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23
24화
-비밀 던전 (2)
나는 망설임 없이 모든 스탯을 힘에 투자했다.
[힘: 85]힘 스탯 85.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B급 헌터도 쉽지 않은 스탯이었다.
올라간 스탯을 보고 손에 힘을 줬다.
후드득.
그리고 가볍게 나를 짓누르고 있었던 돌덩이를 치워냈다. 확실히 꼼짝도 못 하던 게 거짓말같이 쉽게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쇠파이프를 발견하고 무기로 삼았다. 주변이 폐건물이라 그런지 쇠파이프들이 널려 있었다.
기긱-
갑작스러운 스탯의 변화가 몸에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냥 쇠파이프를 쥐는 것인데도 파이프가 찌그러졌다.
“처음 각성했을 때 같네. 살살 쥐어야겠다.”
처음 각성의 징조가 보였을 때 힘 조절을 못 해 침대나 문고리를 부숴 버렸던 일들이 떠올랐다.
헌터가 되고 나서는 힘 조절에 익숙해져 그럴 일이 없었다. 하지만 스탯이 갑자기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니 적응이 안 돼 힘 조절이 쉽지 않았다.
들었던 파이프를 버리고 바로 나동그라져 있는 다른 파이프를 들고 조심히 쥐었다.
기긱-
“좀 어렵네.”
그렇게 몇 개의 파이프들을 찌그러트리고 나서야 변화된 힘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파이프를 제대로 잡고 공격 자세를 취했다.
골렘들도 무언인가 변한 것이 느껴졌는지 공격하던 것을 멈추고 동시에 덤벼들기 시작했다.
크워어-
깡!!
골렘들이 휘두르는 공격을 겨우 피하고 쇠파이프로 골렘의 다리를 힘껏 내리쳤다.
크아아-!
깡 소리가 나며 파이프가 휘어졌다. 무기가 던전용 무기가 아니다 보니 만족스러운 공격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파이프만 망가진 것은 아니었다.
골렘이 괴로워하며 부서진 자신의 다리를 봤다. 돌가루가 흩어지며 다리에 금이 쩌적 나 있었다. 꽤 괴로울 것이다.
그런 골렘 뒤로 다른 녀석이 느릿하게 나오더니 내게 주먹을 휘둘렀다.
골렘은 방어력이 높은 대신 공격 속도가 느리므로 그리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다.
“느려서 다행이네. 이 파워에 속도까지 빨랐으면 사기긴 하지.”
골렘의 주먹을 피하면서 바닥에 있던 다른 쇠파이프를 주워 들었다.
바닥에 널린 것이 공사 부자재들이었기에 넘치는 것이 무기였다. 비록 일회용이긴 했지만.
깡-
다시 공격해 오는 골렘의 팔을 부숴 버리고 다리를 다쳐 움직이지 못하는 골렘의 머리를 강타했다.
손에 오는 충격 때문에 무기를 놓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컹컹-!!
게다가 소환한 울파란이 확실히 피해를 주고 있었다. 한 번 물어뜯을 때마다 금이 쩌적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있었다.
이건 해볼 만했다.
머리에 금이 많이 가 있는 골렘을 확인하고 다른 골렘의 공격을 피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다시 강하게 파이프로 머리를 공격했다.
깡-!
아예 머리 위로 올라타고 싶었지만, 본격적으로 공격을 시작한 골렘들 사이에서 무사히 안착하기가 쉽지 않았다.
눈치를 보며 한 마리만 죽어라 공격했다.
그것도 공격했던 곳만.
깡, 깡, 깡-!
크아아악-
한 열댓 번을 내리쳤을까, 결국 골렘이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띠링.
[처치 몬스터: 2]“좋았어!”
쾌재를 부르며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제한 시간: 19분 38초]생각보다 많이 시간이 지났다.
“처치 속도가 너무 느린데.”
순식간에 시간이 훅 지나가 있는 것을 보고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빠르게 처치하기 위해서는 역시 버프나 디버프가 최고였다.
“바위를 깨트릴 만한 노래 없나?”
느리지만 확실히 공격해 오는 골렘들의 공격을 피하며 곰곰히 생각해 봤지만, 한 가지 효과만을 위한 노래를 부르려다 보니 오히려 더 생각이 나지 않았다.
“뭔가 날카롭고 비수를 꽂는 듯한 그런 노래…. 어.”
번뜩 떠오른 생각에 잠시 망설여졌다.
“팩폭하는 가사도 되나?”
언젠가 길거리에서 들었던 힙합곡이 떠올랐다.
