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quering Murim with future technology RAW novel - Chapter 143
143화. 사군악
2시진 전.
전상필을 위시한 천마진천대에게 탈출계획을 일러준 신혁이 전조를 찾았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2시진 후 위지현오 교주와 함께 마교를 탈출한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하명하십시오.”
무슨 일인지 묻지도 않고 명부터 내리라는 전조의 말에 신혁이 쓴웃음을 지었다.
“네 몸속에 있는 혼마혈고를 제거해야 한다.”
“괜찮습니다 주군.”
괜찮을 일이 아니었다. 위지현오와 천마진천대가 마교를 탈출하였고, 전조가 그것을 도왔다는 사실이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렇다면 사군악이나 외총관 탁지원이 전조를 살려둘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사군악이 심처에 보관 중인 혼마혈고를 당장 밟아 죽일 테고 그 순간이 바로 전조의 최후였다.
“아무리 주군께서 기공의 달인이라 하셔도, 특수한 혼마혈고를 제거하는 데 많은 시간과 심력이 소모될 것입니다. 제 걱정은 마시고 혼마혈고는 마교를 탈출하고 나서 제거하시죠.”
“금미산에 도착하기 전까지 안전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괜찮아. 금방 끝날 거다.”
신혁이 전조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품속에서 새끼손톱만 한 금덩이 같은 금속을 꺼냈다.
“삼키도록.”
“꿀꺽.”
전조가 일말의 의심도 없이 신혁이 건넨 금속을 삼키고 앉아 눈을 감았다.
“오페라.”
[예, 사령관님.]“전조의 전신을 스캔하도록. 그리고 이상 사이오닉 반응을 보이는 조그마한 벌레를 찾아. 코드네임 : 혼마혈고.”
신혁의 CEC에 전조의 내부가 스캔되었고, 곧이어 심장의 한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혼마혈고가 발견되었다.
“좋아, 초소형 사이오닉 의료 머신 시동.”
신혁의 명령이 떨어지자 전조가 삼킨 금빛의 금속이 조그마한 거미 같은 형태로 변형되었다. 이윽고 변신을 마친 의료 머신이 CEC에 표시된 전조의 심장을 향해 이동하였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전조, 절대 움직이지 마라. 사이오닉 에너지도 운용해서는 안 된다.”
“존명.”
신혁의 CEC가 의료 머신과 공명하며 혼마혈고를 타겟팅하였고, 곧이어 조심스럽게 혼마혈고에 접근한 의료 머신이 한순간에 혼마혈고의 전신을 감쌌다.
“됐다. 방전!”
빠지직!
순간적으로 의료 머신에서 전류가 방전되었고, 혼마혈고는 그 자리에서 재가 되어버렸다.
“끝났다.”
“우에에에엑!”
신혁의 말과 동시에 전조가 얼굴을 땅에 파묻고 구역질을 했다.
투욱.
의료 머신이 전조의 입을 통해서 빠져나왔고, 무사히 혼마혈고가 제거된 것을 확인한 신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고했다 전조.”
* * *
“시작하시죠 대주님.”
사군악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전조가 손무명에게 말했고, 검을 뽑아 공력을 집중하였다. 순식간에 두자 가까이 솟아난 검강을 보며 사군악의 안색이 시커멓게 변했다.
“이런 미친? 정말 죽고 싶은 거냐. 혼마혈고는 나와 심령이 연결되어있다. 내가 죽으면 혼마혈고도 죽어! 그 말은 너도 죽는다는 거다!”
“재밌겠군.”
칠절흡혈마검(七節吸血魔劍) 제1식.
정중혈파선(正中血破線).
전조의 손에서 칠절흡혈마검이 펼쳐지며 사군악의 낭심과 명치 그리고 인중을 노렸다. 셋 중 어느 한 곳이라도 검에 적중된다면 결코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급소 중의 급소였다.
“이런 미친놈!”
사군악이 욕설과 함께 몸을 틀어 전조의 검초를 피했다. 그러나 전조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칠절흡혈마검(七節吸血魔劍) 제6식.
혈룡강천(血龍降天).
전조의 검에서 2자 길이의 혈룡의 검강이 구현되며 사군악의 목을 노렸고, 다급하게 혼마장법을 펼쳐 전조의 공세를 밀어낸 사군악이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좋다 죽여주마.”
