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Fantasy Became a Dead Horse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해서, 그 후에 지원군은 다시 출병했습니다. 지금쯤 장벽 인근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잔당들을 소탕하고 있겠죠.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합니다만, 저도 이곳에서의 할 일이….”
조곤조곤 이어지던 루카스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욕조에 머리를 기댄 채 듣고 있던 이안이 한 손을 슬쩍 수면 위로 들었기 때문이다.
곧 욕실 문이 열렸다. 뜨거운 물이 담긴 냄비를 든 페르마 사제가 휘청대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가 피곤에 찌든 얼굴로 이안의 욕조에 물을 부었다. 넘친 물이 바닥을 적셨다.
이안이 눈도 뜨지 않고 물었다.
“내 보수는 언제쯤 도착하지?”
“사람을… 보냈습니다. 두 분의 이름을 모두 거론했으니, 바로 처리될 겁니다.”
페르마가 체념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안은 자신에게 지급될 금화와 새로 착용할 방어구의 수령을 그에게 맡겼다. 직접 방문했다간 귀찮아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도착하면 바로 알리시오. 서두르시는 게 좋을 거요. 난 그걸 받기 전까진 안 나갈 거니까.”
“…예.”
고개를 숙인 페르마가 몸을 돌렸다.
밖으로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루카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며칠간 사제님이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경과 계약을 맺으라 종용한 게 사제님이셨으니, 교회의 관련 업무도 전부 떠맡으셨거든요.”
“뭐, 자업자득이지.”
“예…?”
“하던 얘기나 마저 이어갑시다.”
말을 자른 이안이 덧붙였다.
“요새 수비군들은 어떻게 됐소?”
“말씀드렸다시피, 반 이상 살아 돌아왔습니다. 애석하게도 몇몇은 백치가 되긴 했습니다만… 전쟁에선 드문 일도 아니죠. 그들을 살릴 수 있었던 건 위대한 백금룡과 용살자 이안 경 덕분이구요.”
이안은 자장가처럼 이어지는 루카스의 말을 가만히 귀에 담았다.
그의 설명은 아주 자세했다.
그날 밤 트라벨가의 많은 이들이 상공을 가로지르는 타락용을 보았으며, 덕분에 귀환한 병사들이 영웅으로 대접받을 수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안이 거기 타고 있었다는 걸 알린 게 입 싼 사제들뿐만이 아니었다는 것도.
“…겔루드 장군께서 모든 전황을 직접 증언하셨습니다. 덕분에 경과 백금룡의 업적은 빠짐없이 북부의 역사에 기록되었습니다. 본국에서 유명한 화가를 모실 예정이라더군요. 교회 천장에, 그날의 위대한 전투를 기록할 거라고 합니다. 장군께서 감수를 책임지시고요.”
“기록…? 천장화라도 그린단 말이오?”
이안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루카스가 미소 지었다.
“예. 북부의 전설이 현실이 되었고, 끝내 이겨 냈으니 당연히 그 신화적인 업적을 기려야죠. 완성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겠습니다만, 완성 된 후엔 타락용의 두개골과 함께 전시될 겁니다.”
“하….”
이걸 박제시키네.
이안의 입가에 헛웃음이 번졌다.
북부인 당사자들이 그리겠다는데, 말릴 명분도 없었다.
어쩌면 이미 아르케아스에게 허락을 받았을지도 모르고.
그라면 기꺼이 허락했으리라.
“겔루드 장군께선 다시 이안 경을 뵐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십니다.”
두 번 다신 안 봐야겠군.
생각하며 이안이 말을 돌렸다.
“야인 전사들은?”
“경께서 위중하신 동안에는 매일 성벽 앞에 모여들었었습니다. 경을 카르하와 거의 동일시하더군요. 하긴. 카르하와 싸웠다는 용을 경께선 죽이셨으니, 아예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점입가경이었다.
한숨을 삼킨 이안이 내뱉었다.
“지금도 그러고들 있소?”
“아뇨. 경께서 회복 중이시라는 걸 확인시켜 준 뒤에, 일단 정착지로 돌려보냈습니다. 지금쯤 요새의 복구 작업도 돕고 있을 겁니다. 며칠 뒤엔 그들도 경께서 깨어나셨단 소식을 듣게 될 테고요.”
“…적어도 당장 귀찮아지진 않겠군.”
