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116
도하겠습니다.”
“고맙군. 그런데 혹시 여행 중에 테이란에 들를 일이 있다면 세리아나를
찾아가보게. 왕성에서 살지만 처남을 아니까 잘 해 줄 거야.”
“안 그래도 테이란은 들러야 했으니 전하의 말대로 세리아나님도 뵙고
오겠습니다.”
“그래. 그럼 세리아나에게 내가 안부를 묻는다고 전해주게.”
“그러겠습니다.”
“자 그럼 이제 둘이서 할 이야기는 다 했으니 로웨나에게 가지. 안 그러
면 큰 처남이 오랜만에 왔는데 내가 혼자서 너무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다고 뭐라 할지도 모르니까. 아마 지금은 작은 처남도 그녀에게 붙들려 있
을 거야.”
마지막 말을 할 때에는 세르디오가 살짝 미소 지으며 로니엘에게 다가
와 귓속말 하듯 작게 말했다. 어른 몰래 장난을 치는 장난꾸러기처럼.
“후후후. 그럼 전하의 평온한 날들을 위해선 서둘러서 가야겠군요.”
로니엘의 동조 하에 둘은 그렇게 작은 악동처럼 씩 웃으며 로웨나의 처
소로 갔다.
레어에 올 때만큼은 불쑥 찾아오는 것이 다반사였지만 언제나 산에서
수련을 하는 그 시간에는 오지 않았던 로니엘이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그 시간에 찾아온 로니엘을 보며 타레스가 물었다.
“내일 떠나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역시 그래서 이 시간에 찾아온 거였군.”
“그런데 이안이 오려면 멀었습니까?”
얼마 전부터 이안은 레어 일을 보는 것을 그만 뒀다. 로니엘도 곧 여행
을 떠나고 타레스도 곧 레어를 비우게 되어서 타레스가 레어 일을 그만
두게 한 것이다. 그렇지만 식사 때만큼은 꼭 오던 그녀였다. 그래서 타레
스와 이안 모두에게 떠나기 전에 인사를 하고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오
늘은 그녀가 보이질 않자 로니엘이 물었다.
“이제 곧 점심시간이니 올 거다. 이제 그런 일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여행 가는 날까지는 꼬박꼬박 음식은 챙겨주겠다니 별수 없지. 의외로 고
집이 좀 세더군. 그런 면이 있는 줄은 몰랐지.”
그 말에 로니엘은 그냥 웃었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타레스님과 관련될 때만은 무척 고집이 세지지요. 타레스님에 대한 마
음이 강하니까요.’
하지만 그 말은 속에서만 되 뇌였고 정작 타레스에겐 많이 돌려진 말을
했다.
“이안이 가끔은 고집이 무척 세지지요.”
“그런데 루덴 산맥까지 가려면 꽤 긴 여행이 될 텐데 너희 가족들이 꽤
나 서운해 하겠군. 여러 인간들을 보긴 했지만 너희 가족은 그중에서도 특
히나 가족애가 강했으니까.”
“그래서 내일이 좀 걱정됩니다. 모두 허락을 하긴 했지만 떠날 때 꽤 애
를 먹을 것 같아서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어느새 로니엘과 타레스의 눈에는 내일의
그 상황이 눈에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로니엘의 입가에 어느새 부드러운
미소가 감돌았고 타레스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마법으로 여행을 일찍 끝낼 생각은 없는 거냐?”
“그래도 첫 여행이니 그럴 순 없지요. 여행의 참 맛은 맛봐야 하지 않겠
습니까? 그래서 올 때는 마법을 쓸 생각입니다만 갈 때는 그러지 않을 겁
니다. 가는 중에는 아주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세상에 알려진 실력만 드러
낼 생각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여행하는 데엔 별 문제 없을 테니까요. 특별
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아무튼 드워프들의 행사를 치루는 것 까지 모두 본 다음에나 올 생각
입니다. 인간들 세상엔 그 존재도 잘 알려지지 않은 드워프들만의 왕국을
마음껏 보고 올 기회가 어디 그리 흔하겠습니까? 다음에 또 갈 기회가 생
긴다 해도 10년은 더 지나야 할 테니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되지요.”
첫 여행이라 그런가?
사실 타레스는 로니엘이 마법으로 짧은 시일 내에 드워프들을 데려다 주고 다
시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드워프들이 돌아올 때도
그 때에만 가서 마법으로 데려오면 되는 것이기에, 그동안은 쭉 집에 있어
도 되기 때문이다.