사군악의 장법은 심각한 내외상을 안고 있음에도, 그 위력은 전조의 검식을 아득히 능가하였다.
“크윽……”
썩어도 준치라더니, 과연 극마의 고수다운 사군악의 장법이었다.
혈마삼검(血魔三劍) 제1초.
혈마탈명(血魔奪命).
촤아아아앙!
안되겠다 싶었는지 전조가 드디어 지닌바 최강의 무공을 펼치기 시작했고,
“지금이다, 쳐라!”
“와아아아아~”
손무명 대주의 명령에 천마진천대 역시 진을 갖추며 사군악에게 살수를 퍼부었다.
“이것들이!”
사군악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살기가 넘실거리며 그의 몸에서 분출되었고, 부상 당한 이리처럼 천마진천대를 향해 날뛰며 분노를 쏟아내었다.
“감히, 버러지만도 못한 것들이 본좌의 목을 노리는 것이냐!”
퍼어어어엉!
“커어억.”
“으아악!”
“어억!”
비록 내상이 겹쳐서 본래 위력이 8할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정말로 죽음을 각오했는지 사군악의 공력이 집중된 장력에 천마진천대원 3명의 몸이 부서지며 허무하게 명을 달리했다.
“침착해라! 진을 갖춰라.”
“존명!”
제대로 진을 갖춘 천마진천대는 사군악의 거친 발악에 진이 흔들릴 때마다 적절하게 틈을 메꿨다.
‘이대로는 답이 없다. 도주해야 해.’
사군악이 죽일듯한 눈빛으로 전조를 쏘아보았다. 전조에게 기습당한 부상만 아니었어도, 도주 정도는 문제없었을 텐데, 도주는커녕 이 자리에서 죽게 생겼으니 그 억울함과 원통함이 골수까지 차오르는 것 같았다.
허나 이대로는 정말 목숨을 내놓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사군악의 이성이 다시 돌아왔다.
“미율두불약리…….”
냉철하게 현재 상황을 분석한 사군악은 어느새 자신의 공력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음을 깨닫고 주문을 읊었다.
“미율두파사차!”
사군악의 주술이 완성되었다. 사이한 연기가 나타나 사위를 잠식했고, 순식간에 천마진천대원들의 오감을 둔하게 만들었다.
혼마장법(魂魔掌法) 오의.
탈명혼마찰(奪命魂魔紮).
사군악의 손에서 퍼져나간 회색의 장력이 그의 주술과 합쳐지면서 마치 수십 명이 동시에 안개 속에서 장력을 방출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퍼엉! 퍼어엉!
천마진천대는 사군악의 주술로 인해 강력한 천마검진의 보호 아래 있어도 오감에 이어 기감마저 흔들리며 사위를 분간하기 어려워졌고, 사군악의 광범위한 장법에 무차별적으로 공격받았다.
“아아악!”
“으악!”
“크으윽.”
그 와중에 하필 진세의 보호를 받지 못한 천마진천대원 셋이 그대로 유명을 달리했고, 그 모습을 확인한 사군악은 순간적으로 약해진 천마검진을 노려 포위망을 벗어날 수 있었다.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그때는 차라리 지금 죽는 것이 행복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
혈마삼검(血魔三劍) 제3초.
혈마재림(血魔再臨).
진을 벗어난 사군악를 기다리고 있던 전조가 모든 공력을 끌어모아 최후의 절초를 펼쳤다. 대경한 사군악이 혼마장법을 펼치며 강기의 장막을 쳤다.
콰아아아아앙!
“크으으윽!”
분노에 눈이 멀었다가 가까스로 이성을 찾고 주술까지 발휘하여 이제 위기를 탈출하나 싶었는데, 그 앞길을 전조가 가로막으니 정말 머리에 김이 날 정도로 화가 나는 사군악이었다.
“진조오오~ 죽여버리겠다!”
자신과 비슷한 급이라던가 하다못해 절정의 극에 도달한 고수라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진 않았겠지만, 절정에 머무는 전조의 방해는 얄밉다 못해 꼭지가 돌 지경이었다.
촤아아아악~
흥분한 사군악의 등을 손무명의 날카로운 검날이 긴 검상을 남기고 지나갔고, 그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휘청였다.
쉬이이이익!
휘청이는 사군악를 노린 천마진천대 대원들이 사방에서 검을 찔러 들어왔다.
