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debuff RAW novel - Chapter 150
제148화.
“으악! 으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무림 최초로 어전술에 의해 그곳(!)에 잘린 청성악선은 땅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꼴에 아픈 줄은 아나 보네. 배은망덕한 새끼.”
연오랑이 동정할 가치도 없다는 듯 청성악선을 경멸 어린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청성악선은 사문의 은혜를 원수로 갚은 인물.
그런 그에게 동정은 사치에 불과했다.
“딱 질색이야, 아주.”
연오랑은 사문의 은혜를 모르는 놈들을 매우 경멸했다.
과거 판타지 서버에서 활동하던 시절.
연오랑에게도 사형이라는 존재가 있었다.
한때 사부의 제자였지만, 파문당했던 인물.
그는 연오랑을 증오했고, 무적일맥보다 자신이 더 뛰어나다 생각했다.
결국 연오랑의 손에 죽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사문을 배반하는 놈들은 그냥 악당들보다 더욱 싫을 수밖에 없었다.
“대, 대협은 대체 누구시오?”
청성파 장문인 옥영진인이 연오랑에게 물었다.
“연오랑이라 합니다.”
“연 대협이라…… 미안하오. 본도의 견문이 짧아 들어보지 못하였소.”
“무림초출이라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상황이 급하니 통성명은 나중에 하죠.”
연오랑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괴, 괴물!”
“연오랑 이놈!”
백련교도들이 잔뜩 위축된 채 다가오고 있었다.
그 무시무시한 청성악선을 눈 깜짝할 사이에 제압하고, 사지를 부러뜨리고, 심지어 그곳(!)까지 잘라버린 연오랑의 무시무시함에 그만 기가 질려버린 것이다.
“이 자식은 알아서 처리하시죠.”
“크아악!”
연오랑이 청성악선을 뻥! 하고 걷어차 청성파 진영 한가운데에 떨궈놓았다.
“네 이놈!”
“이 사문의 배신자!”
청성악선은 분노한 청성파 도사들에게 둘러싸인 채 조리돌림을 당했다.
그렇다고 해서 청성악선을 공격하는 이들은 없었다.
청성악선은 청성파의 죄인.
그에 대한 징벌은 이번 사태가 마무리된 후 천천히, 아주 고통스럽게 이뤄질 예정이었다.
그런 악행을 저질렀으니 앞으로 곱게 죽기는 글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백련교가 청성파를 공격한 이유가 뭐랍니까?”
연오랑이 물었다.
“모르겠소.”
옥영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난데없이 쳐들어오니 그 이유를 알 길이 없소이다.”
“음.”
“무슨 말이라도 해야 상대할 것을…….”
바로 그때.
슈우우우우우우우웅!
무언가 날아오는 듯한 파공성이 울려 퍼졌다.
‘위험!’
연오랑은 그 소리가 포탄이 날아들 때 나곤 하는 것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판타지 서버에서 활동하던 시절 여러 차례 전쟁을 치르며 포탄 소리는 귀에 닳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저기다!’
연오랑은 날아드는 포탄을 발견하고, 그 짧은 사이에 혈화비접을 쏘아 보냈다.
푹!
혈화비접이 공중에서 포탄을 요격하던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대폭발이 일어났다.
“……!”
“……!”
“……!”
그 광경을 본 모든 이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포탄이 폭발한 것치곤 그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할 지경.
단 하나만 이 자리에 떨어진다면 모두가 위험해질 게 분명했다.
“뭐, 뭔 포탄이 저렇게 크게 폭발해?”
오죽했으면 연오랑마저도 소스라치게 놀랐을 지경.
“벼, 벽력탄(霹靂彈)?!”
옥영진인이 경악성을 내질렀다.
“벽력탄이 뭡니까?”
“그, 그것은 악마의 포탄이오! 단 하나만 떨어져도 일대를 초토화시키는 무시무시한 폭탄이외다!”
“헉?”
연오랑이 놀라던 그때.
슈웅! 슈우우우웅!
슈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저 멀리서 포탄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연오랑의 뇌리에 스친 생각은…….
‘ㅈ…… ㅈ됐다.’
저 많은 벽력탄들이 이 자리에 떨어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불 보듯 뻔했다.
전멸.
다 같이 이 자리에서 폭사할 게 분명했다.
단 하나만 떨어져도 위험한데, 거의 수백 개가 동시에 날아든다면…….
“모두 도망쳐어어어어어―!!!”
연오랑의 입에서 절규에 가까운 고함이 터져 나왔다.
* * *
사실 떨어지는 포탄을 피해 도망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만천화우? 맹독천하? 아냐. 막아낸다 한들 파괴력이 너무 강력해서 우리 다 휩쓸릴 거다.’
