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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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또 환한 보름달이 떠 있던 밤하늘이었다.
그런데 수백억 마리는 족히 되어 보이는 메뚜기 떼가 하늘을 가득 메우면서, 세상은 암흑천지가 되어버렸다.
그만큼 숫자가 많아서, 하늘을 완전히 뒤덮어버리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미, 미친….”
지크는 그 많은 메뚜기 떼의 위용에 완전히 질려버려서,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수십억 마리의 메뚜기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는 모습이란, 공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붕- 부웅-!!!
게다가 숫자가 많으니 날갯짓 소리조차 엄청나게 커서, 귀가 다 울릴 지경이었다.
“주, 주인 놈아! 쟤네 이길 수 있겠냐! 뀨우?”
햄찌가 지크에게 물었다.
“…저걸 어떻게 이겨.”
지크가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는 듯 대꾸했다.
막말로, 메뚜기가 뭐가 무섭겠는가?
발로 툭! 밟아버리면 그만인데.
하지만 저렇듯 많은 수의 메뚜기 떼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물론 메뚜기 떼가 지크에게 덤벼들어서 뜯어먹는다거나 할 수는 없었다.
지크는 메뚜기 수백조 마리가 덤벼든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일개 메뚜기의 공격력으로는 지크의 생명력을 단 1도 깎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크는 메뚜기 떼를 이길 수가 없었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도 전체 메뚜기의 10분의 1도 못 죽일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지?’
지크는 고민했다.
스킬을 사용해 방사능 에너지를 내뿜어 볼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그건 자살행위였다.
이곳은 에스파드리유 지방의 곡창지대.
여기서 스킬을 사용했다간 백성들이 피땀 흘려 일구고 있는 농작물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못 먹게 되어버릴 터.
그렇게 되면 프로아 제국에 식량난이 찾아오게 될 테고, 굶어 죽는 이들이 속출할 게 분명했다.
이나 과 같은 광역 액티브 스킬 사용도 마찬가지로, 농작물들을 파괴할 거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지크가 제아무리 강자일지라도 저렇게 많은 메뚜기 떼들을 상대로 농작물을 지켜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가능성 있는 스킬이라면 이겠지만, 메뚜기 떼들을 모조리 없애버릴 정도의 범위는 꿈도 꿀 수가 없었다.
자고로 창궐한 메뚜기 떼의 숫자는 엄청나기 마련이라, 죽은 메뚜기들의 사체가 쌓여 지층을 이루는 경우도 흔히 있었고.
그렇다는 말은….
‘원인을 찾아야 없애야 돼.’
지크는 펄럭 날개를 활짝 폈다.
그리고는 메뚜기 떼를 뚫고 하늘을 비행하며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나섰다.
가을도 아니고, 곧 여름이 시작되려는 이때에 메뚜기들이 창궐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고대던전에서 빠져나온 보스가 메뚜기 떼의 원흉이야.’
지크는 보스 몬스터를 빠르게 찾아 제거함으로써, 메뚜기 떼를 자연스럽게 소멸시킬 생각이었다.
보스 몬스터가 죽으면, 메뚜기 떼 역시 사라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빨리 찾아야 돼.’
지크는 거의 빛의 속도로 비행하며 보스 몬스터를 찾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었다.
왜?
서걱, 서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메뚜기 떼가 농작물들을 게걸스럽게 갉아먹고 있었다.
그런 메뚜기들이 평야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건 그야말로 시간문제.
1분 1초라도 빨리 보스 몬스터를 찾아 처치하지 않으면, 이 평야뿐 아니라 프로아 제국의 모든 농경지가 파괴될 것이었다.
‘어디냐, 어디.’
지크는 아예 을 켜서 일대를 스캔하기까지 했다.
혹시나 보스 몬스터가 미니맵 상에 붉은 점으로 표시되어 떠오르면, 그곳을 향해 즉시 날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약 20분쯤 하늘 위를 날던 중.
