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put all-around bard RAW novel - Chapter 99
100화
-미니 게임 (1)
“뭐지? 분명 치고 지나간 것 같은데, 스킬 실패인가?”
아직 꼬리를 빼앗긴 걸 눈치채지 못했는지 태경은 단순한 공격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자 연막탄이 점점 사라지고 서로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건물 안, 눈에 띄는 토끼탈을 쓴 사내가 로비 가운데에 서 있었다.
토끼탈을 쓴 사내, 현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5개의 붉은 꼬리를 높이 들어 올렸다.
[이럴 수가!! 지금 천설원 군의 손에 들려 있는 게 뭐죠?!]붉은색 천, 신혈 길드의 상징색 꼬리였다.
“언제 저걸…!”
현지가 꼬리를 들어 올린 것을 보고 급하게 자신의 팔을 살펴보는 신혈 길드 녀석들은 드디어 강탈당한 것을 눈치챘다.
MC도 천존이 신혈을 이길 줄 몰랐는지 놀라며 스피커가 떨어져 나가도록 크게 소리쳤다.
어우, 귀 아파.
[말씀드리는 순간 제한시간도 끝이 났습니다! 살아남은 길드들은 B구역 입구로 나와 꼬리를 제출해 주세요!]마지막에 탈락한 그룹이 신혈이었는지 살아남은 길드는 4팀이었다.
대형 길드가 두 팀이나 탈락했으니 사람들 또 신나서 떠들겠군.
물론 그 중심에는 천존이 있을 것이다. 2승이나 거뒀으니 진중권도 만족할 만한 결과일 것이다.
‘이젠 신혈에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다 줘야지.’
오늘 일만 가지고 보면 이권이 나를 죽이려 들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결과적으로 천존의 기습으로 신혈 꼬리를 빼앗긴 것이 탈락의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꼬리’ 개수에 따른 점수도 있었기에 관리를 제대로 못 한 나에게도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그것을 어느 정도 잠재우기 위해서는 4번째 경기에서 성과를 보여야 했다.
[이거 놀랄 노 자군요! 천존의 꼬리는 무려 110개입니다! 역대 최고 기록을 갱신했군요!]당연한 결과였다. 매화와 신혈 모두 잡았는데 저 정도도 안 나오면 이상했다.
다른 길드들과 비교를 해 보니 확실히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꽤 차이가 나긴 하는구나?
길드대항전은 승리도 중요하지만 각 경기에서 점수를 많이 따놓는 것이 더 중요했다.
결국 점수가 가장 많은 길드가 우승하는 룰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2, 3등이라도 하는 게 나았다. 그런데 이번 경기에서 두 대형 길드를 탈락시켜 버렸으니….
조금 조심해야겠다. 견제당할 확률이 높아.
현재 신혈은 한 번의 승리를 가져갔고 나머지 두 대형 길드는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러니 2승을 거둔 천존이 견제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거, 우승 후보인 신혈과 매화가 등수에도 들지 못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군요. 그에 비해 천존! 2승을 거두며 선두를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이번 길드대항전에 새로운 바람이 부는 것일까요?!]거창한 MC의 말을 끝으로 우리는 다시 메인 스타디움으로 돌아갔다.
원래는 경기가 끝나고 바로 숙소로 돌아갔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게 스타디움으로 모이라는 공지가 있었다.
메인 스타디움으로 들어가니 이번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이 꽉 차 있었다.
거대한 전광판에 선수들이 입장하는 모습이 비춰졌다.
“와아-! 천존이다!!”
“천존이 1등인 게 말이 되냐!! 우우!!”
환호 속에서 천존을 응원하는 목소리와 동시에 야유를 퍼붓는 소리도 들려왔다. 극과 극의 반응이었다.
인기 없고 항상 죽을 쑤던 천존이었으니 정정당당하게 이겨도 이런 반응이군.
[여러분, 잠시 조용히 해주시길 바랍니다! 선수들을 왜 이곳을 다시 불렀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MC의 말에 웅성거리는 소음이 들렸다.
