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73
“웬만한 도둑들은 얼씬거릴 생각도 못하겠군.”
로니엘은 보통 담장의 세배는 되어 보이는 높은 담을 올려다 보며 한 생각은 이것 뿐이었다.
붉은 담장의 끝을 보기위해 고개를 한껏 치켜든 로니엘은 뒷목이 뻣뻣해졌다.
눈부신 태양 빛이 고개를 든 로니엘의 얼굴 정면에 닿자 그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검은색 칠이 깔끔하게 된 철문에 공작새가 새공 되어 있었다.클레이톤 가의 대문 보다 두배는 더 커보이는 문은
한눈에 봐도 부유한 가문의 대문처럼 보였다.
그 앞에는 등치가 산만하다고 일컬어질 법하나 두명의 기사가 등을 쭉피고 당당하게 서 있었다.
둘 모두 소드 마나 유저 상급에 이르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이였다.
한낯 문지기를 하기에는 실력이 너무나도 아까운 이들이었다.
그들은 프라나 공작가의 소속인 프라니안 기사단의 일원인 것 같았다.
엘리오튼 기사단 보다는 한 수 떨어지는 기사단이었지만 그래도 제국에서는 다섯번째로 강한 기사단이었다.
소드 마스터 상급에 이르는 기사 한명과 그 보다 못한 소드 마스터 기사들이 세명이나 더 있는 막강한 기사단 이었다.
소드 마스터라는 경지는 그 곳에 올랐다 해도 그 단계에 따른 차이가 무척이나 컸다.
그래서 소드 마스터에 오르더라도 최상급에 오른 이는 대륙에서 여덟명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막 오른 이까지 합친다면 대륙의 소드 마스터는 100명 가량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60명 가량이 황실이나 왕실 소속의 기사단 이었다.
클레이톤 가에 속한 소드 마스터는 총 스무명이 속해 있었다.
그 수는 왠만한 나라에 속한 소드 마스터들의 수 보다 훨씬 많은 수였다.
황실에 속한 소드 마스터들이 스물 다섯명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클레이톤 가의 저력은 정말 엄청난 것이었다.
역대 그랜드 마스터 중 한명이 속해 있는데다가 현재도 이정도의 저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클레이톤 가는 대륙
최고의 무가라고 불리어 질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인재가 많은 클레이톤 가라 해도 저 정도 수준의 기사를 문지기로 쓰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로니엘은 문지기의 일이 이상하게 여겨졌다.
“프라나 공작가라…그가 무슨 일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군.우리 가문과는 그리 나쁜 관계는 아니었을 텐데.”
저택 주위로 난 덤불 속에서 공작가를 살펴보던 로니엘이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그레이트 아이.”
8클래스 마법을 주문도 없이 시전한 로니엘의 눈동자가 은색 빛을 내뿜었다.
로니엘이 덤불에 가려져 있는데다가 소드 마스터에 오른 그가 자신의 기척을 지웠기에 문지기들은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은색 빛이 도는 로니엘의 눈동자로 담 넘어에 있는 거대한 흰색 저택 안의 모습이 모두 보였다.
벽은 희미하게 흰색 빛만을 띈 것처럼 보였고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숨김없이 로니엘에게 드러났다.
서재로 보이는 곳에 앉아있는 프라나 공작의 모습이나 그 안에서 일하는 수많은 하인들 그리고 그 밖에 모든 사람들 등등.
시선을 좀 더 밑으로 내리자 꽤 깊어 보이는 감옥에서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있는 맥스가 보였다.
그가 있는 곳은 작은 대장간이었다.펄펄 끓는 가마와 여러가지 연장들이 있는 곳에서 그는 초점 없는 붉은 눈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세빌에게 맥스만이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물건과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세하게 전해들은 로니엘은 맥스가 만드는
물건이 클레이톤 가의 문장이 든 도장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오늘 밤까지는 무사하시겠군.그렇다면 굳이 지금 갈 필요는 없겠지.”