‘저기다!’
지크는 약 10킬로미터 전방에 란 꼬리표가 달린 붉은 점을 발견하고, 곧장 그곳을 향해 날았다.
***
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형상이되, 곤충의 머리와 육체를 가진 복합형 몬스터였다.
“배가… 고프다… 나는 굶주려… 있다….”
그런 의 몸에서는 기분 나쁜 초록색 진액이 끈적끈적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며, 쩍쩍 갈라진 몸 틈에서는 메뚜기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걸어 다니는 메뚜기 둥지라고나 할까?
‘진짜 개 징그럽네.’
지크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의 앞을 가로막았다.
“적당히 해라, 진짜.”
“네놈은… 무엇인가.”
아그네스가 마치 잠자리 같이 생긴 눈을 들어서 지크를 바라보았다.
“던전에 곱게 처박혀 있을 것이지, 일 년 농사 망치면 네놈이 책임질 거냐? 어?”
“나는 그저 배를 채우려 할 뿐이다… 허기진 내 배를 채워서… 굶주림을 해결하고 싶을 뿐이다….”
“그럼 뒈져, 이 새끼야.”
지크가 톡 쏘아붙였다.
“뒈지면 배고플 일 없잖아.”
“……?”
“그냥 뒈지면 먹을 필요도 없는데, 왜 꾸역꾸역 살아서 민폐를 끼치려고 하냐?”
“그건 무슨 논리인가… 배고프니 죽어야 한다는….”
“닥치고 뒈져, 그냥.”
그와 동시에 지크가 번개처럼 을 뽑아 들고 아그네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런 지크는 초장부터 을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 을 사용해선 곤란했다.
현재 3개의 고대던전이 동시에 폭주한 상황.
아그네스를 처치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2마리의 보스가 남아있었기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에 지크는 자신의 근본이자 장기이며, 또한 밥줄인 디버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아그네스를 공략했다.
우선 스킬을 사용해 로 아그네스의 방어력을 깎은 뒤 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본래 지크의 전투 스타일을 선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지크의 선택은 옳았다.
“크아아아악!”
아그네스는 지크의 맹공을 버티지 못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벌집이 되었다.
생명력?
순식간이었다.
에는 공격 적중 시 낮은 확률로 적의 생명력 30퍼센트를 날려버리는 특수효과가 붙어 있었다.
발동 확률이 낮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지크가 을 통해 아그네스를 벌집으로 만들었다는 건 그만큼 타격 횟수가 많았다는 뜻이었고, 특수효과가 잘 터져주었던 것이다.
그 결과.
[굶주림의 아그네스]•생명력 : ■■■■■□□□□□
의 생명력이 눈 깜짝할 사이에 50퍼센트나 날아갔다.
제아무리 고대던전의 보스 몬스터라 할지라도 지크의 디버프와 의 특수효과 앞에서는 생명력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네, 네놈! 강한 놈이구나! 크으으윽!”
아그네스는 지크의 공격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매섭게 들어오자 화들짝 놀랐다.
“나, 나중에 두고 보자! 굶주림을 채우고 복수할 것이다!”
아그네스는 자신이 지크에게 상대가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도망치려 했다.
아그네스는 자신이 부리는 메뚜기 떼들이 농작물을 먹어 치우면 먹어 치울수록 더욱 강해지는, 다른 악마적 존재들과 같은 성장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갓 고대던전을 빠져나온 아그네스는 그렇게 강하지가 못했다.
즉, 지금이 가장 약할 때이기에 지크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게 당연했던 것이다.
“두고 보자!”
아그네스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메뚜기 떼들을 불러 지크를 공격하도록 시켰다.
그런 뒤 자신의 등 뒤에 달린 날개를 펼쳐서 저 멀리멀리 날아갔다.
일단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그곳의 농작물들을 초토화시켜 성장한 후 지크에게 복수하러 돌아올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아그네스의 생각은 현실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어딜.”
