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debuff RAW novel - Chapter 119
제117화.
‘진짜 물건인데?’
연오랑은 덕팔이의 잠재력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대단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영물인 자전혈망의 고기로 만든 요리라지만, 섭취 시 추가 효과가 붙었다는 건 결코 흔한 경우가 아니었다.
‘이거 요리에 대한 특별한 클래스라도 얻을 수 있는 NPC 아냐?’
그건 꽤나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게임 BNW에는 여러 가지 클래스가 있다.
게이머들과 NPC들은 각자의 재능과 플레이 방식, 그리고 운에 따라 그에 걸맞은 클래스를 갖는다.
덕팔이의 경우 요리 쪽에 특화된 뭔가 특별한 클래스를 얻을 것으로 확실시되었다.
그게 아니라면 요리에 추가 효과가 붙을 리 없었으니까.
‘쭉 키워 보면서 지켜줘야지. 진짜 물건일 수도 있으니까.’
연오랑은 앞으로 덕팔이의 요리를 자세히 살펴봐야겠다고 다짐하며, 탕수육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알림: 근력이 상승했습니다!] [알림: 근력이 상승했습니다!] [알림: 근력이 상승했습니다!](중략)
[알림: 근력이 상승했습니다!]식사를 마친 후.
“다들 한숨 자라. 한 시진 정도.”
연오랑은 사제들에게 꿀 같은 휴식시간도 주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유건명이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연오랑에게 물었다.
연오랑이 워낙이 빡세게 굴리다 보니까, 휴식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 거짓말이겠냐?”
“대사형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단지 뭐?”
“휴식을 취해도 되는 건가 싶어서…….”
“잘 먹는 것도 수련이고, 잘 자는 것도 수련이야.”
“……!”
“강해지겠답시고 무식하게 수련한다고 강해질 거 같으면 세상에 약한 놈 하나 없겠다.”
“그, 그런 겁니까?”
“수련도 이걸 잘 써야 돼.”
연오랑이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어떻게 하면 수련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되고, 계속 수련할 수 있게 몸을 돌봐가면서 해야 되는 거야. 열심히 하는 건 좋아. 근데, 너무 다치거나 몸이 상해 버리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더 들어간다고.”
“아!”
“몸을 괴롭혀 줘야 되는데, 딱 죽지 않을 만큼만 괴롭혀 주는 게 핵심이야.”
“그게 가능한 겁니까?”
“나는 가능하니까 시키는 거지.”
“오오!”
“그니까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운동하라고 하면 운동하고, 먹으라면 먹어, 자라면 자고. 그럼 알아서 강해질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가서 취침!”
“취침!”
유건명이 헐레벌떡 뛰어갔다.
“자식, 말은 잘 들어요.”
연오랑은 유건명의 뒷모습을 한번 흐뭇하게 바라보고는, 으슥한 곳을 찾아갔다.
‘아무도 보는 사람 없겠지?’
주변을 슥슥 훑어본 연오랑이 품속에서 주사기를 꺼냈다.
신체적 결함(?)으로 인해 근육량이 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괴괴로부터 처방받은 약물을 주사하기 위해서였다.
‘불법 약물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치료용이니까. 게다가 정식 의원인 당괴괴 어르신한테 처방받은 거기도 하고.’
사실 연오랑의 약물 사용은 지극히 합법적이었고, 떳떳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숨어서 사용하는 것은…….
‘내가 고자라고 어떻게 말해. X팔.’
연오랑은 사제 녀석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괜히 사제놈들이 불법 약물을 사용해서 근육을 키웠다고 오해할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대사형으로서의 자존심도 있었고.
‘빨리 환골탈태해서 고자 신세 벗어나야지. 어휴.’
연오랑이 그렇게 생각하며 바늘을 제 엉덩이에 찔러 넣으려던 순간.
“뀨! 주인놈아! 뭐 하냐!”
“깜짝이야!”
연오랑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주사기를 떨어뜨렸다.
“뀨우?”
햄찌가 연오랑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인놈아? 이거 뭐냐? 뀨우?”
“그, 그게.”
“뀨? 주인놈 스테로이드 쓰냐?”
“아, 아니야!”
“뀨! 주인놈 스테로이드 쓴다! 뀨우! 주인놈 약쟁이…….”