그렇다면…….
‘일단 막는다.’
연오랑이 두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우웅!
그러자 연오랑으로부터 강력한 염력(念力)이 발휘되며 날아드는 포탄을 공중에서 저지했다.
만천화우를 전개할 때 사용하는 어검술의 수법을 단순 염력으로 펼친 것이다.
그러자 날아들던 포탄들이 공중에서 염력의 힘에 의해 ‘정지’했다.
“꼬꼬야!”
“구! 구구구!”
“부탁해!”
“구! 구구구! 구구구구!”
“모두 이쪽으로 모이십시오! 어서!”
연오랑이 버럭 소리쳤다.
“아, 알겠소이다!”
“금방 가겠소!”
“청성 제자들은 연 대협 주변으로 모여라!”
아군이 허겁지겁 연오랑에게로 모여들었다.
다음 순간.
번쩍!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꼬꼬가 공간도약을 발휘해 연오랑과 청성파 도사들을 청성산 정상에서 중턱 즈음으로 이동시켰던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공간도약이 완료되자마자 저 멀리 청성산 정상으로부터 어마어마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이, 이 무슨!”
“아아!”
“산이…… 산이 무너지는구나!”
청성파 도사들은 청성산 정상이 벽력탄에 의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걸 지켜보며 탄식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청성파 본산이 한순간에 쑥대밭이 되어 무너지는 광경이란 그야말로 참혹했다.
“……이 빌어먹을 새끼들.”
연오랑이 이를 부득 갈았다.
“무림인들 주제에 이젠 하다하다 폭탄까지 써?”
“뀨! 주인놈아! 그러니까 사악한 집단 아니겠냐! 뀨우!”
“그건 그렇지.”
백련교가 괜히 사악한 종교집단이 아닌 게,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았다.
작정하고 포격까지 갈길 정도면, 갈 때까지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애초에 갈 때까지 간 놈들이었으니까 중양절 행사를 개판으로 만들었겠지만.
“다들 여기 계세요. 저는 다시 올라가 보겠습니다.”
연오랑이 청성파 도사들을 돌아보았다.
“괜찮으시겠소? 연 대협?”
“일단 무슨 일이 있는지는 알아봐야죠.”
연오랑은 백련교가 괜히 청성파를 공격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뭔가 노리는 게 있어서 그런 걸 거다. 단순히 청성파를 멸문시키려고 공격했을 것 같진 않아.’
게다가 아직 저 위에는 사천당문 사람들과 다른 청성파 도사들이 여럿 남아 있었다.
포격은 오직 청성파에서 가장 큰 전각에 집중적으로 쏟아졌으므로, 아직 생존자들이 여럿 남아 있을 게 분명했다.
“꼬꼬야, 한 번 더 가능해?”
“구르륵…….”
꼬꼬가 축 늘어져서 대답했다.
“아.”
연오랑은 꼬꼬의 상태를 보고 공간도약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단기간에 공간도약을 두 번이나 사용한 꼬꼬의 상태는 별로 좋지 못해서, 휴식이 필요해 보였던 것이다.
“야, 햄찌야. 니가 데려다줘야겠어.”
“뀨! 알겠다!”
연오랑은 즉시 햄찌를 타고 다시 청성산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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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른 청성산에는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크으으으으으!”
“살려줘…… 제발…….”
“으아아아악!”
곳곳에 부상당한 사람들이 신음하고 있었고, 수백여 구의 시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게다가 조금 전 떨어졌던 포격 때문에 산사태가 일어나 청성파가 자리했던 봉우리의 절반이 무너져 있기까지 했다.
백련교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그들의 시체만 남아 있을 뿐…….
“어서 이쪽으로 데리고 오너라! 출혈이 심하구나!”
“예! 숙부님!”
“다들 뭐 하는가! 부상자들을 옮겨라!”
“여기 위독한 사람이 또 있습니다!”
사천당문 사람들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상당한 청성파 제자들에게 응급조치를 실시하고 있었다.
“연 대협!”
독왕이 황급히 달려와 연오랑에게 말했다.
“큰일 났소! 백련교의 무리들이 무언가를 가지고 사라졌소이다!”
“예?”
“조금 전 큰 폭발이 일어나자마자 한 무리의 백련교도들이 붉은 화로를 들고 사라졌소이다!”
“붉은 화로라니…….”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소. 어떻게든 그들을 막아 보려 했으나 적들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아.”
연오랑은 그제야 조금 전 있었던 포격이 무슨 의미였는지를 깨달았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백련교가 표적으로 삼은 붉은 화로를 훔쳐 달아나기 위해 시간을 벌 목적이 더 강했던 게 분명했다.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방향으로 갔습니까?”
