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venience Store Swordmaster RAW novel - Chapter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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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혼란한 사회
20.혼란한 사회
대형 마트의 운동용품 코너. 그곳에서 근호는 10분이 넘어가도록 두 개의 제품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덤벨과 악력기. 두 가지 모두 탐이 나지만 그는 쉽사리 바구니에 담지 못 했다.
“으음.”
지갑을 열어 남은 생활비를 확인한다.
그래도 여동생에게 들어갈 돈을 따로 따로 벌어둔 만큼 충분히 여유가 생겼지만 이번 달은 창고에 가득한 카레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기에 지갑은 비어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였다.
“에라 모르겠다.”
고민 끝에 두 가지 모두를 손에 쥔다. 어차피 한동안은 원푸드 생활이고, 식비를 제외하면 특별히 나갈 돈은 없다.
“2주 만 버텨 보자.”
월급날까지 버티면 그만이다. 여태껏 그렇게 지내왔으니 무슨 문제가 있겠냐며 근호는 묵직해진 바구니를 계산대에 올렸다.
그렇지만 아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는 않는다. 챙겨온 장바구니 속에 덤벨과 악력기를 담은 그는 마트를 빠져나와 귀갓길에 올랐다.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체력을 끌어 올리는 것이지만 근력 운동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어릴 적이야 하루 종일 검을 휘두르며 무식하게 단련을 했지만 이곳은 운동에 대한 체계가 잡힌 곳이다.
효율을 우선시하는 것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없기에 선택한 방식이었다.
“이쪽도 슬슬 익숙해져가네.”
오르막길을 오르며 사람이 없다싶으면 몸속의 마력을 끌어올린다. 예전처럼 반동에 의해 쓰러지고 싶지 않다면 하루라도 빨리 익숙해지는 방법 밖에 없었다.
멀리 사람이 보이면 평범하게 걸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틈틈이 몸을 움직인다.
“…지치네. 내일부터 할까.”
평소라면 멀쩡히 도착할 집이건만 절반도 채 가지 못한 곳에서 피로를 느낀다.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근호는 고개를 젓고는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숨이 살짝 차오르려 할 때쯤 반지하의 보금자리가 눈에 들어온다.
겨우 도착한 집에 근호는 한시름 놓으려고 했지만 그 순간 멀리 있는 큰 도로가 소란스러워 그는 자리에 멈춰 섰다.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면 연예인이 나타난 것은 아닌 듯했고, 사람들은 앞뒤를 다투며 뛰어다녔다.
“뭐지?”
보통 일은 아닌 듯한 그들의 모습에 고개를 쭉 빼고 있던 근호는 큰 도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 이봐요!”
그러다 도중에 모르는 아저씨에 팔을 붙잡혔고, 그를 바라보니 표정에 공포와 다급함이 섞여있었다.
“빨리, 빨리 도망가요!”
“예? 뭔데 그래요?”
설명을 하려고 하지만 아저씨는 ‘에라 모르겠다’하며 팔을 놓고는 다시 뛰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근호의 고개를 더욱 갸웃거려질 수밖에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인데 저래.”
보통 일이 아닌 듯한 사람들의 모습에 혹시나 싶어 계속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도로변의 모퉁이를 돈 근호는 그 이유를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아 놔.”
마물의 등장. 그곳에 있는 것들은 파충류의 외견을 하고 있었지만 덩치는 성인 남성보다 더욱 컸으며 가죽으로 만들어진 옷과 나무를 깎아 만든 창을 들고 있었다.
“리자드맨이 왜 여기 있는 거야.”
이족보행을 하며 단단한 비늘과 이빨 등 강력한 신체를 지녔음에도 무기를 사용하는 신중함을 갖출 정도로 지능이 뛰어난 마물은 다름 아닌 리자드맨이었다.
“또 난이도가 올라갔잖아.”
놈들이 지금까지 나타난 마물에 비해 무서운 존재라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점을 꼽으라면 무리를 지어 다니는 습성이었다.
많은 마물들이 그러하지만 그 점이 대두되는 이유는 바로 놈들이 상하관계로 체계가 잡힌 집단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리자드맨은 이를 과시하듯 도로 한복판에 선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의 지시에 의해 다른 놈들이 차량을 부수거나 난동을 피우고 있었다.
“뭐 그건 일반 병사한테나 해당하는 얘기고.”
오크와 비교하였을 때 힘은 부족할지라도 몸놀림이 빠르다. 미처 도망가지 못하고 넘어진 아이를 향해 쇄도 하는 놈을 발견한 근호는 장바구니를 집어던졌다.