[이 메인 스타디움에서 선수들은 작은 게임을 하나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게임에서 우승한 한 팀에게는 베네핏이 주어집니다!]여기서 갑자기…?
원래도 이쯤에서 베네핏이 주어졌었는지 다들 예상했다는 반응이었다.
덤덤히 MC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을 보니 혼자 어리둥절하고 있던 게 민망해졌다.
심지어 천존 녀석들도 알고 있었던 것인지 놀라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만 몰랐던 거군. 길드대항전을 한 번이라도 봤어야지 알지.
“보통 이쯤에서 나오는 베네핏은 다음 경기 종목에 대한 힌트였어요.”
넋 놓고 있자 옆에서 태경이 조용한 목소리로 알려줬다.
내가 당연히 모를 거라고 생각하며 말하는 것이 아니꼬웠지만 이번에는 미안한 것이 있었기에 얌전히 태경의 말을 들었다.
“미니게임이라고 해 봤자 힘겨루기 정도일 거예요. 한설 님이 나갈 일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말투에 무시가 담겨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경기에서 실수만 잔뜩 저지른 나에게 큰 기대를 버린 것 같았다.
음, 욕하지 않는 것만으로 다행이지.
[이번 미니게임은~~!!]태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MC의 우렁찬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미니게임이 힘쓰는 종목이라면 내가 나설 일이 없겠군.
힘쓰는 것에는 자신 있었지만 기태나 태경, 아니면 은아같이 나갈 만한 사람들이 많았다.
다른 길드 사람들도 이미 정해 둔 선수가 있었는지 다들 맨 앞에 미리 선수를 배치해 뒀다.
나는 한숨 돌릴 수 있겠네.
[…물건 멀리 던지기입니다!]물건 멀리 던지기? 가만 보면 되게 특이한 종목만 가져와서 하는 거 같아.
헛웃음을 흘리면서 난 나설 일 없어 한 발자국 떨어져 지켜보고 있을 때, MC의 말이 다시 들려왔다.
[단, 서포터 계열 선수들만 참가할 수 있습니다!]“뭐? 서포터?!”
“서포터면 힐러도 포함인 거지?”
“이거 그냥 힐러 싸움이잖아!”
다들 예상하지 못한 참가 조건에 웅성댔다. 항상 전투 계열 헌터들이 나왔던 모양인지 다들 당황하며 선수를 다시 정하는 것이 보였다.
당황한 것은 신혈도 마찬가지였다.
“어떡하죠? 저희 힐러라면 서현 님밖에 없는데….”
원래는 기태가 이번 미니게임에 나가려고 했던 것인지 조금 화가 나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갑자기 왜 서포터 계열만 참가하라는 조건을 달아서!”
“전 나가 봤자일 거예요. 힐러들 중에서도 힘이 딸리는 거 알잖아요. 대신 체력은 높지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본 판단이었다.
“그렇담 남은 서포터는….”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이거 설마…. 내가 나가야 하는 거야?
“안 돼. 쟨 못 믿겠어.”
못을 박고 고개를 저은 김은아의 말에 다들 어느 정도 동의하는지 말이 없었다.
뭐야, 나도 나가기 싫거든?
주목받기 싫었기에 김은아의 싸가지 없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기 싫음을 어필했다.
“그래도 베네핏을 받으려면 한설 님이 나가는 게 유리해.”
“얘가 나가면 또 실수할 게 분명해.”
기태의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기태야, 네 마음도 잘 알겠는데, 천존 기습은 어차피 우리도 예측 못 했던 거잖아.”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한 것인지 태경은 갑자기 나를 두둔해 주기 시작했다.
뭐야, 나 나가기 싫다니까?
“이번 게임은 진짜 경기도 아니니까 져도 크게 타격은 없을 거야.”
“쳇.”
리더인 태경의 입김은 강했다. 나를 안 좋게 보던 은아와 기태가 태경의 말에 순순히 물러났다.
서현은 이미 내가 나가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지 별말이 없었다.
대신 뒤로 물러서며 속삭이며 말했다.
“이번에도 실수하면 내 손에 죽어.”
