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102
1101
레벨은 오르지 않았다.
벨리알을 처치했음에도, 지크는 449레벨에 도달하지 못했다.
448레벨에서 449레벨까지 가는데 필요한 필요 경험치의 양이 너무나도 많아서, 벨리알로도 충족시키는 게 불가능했다.
“아.”
지크는 499레벨까지 아직 20퍼센트 가량의 경험치가 더 필요한 걸 확인하고 탄식했다.
그랜드 마스터로 가는 을 코앞에 둔 상태이니만큼, 더 많은 경험치가 필요했다.
‘아냐.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 일반 몬스터를 잡았으면 어느 세월에 이 정도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겠어. 조금만 더 하면 되니까, 실망하지 말자.’
지크는 아쉬웠지만, 일단은 미련을 떨쳐내고 를 해제했다.
– 죽어라!
– 나약하기 짝이 없군!
고대 마족들이 지크를 향해 덤벼들었지만, 지크는 굳이 그들과 싸우지 않았다.
고대 마족들은 벨리알조차 고전할 수밖에 없었던 무시무시한 괴물들.
지금 상황에서 싸워 봤자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
자칫 죽어서 레벨이라도 떨어졌다간 큰일이었으므로, 일단은 대마왕 바알의 유산을 찾는 게 급선무였다.
‘어서 가자.’
지크는 강제 로그아웃을 당하기 전에 서둘러 바알의 유산을 찾으러 발걸음을 옮겼다.
바알의 유산은 중심부에 자리한 작은 신전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신전의 정중앙에는 마계 제0구역으로 향하는 포탈이 자리하고 있었고, 바알의 유산은 그 앞 제단에 놓여 있었다.
“오호라. 역시나 네 녀석이로구나.”
지크가 신전에 도착하자 바알의 환영이 나타나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어? 어르신?”
“역시 내 예상이 옳았군. 네 녀석이 올 줄 알았다.”
“어떻게요?”
“그 외알 안경 말이다.”
바알의 환영이 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아티펙트가 있으면 세계 어딜 가나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게다. 인자기라고 했던가? 대단한 친구였다.”
역시 인자기.
과거 사부의 동료이기도 했던 그는, 대마왕에게까지 인정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탐험가였다.
물론 이 언제나 만능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벨리알은 이기기 힘들었을 텐데? 함정으로 유인이라도 해서 잡은 게냐?”
바알이 지크에게 물었다.
“어? 어떻게 아세요?”
“뻔한 이야기 아니겠느냐? 껄껄!”
바알이 다 안다는 듯 말했다.
“네 녀석이 제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벨리알은 결코 호락호락한 녀석이 아니다. 나 다음으로 마계에서 강한 존재였는데, 신입 마왕인 네 녀석에게 사냥을 당하겠느냐? 아서라. 네 녀석이 벨리알을 이기려면 50만은 이르다.”
“아하?”
“근데도 용케 여기까지 온 것을 보니, 무력이 아닌 지략으로 벨리알을 무찔렀겠지.”
“맞습니다.”
“좋은 자세다.”
놀랍게도, 바알이 지크를 칭찬해주었다.
바알 같이 무력을 신앙으로 삼는 무투파 대마왕이 지략으로 승리한 걸 칭찬해줄 줄이야….
“때론 강함만으로는 안 되는 법이다. 지략을 써서라도 이기고, 또한 살아남는 것. 그게 중요한 법이다.”
“어째서입니까?”
“우선은 살아남아야 강해질 기회를 얻지 않겠니?”
“아!”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그 말은 틀린 게다. 엄밀히 따지면, 살아남아서 강해져 가는 것이지. 뒈져 버리면 강해질 기회조차 없거든.”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지크가 바알을 향해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물론 바알은 무적의 힘을 손에 넣은 존재는 아니었다.
바알보다 강한 루시퍼가 있었고, 그 루시퍼보다 강한 사부가 있었다.
하지만 바알 역시 숱한 생사의 고비를 넘어 대마왕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이니만큼, 돈 주고도 못 배울 가르침을 내려주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잊지 말도록 하여라. 언제나 1순위는 무력이란다.”