“데드볼!”
평범한 천이지만 그곳에는 아령이 들어있다. 머리에 정확히 명중한 장바구니에 리자드맨은 휘청거렸지만 그럼에도 쓰러지지는 않았다.
“역시 튼튼하네.”
그래도 위협적인 행동에 놈은 눈앞의 아이로부터 근호에게로 대상을 바꾸었다.
붉은 눈동자를 빛내는가 싶더니 찢어지는 소리를 낸다. 보고를 받은 우두머리는 다른 놈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한 놈, 두시기, 석 삼, 너구리….”
우두머리를 제외한 총 여섯 마리의 리자드맨이 창끝을 겨누며 노려본다.
“역시 훈련하기는 실전이 최고지.”
그러나 근호는 그것이 오히려 잘됐다는 듯 입고 있던 얇은 재킷을 벗어던졌다.
몸이라면 이곳까지 오는 동안 충분히 풀었다. 몇 달 전과 달리 피를 사용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꽉 쥔 두 주먹에서부터 뻗어 나온 붉은 선은 팔꿈치에서 멈춰 섰다.
“이 정도면 출근에 지장은 안 가겠지.”
아직도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했기에 몸에 무리를 줄 수는 없다. 두 팔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마력을 느낀 근호는 자세를 잡는가 싶더니 그대로 뛰쳐나갔다.
우선은 리자드맨의 발치에 쓰러진 아이를 구해야한다.
한순간에 놈의 지척으로 다가간 근호는 발을 멈추는 반동과 함께 주먹을 뻗었다.
힘이 실린 타격과 폭발하듯 튀어 나오는 마력에 리자드맨의 안면이 무너진다. 신음조차 낼 수 없는 주먹에 결국 놈의 머리통은 터져버려 아스팔트에 흩뿌려졌다.
“아이고, 힘 조절 좀 해야겠네.”
보기 흉한 광경은 치울 사람을 걱정하게 만든다. 그리고 도움을 받은 아이에게도 공포를 심어주었다.
“음, 뭐. 일단 도망가고. 나중에 꼭 카운슬링 받아야 해. 알겠지?”
떨리는 팔다리로 뒷걸음질 치며 겁에 질려 고개를 끄덕인다. 미안한 마음에 근호는 머리라도 쓰다듬어주고 싶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 같았기에 아이를 일으켜 세워주기만 했다.
밝은 모습으로 두 팔을 크게 흔들어주며 근호는 아이를 보낸 근호는 다시 리자드맨과 마주했다.
“이번엔 또 어떤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은 물론 마음까지 싸울 준비가 되었다는 듯 손을 까딱거린다.
“지갑도 비었는데 잘 됐네.”
처음 등장한 마물의 가격이 얼마로 책정될지는 모르나 급으로 봐서는 오크 이상일 것이다. 일곱 마리 중 벌써 한 마리를 해치웠기에 근호는 두둑해질 지갑을 생각하며 달려들었다.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의사소통을 내리는 리자드맨. 이미 정해진 듯 움직이는 놈들이기에 우두머리를 우선시할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머리가 잘려나가도 다른 머리가 튀어나올 뿐이다. 근호는 원형으로 둘러싸려는 놈들의 움직임을 막아내기 위해 가장 가까운 놈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망설임도 달려드는 모습에 당황한 놈이 창을 찌른다. 그러나 수평으로 쇄도하는 그것을 몸을 낮추는 것만으로 피해낸 근호는 쪼그린 자세에서 팔꿈치를 세워 힘차게 뛰어올랐고, 포위망은 곧바로 무너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처는 빠르다. 비록 동료는 쓰러졌지만 등이 훤히 드러났기에 뒤편에 선 놈이 창끝을 치켜들었다.
“리자드맨- 방패!”
다수가 하나를 상대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당연한 상황을 근호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빈손으로 넘어지려는 리자드맨을 일으켜 세워 방패로 세웠고, 뾰족하게 깎인 나무는 놈의 목을 찔러 넣었다.
비교적 부드러운 부분이었기에 곧바로 숨이 끊어진다. 남은 리자드맨은 동료를 해하였다는 것 때문인지 움직임에 망설임이 생겼고 근호는 방패로 세웠던 놈을 밀어 찼다.
뛰어들려는 발걸음이 날아오는 시체가 멈춰버린다. 그 사이 바닥에 떨어진 창을 주워든 근호는 포위를 벗어나 끝에 선 놈을 향해 다가갔다.
