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Fantasy Became a Dead Horse RAW novel - Chapter 396
396화
“수고비야. 여기 머무는 동안은 계속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 단검 값도, 물론 포함이고. 그런데….”
디아나의 다소 멍한 늪색 눈을 올려다보며 말한 이안이, 이내 가면 쪽으로 오른손을 가져가며 덧붙였다.
“날 약속도 지키지 않는 실망스러운 인간으로 봤다니. 그냥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지는-.”
“-사과할게.”
거의 몸을 던지듯 다가오며 내뱉은 디아나가, 화들짝 양손을 뻗어 가면 위를 가렸다.
“내가 실언을 했다. 이안 호프. 방금 내가 한 말은 전부 잊어 주면 좋겠군. 너는 내가 본 중에 가장 명예로운 인간이며, 그 누구보다도 신의 성실한 용병이야.”
한쪽 무릎을 땅에 댄 채, 디아나가 숨도 쉬지 않고 덧붙였다.
그녀의 눈을 바라보던 이안이 이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진심이 느껴지네. 받아주지.”
“후, 후우….”
이안이 오른손을 다시 물 속으로 넣자, 디아나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곧 그녀가 가면을 막고 있던 손을 좌우로 펼쳤다. 가면 안쪽을 잠시 떨리는 눈으로 내려다본 그녀가 궐련을 집어 들었다.
저번에 핀 것보다 짧고 얇은 건, 핀드렐의 궐련이어서였다.
디아나가 궐련을 홀린 듯 바라보는 사이.
“왜. 작아서 마음에 안 들어?”
이안이 툭 덧붙였다.
“그, 그럴리가…!”
화들짝 고개를 저은 디아나가, 궐련을 자신의 흉갑 측면의 틈에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제야 비로소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그녀가 이안을 마주 보았다.
“감사를 표하겠다. 이안 호프. 너는 역시, 에레노스의 은인이야.”
“드디어 은인으로 인정받는군.”
피식 웃은 이안이 손에 쥔 가면을 까딱대며 말을 이었다.
“뜨거운 물은 문 앞에 둬. 그리고 내일부터는, 식사를 집에서 하고 싶은데.”
“그래. 알았어. 내가 받아서 가져다주지.”
디아나가 냉큼 대답했다. 불쾌감은커녕, 입꼬리에 여전히 미소를 띄운 채였다.
…요정의 긍지는 궐련 한 대 값이었나.
내심 읊조리며, 이안이 가면을 쥔 손을 놓았다. 짐승 가면을 품에 꼭 끌어안은 디아나가 안도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바로 가서 다시….”
내뱉던 그녀의 시선이, 문득 이안의 물에 젖은 왼 팔뚝에 고정됐다.
단단한 근육과 팔을 뒤덮은 전투 문신.
“…끓여 오겠다.”
딱딱한 말투가 된 그녀가 벌떡 일어섰다. 재빨리 몸을 돌리면서, 가면의 고정끈을 풀어 목에 걸치는 채였다. 양동이를 집어 드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안이 덧붙였다.
“소문내지 마라. 자다가 다른 귀쟁이들의 습격을 받고 싶진 않으니까.”
“걱정마.”
욕실 밖으로 나간 디아나가, 문 앞에 서서 이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이건, 단 한 모금도 빼앗기는 일 없이 전부 혼자 필 거니까.”
태엽 감기는 소리와 함께 문이 위로 솟아올랐다. 디아나의 미소 맺힌 얼굴이 그 너머로 사라졌다.
하긴. 돗대를 나눠 필 리가 없지.
생각하며, 이안은 다시 미끄러지듯 상반신을 물에 넣었다.
욕조 가장자리에 뒤통수를 기댄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이제 디아나는 온 진심을 다해 시종을 자처하게 될 터였다. 궐련을 한 대 더 얻을 수 있게 되길 내심 기대하면서.
‘애석하게도….’
이제 더는 안 줄 거지만.
요그의 속삭임이 뇌리로 파고든 건 그때였다.
-너는 혼자 있을 때 가장 음험하게 웃는군. 친구.
녀석은 어느새 다시 기어 올라와 수면 위를 헤엄치고 있었다.