“예, 명심하고 있습니다.”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바알이 웃으며 지크에게 검은색 날개 두 장과 검은색 구슬 하나를 내밀었다.
“이제부터 내 녀석은 나의 후계자로써, 이 마계를 다스리는 대마왕이다.”
“하하하….”
“부디 천족의 침공에 맞서, 중간계와 마계를 지켜내기를 바라마.”
뒤이어 지크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뒤이어 와 이 각각 지크와 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대마왕 바알이 지니고 있던 대마왕의 힘이 지크와 신물에 녹아드는 것이다.
***
태성은 게임에서 로그아웃을 한 이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벨리알을 잡는다고 무려 48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게임만 했기에, 기절해서 잠만 자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태성도 사람인 이상 최소한의 잠은 자야 했다.
그로부터 12시간 뒤.
“…으.”
태성은 신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깨었다.
“좀 더 잘까….”
태성은 솔직히 더 자고 싶었다.
12시간으로는 부족했다.
한 5시간만 더 자면 너무나도 행복할 것 같았다.
그러나 배고 고프고, 게임 속 세상도 신경이 쓰였다.
특히나, 게임 속 세상은 1분 1초가 무서울 만큼 사건·사고가 자주 터지는 곳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연합군과 신성동맹군 간의 전쟁이 한창이었기에, 태성은 마냥 현실에서 농땡이를 피울 수가 없었다.
‘한 시간만 더 자고 일어나자.’
그때였다.
“도련님.”
침실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경호실장이 들어와 말했다.
“설화 아가씨께서 와 계십니다.”
“예?”
태성은 화들짝 놀랐다.
“설화가요?”
“예, 도련님.”
경호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 일어나시면 같이 식사하신다고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계십니다.”
“헉!”
태성은 용설화가 찾아왔단 얘기에 황급히 욕실로 가서 대충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어? 일어나셨네요.”
용설화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가 태성이 나타나자 반가운 얼굴로 맞이해주었다.
“언제 왔어?”
“한 5시간 전쯤에요.”
“전화라도 하지.”
“오빠 죽은 듯 주무신다던데요? 깨우기 싫어서 그냥 기다렸어요. 오빠 피곤하실 거 같아서요.”
“미안해서 그러지.”
“미안하긴요. 근데 오빠 피곤해 보이시는데? 정 피곤하면 몇 시간 더 주무셔도 돼요.”
“아냐.”
태성이 고개를 저었다.
“충분히 잤어. 널 어떻게 더 기다리게 해.”
“전 괜찮아요.”
“내가 안 괜찮아.”
그때.
꼬르륵!
태성의 배꼽시계가 밥 달란 알람을 울렸다.
“오빠 배고프시죠?”
“…으응.”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간단히 밥 차려 드릴게요.”
“엥?”
태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밥을… 차려 줘? 그냥 내려가서 먹으면 되는데?”
“오빠 밥 차려 드리고 싶어서 장 좀 봐왔어요.”
“헉?”
“배고프시더라도 30분만 기다리세요.”
“아, 알겠어.”
태성은 얼떨결에 밥을 차려주겠단 용설화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도와줄까?’
마냥 얻어먹기는 좀 그래서, 태성은 밥을 차리는 용설화를 도와줄까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태성은 요리의 ㅇ자도 몰랐다.
기껏 해봐야 라면이나 끓일 줄 알고, 또 간장계란밥이나 비벼 먹을 줄이나 알았지 그럴싸한 요리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같은 것으로 연명해온 삶이었다.
‘나중에 나도 뭔가 해주자.’
태성은 괜히 용설화를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로부터 약 30분 후.
“드세요, 오빠.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오? 맛있는데?”
“정말요?”
“고마워! 진짜 고생했어! 잘 먹을게!”
태성은 용설화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으며 굶주린 배를 채우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오빠?”
“어?!”
“주무세요?”
“아, 아니야!”
태성은 용설화와 커피를 마시다가 졸고 말았다.
피로가 쌓일 대로 쌓여서, 잠이 부족했다.
거기에 밥까지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오빠, 좀 주무세요. 저 이제 가볼게요.”
