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120
있는 거의 모든 병사들의 시선이 성문 앞을 향하며 방문자들을 기다렸다.
하지만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외모의 방문자들 덕에 한동안 정적이 흐
른 것이다.
미모로만 보면 최상급으로 보이는 두 엘프 남녀, 그리고 인간들의 기준
으로는 절대 아름답진 않지만 중년 이상으로는 보여 제법 실력이 있을 법
한 쌍둥이 드워프 둘. 병사들이 보기엔 이 넷 모두가 신기했다.
외모 상으로 넷 모두가 꽤 많은 돈이 필요할 것 같은 이 종족 노예 라
서는 아니었다. 흔하진 않아도 병사들 대부분이 최상급이나 상급쯤 되어
보이는 이 종족 노예 한 둘 쯤은 한 두 번씩 본 경험이 있었다.
그렇지만 엘프나 드워프들의 얼굴에서 이들 같이 활기가 넘치는 건 맹
세코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병사들이 알고 있는 엘프나 드워프들, 정확
히 말하면 이 종족 노예들은 언제나 무력하고 절망적인 우울한 얼굴이었
다.
자존심 강한 그들이 인간들에게 강제로 잡혀 노예가 되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혹시.’
병사들은 서둘러 네 이 종족들의 두 팔목들을 훑어보았다. 역시나 그 곳
애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이 종족 노예들이 응당 차고 있던 노예 팔찌가
보이질 않았다. 마나를 봉쇄하는 건 물론, 주인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질 때마다 노예들의 몸에 점차 더 큰 고통을 주던 족쇄가 없었다.
그들은 노예가 아닌 자유 이 종족들인 것이다. 그 사실이 병사들에겐 충
격으로 다가왔다.
엘프나 드워프들 같은 이 종족들을 노예로 부릴 권한이 인간들에겐 전
혀 없는데도, 약 300여 년간 이어져온 인습 때문에 생겨난 괴리였다. 그
들 모두가 죄가 없는 이들이고 자유를 누려야 마땅할 존재들인데 노예 사
냥꾼들의 악랄한 수법에 걸려 노예가 되었다는 사실. 그것이 머리가 아닌
피부로 느껴지긴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쪽도 자유 이 종족이오?”
잠시간 가졌던 충격이 가라앉자 아까 말했던 성문 앞 병사가 후드를 쓰
고 있는 이를 보며 수상쩍다는 듯이 말했다.
“검문을 받을 때는 어쩔 수 없으니 로웨나도 별 말 안 하겠지.”
듣기 좋은 음성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던 사내가 후드를 벗은 그 순간.
병사들 사이엔 또 다시 정적이 흘렀다. 앞에 보다 조금 더 긴 정적이.
귀가 뾰족하지 않은 걸 봐서는 일단은 인간인 것 같긴 했다. 그런데 찰
랑이는 긴 청은발과 함께 드러난 얼굴은 인세의 것이 아닌 것 같이 아름
다웠다. 성별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절대적인 아름다움에 병사들은 저
마다 탄성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들은 확신했다. 비록 남자인 것 같아 안
타깝지만 이보다 더 아름다운 자는 전에도 후에도 보지 못할 거라고.
좀 전 보다 조금 더 많은 정적이 흐르고, 병사들은 제일 먼저 정신을 차
리고 자신이 본분을 이행하는 성문 앞의 병사 한명의 목소리에 다시 정신
을 차리게 되었다. 그리고 청은발의 그가 패를 꺼내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
았다. 하지만 이때 그들은 또 놀래야 했다.
“이…. 이것은.”
패를 받아든 병사는 눈을 크게 뜨며 자신의 손 안에 있던 패와 청은발
의 사내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고 옆에 있던 동료에게 손 안에 있는 패
를 보여줬다. 은빛으로 빛나지만 최상급 은도 그 옆에 있으면 빛을 잃을
정도로 순도 높고 깨끗한 빛을 발하는 이것이 과연 그것이 맞는지 확인
좀 해 달라는 암묵적인 눈빛과 함께.
무언가 반짝이는 것 밖에 못했던 또 다른 성문 앞 병사는 옆에 있
는 동료가 왜 그리 놀라는지. 또 그것이 어떤 패인지는 그 혼자만 봐도 다
알 텐데, 왜 또 자신보고 확인하라는 눈치를 보내는지 의아해 하며 동료가
보내준 패에 시선을 보냈다.
“헉, 이건…”
하지만 그의 반응도 좀 전에 옆에 있던 동료 병사가 보냈던 것과 별 다
를 것이 없었다. 첫말을 다 못 이으며 그도 눈을 한껏 크게 뜨며 패의 주
인과 패를 번갈아 본 것이다.
두 병사들은 이제 서로를 마주보며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다.
‘그게 맞는 거 같지? 자네 눈에도 그렇지?’
‘믿기 힘들지만 진품이 확실하네. 세리온 제국의 두 절대 지배자만이 사
요하는 그것이 이건 것 같아.’
