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92
이들 중 열명에 아홉이 정령사에 속했고 나머지 한명이 드물게 몬스터 소환사였다.
하지만 마환사에 비하면 몬스터 소환사도 그 수가 상당히 많은 것이었다.
알려진 바로는 대륙 역사상 중간계의 모든 종족을 통틀어도 마환사의 존재는 다섯이 전부였다.
그중 세명이 다크 엘프였고 나머지 둘은 인간이었다.
하지만 두 인간 마환사들은 모두 출신이 불분명했다.
분명 역사서들에서는 그들의 존재와 행적이 언급되어 있었지만 그들이 정말로 인간이라 확신할 수 있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역사상 마지막 마환사이자 두번째 인간 마환사였던 케르이스 빌로이드가 나타난게 300년 전이었지만
그의 행적에 대한 이야기는 다섯도 채 되지 않았다.
그것도 모두 그가 강력한 마물을 소환해 전투를 했던 사건에 대한 묘사들 뿐이었다.
다섯도 되지 않는 그 기록 속에 그의 인간적인 모습이나 출신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게다가 케르이스 빌로이드와 첫번째 인간 마환사였던 크로덴이 나타난 사이에는 2000년이라는 긴 시간의 터울이 존재했다.
100년 살면 정말 많이 살았다고 하는 인간들에게 2000년도 더 전에 나타난 크로덴은 그야말로 전설 속의 인물이나 다름 없었다.
그에 대한 기록은 우연찮게 발견된 엘프들의 고서적에서 발견되었다.
그냥 인간인 마환사 크로덴이 있었다는 지나가는 말 한줄.
그것이 전부였다.
사람들은 다크 일족이라 해도 거짓을 말하지 못하는 엘프들을 생각하며 그 짧은 한 구절로 또 다른 마환사의 존재를 믿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인간이 마환사가 될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이 정말로 실현될 수 있을 건지는 미지수라고 결론 지었다.
그래서 그들은 두 인간 마환사가 블랙 드래곤이나 아님 5000년 전 이후로 중간계에 한번도 나타난 적이 없다는 마족이
인간으로 유희를 즐겼던 것일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소환은 소환된 생물이 갖는 본질적 성향과 비슷한 친화력이 강해야 한다.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자연에 대한 기본적인 사랑과 각 속성별의 강력한 친화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몬스터를 소환 하기 위해서는 살육을 즐기는 그들의 파괴적인 성향을 이해하고 소환자 역시 그와 비슷한
성향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더불어 몬스터 소환자들은 그 파괴본능을 제압할 수 있는 강한 정신력도 함께
가져야만 온전히 몬스터를 지배할 수 있다.
마환사의 경우도 몬스터 소환사와 비슷했지만 그들은 맹목적인 파괴에 대한 이해보다 더 고차원적인 어둠에 대한
절실한 이해가 필요했다.
마계의 생물의 본성은 단순히 파괴적인 것이 아닌 어둠 그 자체였다.
때문에 어둠을 절실히 받아들이지 못하면 마환사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인간은 빛과 질서의 창조주인 아로니아 여신과 어둠과 혼돈의 절대신 카오스의 힘이 반씩 섞여서 만들어진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언제나 빛과 어둠의 본성 사이를 오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어느 한쪽으로만 극한으로 치우칠 수 없었다.
그래서 인간이 마환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무척 낮았다.
“이길수 있을 것 같나?”
프라나 공작이 침중한 표정으로 테르에게 물었다.
마법사나 소환사의 일부는 아니었지만 그는 제국의 공작이었다.
일반 나라도 아닌 제국의 공작으로서 그가 갖추어야 할 것들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중엔 햇병아리 학자들 정도는 가볍게 제칠 수 있는 해박한 지식도 필수 요건중 하나였다.
그래서 의무적으로 쌓은 갖가지 지식들에는 마환사에 관련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기때문에 프라나 공작은 마계의 생물들이 얼마나 강력한지 잘 알고 있었다.
“가능할 겁니다.마물에 대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저 마물은 중급 정도인게 틀림없습니다.
그리 쉽진 않겠지만 프라니안 기사단과 저희 마법사들이 힘을 합치면 가능할 겁니다.다만 저 교활한 놈을 처단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게 문제입니다.”
테르는 조금 굳어진 얼굴로 프라나 공작에게 대답하고 여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켈빈을 금방이라도 잡아 죽일 것 처럼
노려봤다.
켈빈은 그런 테르의 시선을 맞받으며 더욱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 눈빛을 보니 제가 마환사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챈 모양이군요.후후후후후.”
켈빈의 말에 그를 둘러싸고 있던 기사들은 검을 더욱 꽉 움켜잡았다.
“다들 준비가 된 것 같군요.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었으니 이번엔 저번처럼 억울해 하진 마십시오.”
켈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크로독스의 붉은 안광이 번득였다.
언제가 고요한 밤을 맞이했던 작은 산에 팽팽한 긴장감이 깃든 정적이 흘렀다.
폭풍 전의 고요함과 같은 정적을 깬 건 자신의 먹이감이자 공격대상자인 기사들을 지켜보던 크로독스였다.
스스슥.
크로독스는 재빠르게 네쌍의 다리를 움직여 기사들의 3피트 앞까지 다가가 그들을 향해 한껏 입을 벌렸다.
슈우우욱.
