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9 Master Inspection Technique RAW novel - chapter 93
소드 마스터들의 검이 실드를 뚫는 순간 비참하게 몸통이 잘려 죽은 켈빈의 모습을 생각하며, 그동안의 모든 분이
싹 풀리는 것 같은 시원함을 미리 만끽하고 있었던 프라나 공작은 마지막 순간에 켈빈을 놓치자 분노로 온 몸을 떨었다.
“교활한 쥐새끼 같은 놈.”
분노로 시뻘겋게 얼굴이 달아오른 프라나 공작은 이를 으드득 갈며 켈빈을 향한 욕을 내뱉었다.
그렇게 켈빈을 향해 분노를 내뿜는 이는 프라나 공작뿐이 아니었다.
공작보단 덜했지만 켈빈을 욕하는 건 프라나 공작의 수하들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들이 산에 모인 가장 큰 이유는 프라나 공작의 명령때문이었다.하지만 그들은 내심 켈빈을 처단하는
이번일을 무척이나 반기고 있었다.그들은 아직도 켈빈이 처음에 프라나가를 침입했을때 그가 뿌린 독 종류의
향때문에 자신들이 죽을뻔 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제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프라나 공작가의 일원이고 각자의 실력도 상당히 뛰어난 편이라 하늘 높이
솟아 있었던 자신들의 자존심을 꺽은 그 사건은 그들에겐 상당히 치욕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대부분의 이들이 켈빈을 놓친 것에 대해 분노하거나 안타까워 하던 중,화염 계열의 마법 여러개에 크로독스가
직격당해 조금전까지 검은 연기가 마구 피어오르던 곳에서 섬뜩하리만치 붉은 빛을 띄는 거대한 안광이 번득였다.
붉은 안광은 환영이라 여겨질 정도로 순식간에 번득였다 사라졌다.
그동안 켈빈에게 맺혔던 것이 많았었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로독스를 공격하고 켈빈을 공격한 일이 일어난지
얼마지나지도 않았는데도 켈빈을 놓친 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직 크로독스가 확실히 죽었는지 아니면 움직이기 힘든 정도의 치명상을 입어서 가만히 있는 것인지를 확실하게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였지만 프라나 공작과 그의 수하들 대부분이 모든 것이 허탈하게 끝난 것 처럼 마음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프라나 공작가의 사람들 중 가장 냉철한 판단을 하는 테릴과 크로독스 주위를 지키고 있었던 제스는 아직 마음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은 모두 조금전 순식간에 지나갔던 크로독스의 안광이 빛을 발했던 것을 보고 다시 긴장의 끈을 바짝 조였다.
“모두들 조심해라.마물이 아직 살아있다.”
제스의 날카로운 음성이 다소 해이해지려던 이들의 마음을 파고 들어 경계의 불씨를 지폈다.
특히 그는 자신과 함께 크로독스의 주위를 지키고 있던 나머지 기사들을 보며 각별히 주의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 놈을 놓친 것 때문에 내가 잠시 마물의 존재를 잊어먹고 있었군.제스의 말대로 아직 마물이 남아 있다.
기사들은 모두 저 마물의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 하고 마법사들은 기사들을 도울 수 있을 마법들을 외워두거라.”
프라나 공작은 죽은 듯이 가만히 땅 바닥에 엎드려있는 크로독스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으며 명령을 했다.
그러다 그는 무언가 좋은 것이 생각났는지 살짝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로 옆에 있는 테릴을 보았다.
“저 마물이 아직도 여기 있고 살아있다면 그 소환자도 이 근처에 있다는 말이 아니냐? 정령도 근처에서 마나를 공급해주는
정령사가 없으면 바로 정령계로 돌아가버리지 않느냐?”
이가 다 부셔지는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쎄게 이를 갈며 분노를 표출했던 프라나 공작의 얼굴엔 좀 전에 켈빈을
데리고 이곳에 막 도착했을때 마냥 희색이 살짝 돌고 있었다.