일단 신혈 모두에게 단단히 미움을 받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어쩔 수 없지. 여기서 한 번 믿음을 주는 수밖에.
“음, 제가 베네핏 가져올게요. 실수는 없을 거예요.”
어차피 이번 경기 실수도 내가 계획한 거였으니 실수는 애초에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게다가 여기서 베네핏을 알아내면 천존에게도 알려줄 수 있었다. 이기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반드시 이기고 와.”
김은아는 협박하듯 말하고 신혈의 자리에 놓여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아 버렸다.
나온 사람들 중의 대부분은 힐러였다.
힐러를 제외한 서포터를 굳이 길드대항전에 넣을 이유가 없었으니 서포터 계열은 힐러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선수들이 모두 나온 것 같군요! 그럼 지금부터 제비뽑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제비뽑기? 또 무슨 짓을 벌이려고 제비뽑기를 하라는 거지?
예측을 하나도 할 수 없었다. 길드대항전 기획을 누가한 건지는 몰라도 상 줘야 한다.
각 길드에서 차출된 선수들은 검은 상자에 손을 넣어 흰 종이를 뽑았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되기 전, 길드로 돌아가 종이에 적힌 내용을 다함께 확인했다.
“이게 뭐야, 야구공?”
“나는 골프채야!”
“악! 의자?!”
그렇다. 종이에 적힌 것은 선수가 던져야 하는 물건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내가 뽑은 종이에 적힌 물건을 보고 신혈 길드 녀석들은 한 마디 말도 못 했다.
“…냉장고라고?”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서현의 혼잣말에 다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이없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다들 정상적인 범위 내의 물건들이 나온 것 같은데 냉장고는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났다.
무게 차이가 너무 심하잖아.
아무리 각성한 헌터들이라지만 던지기 쉬운 야구공 같은 것과 비교했을 때 냉장고는 부담되는 무게였다.
게다가 서포터 계열 헌터들을 굳이 지목한 것을 보면 냉장고를 뽑은 사람은 그냥 떨어지라고 만들어 놓은 폭탄 같은 거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근데 이 정도는 해볼 만할 것 같은데?
“갔다 올게요.”
내가 그냥 평범한 바드였다면 신혈 녀석들처럼 절망하고 미리 포기했겠지만 나는 평범한 바드가 아니었다.
‘냉장고 정도야 가볍지 않나? 예빈이가 놀러왔을 때 들어 보니 별거 아니던데.’
포기한 것처럼 절망스러워하는 신혈 녀석들을 뒤로하고 일렬로 줄을 서서 자신의 물건을 받는 헌터들 틈에 섞여 들어갔다.
놈들은 잘 다녀오라는 인사조차 건네지 않았다.
뭐, 내가 체력 좀 좋은 바드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 절망스러울 만도 하지.
내 차례가 되어 종이를 건네니 진행요원들이 받아들고 자기들끼리 쑥덕댔다.
뭐야, 물건 안 주고 뭐 하는 거지?
한참을 쑥덕이던 진행요원들은 나에게 물건은 시작 전에 가져다준다는 얘기와 함께 순서표를 건넸다.
“35번?”
참가한 길드들의 총수가 35였던 것을 떠올리면 마지막 번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거 일부러 마지막 번호 준 거지…?
이렇게 대놓고 순서 조작을 해도 되는 건가 싶어서 진행요원을 쳐다보자 그는 자리로 돌아가라며 손짓했다.
순간 태산이 또 개입한 것인가 의심을 했지만 그 생각을 접었다.
태산이라면 이런 미니 게임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큰 경기에 개입했을 것이다.
이건 그냥 재미를 위해 순서를 바꾼 것 같군.
[자, 그럼 다들 표시된 선 앞에 자신의 물건을 들고 서 주세요!!]쩌렁쩌렁한 소리와 함께 관중석에서 환호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MC의 말대로 35번이라고 써 있는 자리에 가서 섰다.
그리고 자리에 도착하자마자 두 명의 사내가 끙끙대며 거대한 양문형 냉장고를 내 옆에 두고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