“감히!”
퍼어어어엉!
그 와중에도 사군악은 반탄강기를 발현하여 자신을 노리는 검들을 밀어냈지만, 모든 공격을 막지는 못해 순간적으로 그의 왼쪽 옆구리에 틈이 생겼고, 대원 한 명이 쏜살같이 신형을 날려 사군악의 옆구리에 검을 꽂아 넣었다.
푸욱!
검이 사군악의 옆구리에 꽂혔지만 사군악은 무너지지 않았다.
“크…… 크크크크.”
도리어 괴소를 흘리며 자신의 몸에 검을 꽂은 천마진천대원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이럴 수……?!”
빠지직!
그리고 그대로 천마진천대원의 머리가 부서져 나갔다.
“아직……. 아직이다. 누가 본좌의 목을 노리느냐! 누가 감히 본좌를 죽일 수 있겠느냐! 들어오라 이 비천한 새끼들아!”
사군악이 다시 광기를 보이며 주문을 영창하려는 순간.
“내가 죽여주마.”
푸욱!
전조의 검이 다시 한번 사군악의 가슴을 찔렀고, 이번에는 정확하게 심장에 검이 꽂혔다.
“이, 이이이익!”
사군악이 죽어가면서도 원독에 찬 눈빛으로 자신에게 검을 꽂은 전조에게 몸을 돌리자,
퍼억!
“커억.”
손무명이 사군악의 복부에 정권을 꽂아 넣어 그의 행동을 제지했다.
“끝이다 사군악.”
전조가 사군악의 심장에서 검을 뽑지도 않은 채 검을 쥐지 않은 손에 수강을 일으켜 그대로 사군악의 목을 그어버렸다.
투우웅!
사군악이 목이 떨어졌다. 무림정벌을 꿈꾸며 현아진을 소환하고 천마교를 몰락시킨 사군악의 너무도 허무한 몰락이었다. 몸통에서 떨어진 사군악의 눈동자가 점점 빛을 잃었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얼굴로 최후를 맞았다.
“빌어…… 먹…… 을…….”
* * *
“허억, 허억…….”
“후욱, 후욱…….”
숨이 턱 끝에 닿을 정도로 차올랐지만 쉴시간 따위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한 치라도 더 멀리 가야만했다. 진조와 천마진천대의 무사들이 이를 악물고 청해를 향해 질주했다.
스스스슥.
“오랜만입니다 손무명 대주님.”
사람들의 눈에 띄어서 좋을게 없었기엔 인적이 드문길만 골라서 최속의 속도로 이동하던 중에 그들의 눈앞에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암연백 분타주! 여기까지 어떻게 온 것입니까?”
“소교주님의 명으로 마중나왔습니다.”
신혁이 금미산을 떠날 때, 위지천은 암연백과 마안천이대를 절강성으로 급파했다.
“과연, 소교주님께서 보내셨군. 그런데 우리가 이 길을 통과할지 어찌 아시고……?”
암연백과 휘하의 마안천이대원들은 청해분타의 분타원으로 활동하면서 절강에 위치한 마교까지 수십 번을 넘게 왕복한 경험이 있는 훌륭한 길잡이들이었고, 천마진천대의 이동 경로를 예측할 수 있었다.
“저희도 정파나 사파의 끄나풀들의 눈을 피해서 이동해본 경험이 많으니까요.”
“그렇구려.”
“은밀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상단과 표국으로 위장하여 마차를 준비했습니다. 간단한 치료와 요깃거리도 있으니, 저를 따르시지요.”
“고맙소.”
1각 정도 암연백을 따라서 경공을 펼쳐 도착한 곳은 조그마한 마을의 객잔이었다. 객잔의 뒤편에는 십여 대의 마차가 줄지어서 기다리고 있었고, 청룡표국이라는 멋들이진 깃발마저 휘날리고 있었다.
“무사히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
그때 가장 선두에 있던 마차의 문이 열리며 위지현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마교를 탈출한 위지현오 일행은 암연백과 합류하여 괴룡과 남은 마안천이대를 기다리던 것이었다.
“교주님을 뵙습니다!”
합류한 천마진천대가 그 자리에서 부복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일어들 나라.”
“존명!”
드디어 마교를 탈출했다. 남은 것은 무사히 청해의 금미산으로 가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