이안은 교회를 나간 순간 곧바로 떠날 준비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여기 계속 있다간, 관심과 칭송의 바다에 빠져 익사할 터였다.
“용병들의 보수는. 내가 약속한 것이 있소만.”
“제가 전부 처리했습니다. 누락되는 인원 없이, 전부 합당한 보수를 받았죠. 남은 건 이안 경뿐입니다. 물론 대공께선 직접 감사를 표하며 전달하고 싶어 하십니다만….”
“내 대답은 듣지 않아도 알고 계시리라 믿겠소.”
“이안 경은 정말이지… 권력이나 명예에는 관심이 없으시군요. 그 누구보다도 명예로운 분이신데도요.”
“난 명예와는 거리가 먼 인간이오. 필요도 없고. 그보단 돈과 전리품을 더 좋아하지.”
“이런 순간에까지 그러실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은 원하신다면, 북부의 총사령관이 되실 수도 있으실 테니까요.”
“……?”
이건 또 뭔 소리야.
미간을 찌푸린 이안이 돌아보자, 루카스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경은 북부의 대전사이자 용살자이며, 백금룡의 용기사이기도 하십니다. 경이라면 대공과 북부인들뿐만 아니라 사제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겁니다. 물론 저 역시, 기쁜 마음으로 따를 거고요. 물론….”
루카스가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경께서 그리하시리란 기대는 크지 않습니다만. 고려는 해 보시라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트라벨가에 머무시는 동안에라도요.”
“…….”
이놈도 결국은 귀찮게 하겠네.
가라앉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이안이, 이윽고 내뱉었다.
“난 며칠 안에 떠날 거요.”
“…이렇게 바로 말씀이십니까?”
루카스의 눈이 커졌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탄식이 이어졌다.
“어째서 그렇게 서둘러서… 이제야 겨우 다시 만났는데요. 왜 굳이….”
아쉬워하고 난리야. 징그럽게.
내심 코웃음을 치면서도, 이안은 느긋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저 입에서 더는 헛소리가 나오지 않게 할 명분은 이미 있었다.
“백금룡께서 부탁하신 일이 있소.”
“배… 백금룡께서요?”
루카스가 순간 숨을 멈췄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대행자로서 수행해야 할 의뢰가 있지. 이 정도면 대답이 되겠소?”
“물… 론입니다. 백금룡께서 부탁하신 일이라면, 따라야지요. 혹, 대외적으로 알려져선 안 되는 일입니까?”
“상관은 없소만. 뭐, 이왕이면.”
“찬란한 여신께 맹세코 비밀을 지키겠습니다. 백금룡의 대행자께 도움이 되진 못할망정, 방해가 될 수는 없지요.”
뭘 또 맹세씩이나.
이안이 피식댔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얼굴로 턱을 어루만지던 루카스가,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조용히 떠나시긴 쉽지 않으실 겁니다. 경께서 채비를 하신다면, 곧 다들 알게 될 테니까요. 많은 이들이 경을 붙잡고자 애쓰겠죠.”
이안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가 루카스를 돌아보았다.
“그러니 경께서 돕겠단 말로 들리는데.”
“물론입니다. 경께는 내내 도움만 받았으니까요.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다면, 뭐든 할 겁니다. 염려 말고 계십시오.”
“마차면 충분할 거요. 내 말 두마리가 이미 마구에 있으니.”
“그 말은 두고 가시죠. 가장 좋은 전마 두 마리를 내 드리겠습니다. 마차에 식량도 가득 채워서 대령하도록 하고요.”
“그러시다면야. 사양하지 않겠소.”
덕분에 또 손 안 대고 코 풀겠군.
이안은 기분 좋게 몸을 문질렀다.
기사들은 물론 냉정한 살인 병기 들이지만. 반대로 자신들이 인정하거나 충성하는 상대에게는 이런 호구가 또 없었다.
물론, 명예를 알고 신앙심이 깊은 기사들만 해당되는 얘기였다.
끼익-
이윽고 문이 살짝 열렸다.
페르마가 문 앞에 선 채 내뱉었다.
“이안 경. 경께서 받으실 물건들이 도착했습니다.”
“내 방으로 가져다 놓으라 하시오. 사제님은, 여기 뒷정리할 준비를 하시고.”
“…예.”
페르마가 다시 문을 닫았다.
사제는 아무리 부려먹어도 전혀 미안하지가 않군.
생각하며, 이안이 몸을 일으켰다.
