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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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테라네스.
“하! 씨발. 이 엿 같은 새끼들 진짜.”
이한은 테라가 처한 상황을 듣자마자 욕설부터 거하게 내뱉었다. 어떻게든 희생을 최소화하려고 지랄 난리 부르스를 떨었는데 자투 잔당에게 행성을 저당 잡히는 것은 물론 최소 100만 이상의 사상자를 만들었다고? 심지어 그건 시작일 뿐이라고?
행성이 폭파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불모지 행성도 테라포밍할 수 있으니 그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300억이 넘는 인구는 어떻게 할 것인가? 300억 넘게 클론이라도 찍어내랴? 씨발.
“이건 내 예상보다 더 병신같은 새끼들이잖아.”
대체 얼마나 병신 같으면 외계종족과 전투 중인데도 가장 중요한 모행성의 방어를 게을리 할 수 있지? 심지어 테라 함대가 자투 잔당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계산한 건 초인공지능 워가 한 계산이다.
백번 양보해서 침투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테라 행성을 폭파할 무지막지한 폭탄을 설치할 때까지 대체 뭘 했단 말인가?
“씨발. 또 권력 다툼이나 열나게 벌이고 있었겠지. 으드득.”
이가 절로 갈렸다. 그것도 어지간해야지. 저들의 권력 쟁투 가운데 애먼 사람들 100만 명 이상 아니 300억 테라 인구 전체가 위협받고 있는 거다. 싸그리 잡아다가 목을 베어도 시원치 않을 지경이다.
『UNP, UNC 함대가 테라를 방어하고 있지만 서로 견제가 심하고 같은 함대 내에서도 섹터끼리의 알력이 심하기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했습니다.』
“아니! 그래도 이건 진짜 너무한 거 아냐?”
『자투의 대전사장 이두르카는 한 사령관님을 원하고 있습니다. 한 사령관님이 가지 않으신다면 테라 행성은 폭파된다고 봐야 합니다.』
“그야말로 황당할 노릇이네. 자투족이라면 크락투도 맨손으로 찢어 죽일 텐데, 더욱이 대전사장 휘하라면 슈퍼솔져보다 막강한 상전사들이 득실거릴 텐데 거길 나보고 가라고?”
『저는 언제나 그렇듯 한 사령관님의 선택을 기다릴 뿐입니다. 다만 테라의 모든 시민들은 한 사령관께서 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아니 내가 무슨 용가리 통뼈야?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결해 달라는 거야?”
이한이 버럭 소리를 지를 때 시에라가 그의 손을 잡았다. 시에라는 이한이 욕설을 뱉고 소리를 지르지만 결국 그 자리에 갈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한은 그런 시에라를 바라보다가 감정을 억누르며 워에게 말했다.
“그래서 테라에 침투한 자투족의 숫자는?”
『600명 정도로 파악되었습니다. 행성폭탄에 대한 자료를 자투 함대에서 얻은 정보로 분석했는데 상당한 양의 초자원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자투족도 비효율적이라 거의 생산하지 않는 무기입니다.』
“그러니까 네가 하고 싶은 말은 미끼로 던져준 초자원을 가지고 행성폭탄을 만들었다?”
『자투 함대가 테라 함대에 패배할 수 있다는 가정 자체를 하지 않았을 테고 함대 전체를 업그레이드하기에도 부족한 양이었으니 그랬을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하아···.”
이한은 워의 말을 반박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반박에 성공한들 이 상황에서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따라서 이한은 이마를 감싸고 한숨을 내쉬며 워에게 말했다.
“유니온에 연결해.”
『연결합니다.』
이윽고 유니온 회담장이 축소된 형태로 홀로그램화 되어 이한 주변에 펼쳐졌다.
젤린도 보르딘이 뭐라 말을 꺼냈지만 유니온 인사의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았던 이한은 싸늘한 표정으로 저들에게 말했다.
