다짐 했으니까 그
러진 않을 거야. 그런데 나 아직은 많이 어린가 봐. 아직은 이렇게 오랫동
안 형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걸 보면. 하지만
노력할거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그때는 이것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이도록 할게.”
“아니, 넌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지 않아. 그런 걸 인정하고 성장하
기 위해 애쓰는 것만으로도 크게 성장한거니까. 그런 마음가짐이면 곧 네
가 언하는 만큼 크게 될 거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져.”
로니엘이 어깨를 툭툭 치며 그렇게 말하자 카일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
아졌다.
“고마워 형. 나 꼭 형이 돌아올 때는 내가 원하는 만큼 성장해 있을게.”
미소마저 띄우며 당당하게 선언하듯 말하는 카일.
로니엘의 말 한마디에 이렇게 바뀌는 걸 보면 아직도 로니엘은 그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인 모양이다.
“그래. 다음에 만날 네 모습을 기대하마. 그럼 부모님과 동생들을 부탁
한다.”
하늘 위의 태양을 보니 어느새 드워프들과 약속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가족들 모두와 인사를 나눈 것이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린 것 같았다. 로
니엘은 서둘러 카일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약속 장소로 순간 이동을 했다.
순식간에 흰 빛에 감싸여 사라지는 와중에 로니엘의 귀로 배웅 나온 모
든 이의 인사소리가 들린다.
“도련님. 잘 다녀오세요.”
그렇게 로니엘의 첫 여행이 시작 됐다.
대륙에 알려진 크로노도 산맥은 300년 전, 타이레스라는 악룡의 횡포
이후 외부와 완벽하게 단절이 된 곳이다.
동화 같은 이야기였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아직 잊지
않았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아직은 그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질
시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직도 산맥의 중 하반부에 득실거리는 몬스터들
의 존재가 그 망각의 시기를 늦추는 데에 톡톡히 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드래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산맥을 오를수록 더
흉폭하고 센 몬스터들이 나오는 것 때문에 아직까지 크로노도 산맥 안쪽
으로는 조금도 발길을 두지 않으려 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크로노도 산맥 전체가 인간의 출입이 불가능한 곳으로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 인간의 출입이 완전히 막힌 곳은 산맥 전체가 아니다.
몬스터들이 우글거리긴 해도 산맥의 중반부까지는 실력이 있다면 들어
갈 수도 있었다. 이는 마법사들이나 좀 한다하는 실력을 가진 모험가들이
라면 다 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호기심 많고 새로운 곳을 좋아하는 그
들이었기에 직접 가서 알아낸 사실인 것이다.
일반 사람들에겐 출입 금지 지역이었지만 그들에겐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발을 디딜 수 없는 곳이 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크로노도 산맥
의 중반부부터는 갈 수가 없었다.
거기서부터는 산맥 전체에 강력하고 거대한 결계가 쳐져 있는 것이다.
이야기 속의 악룡 타이레스가 친 그것이. 그 때문에 몬스터가 하나도 없음
에도 불구하고 산맥의 중반부부터는 그 누구도 출입이 불가능 했다.
안에 살고 있는 드워프들과 엘프들까지도 말이다.
지금이야 마음대로 텔레포트를 해서 산맥 안을 드나들 수 있는 로니엘
이라는 특별 케이스가 하나 생겼지만, 그가 아닌 이상은 타레스의 허락 없
이는 그 누구도 불가능했다. 아니 허락이 떨어져도 능력이 되지 않았다.
타레스가 허락을 해줘도 그 결계를 넘기 위해선 최소 로니엘 급의 마법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크로노도 산맥 상층부에서 살고 있는 엘프들과 드워프들은
산맥을 나가고 드나들 때 꼭 타레스가 직접 이동을 시켜줘야 했다.
타레스로서는 귀찮은 일이었지만 그로써 엘프들과 드워프들을 더욱 확
실하게 통제할 수 있었기에 그는 그냥 참고 지금까지 그 일을 해왔다.
다행이 엘프들은 지금까지 나간다는 이야기를 한번도 한 적이 없었고,
드워프들만 10여년에 한번씩 나가는 게 다였기에 그 일도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 할만 한 일이었다.
게다가 로니엘이 드워프들과 맺은 계약 덕에 적어도 100년 가까이는 그
일을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로니엘이 드워프들과 여행을 떠난 지 몇 시간밖에 안 된 지금.
그는 레어 안에 있는 이안과 또 한명의 남자 엘프의 여행을 위해 조금
귀찮은 그 일을 10여 년 만에 하려는 중이었다.
“갑자기 불러내서 준비를 덜 한 것은 아닌가?”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이때쯤이라 전에 타레스님이 말하셔서 준비는 이미 며칠 전
에 다 해놓은 상태였어요.”
음성부터 태도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상반된 두 대답에 타레스의 입 꼬
리가 슬쩍 올라갔다.
‘전에 그 파란 머리 엘프 말대로군. 이안을 볼 때는 그나마 좀 부드러워
지지만 정말 나무토막이 울고 가겠군. 사교성 제로인 저런 녀석이랑 둘이
여행하면 정말 지루하겠어. 그나마 꼬인 것 같지는 않아 다행이군.’
회색 머리의 엘프를 찬찬히 훑어보면서 타레스는 자신이 하려는 일이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조금 재미있을 것 같아서 생각했던 것인데 지금 보
니 그건 정말 이안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될 것 같다.
“테이란의 에빌까지 간다고 했지?”
“네. 그러니 크로노도 산맥 아래쪽 중 북쪽과 이어지는 아무 곳에나 이
동시켜주시면 되요.”
“그래 그쯤이 좋겠군. 그쯤이면 몬스터들도 그리 없고 있어봐야 하급 몇
정도 밖에 없으니까. 이안 생각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