지크는 자신을 덮쳐오는 메뚜기 떼들을 피해 텔레포트 스킬을 사용한 후 아그네스의 뒤로 바짝 따라붙었다.
그런 뒤 아그네스를 로 초대했다.
절대 도망칠 수 없도록 인 지크가 지배하는 세계에 가둬버린 것이다.
***
붕! 부웅!
지크를 피해 날아가던 아그네스는 문득 자신이 전혀 다른 세계에 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날아도 풍경이 바뀌지 않았을뿐더러, 마치 우주공간과 같은 암흑천지의 세계만이 끝없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 이게 무슨….”
“어딜 튀려고.”
지크가 당황한 아그네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서로 피곤하게 질질 끌지 말고, 빨리 끝내자.”
지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메뚜기들이 농작물들을 갉아먹으며 엄청난 피해를 일으키고 있단 생각에 지체할 수가 없었다.
농작물은 국가적인 재산이기도 했지만, 농사를 짓는 장본인인 농민들의 피와 땀이었다.
당장 이른 봄부터 모종을 심고 열심히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 보면, 메뚜기들이 만찬을 벌이게 놔둘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크는 을 움켜쥐고 즉시 아그네스에게 덤벼드는 한편 가진 모든 디버프 스킬들을 활용했다.
“크, 크으윽!”
아그네스는 지크가 건 각종 디버프들에 허우적거리며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못했다.
차라리 고대던전을 빠져나오자마자 멀리멀리 도망친 뒤 천천히 강해졌다면 지크조차도 감히 상대하기 힘든 악마적 존재로 거듭났을 터였다.
그러나 해방감에 취해 섣불리 활동을 시작하는 바람에 지크에게 자신의 위치를 광고한 꼴이었으니, 경솔함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만 했던 것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대가는 존재의 소멸이었다.
우웅!
에 실린 스킬이 아그네스의 가슴 정중앙을 꿰뚫었다.
“……!”
뒤이어 아그네스의 잠자리 눈이 충격으로 물드는가 싶더니, 육체가 분해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가 해제되었고, 주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많은 메뚜기 떼는 온데간데없었다.
지크의 예상대로, 아그네스가 죽자 모조리 소멸한 것이다.
[알림: 를 처치하셨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아쉽게도 아주 약간의 경험치가 모자라 레벨 업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거의 1레벨 분량만큼의 경험치가 들어왔기에, 소득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리고….
툭!
아그네스가 소멸되면서 웬 항아리 같은 걸 하나 떨구었다.
‘이게 뭐지?’
지크는 아그네스가 떨군 항아리를 으로 비추어보았다.
[재앙의 항아리 : 메뚜기 떼]10조 마리의 메뚜기가 들어있는 항아리.
이 항아리를 열면, 10조 마리의 메뚜기들이 뛰쳐나와 이동 경로에 놓인 모든 것을 파괴하고, 먹어 치우게 된다.
•타입 : 항아리 (소모품)
•등급 : 신화
•내구도 : 1/1
•특이사항 : 일회용품이므로, 한 번 사용하면 항아리가 깨지며 두 번 다시 사용할 수 없다.
“어어?”
지크는 를 보고 놀랐다.
“이걸 사용할 수 있다고?”
비록 일회용품이긴 했지만, 일단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만약 마우레키온 제국의 주요 농경 지역에서 를 연다면?
10조 마리의 메뚜기 떼가 항아리에서 튀어나올 테고, 마우레키온 제국의 농경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초토화될 게 분명했다.
‘개꿀.’
지크는 를 이용해 마우레키온 제국에 식량난을 일으킬 생각으로 매우 기뻐했다.
[알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하지만 기뻐하는 건 거기까지였다.
지크는 를 아공간 인벤토리에 넣은 후 즉시 가까운 워프 게이트로 이동했다.
고대던전을 빠져나온 3명의 악마적 존재 중 이제 겨우 하나를 처치했을 뿐이었기에, 쉴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