“앞으로 유니온의 병력의 모든 지휘권은 내게 귀속됩니다. UNC, UNP 함대 모두! 각 섹터의 병력도 나의 허락 없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동의합니까?”
이한의 말에 젤린도 보르딘은 루퍼스 사령관이 자신들을 대신해 한 사령관과 교섭하길 거부한 이유를 알아차렸다. 확실히 이런 문제는 제삼자가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루퍼스는 한 이드라실이 이렇게 나올지 예상했다는 말이다. 사실 자신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던 내용이었다. 때문에 젤린도 보르딘은 눈을 질끈 감으며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대다수 섹터의 대표들은 이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각 섹터 중 가장 강한 병권을 가진 섹터라 할 수 있는 아메리카 섹터의 대표 아이덴 역시 그럴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아니 그건 너무 과한 처사가 아니오?”
그가 자신의 말에 반박하자 이한은 간신히 화를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과한 처사? 테라 행성은 물론 테라 인구 300억을 적의 아가리 속에 밀어 처넣고 과한 처사? 거부하려면 얼마든지 거부하시죠. 나는 당신들 때문에 이두르카의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말하면 될 뿐이니. 어디 300억 명을 아가리에 처넣은 상황에서 그 아가리를 아예 와그작 씹어보게 만들어 보시던가?”
차가운 이한의 말에 아이덴이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다물었다.
이에 젤린도 보르딘 사무총장이 입을 열었다.
“동의하겠습니다. 이 사태를 한 사령관이 해결해준다면 유니온의 모든 병권은 한 사령관이 쥐게 될 것입니다.”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다. 이 사태를 한 사령관이 해결한다면 유니온이 살길은 한 사령관의 그늘 아래 엎드리는 수밖에 없다.
이한은 차가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 사태 이후 사사로이 병력을 이동하는 자가 있다면 반역죄를 중히 물을 것인즉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단 이 모든 병권은 테라에 대한 외계종족의 위협이 그칠 때 종식됩니다.”
이한은 그렇게 말한 뒤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어버렸다.
“관련 문서나 자료는 워 네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즉시 테라로 이동한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다만 통신 연결을 원하는 곳이 또 있습니다. 테라네스입니다.』
“테라네스?”
이한은 눈매를 좁히다가 입을 열었다.
“연결해.”
라하르라면 테라네스의 12명의 마스터 중 대표가 아닌가? 그 대표를 테라네스에서는 하이마스터라고 불렀다. 실제로 가장 강력한 ESP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였다.
테라네스의 인원은 4,000명 정도로 그 숫자가 매우 적은 편에 속했다. 따라서 특수한 임무를 수행할 때만 함대에 함께해서 임무를 수행할 뿐 대다수 경우에는 테레네스에서 초능력을 발전시켰다.
테라네스는 유니온 휘하의 기구이긴 하나 독립적인 기구이기도 했기에 상부의 명령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시에라 역시 테라네스 소속의 ESP 능력자였다. 다만 모두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하이마스터 라하르조차 그녀에겐 상대가 되지 않았다.
라하르의 모습에 시에라가 테라네스의 인사법으로 배에 한 손을 대고 한 손은 밑으로 자연스럽게 편 뒤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라하르 역시 시에라에게 동일한 형태로 인사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이한은 짤막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한 이드라실입니다.”
이한은 미간을 좁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테라네스의 마스터라면 그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까닭이 없습니다. 다만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겁니까?”
“음. 좋습니다. 놈들이 정말 전사라면 그 정도 인원은 받아주겠지요.”
“얼마든지 그렇게 하시죠.”
이한이 뒤로 물러서자 시에라가 앞으로 나섰다.
시에라는 차분한 시선으로 라하르를 바라보다가 한손은 배에 한손은 가슴에 얹고 고개를 깊게 숙이며 대답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뭐. 그렇게 하시죠.”
곧 통신이 끊어지자 워가 이한에게 말했다.