“아니라고오오!”
결국, 현장을 들켜 버린 연오랑은 쩔쩔매며 햄찌의 모든 요구사항들을 들어주기로 약속해야만 했다.
* * *
“에라이.”
한동안 햄찌에게 시달리던 연오랑이 씩씩대며 발걸음을 옮기던 도중.
“저어.”
당건영이 연오랑에게 슬쩍 다가가 말을 걸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연 소협?”
“왜?”
“혹시 저도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그렇게 말하는 당건영의 얼굴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
아까 연오랑과의 비무에서 흠씬 두들겨 맞은지라 만신창이가 따로 없었던 것이다.
“가르침?”
“꼭 만천화우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뭐든 가르쳐만 주시면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흠.”
연오랑이 당건영을 빤히 쳐다보았다.
‘얘 좀 괜찮네. 나름 사천당문의 소가주면 콧대가 높을 만도 한데. 성격도 좋아 보이고. 배우려는 자세가 돼 있어. 자존심 부리지도 않고.’
연오랑의 눈에 비친 당건영은 꽤 괜찮은 청년이었다.
지체 높은 집안의 자제들이 으레 지니고 있는 좋지 않은 모습들이 엿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못 가르쳐 줄 것도 없지. 그래, 가르쳐 줄게.”
“그게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대신 앞으로 우리 애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 주고 해. 애들이 없이 살아서 세상물정 잘 몰라. 넌 무림에 대해서 잘 알잖아.”
“예! 연 소협!”
“그냥 형님이라고 불러. 연 소협은 무슨.”
“알겠습니다, 형님.”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애들이랑 같이 수련해라. 아까 보니까 비실비실하던데.”
“하하하하…….”
“왜? 싫어?”
“아닙니다. 저도 같이 수련하겠습니다.”
“좋아.”
연오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천화우라는 게 바로 가르쳐 준다고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차근차근 시작해 보자. 잠깐 기다려 봐. 너한테 딱 맞는 수련이 있으니까.”
“예! 형님!”
몇 시간 뒤.
연오랑은 당건영을 불러놓고, 옷감과 실과 바늘을 내밀었다.
“지금부터 옷 하나 만드는 거다.”
“예?”
당건영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깜빡였다.
“옷을 만듭니까? 제가?”
“어.”
“그거랑 수련이랑 무슨 상관이…….”
딱!
“으악!”
당건영이 꿀밤을 맞고 비명을 내질렀다.
“다 상관이 있으니까 시키는 거 아냐.”
“죄, 죄송합니다.”
“오늘부터 내가 준 옷감이랑 실과 바늘로 옷을 만드는데, 조건이 있어.”
“뭡니까?”
“손을 쓰지 마.”
“그럼 발가락으로…….”
딱!
“꾸웩!”
어김없이 날아드는 꿀밤에 당건영이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괴로워했다.
“헛소리 말고, 손이든 발이든 다 쓰지 말고 실과 바늘을 움직여서 옷 만들어 와.”
“그,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하니까 시키지. 볼래?”
연오랑이 보란 듯 정신을 집중해 보였다.
슥, 스윽.
그러자 실과 바늘이 저절로 움직이며 옷감을 짜기 시작했다.
“히, 히익?!”
그 광경을 본 당건영이 기겁하며 뒤로 나자빠졌다.
이게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봤지? 지금부터 시작!”
연오랑은 그 말을 남기고 당건영의 곁을 떠났다.
“…….”
홀로 남겨진 당건영이 옷감과 실과 바늘을 내려다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연오랑이 무슨 조화를 부린 것인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도, 짐작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 * *
며칠 후.
“다녀올 테니까 열심히들 수련하고 있어라.”
“예! 대사형!”
연오랑은 천하제일문을 뒤로하고 길을 떠났다.
한 며칠 천하제일문에 머무르며 무적일맥의 일파를 돌봤으니까, 이제는 다시 카렐을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 것이다.
“뀨! 주인놈아! 이제 소림사 가는 거냐! 뀨우!”
“그래.”
“뀨! 햄찌 소림사 좋아한다! 뀨우! 천하공부 출소림이다! 뀨우!”
“하여간 주워들은 건 많아 가지고.”
연오랑이 피식 코웃음을 치며 햄찌의 등에 올라탔다.