“아니야.”
태성이 고개를 저었다.
“좀 피곤해서 그래. 가지 마. 좀 더 놀다가 가.”
“하지만….”
그때.
우우웅!
태성의 전화기가 진동을 울렸다.
“여보세요.”
– 야, 한태성. 너 도대체 뭐해?
천우진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지금 설화랑 밥 먹고 커피 마시는 중인데?”
– 니가 지금 그럴 때냐!
“으응?”
– 야, 빨리 접속해.
“왜? 뭔 일 있냐?”
– 지금 연합군이 패망하게 생겼는데 한가하게 커피나 마실 때냐!
“뭐?!”
태성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게 뭔 소리야?”
– 설명할 시간 없어! 빨리 접속해! 빨리!
“아, 알겠다!”
전화를 끊은 후.
“설화야.”
태성이 용설화를 돌아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어, 그게 그러니까….”
“저도 접속할게요.”
용설화가 태성의 의도를 알아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해. 게임 속 상황이 급한가 봐.”
“별말씀을요.”
용설화가 어깨를 으쓱했다.
“저, 이런 상황 익숙해요. 저 역시 게이머잖아요.”
“그래도….”
“그래서 제가 오빠한테 제일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용설화가 웃으며 말했다.
“이런 상황, 하나도 안 싫거든요. 100퍼센트 이해해요.”
“설화야….”
“얼른 가요, 오빠.”
용설화는 그렇게 말하고는 VR 룸으로 향했다.
태성은 집에 따로 캡슐 5개가 놓인 VR 방을 마련해두고 있었다.
***
[마계 제0구역 : 악의 미로 앞]로그인을 하자 눈앞에 현재 위치를 알리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후우.”
지크는 솔직히 피곤했지만, 애써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상황이 급하니, 일단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중간계로 가려는 것이다.
“뀨! 주인 놈아! 왔냐!”
“고생했다.”
“폐하!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폐하! 정말 대단하십니다!”
햄찌, 채형석, 메타트론, 케이오스가 지크를 반겨주었다.
“대마왕 폐하를 뵙습니다.”
“대마왕 폐하를 뵙습니다.”
“대마왕 폐하를 뵙습니다.”
마왕들은 지크가 접속했단 소식을 듣고 달려와 한쪽 무릎을 꿇고 마계의 새로운 지배자를 향해 예를 취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지크는 달라져 있었다.
에서 대마왕 바알의 유산을 획득한 지크는, 이제 12장의 날개를 지닌 마왕이 되어 있었다.
대마왕 바알의 뒤를 이어서 새로운 대마왕에 등극한 것이다.
하지만 지크는 대마왕에 등극한 기쁨을 마음껏 만끽하지 못했다.
‘전투가 급하다고 했어. 빨리 가 봐야 해.’
중간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합군과 신성동맹군 간의 전투에 참여하는 게 먼저였다.
천우진의 반응을 보면 1분 1초가 급한 상황이었으므로, 마계에서 대마왕 등극을 축하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마계 전 인원.”
지크가 마왕들을 돌아보았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대기할 것.”
“예, 폐하.”
마왕들이 지크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가자.”
지크가 햄찌와 채형석을 돌아보았다.
“뀨? 중간계 바로 가냐! 파티 안 하냐! 뀨우!”
“그럴 시간 없어.”
지크가 햄찌의 귀때기를 잡아당겼다.
“빨리 가자.”
“뀨! 아, 알겠다!”
그렇게 지크는 대마왕 등극을 축하할 시간도 없이 서둘러 중간계로 향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마음이 급했다.
천우진의 말에 의하면, 연합군이 패망하게 생겼다는 상황이 진짜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일단 빨리 가기만 하면 돼.’
지크는 얼른 가서 그 지긋지긋한 전쟁을 인제 그만 끝내야겠다고 다짐했다.
대마왕의 힘을 얻은 이상 의 위력도 더더욱 강해졌을 터!
지크가 진정한 힘을 드러내면, 불리한 전투를 뒤집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연합군이 더욱 큰 피해를 당하기 전에 도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