이 녀석이 물을 좋아하는 건, 본래 늪지의 원한의 영향일 터였다. 사라진 게 아니라 하나로 이어졌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안이 눈을 반개하며 읊조렸다.
“떠들지 마. 루시 자고 있으니까.”
-잊었나 보군. 루시에게 새겨진 단말은, 너를 중심으로 이어진 거야.
하지만 요그의 속삭임은 태연하게 이어졌다.`
-너를 통하지 않고 녀석에게 속삭이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얼마든지 가능하단 얘기지.
“쓸데없이 섬세하고 지랄이야….”
콧방귀를 뀐 이안이, 수면 위로 다시 왼손을 내밀며 덧붙였다.
“내 평화도 깨뜨리면 안 되긴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조용히 헤엄이나 쳐라.”
-무의미한 걸 즐기는군….
요그가 낮게 키득댔다. 어쨌건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이제야 좀 조용하네. 생각하며, 이안은 왼손 손등을 비로소 눈에 담았다.
손등 한복판. 본인이 아니라면 알아차리기 어려울 만큼 흐릿하게 새겨진 육각형의 진언 회로.
‘진언 공명….’
뒤이어 스킬 창, 공용 카테고리에 새롭게 생긴 스킬을 확인한 이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용의 권역에서만 활성화 가능한 조건부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게 설명의 전부였다.
‘모든 용의 둥지에서 쓸 수 있는 건가. 아니면, 여길 만드는 걸 도운 게 정말 아르케아스인 건가.’
확실한 건 백금 방벽이 없었더라도 이 스킬을 손에 넣었으리란 사실 뿐이었다.
표면에 드러나 있어 가장 먼저 반응했을 뿐. 공명의 파장은 그의 전신으로도 번지지 않았던가.
몸속에 스며든 용의 진원에 반응한 것이리라.
‘용의 대행자가 되면 얻을 수 있는 이벤트 스킬인 건 알겠는데…’
막상, 쓸 일은 별로 없지 않나?
이안은 짧게 입맛을 다셨다.
물론, 대륙 곳곳에 용들이 버리고 간 둥지들이 감춰져 있다는 사실은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의 거대한 흐름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었다. 공략 글에서도 일종의 이스터 에그에 불과하다고 쓰여 있지 않았던가.
물론 이곳에서는 당장 사용할 수 있겠지만. 도시를 발칵 뒤집어 놓을 뿐, 다른 그 어떤 의미도 없을 터였다.
하긴. 이 도시의 소유권 정도는 주장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다고 도시의 주민들이 그를 따르거나 협조하지는 않겠지만.
‘…그럼 역시, 역천룡을 상대할 때 쓰라고 만든 스킬인가.’
이안이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생각해도, 가장 설득력 있는 추론은 이것뿐이었기 때문이다.
용의 무덤에 어떤 진언 회로가 새겨져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뭐건, 놈을 상대할 때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어쩌면 본래는 용의 무덤에 발을 들였을 때 얻게 되는 스킬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더 내가 거길 가지 못하게 했던 건지도.’
할 만한 싸움이라고 생각하면, 제 발로 물러나진 않을 테니까.
백금룡을 떠올린 이안의 입가에, 이윽고 옅은 쓴웃음이 맺혔다.
지금쯤이면 자신의 실종을 깨닫고도 남았으리란 확신이 들어서였다.
모든 용은 언젠가 필연적으로 광기에 물들 운명이라던 그의 말이 뒤이어 문득 뇌리를 스쳤다.
‘설마하니 대행자 하나 때문에 미치지는 않겠지만….’
검은 벽을 무너뜨리는 데에 더 깊이 몰두하게 될 계기 정도로는 차고 넘칠 터였다.
고개를 가볍게 털며 스킬 창을 닫은 이안이, 이내 뜨거운 물에 깊숙이 머리를 담갔다.
어쨌건 당장은, 간만의 마음 편한 휴식을 조금이라도 만끽해야 했다.
머잖아, 또다시 지금 이 순간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날이 있을 테니까.
***
“…….”
이안은 모포 속에서 눈을 떴다.
따듯한 온기. 명상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렇게 편안하게 깊이 잠들어 본 게 얼마 만인지 알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선, 이대로 조금 더 누운 채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다.
-드디어 깨어났군. 답답해서 더는 참기 힘들었는데 말야.