도장이 완성될 시간이 오늘 밤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로니엘이 가만히 미소지었다.
지금 로니엘의 능력이라면 대낮이라고 해도 공작가에 못들어 갈 것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쓸데없는 소란도 더 늘어날 것이 뻔했기에 로니엘은 밤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덫
자욱하게 낀 구름이 새까만 하늘을 뒤덮었다.
은은한 빛을 비추던 둥근 달이 구름 속으로 사라져 세상은 칠흙같이 어둡다.
낮과 밤이 뒤바뀌거나 잠을 설치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참 꿈 속을 헤매고 있을 깊은 밤은 포근한 어둠에 감싸여 조용하고
평화롭다.
“이봐.방금 저쪽에서 빛이 번쩍이지 않았나?”
몇시간 전에 문지기로 교대된 밤색 머리의 사내가 덤불 속을 수상쩍은 눈으로 보며 동료 문지기에게 물었다.
“글쎄.나도 언뜻 본 것 같군.그런데 워낙 순식간에 지나가서 말이야.그런데 자네도 봤다면 무언가 있는게 확실한 것 같네.”
“그럼 확실히 무언가가 있는게 확실하군.내가 한번 가보고 올테니 자네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게.”
밤색 머리 사내는 날카로워진 눈으로 덤불 속을 살펴보며 한걸음씩 그곳으로 다가갔다.
스르릉.
그는 검집에 꽂혀있는 검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거기 있는거 다 안다.어서 나와라.”
사내는 안나오면 가차없이 공격을 하겠다는 무언의 협박이 담긴 말을 위협적으로 했다.
바스락.
그 순간.덤불 속에서 마른 나뭇잎이 밟히는 소리가 났다.
사실 아직까지는 누군가가 있을거라고 확신하지 못했던 사내는 그 소리를 듣고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누구든 이 밤 중에 이런 덤불 속에 숨어있다는 것이 결코 좋은 의도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에 사내의 검은 가차 없이
덤불 속을 베어나갔다.
위협적으로 번득이는 검날이 덤불을 베는 순간 작고 검은 물체가 빠르게 움직였다.
“캬아앙.”
덤불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서 사내가 본 것은 피를 흘리고 있는 고양이였다.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고 있던 고양이는 조금 전 난데없이 날아온 검에 상처를 입어서 한껏 사나워져 있었다.
녹색 빛이 번득이는 고양이의 큰 눈이 사내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고양이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고양이가 민첩하게 피해서 단번에 죽지는 않았지만 검을 휘둘렀던 이는 소드 마나 유저 상급에 오른 실력자였다.
그런 그의 검이 한낯 고양이를 놓칠리 없었다.
고양이가 사내를 노려보았던 것은 죽기 직전에 한 최후의 발악이였다.
“에이.젠장.기분 드럽군.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하필이면 왜 고양이 새끼야?”
이미 죽은 작은 고양이의 몸에서는 아직 식지 않은 피가 꾸역꾸역 땅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내는 괜한 생명을 죽였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예로부터 고양이는 온갖 저주와 관련이 있는 생물이었으니 그는 찝찝한 마음도 들었다.
사내는 고양이의 피가 살짝 묻어난 검을 땅에 떨어진 나뭇잎으로 대충 닦고 동료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고양이였네.왜 고양이 눈이 밤에는 불빛 처럼 보이지않나.”
“표정을 보아하니 결국 그 고양이가 자네에게 죽었나보군?”
계속 문을 지키고 있던 동료가 인상을 찌푸린 사내를 보며 놀리 듯이 말했다.
찝찝한 기분이었던 사내는 동료의 말 속에 담긴 장난끼를 알아채고 막강한 것으로 반격을 했다.
문지기들은 그렇게 몇차례 더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문지기들의 얼굴은 고양이의 일이 있기 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소득이군.”