찌르는 창을 리자드맨이 막으려든다. 그러나 일직선으로 쇄도하던 창의 궤도가 순간적으로 위를 살짝 향하나 싶더니 그대로 턱밑을 뚫어버렸다.
느껴지는 고통에 몸부림을 치지만 마구잡이로 흔드는 팔 다리가 맞을 리가 없다. 근호는 놈을 무시하고는 다음 리자드맨에게 달려들었다.
벌써 둘이나 당한 탓인지 이번 상대는 꽉 잡은 창을 들이밀었으나 근호는 손등으로 그것을 쳐내고는 치켜세운 엄지로 놈의 목을 찔러버렸다.
전체가 들어갔던 손가락을 빼니 피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개의치 않은 채 달려드는 놈을 발견하고는 돌려차기를 선사한다.
예전 오크를 상대로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 했던 타격이 리자드맨의 목숨을 빼앗는다.
내성이 없는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좋아, 점점 익숙해지는데.”
한창 때만큼은 아니지만 점점 익숙해지는 감각에 손을 쥐었다 편다. 그러나 몸속의 혈액을 사용하여 마력을 뽑아내는 만큼 신체에는 어떤 식으로든 부담이 된다.
그렇기에 그는 한동안 이런 식으로 힘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필요하다면 사용 할 것이고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어디보자, 남은 놈들은.”
순간 붉은 선이 빛을 내는가 싶더니 근호의 손에는 롱소드 한 자루가 들려있었다. 그는 그것으로 리자드맨을 빠르게 처리했고, 이제 남은 것은 우두머리뿐이었다.
외견은 여느 리자드맨과 비슷하지만 그 덩치가 남다르고 눈두덩을 가로지르는 큰 흉터가 있다.
평범한 놈들과는 다르다는 듯 위압감을 뿜어내지만 석도에 비하면 새 발의 피조차 되지 못 한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상대가 체통을 지키겠다면 먼저 덤빌 뿐이었기에 근호는 놈을 향해 달려갔다.
“어쭈?”
맨손도 아닌 검이었기에 단박에 승부가 끝나리라 여겼지만 아래서부터 쳐올리는 검을 피해낸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다. 찔러오는 창을 무릎과 팔꿈치로 부서뜨린 근호는 검의 손잡이 끝의 품멜 부분으로 콧잔등을 찍었고.
“클리어!”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뒷걸음질 치는 놈의 머리를 베어냈다.
“깔끔… 하지는 않네.”
롱소드의 날에는 피 한 방울 묻지 않았지만 도로는 리자드맨의 시체와 피로 엉망이었다.
그 와중에 다행인 것은 마물의 위협으로 사람들이 도망쳤기에 눈앞의 광경을 보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으, 냄새. 샤워해야겠네.”
한층 움직임이 가벼워짐을 느낀 전투였지만 완전히 만족하지는 못 한다. 피가 튄 옷에서 나는 썩은 늪의 냄새에 근호는 얼굴을 찡그렸다.
“경찰도 고생이네.”
던진 장바구니에서부터 흩어진 짐을 주워 담고 있자니 사이렌을 울리며 순찰차가 다가온다. 근호는 그들의 노고에 심심한 위로를 건네며 회수업자를 부르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전화번호를 찾는 사이 멈춰선 순찰차에서 내린 경찰은 가벼운 거수경례를 건넸고, 근호는 이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수고 많으십니다.”
“선생님께서 이걸?”
눈살을 찌푸리고 구역질까지 하는 다른 이들에 비해 말을 건 경찰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덤덤했다.
“아, 예. 집에 가는 길에 이놈들이 사람들을 습격하더라고요.”
“고생하셨습니다.”
고마움을 받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 모자를 벗어들며 가벼운 목례를 하는 경찰의 모습에 근호는 웃음을 지었다.
“실례지만 면허증 좀 볼 수 있겠습니까?”
“잠시 만요, 회수업자 좀 부르… 네?”
그러나 스마트폰에 집중하던 사이 경찰의 말에 근호는 순간 당황했고, 곧이어 그는 마침 들고 있던 지갑을 꺼내어 신분증을 내밀었다.
그것은 예전에 지부로부터 발급받은 마법소의 신분증이었지만 경찰은 이를 잠깐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면허증 없으십니까?”
“이거 아니에요?”
아니라고 한다.
“잠깐 서까지 동행 부탁드립니다.”
“…에?”
붙잡힌 손목에 이끌려 뒷좌석에 올라탄다. 그리고 출발하는 순찰차.
부드럽게 흘러가는 일련의 과정 속에 근호의 입은 한 번도 다물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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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오타 수정했습니다.
2sec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