묵은 때를 벗긴 알몸이 드러났다.
온몸에 가득한 크고 작은 흉터들.
이 중 절반가량은 새로 생긴 흔적이었다.
‘땅에 부딪히고 뼈가 살을 뚫고 나오고, 난리도 아니었던 거겠지.’
태연하게 물기를 닦던 이안이 문득 쓴웃음을 지었다. 그 몰골에서 이렇게 멀쩡하게 회복했으니, 살아 있는 기적 취급을 받을 수밖에.
“그러고 보니, 경께 이 말씀을 드린 적은 없군요.”
그를 가만히 바라보던 루카스가, 문득 입을 열었다.
이안이 고개를 돌리자, 그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을 이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안 경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북부는 죽음과 혼란만이 가득했을 겁니다.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것조차 부끄럽군요. 저는 경의 경고를 듣고도, 끝내 장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으니까요.”
…욕실에서 들을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생각하면서도, 이안은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난 그저 의뢰를 완수하려 최선을 다한 거요. 그리고 북부는, 그저 한 번의 위기를 넘겼을 뿐이지.”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순간 굳어진 루카스가, 이윽고 탄식하듯 내뱉었다. 꿈에서 단숨에 깨어난 것 같은 얼굴.
수건을 툭 떨어뜨리며 이안이 덧붙였다.
“검은 벽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잖소?”
“……!”
“그러니까….”
그의 검은 눈이, 루카스의 흔들리는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다음번엔 철저히 대비하시오. 그때는 백금룡은 물론이고 나 역시 없을 테니.”
“명심… 하겠습니다.”
이윽고 루카스가 힘을 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눈은 어느새, 신탁이라도 내린 것처럼 비장해져 있었다.
두 번 방심은 안 하겠구만.
시선을 거둔 이안이 걸음을 옮겼다.
“부탁한 일은, 최대한 빨리 준비해 주시오.”
그가 밖으로 나갔다. 끼익, 흔들리던 문이 다시 닫혔다.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던 루카스가, 비로소 탄식했다.
“검은 벽의 침식이… 결국은 다시 시작된단 말인가.”
근거라고는 없는 말이었지만, 결코 흘려 들을 수는 없었다.
그 말을 한 이가 북부의 새로운 초인이었으니까.
손끝을 가늘게 떨던 루카스는, 곧 으스러질 듯 주먹을 움켜쥐며 욕실을 나섰다.
벨리움 요새에서의 위대한 승리는, 이미 그의 뇌리에 남아 있지 않았다.
***
“불편한 곳은 없으십니까, 이안 경?”
이안이 방어구를 걸치는 걸 돕던 남자가 깍듯하게 물었다. 그를 돌아본 이안이 짧게 혀를 찼다.
“그쪽 말투가 불편하군.”
보상이 담긴 궤짝을 들고 온 건, 다름 아닌 트라벨가의 북문을 지키던 관문 대장이었다.
장비를 확인하고 검수한 뒤에, 병사 둘을 이끌고 직접 교회를 찾아온 것이다.
관문 대장이 머쓱하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북부의 영웅께 펺게 대할 수는 없잖소. 심지어 난 벨리움 전투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무슨 상관인지. 아는 얼굴이라 편하게 채비할 생각이었는데, 덕분에 별반 다를 것도 없군.”
“왜 없겠소? 내가 귀하의 물건을 얼마나 꼼꼼하게 확인했는데.”
풀썩 웃으며 대답한 관문 대장이, 한결 편해진 얼굴로 턱짓했다.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말씀하시오. 바로 바꿔 올 테니까.”
“필요 없소. 잘 골라 왔군.”
이안이 장갑을 딱 맞게 조이며 대답했다.
사타구니까지 덮는 제국 강철로 만든 사슬 갑옷. 그 위에 겹쳐 입는 흉갑과 각반, 견갑 등등도 전부 제국 강철로 만든 희귀 등급의 방어구들이었다.
관문 대장이 하나같이 가장 좋은 물건들로 챙겨 온 것이다. 심지어 내구도 손실도 거의 없는, 관리가 잘 된 물건들이었다.
‘이젠 사슬에 판금을 잔뜩 걸쳐도 별 불편함이 없네.’
북부에서 오른 힘 수치뿐 아니라, 이번에 잔뜩 올린 체력도 그의 육체에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제는 기사로 오해받는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쓴웃음을 삼킨 이안이, 문 앞에 선 관문 대장을 돌아보았다.