투명한 몸으로 하늘에 떠 있던 로니엘은 경계가 느슨해진 문지기들을 보며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그레이트 아이를 시전하고 있어서 저택의 모든 것을 낯낯이 바라보는 한편 시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진
로니엘은 조금 전에 문지기가 베어버린 덤불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깨끗하게 베인 덤불만 땅에 떨어져 있었다.조금 전에 문지기가 베었던 고양이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
덤불에서 시선을 떼고 다시 밤색 머리의 사내를 보는 로니엘의 입가에 더욱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환각 계열의 마법들은 편리하군.퍼머넌트 일루젼이라…앞으로는 자주 사용해야겠어.”
예전에 일루젼 마법을 썼던 것을 생각하며 6클래스의 고난도 일루젼을 사용한 로니엘은 깨끗하게 끝난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문지기들을 조용하게 처리한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저택까지 날아갔다.
로니엘은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날아갔다.
대문에서 저택까지 난 길 중간중간에는 소드 마나 유저로 보이는 기사들이 여기저기에 배치되어 있었다.
“경비가 삼엄하군.맥스님의 일때문이 아니라면 평상시에 나쁜짓을 많이 해서 발 뻗고 자기 힘들어서 그런거겠지.”
저택의 지붕위로 살짝 내려앉은 로니엘은 저택 문 근처에 서있는 소드 마나 유저 최상급의 두명을 의식해서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맥스의 일로 프라나 공작을 안좋게 보게된 로니엘의 말은 냉소적이었다.
“흠.아직도 무언가를 만들고 계시는군.문장이 들어간 도장은 이미 만들었을텐데 또 무엇을 만드시는거지?”
가만히 지붕 아래를 내려다 보던 로니엘은 지하 깊은 곳에서 쉬지도 않고 일을 하는 맥스를 보며 의아해했다.
가만히 지켜보던 로니엘은 그것이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화려한 목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지금 맥스는 그 목걸이의 중앙에 달만한 장식품을 만들고 있었다.
장식품의 재료는 푸른 사파이어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도장으로 모자라서 목걸이까지 만들게 하다니..물증이 될 물건을 두개나 만들어야 할만큼 우리 가문에 원한이 깊은건가? ”
맥스의 안전을 확인한 로니엘은 공작이 자고 있는 방과 연결된 발코니로 날아갔다.
“사일런트.”
공작의 방문 앞을 지키고 있는 소드 마스터 상급의 기사를 의식한 로니엘은 사일런트 마법까지 추가로 건 후에야
발코니 바닥에 내려섰다.
9클래스에 오르면서 몸 안의 마나가 대기의 마나와 거의 비슷해진 로니엘이었다.
그래서 그가 가만히 어딘가에 숨어만 있다면 그랜드 마스터나 로니엘을 능가하는 마법사가 아닌 이상 그의 기척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완벽을 요하는 로니엘이었다.그래서 그는 혹시라도 그가 방으로 들어가서 낼지도 모를 소리에 대비를 했다.
이번 침입에서 그가 노리는 것은 아무도 모르게 맥스를 구출해 내는 것이었기에 최대한 조심했다.
“언락.”
로니엘이 문앞에 다가가 작게 속삭이자 굳게 잠겨있던 거대한 창문이 아무런 제지 없이 열렸다.
사일런트 마법이 발코이에서부터 공작의 방안 전체에 걸려있었기에 밖에 있던 기사는 창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부인을 안고 잠을 자던 공작은 창문이 잠깐 열리는 사이에 들어온 차가운 바람에 몸을 뒤척였다.
“아직은 일어나면 안되지요.더 푹 주무십시오.슬립”
로니엘의 손에서 뻗어나온 노란색 기운이 공작과 부인의 몸 전체로 퍼졌다.
“그래도 공작부인이 잠옷을 다 입고 자서 다행이군.”
로니엘은 아이보리색 실크 잠옷을 곱게 입고 잠을 자는 공작부인을 보며 편안하게 공작에게 다가갔다.로니엘은
클레이톤 가와 관련된 공작의 기억을 읽으려고 그에게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