지금과 같이 위급할지도 모를 상황에 프라나 공작의 얼굴에 떠오르는 기쁨의 빛은 평상시의 공작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원래의 계획대로 켈빈을 처단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서 온 희열이 크로독스의 존재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이
사정없이 무너뜨리고, 네명의 소드 마스터들과 그 보단 못하지만 정예라 할 수 있는 훌륭한 기사들,그리고 황성 마법사가
될 수도 있을 두명의 마법사들과 그 보다 조금 못한 두 마법사들에 대한 자부심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닙니다.그런 마나는 육체가 없어서 자꾸 정령계로 되돌아 가려는 정령을 중간계에 온전히 존재하게 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입니다.몬스터들이나 마물들 같이 자신의 육체가 있는 것들에게는 전혀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몬스터들이나
마물들은 소환을 할때는 정령보다 훨씬 많은 마나가 소모되지만 일단 한번 소환되면 그들은 죽거나 아니면 소환자가
마나를 이용해 그들이 있던 곳에 돌려보내줄때까지 소환자의 마나가 없이 그곳에서 존재할 수 있습니다.그들 역시
생물이기에 몸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먹이 정도는 알아서 찾아먹으니 소환한 뒤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존재들
입니다.”
언제 크로독스가 공격을 다시 해올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테릴은 프라나 공작에게 요지만을 빠르게 대답해주었다.
테릴의 이야기를 다 들은 프라나 공작은 다시 얼굴을 찌푸리며 무언가를 더 말하려 했다.
하지만 때마침 누가 보더라도 확실히 보이는 붉은색 안광을 계속 번득이며 크로독스가 힘차게 일어섰다.
슈우우우우.
크로독스는 다시 등골이 오싹해지는 음산한 소리를 길게 내뱉으며 주위에 있는 기사들을 향해 위협적으로 긴 이빨을
부딪혔다.
그 모습은 지금껏 크로독스가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던게 마법들 때문에 치명상을 입어서가 아니라 단지 가만히 잠을
자고 있었던 것 처럼 여겨지게 했다.
스스슥.
크로독스는 조금전의 움직임보다 배는 더 빠른 움직임으로 기사들 중 그나마 가장 약한 이들이 있는 곳으로 파고들었다.
“이 사악한 마물이 어디서…”
크로독스가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빠짝 다가오자 호기로운 한 기사가 푸른색 검기를 잔뜩 주입시킨 검으로 크로독스의
옆쪽을 찌르며 기세좋게 외쳤다.
그리고 주위에 있던 다른 소드 마나 유저의 기사들도 그 기사와 같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크로독스를 공격해 갔다.
등이든 머리든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크로독스를 공격해가던 기사들은 전부 여섯이나 되었지만 그들중 그 어떤 이의 검도
크로독스의 겉껍질을 뚫지는 못했다.
정면과 양 옆을 공격하던 이들의 검은 크로독스의 두꺼운 다리들에 가로막혀 더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했고, 등을 공격했던
기사의 검은 목표했던 크로독스의 등에는 도달했지만 검기를 주입한 검이단단한 껍질을 뚫기엔 크로독스의 껍질이 너무
강했다.
검기를 주입한 검에 맞닿았던 크로독스의 껍질에는 긁힘 자국하나도 남지 않았다.
게다가 검을 찔러넣기 위해 크로독스의 껍질을 코앞에서 접하게 된 기사들은 크로독스의 온 몸에 난 털들에 고인 진득한
독액의 지독한 냄새에 현기증이 일기까지 했다.
기사들의 얼굴은 너나 할 것 없이 새파랗게 질려갔고 날쎄게 크로독스의 다리 공격들을 피해 틈틈히 공격을 했던 그들의
민첩한 동작은 점차 느려지기 시작했다.
슈우우욱.
기사들의 움직임이 처음의 반 정도로 느려지자 계속 기회를 노리고 있던 크로독스가 순식간에 거미줄을 토해냈다.
“모두 피해라.”
크로독스와 기사들의 싸움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제스는 기사들의 움직임이 급격이 느려지자 다른 소드 마스터들과
그쪽으로 다가가며 다급히 외쳤다.
하지만 이미 독 냄새때문에 몸이 점점 마비되어 가던 기사들은 제스의 외침과 크로독스가 입을 벌리는 것을 보고도
쉽사리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순식간에 찐득찐득해 보이는 거미줄이 자신들을 향해 덮쳐오자 기사들은 각자 최선을 다해 거미줄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그 몸짓은 너무 느려서 거미줄을 피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해보였다.
“아이스 에로우.”
거미줄이 기사들의 몸에 닿으려는 찰나에 빠르게 4클래스의 주문을 완성시킨 테릴이 시동어를 외쳤다.
피유우웅.
테릴의 마법으로 나타난 차가운 얼음의 화살은 막 거미줄에 몸이 휩싸인 기사들과 크로독스 사이를 잇는 거미줄을 향해
빛살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얼음의 화살이 지나간 허공엔 화살에서 뿜어져나온 극한의 차가운 냉기때문에 서리가 생겨났다.