귀주성 정안현에서 소림사가 자리한 하남성 숭산까지는 거리가 꽤 돼서, 연오랑은 햄찌를 타고 가까운 도약문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제는 주머니가 두둑해졌으니 굳이 힘들게 뛰어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도약문을 타고 하남성 낙양에 도착한 연오랑은, 즉시 소림사가 있는 숭산으로 향했다.
‘게이머들이 막 득실득실한 거 아냐?’
연오랑은 소림사에 게이머들이 엄청나게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이머들에게 있어 NPC들이 운영하는 문파는 스킬을 파는 상점 같은 곳.
게이머들은 무공을 가진 NPC들을 찾아가 대가를 치르거나, 혹은 그들이 주는 퀘스트를 수행한 뒤 무공을 배우는 게 보편적인 성장 방식이었다.
소림사는 이 세계관 내에서도 무공으로 매우 유명한 곳이라, 게이머들이 득실거리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특히나, 병장기를 사용하지 않는 격투가들에게 있어 소림사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무관일 수밖에 없었다.
예로부터 맨손 격투 위주의 무공으로 유명한 곳이 소림사라서, 격투가 게이머들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인 곳이었기 때문이다.
‘소림사 NPC들은 엄청 세겠지? 나름 이 세계에서도 실력 있는 집단이니까?’
연오랑은 그런 기대감을 가슴 속에 품은 채 숭산에 도착했다.
‘역시 사람이 많네.’
숭산 밑은 하나의 작은 도시가 들어서 있을 정도로 번성한 곳이었고, 그에 따라 유동인구도 엄청나게 많았다.
예상대로 게이머들이 득실거리는 걸 보니, 소림사에 무공을 배우기 위해 몰려든 게 분명해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소림사에 불공을 드리기 위해 온 NPC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소림사는 무림 문파이기 이전에 사찰인지라, 사실 불교를 믿는 평범한 사람들의 방문이 더 잦은 곳이기도 했고.
“뀨! 주인놈아! 햄찌 배고프다! 뀨우!”
“구! 구구구!”
햄찌와 꼬꼬가 배고프다며 아우성을 쳤다.
“그래? 밥부터 먹자.”
연오랑도 마침 밥을 먹어줘야 할 시간인지라, 가까운 객잔에 들러 허기부터 채우기로 했다.
“촵촵촵!”
“쩝쩝쩝!”
“콕콕콕!”
한바탕 배를 채우고 일어서려는데.
“저어.”
“네?”
“동창에서 나왔습니다, 연 공공.”
한 청년이 슥 접근해와 연오랑의 귓가에 속삭였다.
“동창에서?”
“예. 식사 마치셨으면 잠깐 따라오시지요.”
“그러죠.”
연오랑은 동창의 정보력에 혀를 내두르며 청년을 따라 한 주루(酒樓)로 향했다.
“근데 제가 여기 온 건 어떻게 아셨죠?”
“아, 따로 미행한 건 아닙니다.”
청년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만 연 공공께서 워낙 중요하신 분이니만큼, 동창의 각 지부에서 용모파기를 보관해 뒀다가 파악되면 상부에 보고하는 식입니다.”
“아?”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연 공공.”
“……공공 아니라니까.”
“예?”
“아닙니다.”
연오랑은 청년이 자신을 환관 취급하는 것에 입을 삐죽였다.
‘하. 공공이라니. 동창이랑만 엮이면 빼도 박도 못하고 환관 취급이네.’
사제 녀석들을 데리고 오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사제 녀석들에게는 환관 취급을 받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근데 저를 왜 보자고 하는 겁니까?”
“그것까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단지 연 공공을 모셔 오라는 분부를 받았을 뿐입니다.”
“아, 예.”
청년은 연오랑 일행을 주루의 최상층으로 안내했다.
그렇게 도착한 주루의 누각(樓閣).
한가로이 풍경을 감상하고 있던 사내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슥, 돌아섰다.
“어?!”
연오랑이 상대방을 한눈에 알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연오랑을 부른 사람은 동창제독 견쌍섭이 아니었다.
“왔느냐.”
제갈참 교관이 연오랑을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지난번 중양절 사건 이후 한동안 못 볼 줄 알았는데, 해가 넘어가기 전에 재회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