평화를 깨뜨린 건 요그였다. 짧게 혀를 찬 이안이 느릿느릿 상반신을 일으켰다. 천장이 다소 낮은, 모든 가구를 축소해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장내가 펼쳐졌다.
이안이 잠을 청한 건 구석진 바닥이었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바닥의 온기를 온전하게 느끼기 위해서였다.
낡아빠지고 지저분한 모포 속인데도, 덕분에 몸이 아주 따듯하고 가벼웠다.
‘도시에 흐르는 용의 마력 덕분일지도….’
옆의 출입구에서 루시아가 고개를 쑥 내민 건 그때였다.
“일어나셨어요?”
태연하게 묻는 녀석의 얼굴은 한결 뽀얗고 깨끗해진 상태였다. 그가 잠든 사이 제대로 씻은 모양이었다. 먼지와 체액으로 떡 져 있던 붉은 머리도 촉촉하게 찰랑댔다.
“일어난 지 얼마나 됐냐?”
“글쎄요…. 한 두세 시간쯤 된 것 같아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선 이안이 덧붙였다.
“디아나는? 식사를 가져다주기로 했는데.”
“안 왔어요. 왔어도, 아마 안으로 들어오진 않았을 거예요. 이안 님이 주무시는 걸 알 테니까.”
“그럼 지금까지 굶었겠네.”
“그럴 리가요.”
입꼬리를 슬쩍 말아 올린 루시아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육포가 남았잖아요. 조금 먹었어요.”
“아, 그래? 잘 했네.”
이안이 방을 나서며 덧붙였다.
“그래도 되도록 여기선 그건 건드리지 마. 그걸 다 먹으면 그때부턴 이 동네 육포를 먹어야 하니까.”
“괜찮아요. 뭐든, 먹을 수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루시아가 태연하게 덧붙인 말에, 이안이 풀썩 웃음을 흘렸다.
딱 그가 할 법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몸은 괜찮고?”
식탁으로 다가선 이안이, 그 위에 놓여 있던 백린 갑옷을 집어 들며 물었다. 루시아가 어깨를 으쓱였다.
“가벼워요. 오랜만에 편하게 푹 잤잖아요. 공기도 좋고요.”
이렇게들 두더지가 되는 건가.
내심 읊조린 이안이 백린 갑옷을 몸에 걸쳤다.
“그럼 나갈 준비 하자. 식사는 해야 하니까.”
“식당에서 드시는 건 어제로 마지막 아니었나요?”
루시아가 선선히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면서 묻자, 이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시종이 안 왔잖아. 그러니 우리가 가야지.”
가면을 너무 일찍 줬나.
생각하며 각반까지 걸친 이안이, 아공간에서 꺼낸 진은 강철 장검을 허리띠 사이에 찔러 넣었다.
드드득….
이미 문 앞에 서 있던 루시아가 손잡이를 당겼다. 그 앞으로 다가간 이안이 지하도시로 성큼, 걸음을 내디뎠다.
계단처럼 이어진 지하도시. 공동 한복판을 가르는 냇물과 그 너머, 차근차근 솟은 경작지와 공방의 전경이 펼쳐졌다. 진언 회로가 가득한 벽면과 천장도.
도시가 조금 더 조용하게 느껴지는 건, 수색병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일 터였다.
“……?”
몸을 돌리며 고개를 숙인 이안의 눈매가 설핏 가늘어졌다. 물론 잠깐일 뿐이었다. 이내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며, 이안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래… 먹튀는 아니었군….”
그의 거처로 이어진 길목의 건물 벽면에, 가면을 뒤집어쓴 디아나가 기대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낯익은 난쟁이 둘이 못마땅한 얼굴로 서서 뭐라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붉은 수염과 곱슬곱슬한 검은 수염. 수로 출입문을 열어주었던 그 난쟁이 경비병들이었다.
-작은 털보들이 많네.
루시아가 뒤로 따라붙는 가운데, 요그가 심드렁하게 속삭였다.
저 두 난쟁이가 전부가 아니었다.
길 너머. 내성으로 이어진 광장 곳곳에 난쟁이들이 여럿 배회하고 있었다.