쿠궁쿵.
한기를 풀풀 날리던 얼음 화살은 화염계열의 마법들 보단 적은 충돌음을 내며 기사들이 붙은 거미줄의 거의 끝부분에
떨어졌다.
얼음 화살에 직격당한 거미줄 부분에서는 차가운 마나의 기운이 종이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거미줄을 타고 올라가
기사들과 크로독스의 몸까지 뻗어나갔다.
하지만 테릴의 의지에 의한 마나로 생겨난 차가운 기운이었기에 크로독스가 있는 곳을 향해 뻗어나간 쪽은 갈수록 더
차가운 냉기를 뿜었고 기사들이 있는 쪽으로 뻗어간 기운은 갈수록 냉기를 잃어갔다.
기사들의 몸에 닿은 차가운 마나의 기운은 그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릴 정도의 냉기만을 뿜었기에 기사들은 온전히
살아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마법의 기운에 무사한건 크로독스도 마찬가지였다.
차가운 기운이 크로독스의 몸에 닿는 그 순간 크로독스의 입에서 나온 암록색의 기운이 차가운 마나의 기운을 쉽사리
밀어냈다.
암록색 기운은 다시 거미줄로 흘러들며 꽁꽁 얼었던 거미줄을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렸다.
테릴의 마법의 기운이 퍼질때보다는 조금 느린 속도로 퍼진 기운이 거의 기사들에게로 다가갔을때
어느새 기사들의 뒤로 다가온 네명의 소드 마스터들이 검을 들어 아직 얼어붙어 있던 거미줄 부분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파바바박.
살짝 오러 블레이드의 기운이 감돌던 검이 꽁꽁 언 거미줄에 닿는 순간 거미줄은 말 그대로 산산 조각이 났다.
크로독스와 기사들을 잇던 거미줄이 부서지자 네명의 소드 마스터들은 각자 움직임이 둔해진 부하들 한 두명씩을
데리고 크로독스에게서 멀리 벗어났다.
크로독스는 먹이감을 놓쳐버린 것이 화가 났는지 날카로운 두개의 이빨을 세게 부딪치며 분풀이를 했다.그리고는
또다른 먹이감을 찾는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조금전까지는 제법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먹이감들은 모두 저 멀리로 떨어져 있었다.
단번에 공격을 해서 조금 전처럼 사로잡기에는 조금 먼 거리였기에 크로독스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제스는 다른
세명의 소드 마스터들과 함께 크로독스 주위를 빙 둘러섰다.
“그렇게 두리번거릴 것 없다.거미 마물아.이제 곧 우리 손에 죽게 될 놈이 누굴 또 잡아먹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크큭크크.그 씹어먹어도 시원치 않을 네 소환자는 안타깝게 놓쳤지만 내 꼭 너라도 죽여서 주군의 화를 조금이라도
풀어드릴 것이다.”
이전 여섯명과 크로독스와의 싸움으로 크로독스에게 소드 마나 유저들의 공격이 하나도 먹히지 않는 것을 알고 일반
부하들을 모두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물린 제스는 크로독스가 알아듣지 않을거라 생각하면서도 오만하고 자신감
있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했다.
제스의 속 시원한 말에 분노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던 프라나 공작은 조금이나마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반면에
크로독스는 제스가 하는 말은 알아듣지 못해도 그가 자신에게 내뿜는 감정의 종류를 얼핏 알아채고 난폭하게 제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모두들 숨을 쉬지 말고 마물을 공격해라.”
제스는 크로독스가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기 전에 재빨리 다른 세 소드 마스터들에게 명령을 했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붉은 오러 블레이드가 깃든 검으로 크로독스를 공격해나갔다.
네 소드 마스터들은 크로독스에게 바짝 붙어서 사방에서 크로독스를 공격을 했다.숨을 쉬지 않고 격렬한 공격을
감행했기에 그들은 한명씩 돌아가면서 잠시 크로독스와 떨어진 곳에서 숨을 들이쉬고 다시 공격에 가담했다.
쾅 콰쾅 쾅.
오러 블레이드의 검과 크로독스의 다리들이 부딪치자 왠만한 폭음보다 더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오러 블레이드 깃든 검에도 단번에 잘리지 않는 크로독스의 몸은 도저히 생물의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크로독스의 몸에도 조금씩 자잘한 검상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기에 제스와 다른 소드 마스터들은 더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