굉장히 유명한 사람의 노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팩폭당했다며 장난스럽게 가슴을 움켜쥐던 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생각인 것 같았다.
가사도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너 열심히 살아- 돈 모아- 그 나이에 아직도 집구석에 있으면서 부모님께 미안하지도 않니-”
이 가사를 들으며 묘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부모님이 안 계셔서 그런가.
띠링.
[연주 완료. 스킬이 적용됩니다.적용 시간: 10분] [거짓과 허구로 가득한 노래!] [엉망진창으로 완곡 완료. 20%의 확률로 공격 시 상대의 약점을 집중 공격합니다.]
아니 이게 뭐야.
아무래도 랩이다 보니 제대로 부른 부분보다 대충 흥얼거리며 넘긴 부분이 많았다.
그렇지만 ‘엉망진창’이라니. 그래서 그런지 적용시간도 10분밖에 나오지 않았다.
20% 확률이라 애매하기 짝이 없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거짓말이랑 허구가 가득한 노래라고?”
대체 이 노래 쓴 인간은 어떤 생각으로 노래를 만든 거야?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상황은 최악이었으나 얻어가는 것도 있었다. ‘엉망진창’으로 부르게 되면 효과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지금은 한탄할 때가 아니었기에 정신을 차리고 공격에 나섰다.
골렘의 주먹을 피해 냅다 후려갈기는 순간….
투쾅!!
이제까지 느껴본 적 없던 손맛이었다. 20% 확률이 적용된 것이다.
“이거…. 짜릿한데?”
쇠파이프에 처맞은 골렘은 순간 휘청거리며 주저앉았다. 하지만 곧 다시 멀쩡히 일어나는 걸 보니 아직 체력이 많이 남은 놈인 듯했다.
체력이 없는 놈부터 없애기 위해 울파란을 바라봤다.
울파란은 버프를 거는 와중에도 열심히 골렘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살짝 지쳐 보이는 울파란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빠르게 골렘에게 다가가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휘익-
까앙-!
버프 효과가 적용되지 않은 듯 아까와 같은 손맛은 없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대미지를 입은 것처럼 털썩 무릎을 꿇는 골렘.
종아리와 허벅지 사이를 연결하는 마디 부분에 큰 균열이 가 있었다.
“아, 왜 이걸 생각 못 했지.”
생각해 보면 골렘의 약점이라고 한다면 단단한 면보다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는 마디 부분이었다.
이런 당연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한탄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이 어딘가.
확실히 골렘들이 주춤하며 마디 부분을 보호하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어찌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깡-!
다른 파이프를 집어 들어 한쪽 다리에 균열이 간 골렘의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파이프를 휘둘러 다리의 마디를 잇고 있는 부위를 강하게 내리쳤다.
크워억-!
골렘의 다리는 무너져 내렸고 괴로운 괴성을 내질렀다.
쓰러진 틈을 타 울파란이 골렘의 머리로 뛰어올라 마지막 마무리를 가했다.
컹!!
콰직-!
띠링.
[처치 몬스터: 3]“좋았어!”
남은 시간은 10분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3마리나 처리했으니 지금처럼 하다 보면 금방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얼른 다음 골렘에게로 달려갔다.
새로운 파이프를 줍는 것도 잊지 않았다. 먼저 골렘의 움직임을 묶기 위해 다리를 공격했다. 양다리를 부수는 데는 2개의 파이프가 희생됐다.
이곳이 공사 중인 임대 건물이라 다행이었지, 아니었다면 나는 이미 무기가 다 떨어져 골렘에게 두들겨 맞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아니면 밤새도록 주먹질로 골렘을 상대하고 있거나.
뭐 제한 시간이 있었으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서도.
다른 파이프를 들고 나머지 한 마리를 처치했다.
깡-
컹컹!
크워어-!
콰직–!
[처치 몬스터: 4] [제한 시간: 4분 40초]한 마리를 잡는 데 약 5분을 소요했다. 간당간당하게 나머지 한 마리도 처리할 수 있겠다 싶었다.
“후, 마지막이네. 길었다, 이 녀석들아.”
마지막 남은 골렘의 머리 위로 빠르게 기어 올라가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3번 정도 내려치자 파이프가 망가졌다.
잽싸게 내려와 파이프를 다른 것으로 바꾸며 다시 골렘의 머리를 타고 올라가 공격했다.
“네 친구들 곁으로 보내주마.”
콰직!
크아아악-!
손맛이 있다. 골렘은 함몰된 머리를 붙잡으며 비명을 지르다 이내 쓰러졌다.