‘그런데 그 지배자들은 둘 다 금발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그 가족
들도 다 금발 아니면 갈색 머리로 알고 있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
‘내가 아는가? 나도 궁금하네. 이자가 그들 중 하나와 어떤 인연이 닿았
는지… 아무튼 잘 보여야 해. 제국에서도 핵심인물일게 분명하니까.’
‘그래야지. 제국의 주요 인물에게 잘못 보이면 아무리 우리가 베넷 사람
이라도 좋을 게 없으니까.’
성문 앞의 두 병사들은 그렇게 눈빛만으로도 말없는 대화를 나누고 동시
에 청은발의 사내를 보았다. 그리고 눈에 띄게 호의적인 태도로 패의 주인
과 그의 일행들을 대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제가 곧 최고 등급의 허가서를 작성해 오겠습니
다. 이보게, 이분들 잘 모시고 있게.”
“내 알아서 할 테니 자네는 어서 다녀오기나 하게. 이분들께서 많이 기
다리시겠어.”
“알았네. 그럼 잠시만.”
병사는 그렇게 자신의 동료와 독특한 구성의 방문자 파티에게 살짝 인
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준비해두었던 일반 허가서를 바지 주머니에 쑤셔
박으며 나는 듯이 빠른 달리기 솜씨를 뽐내며 말이다.
“중부의 시작점 베룻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제국에서 이곳까지 오시느
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저렇게 해가 쨍쨍하니 얼마나 땀이 나셨겠습니
까? 차가운 물이라도 드릴까요?”
동료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남은 병사는 시종일관 이렇게 극도로 친
절한 말투로 방문자들을 대했다. 정말 오랜만에 오는 반가운 방문자라고는
하지만 오늘 생전 처음 본 사람에게 하는 것 치고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친절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베룻 내 어디를 가더라도 이것 하나면 다른 검문은 하
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 좋은 여행되길 빌겠습니다.”
최고 등급의 허가서를 가지러 갔던 병사가 빳빳한 하얀 종이에 금박 문
양이 찍힌 허가서를 주며 말했다.
“저희도 감사했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두 병사들은 성벽을 통과해 가는 다섯 명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들에
게 활짝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둘이 인사하는 걸 그만두자, 성문 근처에 있던 다른 병사 하나가 물었다.
“자네들 왜 그렇게 그들에게 친절하게 대했나? 내가 보기엔 좀 민망하
더군. 수년 만에 오는 방문자이니 반가운 건 알겠지만 그렇게 할 것 까지
있었나?”
“자네가 그 청은발의 남자가 내민 패를 못 봐서 그래. 아마 자네가 내
입장이었다면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걸세.”
“무슨.. 그들이 우리 베룻의 왕세자마마 일행이라도 된단 말인가?”
병사가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말하자 성문을 지키던 두 경비병이 심각
한 얼굴로 고민을 했다.
“맞네. 우리의 왕세자마마와 관련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국의 황제나 황
태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 같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들이 세리온 제국의 황제와 황태자만 사용하는 황제의 패를 가지고
있었네. 정확히는 그 청은발의 인간 남자가 말일세. 아마 그 둘과 아주 친
밀한 관계일거야. 그러니 황제나 황태자가 그에게 그 패를 줬지.”
“그게 정말인가? 이거 정말 대단한 인물이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어마어마한 영향력이 있는 자이겠어.”
이야기를 다 듣자, 병사는 더욱 놀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그 의문의
청은발 사내가 누구인지 두 동료와 추측을 해보다 결국 실패하고 이 흥미로운 이
야기를 다른 동료들에게 들려주러 갔다.
“로니엘, 너 굉장히 높은 귀족인가 보구나?”
아돌 성을 통과하고 얼마 후, 로니엘의 옆으로 베너트가 다가왔다. 그는
아까 로니엘이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꺼낸 미스릴 패를 받은 뒤, 병사들의
태도가 무척이나 친절하게 변한 걸 본 뒤로, 처음으로 로니엘의 신분에 호
기심을 나타냈다. 그냥 귀족일 거라고는 추측했지만 그 일을 겪고 보니 생
각보다 훨씬 높은 귀족이 아닐까 한 것이다.
“아버지는 그래도 꽤 높은 귀족이지만 전 아직 작위를 받지 않아서 높
은 귀족은 아니에요. 아까 그 일도 여동생을 잘 둔 덕이고요.”
“그렇군. 하지만 그래도 주위 사람들이 높은 귀족들 같으니 너도 영향력
이 없진 않겠지.”
“베너트 말대로다. 아무튼 그 덕에 이번 여행길에서는 노예 상인들이나
사냥꾼들이 대놓고 접근하지 못할 것 같군. 인간들이 말하는 권력이라는
더러운 수단을 이용해서는 말이지. 뭐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겐 도움이 되는
일이니 잘 됐어.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너와 계약하길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푸스칸이 끼어들며 말했다. 베너트가 묻기
전부터 인간들의 사회에서 로니엘인 가진 신분이 궁금했던 푸스칸이었기
에 가만히 한껏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