『사령관님. 나쁘게만 생각하실 일이 아닙니다. 전화위복이 될 수 있습니다.』
“전화위복은 썩을.”
자투족의 초대? 별로 두렵지도 않다. 시에라와 자신이라면 충분한데 테라네스의 마스터들도 함께 한다고 하니 큰 문제 없을 것이다. 놈이 행성을 폭파시키기 전에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 하니 상황을 보고 밸런스를 맞춰줄 필요성은 있겠지. 망연자실한 놈이 단번에 테라 행성을 폭발시키지 않도록.
나를 오라고 한 걸 보면 나와 인류에게 어떤 절망이라도 선사하고 싶은 모양인데 단번에 터트리지 않고 이런 식으로 나와줘서 한편으로는 매우 고맙다. 저번에 함대전때도 고마웠으니 고통스럽게 죽이지는 않을게.
그러니 내가 화가 나는 건 상황을 이 사태까지 만든 유니온의 무능함이 가장 크다. 야망? 가질 수 있다. 권력 다툼?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이 정말 중요한 지조차 인지하지 못 하는 무능한 작자들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러니 모조리 처낼 것이다. 필요하다면 죽여서라도.
자투 본대는 머잖아 몰려온다. 이런 식으로는 자투족을 막을 수 없다. 행성폭탄? 치열한 전투 중 행성폭탄이 설치된다면 그땐 뭐 어떻게 막을 텐가?
비극이다. 백 만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비극.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렇게라도 무마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대충 봉합한 상태로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면 어떻게 손쓸 새도 없이 멸망을 향해 치달았을 테니까.
*
이한은 시에라와 함께 수송선에 탑승해서 아마존 열대우림으로 향하고 있었다. 륭샤오핑은 스톰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고 빌리는 하이모스에 남아 역시 여러 가지 임무를 감당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많은 병력을 데리고 침투하는 건 자투족이 간과할 리가 없고 슈퍼솔져라고는 하나 자투족이 워낙 강력한 놈들이라 빌리나 륭샤오핑 모두 이번 임무에 적합하지 않았기에 시에라와 자신만 테라로 향하고 있었다.
쿠궁. 쿠궁.
수송선이 흔들리는 것을 몸으로 느끼던 이한이 시에라에게 말했다.
“조심해.”
“예. 알고 있어요. 자투족은 ESP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만큼 그것에 대한 대비 역시 철저할 거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죠? 저도 스펙터였어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슈퍼솔져의 길을 걸었을 수도 있었겠죠.”
“아무튼 조심해.”
“그건 제가 해야 할 말이에요. 자투족이 노리는 건 제가 아니라 사령관님이라는 걸 잊지마세요.”
이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스타른족의 강력한 쉴드와 기술로 무장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능 역시 나날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해지고 있었고 무기술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으니까.
정작 염려가 되는 것은 모든 적을 제압해도 그 행성폭탄이라는 것을 제대로 제거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워가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파고들고 있지만 정보가 손상되어 알아내는데 지장이 많다고 했다. 이래저래 여러 변수가 많았다.
쿠구구궁!
그때 수송선의 동체가 다시 요동치며 조종사의 안내가 이어졌다.
위이이잉!
촤아악!
문이 열리자 찬란한 햇살이 수송선 안을 비췄다.
이한은 안전장치를 풀고 옆에 둔 헬멧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시에라 역시 이한을 따라 움직였다.
저벅저벅!
밖으로 나오자 기존의 아머와는 다르게 특수해 보이는 슈트를 걸친 사람이 이한에게 다가왔다. ESP 능력자용 아머로 보였는데 나노슈트와 상당히 비슷한 형태였다.
“라하르입니다.”
테라네스의 하이마스터 라하르가 이한에게 인사하자 이한 역시 가볍게 목례하며 말했다.
“한 이드라실입니다. 한시가 급하니 바로 작전지역으로 이동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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