만일 타레스가 아니라도 로니엘의 본 실력과 평소 모습을 생각하는 사
람이라면 누구나가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예상이 정확하게 빗나갔다.
많은 깨달음으로 물리적인 힘만큼이나 정신적으로도 큰 성장을 한 로니
엘도 첫 여행에 대한 욕구는 다른 이와 다를 게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일반
사람 보다 더 크다 해야 했다.
여태껏 집 아니면 산속에서 검이나 마법만을 익히며 살아온 그에게 첫
여행은 너무나 신선하게만 느껴졌다.
비록 여행이 생각만큼 즐거운 것이 아닐 지라도 그 동안 일어나는 일상
에서의 탈피, 그 정형화되지 않은 삶은 당분간 맛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도 좋았다.
“역시 너에게도 첫 여행이란 건가 보군.”
말만으로도 가슴을 설래게 하는 첫 여행. 그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조금
열띤 모습으로 여행 계획을 말하는 로니엘. 그를 보며 타레스는 예전 자신
을 떠올렸다.
성룍식이 끝나자마자 떠난 첫 유희길.
1000년이라는 시간을 거의 자신의 레어 안에서만 보내왔기에 그때는
더욱 첫 유희에 설래었었다.
드래곤으로서의 한없는 긍지로 가득 차기는 했지만 그래도 순수했던 해
츨링 시절을 갓 벗어났던 때라 그때는 타레스도 순수하기만 했다.
오래전 그때의 마음을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나온다.
이젠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없어서인지 그때가 더 아련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첫 여행이니까요.”
“그래. 처음이란 그런 것이지. 무언가에 두근거리는 기대감을 느낄 수
있는…”
드물게 타레스는 그렇게 상념에 젖은 눈으로 대답인지, 혼잣말인지, 모
호하기만 한 말을 했다.
하지만 레어 근처로 다가오고 있는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자, 타레스는
참 오랜만에 젖었던 상념에서 벗어났다.
“음. 보아하니 이안이 왔군. 그녀도 이제 왔으니 점심이나 먹고 가거라.
그냥 인사만 하고 가면 꽤나 섭섭해 할 거야.”
“안 그래도 그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한 동안 이안의 음식을 먹지 못할
테니 오늘 많이 먹어둬야겠군요.”
로니엘의 대답에 타레스는 싱긋 웃었다.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떠올릴
때면 늘 지었던 그 표정으로.
“그러던지. 여기서 먹는 건 오랫동안 없을 테니까.”
이른 아침부터 클레이톤 가의 저택 앞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
다. 클레이톤 백작의 가족과 클레이톤가의 가신 가문 사람들, 그리고 이곳
에서 일하는 모든 하인들까지. 그들은 모두 한 사람을 향해 반원형을 이루
며 서 있었다.
특히나 클레이톤 가의 가족들이 가까이 서 있는 그는 바로 로니엘이었
다. 푸른 경장 위로 짙은 남색 망토를 두르고 가벼운 갈색 배낭까지 맨 그
는 누가 봐도 곧 여행을 떠날 그런 차림이었다.
그는 지금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하인들과 가신 가문의 사람들이 지켜보
는 가운데에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려는 중이었다.
“목적지가 어디인진 모르지만 무사히 돌아올 거라 믿는다. 잘 다녀와
라.”
가족들 중 가장 먼저 세빌이 말했다.
그는 단단하고 강한 한 손을 로니엘의 어깨 위로 올리며 마지막으로 아
들의 모습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어련히 잘 알아서 준비를 했겠지만 그
래도 아버지로서 한 번 더 점검을 해주고 싶은 것이다.
휘이익.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었다. 순간 로니엘의 복장을 훑어보던 세빌의 눈
동자가 반짝였다. 남색 망토가 펄럭이면서 그 사이로 눈처럼 새하얀 은색
의 검이 보인 것이다.
금방 다시 망토에 의해 가려졌지만 척 봐도 엄청난 것이 틀림없는 검이
었다. 길이가 좀 애매모호했지만 그걸 빼면 카일이 갖게 된 명검에 조금도
부족할 게 없어 보이는 최고의 검. 그것을 로니엘이 가지고 가는 것을 보
니 어느새 그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해졌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로 로니엘이 검에 마음을 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여행길에 검을 가져갈 줄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