몇몇은 벌써 이안을 발견한 듯, 이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중이었다. 난쟁이들을 노려보던 디아나가 뒤를 돌아본 건 그때였다.
“날 기다리는 것 같은데.”
이안이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내뱉었다. 디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땅딸보들이 그러고 싶다더군. 네 집 앞에서 기다리겠다는 걸, 막아두고 있었어.”
“잘 했네.”
난쟁이들의 성격상, 문을 두드렸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간만의 단잠을 방해받았다면 분명 기분이 꽤나 나빴으리라.
원활한 거래도 물 건너갔겠고.
내심 덧붙이며, 이안은 붉은 수염 난쟁이를 돌아보았다. 이미 그를 바라보고 있던 붉은 수염이 턱을 까딱였다.
“거, 반갑소. 길쭉한 친구. 우리 구면이지?”
“그래서, 무슨 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멈춰선 이안이 물었다. 그러면서도 뒤편으로 다가오는 다른 난쟁이들을 일별하는 채였다.
“그게….”
두툼한 콧잔등을 긁적인 붉은 수염이, 곱슬 수염과 눈빛을 교환하며 조금 더 앞으로 다가왔다. 그들을 마주 본 채, 디아나가 뒷걸음질을 치며 따라붙었다.
이안과 난쟁이들 사이를 가로막기라도 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충신 다 됐네.’
이안이 내심 웃음을 삼키는 사이, 멈춰 선 붉은 수염이 물었다.
“갑옷이 워낙 범상치 않아 보여서 말이오. 지금 보니, 검도 그래 보이고.”
“아, 이거?”
모른 척 백린 갑옷을 내려다 본 이안이 어깨를 으쓱였다.
“요정 유물이라던데.”
“……!”
디아나가 놀란 듯 이안을 돌아보는 가운데, 시선을 교환한 두 난쟁이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귀쟁이들이 그런 걸 만들 수 있을 리가. 난쟁이 명인에게 의뢰해서 구매한 물건이라면 모를까.”
턱을 긁적인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요정들이 이걸 직접 만들었다는 것보다는 훨씬 더 설득력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건 요정이 소유했던 난쟁이 유물이라고 불러야겠군.”
“뭘 좀 아는 친구로군. 흠, 그래… 옆의 빨간 머리 아가씨가 걸치고 있던 장비들도 아주 훌륭하더군. 죄다 진은을 섞어 만든 것 같던데. 안 그래?”
미소 지은 채 말한 붉은 수염이, 이안 뒤편의 루시아를 돌아보며 물었다. 루시아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하지만 그건, 나와 비슷한 수준의 장인이 만든 물건이었어. 우리 정도 되면 바로 알아볼 수 있지. 하지만 길쭉한 친구. 자네 물건은….”
붉은 수염의 시선이 이안 쪽으로 돌아왔다.
“이것들은 명인의 솜씨지. 갑옷. 각반. 그리고 그 검까지도. 그러니까… 우리가 좀 볼 수 있겠나?”
거리로 접어드는 난쟁이들을 거슬린다는 듯 일별한 붉은 수염이 덧붙였다.
“이 도시에는 뛰어난 장인들이 많지. 하지만 명인의 반열에 오른 이는, 아쉽게도 한 명도 없어. 자네가 물건을 빌려준다면, 자세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수 있는 게 아주 많을 거야.”
“아예 분해해서 살펴보고 싶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거기까진 바라지도 않지만. 허락해 준다면 아주 큰 도움이 되겠지.”
이안이 심드렁하게 내뱉은 말에, 붉은 수염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곱슬 수염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이안의 눈앞으로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장인들의 열망. 난쟁이 장인들에게 특정 수준 이상의 장비들을 보여주면 완료되는 퀘스트였다. 보상은 약간의 경험치와 물음표.
‘퀘스트까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생각하며 그가 창을 닫는 사이, 조바심이 나는 듯 혀로 입술을 훑은 붉은 수염이 덧붙였다.
“게다가 자네 갑옷은,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군. 그대로 계속 쓰다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망가질 거야. 보여준다면, 최선을 다해 수리해서 돌려주지.”
“글쎄….”
짐짓 고민하듯 턱을 어루만지던 이안이, 이내 어깨를 으쓱였다.
“겨우 그것만으로는 그다지 매력적인 제안이 아닌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