결국 5마리를 전부 처치한 것이었다.
[제한 시간: 1분 33초]시간도 아까보다 더 빨랐다. 익숙해지니 처치하는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휴우. 끝났다.”
울파란은 전투가 끝나자마자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소환됐을 때처럼 빛과 함께 사라졌다.
처음 뽀송한 모습이었다가 꼬질한 모습으로 사라지는 녀석을 보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이겼으니 상관없었다.
나는 시험 통과 알림을 느긋하게 기다렸다.
[제한 시간: 1분 30초]“어? 왜 안 멈추지?”
하지만 이상하게 남은 시간은 사라지지 않았고, 성공했다는 알림 또한 아무리 기다려도 뜨지 않았다.
뭔가 잘못됐나 싶어서 알림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하지만 역시 시간만 지날 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얼마 후 마정석을 전부 줍고 나자 몬스터들은 쓰러진 자리에서 그대로 다시 땅으로 사라졌다.
그때.
“어? 뭐지? 왜 다시 진동이 울리는 거야. 설마…!”
골렘들이 사라진 자리에서 땅이 위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게 뭐야??”
아까와는 진동의 세기와 울림이 확연히 달랐다.
직감적으로 시험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느꼈다.
“그럼 그렇지, 이렇게 금방 주인이 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리고 시험은 이제부터가 진짜였음을.
“으아악!!”
서 있던 자리까지 땅이 솟구치자 나는 중심을 잃고 바닥을 굴러야 했다.
다행히 잠시 후 진동이 멈췄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골렘을 보고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천장을 뚫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골렘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자, 자이언트 골렘!!”
지금은 함께 싸워 줄 울파란도 없었다. 나머지 소환석이 2개 있긴 했지만 1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하는 것은 낭비였다.
놀란 입을 다물기도 전에 거대한 주먹이 날아와 얼굴에 꽂혔다.
퍽!!
“억!”
어떤 제스처도 취하지 못한 채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트럭에라도 부딪힌 듯 순간 정신을 잃었지만 본능적으로 몸을 굴려 고통을 최소화했다.
이 자이언트 골렘은 아까와 같은 미니 골렘들과는 속도도 공격력도 달랐다.
다시 자세를 잡기도 전에 다음 공격이 날아왔다.
크워어억-!
퍽!
“으윽!”
이번에는 정신을 차리고 공격을 몸을 날려 피했지만 바로 다음 공격이 날아와 다시 나동그라졌다.
“미친, 이런 걸 어떻게 이기라고! 이게 난이도 D급인 게 말이 되냐!!”
무적 효과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간신히 공격 세례에서 벗어나자마자 쥐고 있던 파이프로 힘껏 자이언트 골렘의 다리를 공격했다.
깡!!
파이프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두 동강이 나 버렸다. 내 손에도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윽, 뭐가 이리 단단해?”
부상을 입지 않는 던전 특성상 상처는 없었지만 알 수 있었다. 이건 손아귀가 반발력을 이기지 못해 찢어진 고통이었다.
사력을 다한 공격에도 골렘의 다리엔 그 어떤 흠집 하나도 나지 않았다.
“이런 미친….”
골렘은 마치 모기라도 잡듯이 활짝 펼친 손바닥으로 나를 내려치려 했다.
“으앗…!!”
띠링.
[시험 종료.]비밀 던전의 주인으로 가는 길 (1) 실패.
재도전: 30일
알림이 뜨자마자 거대했던 골렘의 모습이 무너지듯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서 난장판이었던 건물도 원상 복구가 되었다.
“허. 살았…다.”
맞아도 죽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아픈 건 아픈 거다. 맞기 전에 사라져서 정말 다행이었다.
던전이 사라지고 있었다.
이 현상을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식겁할 거다.
공략에 성공하지도 못했는데 저절로 사라지는 던전이 있다는 것은 듣고 보지도 못했다.
애초에 이게 던전이 맞는지도 확신하지 못하겠다.
“하…. 죽겠다.”
던전이 사라지고 원래 현실로 돌아오자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도 못 하고 그대로 바닥에 누워 버렸다.
상처가 없다고 해도 고통은 그대로여서 피로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조금 있으면 다른 던전을 공략하러 가야 하는데, 이대로 꼼짝하고 싶지 않았다.
쾅-
“이건 예상 못 했던 일인데.”
문고리가 박살이 나는 소리와 동시에 머리맡에서 들리는 익숙한 말투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몸을 벌떡 일으켰다.
“헉, 뭐야? 누구…?”
눈앞에 있는 것은 백이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