“모르겠소.”
독왕이 고개를 저었다.
“술법가들과 함께 번쩍 하고 사라져버렸소. 연 대협의 전서구가 했던 것처럼 말이오.”
“쳇.”
연오랑이 입을 삐죽였다.
“이 쥐새끼 같은 놈들 같으니.”
만약 뛰어서 도망쳤다간 쫓아가기라도 할 텐데, 공간도약을 이용해 도망쳤다면 어떻게 잡을 방법이 없었다.
어디로 도망갔는지 알아야 쫓아갈 것이 아닌가?
“일단…….”
연오랑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여기부터 수습하고 생각해 보죠. 부상자들이 엄청 많으니까.”
“동의하오.”
그래도 아직 살아 있는 청성파 제자들이 많아서, 구조 활동을 벌일 가치는 충분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청성파가 완전히 멸문하지는 않았으니.
‘아미파가 위험해 보이는데.’
연오랑은 문득 아미파가 걱정되었다.
이번 백련교의 공격은 청성파뿐만 아니라 아미파까지도 해당하는 것.
어쩌면 지금 아미파 역시 백련교도들에 의해 습격을 받고 있을지도 몰랐다.
“너무 걱정 마시오, 연 대협.”
독왕이 연오랑에게 말했다.
“현재 아미파에는 여러 문파에서 온 고수들이 많소.”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출발 전에 보고 받은 바로는 아미파 무정신니(無情神尼)의 100세를 축하하는 행사가 열릴 예정이라, 여러 문파의 고수들이 아미파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오. 청성보다는 나을 것이니 당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오.”
“그럼 다행이고요.”
연오랑은 독왕의 말을 듣고 당장 아미파로 달려가려다가 일단은 구조 활동에 집중하기로 했다.
‘청성악선인가? 그 자식한테 물어봐야겠다.’
어차피 정보를 수집할 필요도 있었고.
* * *
연오랑은 청성파 도사들을 도와주는 한턱 산 중턱으로 내려가 청성악선을 심문했다.
백련교가 청성파에서 강탈해 간 붉은색 화로가 무엇인지, 아미파는 왜 공격하려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
청성악선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복수를 물거품으로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불구로 만든 연오랑에게 그 어떤 유용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겠단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래?”
연오랑은 청성악선이 버티자 피식, 코웃음을 쳤다.
“네놈이 끝까지 입을 열지 않을 셈이냐? 내 네놈의 몸 구석구석에 독침을 꽂아…….”
당괴괴가 청성악선을 고문하려던 찰나.
“에이, 어르신.”
연오랑이 당괴괴를 말렸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고문 같은 걸 하려고 그러세요.”
“음? 그, 그게 무슨 말이냐?”
당괴괴는 연오랑이 얼마 전 백련교 주교에게 지독한 물고문을 했던 게 떠올라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문을 해도 어지간한 마두들보다 악랄하게 하는 주제에 그게 할 말이란 말인가?
“그럼 어떻게 이 악랄한 놈의 입을 열게 할 셈인 게냐?”
“그냥 물어보면 되죠.”
“그, 그냥 물어보겠다고?”
“사전 작업이 좀 필요하긴 하지만.”
연오랑은 그렇게 말하고는 청성악선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고 독기를 주입했다.
“크윽…… 크으으윽……!”
청성악선이 독기에 치를 떨며 고통스러워하더니, 이내 곧 잠잠해졌다.
그리고는 초록색으로 빛나는 눈으로 연오랑을 바라보더니, 멍하니 입을 열었다.
“주인이시여.”
독기를 주입해 청성악선을 독인(毒人)으로 만들어 버렸다.
천령독인.
적에게 독기를 주입해 꼭두각시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독공을 사용한 것이다.
“백련교가 청성파에서 가져간 붉은 향로가 도대체 뭐야?”
“그 붉은 향로는…….”
청성악선이 대답했다.
“축융로(祝融爐)라 하여 멸겁화(滅劫火)의 불씨가 담긴 법보입니다.”
“멸겁화? 그게 뭔데?”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불태울 수 있는 절대의 화염입니다.”
“그래서 그걸로 뭘 하려는 건데.”
“아미산 지하에 자리한 화맥(火脈)에 축융로를 던져 넣으면…….”
그 순간.
“……이 미친.”
연오랑이 화들짝 놀랐다.
청성악선이 말하는 ‘화맥’이란 다름 아닌 지하에 흐르는 용암지대를 뜻하는 것.
그 용암지대 안에 축융로를 던져 넣는다는 것은, 아미산이란 초화산(超火山)을 폭발시켜서 이 세상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의도로밖에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