“난 곧 트라벨가를 떠날 거요. 아마 길어야 사흘 내로.”
“……!”
“아마 남문으로 나갈 거요.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이왕이면 조용하게 떠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겠소?”
“…그런 건 물으실 필요도 없소.”
잠시 굳었던 관문 대장이, 오히려 기쁘다는 듯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귀하의 부탁이라면 죽는 것 빼고 뭔들 못 들어드리겠소. 며칠 밤새는 거야 일도 아니지.”
“루카스 경에게 가시오. 내 부탁을 받았다고 하면, 알아서 처리해 줄 거요.”
“걱정 마시오. 보고하고 바로 한숨 자러 가야겠군. 내일 아침부터 퇴근 없이 남문을 지킬 테니, 언제든 오시오.”
고개를 까딱인 그가 몸을 돌렸다.
이래서 인맥이 중요하다니까.
생각하며 마무리를 마친 이안이, 문득 탁상 앞으로 다가갔다.
단죄의 검.
“…한동안 검 부러질 걱정 없어서 좋았는데.”
읊조리며 검을 집어 든 이안의 눈매가, 이내 꿈틀댔다.
“호오…?”
부러진 검신 내부에서, 아직도 옅은 신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보창을 확인해 보니 아직도 내구도가 남아 있었다. 심지어 이름도 바뀐 채였다.
부러진 단죄의 검. 아직도 단죄의 일격을 사용할 수 있었다. 검의 내구도가 떨어지는 페널티가 추가되긴 했지만.
‘원래도 버릴 생각은 없었지만….’
잘 가지고 다녀야겠군.
생각하며 부러진 단죄의 검을 아공간에 넣은 그는, 대신 북부 전사의 장검을 꺼내 허리에 찼다.
비로소 전신의 무게감이 은근하게 몸을 감쌌다.
벨리움 요새에서의 기억들이 절로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하나 같이 현실성이 없는 기억들이었다. 용과 싸우다니.
수많은 버프와 아르케아스가 아니었다면, 제대로 싸우긴커녕 뭔가 해 보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했으리라.
그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그때의 감각이 아직도 몸에 남은 모양이었다.
“하….”
이안이 실소를 흘렸다.
루카스에게 잘난 척 하며 말하긴 했지만.
그저 하나의 고비를 넘겼을 뿐인 건, 사실 그도 마찬가지였다.
이 세계에는 타후므리트와 필적하거나 더 강할지도 모르는 것들이, 아직도 잔뜩 도사리고 있으니까.
이번과 같은 운과 도움을, 언제까지 기대할 수는 없으리라.
오롯이 자신의 능력만으로 그런 괴물들과 맞서야 할 순간이 분명히 찾아오겠지.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이 망캐로?’
이안은 다시 한번 실소했다.
의미 없는 자문이었다. 죽고 싶지 않다면, 해내야만 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어떻게든.
이안은 궤짝에서 묵직한 돈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주머니의 무게가, 당분간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리라는 걸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주머니를 가볍게 던졌다가 받은 그는, 그대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로브를 갑옷 위에 억지로 뒤집어썼다.
로브에 달린 두건까지 깊이 눌러쓴 그는, 더는 미적거리지 않고 몸을 돌렸다.
돌아갈 시간이었다.
***
끼익-
설산 두꺼비 여관의 문이 열렸다.
낮부터 적당히 북적이던 장내가, 몇 초 지나지 않아 조용해졌다.
“…….”
안으로 들어선 이안이, 눌러쓰고 있던 두건을 벗었기 때문이다.
용병들은 물론, 심지어 여급마저도 시간이 멈춘 것처럼 이안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적막은 길지 않았다.
“대장…? 정말 대장이시오…?”
입에 머금은 술을 질질 흘리던 트루드가 이윽고 내뱉은 것이다.
개 더럽네 진짜.
미간을 찌푸린 이안이 대답했다.
“이제 대장은 아니지. 의뢰는 끝났으니까.”
“루 솔라 맙소사… 북부의 초인이시여….”
탄식과 함께, 트루드는 물론 장내의 용병들이 하나둘씩 의자 아래로 내려갔다.
이안의 미간이 더 구겨졌다.
또 시작이군.
“동작 그만. 지금부터 내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놈들은, 평생 무릎으로 걸어 다니고 싶다는 뜻으로 알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