순간,크로독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하얀 거미줄이 사방으로 뻗으며 기사들을 덮쳤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기사들이 민첩하게 몸을 피했기에 거미줄에 걸려든 기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기사들과 크로독스는 크로독스가 움직이기 전처럼 다시 거리가 벌어졌다.
그러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한 마법사가 재빠르게 화염계열 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불꽃의 숨결이여.지금 이곳에 그 모습을 드러내 내 앞의 적을 섬멸하라.파이어 볼.”
마법사가 시동어를 외치자마자 그의 앞으로 보통 사람의 얼굴만한 타오르는 불의 구가 나타나 크로독스에게로 날아갔다.
콰쾅.
이글거리던 불의 구가 요란한 폭음을 내며 크로독스를 강타했고, 그 여파로 주위에 떨어진 작은 불씨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갔다.
“파이어 에로우.”
“파이어 버스트.”
새까맣게 피어오른 연기때문에 크로독스의 모습이 채 보이기도 전에 마법 주문을 모두 외운 또다른
마법사들이 연이어서 시동어를 외쳤다.
피유우웅.
첫번째 마법사의 외침과 함께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불의 화살이 빠른 속도로 공기를 가르며 크로독스가
있었던 곳으로 날아갔다.
쾅.
불의 화살이 크로독스와 부딪힘과 동시에 크로독스가 있는 곳 주위로 나타난 동그란 붉은 선이 나타났다.
퍼버버벙.
그리고 불의 화살과 크로독스와의 충돌음이 다 걷히기도 전에, 붉은 원 안에서 일어난 소폭의 폭발들로
피어난 또다른 불꽃들이 크로독스의 몸을 덮쳤다.
연이은 화염 마법들의 시전으로 크로독스가 있던 곳은 검은 연기가 좀처럼 줄지 않았다.
크로독스의 모습은 여전히 하나도 보이지 않았지만 마법을 시전했던 마법사들의 얼굴 위엔 승리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무엇을 하는거냐? 진짜 적은 그 마물이 아니다.어서 저놈을 공격하라.”
아직 크로독스의 상태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프라나 공작은 마법사들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보고 적어도
크로독스가 꽤 큰 상처를 입었을거라 확신을 하며 기사들에게 호통을 쳤다.
프라나 공작의 말에 제스는 자신외의 다른 세명의 소드 마스터들을 보며, 아직까지도 여유작작한 태도로
웃고 있는 켈빈을 향해 고갯짓을 했다.
제스의 무언의 명령에 세 소드마스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순식간에 켈빈에게로 달려들었다.
그 뒤로 그들을 따르던 다른 소드 마나 유저들도 재빨리 켈빈에게 다가갔다.
타앗.
“받아라.이야압.”
세명의 소드 마스터들이 켈빈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을때 그들 중 한명이 높이 점프를 하며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그와 동시에 다른 두명의 소드 마스터들은 켈빈의 양 옆으로 흩어져 각자 켈빈의 양 옆을 공격했다.
남색과 회색, 그리고 연갈색의 각기 다른 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형성된 세개의 검이 위협적으로 머리와
양 옆구리를 향해 날라왔지만 켈빈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어려 있었다.
“샤이닝 실드.”
오러 블레이드가 형성된 세개의 검이 켈빈의 1피트 앞까지 다가온 순간,미소만 짓던 켈빈의 입에서
권태로운 음성의 6클래스 마법 시동어가 흘러나왔다.
위이잉.
시동어를 외치는 켈빈의 음성은 지루하게까지 느껴졌지만 그 시동어로 만들어진 반구 형태의
실드는 절대로 지루하지 않았다.
찬란한 은빛을 내뿜으며 켈빈의 머리의 두뼘 정도 위에서 부터 켈빈의 반경 1피트 되는 곳까지 형성된 실드는
투명한 일반 실드와는 달리 아름답고 더욱 더 강력했다.
쾅콰쾅.
오러 블레이드가 깃든 세 소드 마스터들의 검들은 사람들의 귀가 한동안 멍멍해질 정도로 큰 충돌음을 내며
강력한 은빛 실드와 부딪혔다.
갑자기 이루어진 마법으로 자신들의 공격이 막혔지만 세명의 소드 마스터들은 당황하지 않고 검에 더한 힘을
실어 실드를 밀어부쳤다.
켈빈이 세개의 검들이 코앞에 올때까지도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을 보았기에 이 정도의 저항은 그들도
예상하고 있었기때문이다.
세개의 검에 형성된 오러 블레이드들이 다들 조금씩 길어지고 소드 마스터들의 팔 근육이 좀 더 크게 불끈거렸다.
잠시나마 소드 마스터들의 공격에서 켈빈을 보호해주던 실드에는 조금씩 균열이 생겨났고 세개의 검끝이 실드 안을
뚫고 들어갔다.
소드 마스터들은 하나같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더욱 힘차게 검을 찔러 넣었고 켈빈은 체념을 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땅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들의 얼굴은 실드가 뚫리면서 조금전 부터 들리지 않았던 켈빈의 작은 목소리에 여지 없이 구겨졌다.
“텔레포트.”
사라져가던 은빛 실드 안에 환한 하얀색 빛무리가 생겨나 켈빈의 온 몸을 휩쌌다.
켈빈은 사라지기 직전에 고개를 들어 세 소드 마스터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프라나 공작을 향해 시리도록 하얀 이를
드러내며 진정한 승리자의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