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162
161
주섬주섬.
아이템을 줍는 지크의 손은 빨랐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게이머들이 드랍한 아이템들 가운데서는 값나가는 것들이 상당히 많았다.
“오오. 개꿀.”
지크는 언제 반성과 셀프 고해 성사를 시전했느냐는 듯 탐욕스럽게 아이템들을 인벤토리에 주워 담았다.
물론 쓰레기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대체 이따위 것들은 왜 인벤토리에 가지고 다니는 거야?’
지크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기괴한 아이템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아이템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았다.
– 삼류 소설가의 젖은 팬티
– 상한 통조림
– 영비람의 곰인형
딱 봐도 쓰레기임에 분명한 아이템들… 도저히 존재의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뭐가 됐든 되팔면 한 푼이라도 될 테니까 일단 줍고 보자.’
인벤토리 용량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혹시 몰라 햄찌에게 마법의 보자기를 하나 빌려 두었었기 때문이다.
인벤토리 용량이 모자라 아이템들을 줍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야만 했던 경우가 두어 번 있었던 탓이었다.
‘이것도 비싼 거고. 이건 그냥 재료템이네.’
그 후로도 지크의 폐지 줍기는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지크는 꽤나 쓸 만한 아이템들을 몇 개 주울 수가 있었다.
그 아이템들은 되팔아도 꽤나 많은 골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지크는 판매보다는 가지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빔 오브 저스티스
– 메카닉 포스
– 슈퍼 메가폰
지크가 주목한 세 가지 아이템들은 순서대로 오스칼, 승구, 그리고 그랭구아르에게 선물하기 적합해 보였기 때문이다.
‘옵션들도 훌륭하네. 이럴 때 동료들 챙기지 언제 챙기겠어? 잘 가지고 있다가 선물해야겠다.’
지크는 그 세 가지 아이템을 동료들에게 선물하기로 하고, 아이템 줍기를 계속했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 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지크는 69가지 스킬이 깃들어 있다는 웬 스킬북 하나를 주움으로써 폐지 줍기를 끝마쳤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초절정고수 시미캔의 69가지 비기가 깃들어 있는 스킬북.
상대가 누구든 종족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보내버릴 수 있는 비장의 기술들이 담겨 있다.
•타입 : 스킬북
•등급 : 전설
•특이 사항 :
– 책을 펼치면 69가지 비기들을 자동으로 습득합니다.
– 습득한 69가지 스킬들은 스킬 포인트를 소모하지 않으며, 숙련도 역시 최대치입니다.
정체불명의 스킬북을 줍게 된 지크의 얼굴에 기대감이 떠올랐다.
‘도대체 뭔 기술들이지. 상대가 누구든 남녀를 가리지 않고 보내버려? 이 사람 진짜 고수였나 보네.’
순간 지크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스킬북을 펼칠 뻔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는, 굳이 새로운 스킬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아서였다.
‘내가 디버프 마스터인데 굳이 이제 와서 다른 스킬들이 필요할까? 샤키로 사부님이랑 돌쇠 할배가 가르쳐준 비기들도 있는데?’
제아무리 전설적인 초절정고수의 스킬이라고 한들, 자신의 정체성이 확고한 지크에게는 딱히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 호기심이라는 게 억누르기가 그리 호락호락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냥 습득해 버릴까? 어차피 안 쓰면 되잖아. 배울 점이 있으면 배우고.’
약간의 고민을 시간을 거친 지크는 순수하게 궁금해서 그 스킬북을 펴보기로 했다.
사라락.
지크의 손길이 스킬북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뭐야 이거.”
스킬북의 첫 페이지를 넘긴 지크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해당 스킬북의 첫 페이지에는 적힌 글귀가 뭔가 이상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책을 펼친 자여!
기뻐하라!
눈앞에 궁극의 방중술이 펼쳐질 것이니!
지크는 뭔가 한참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만약 지크가 아는 방중술이 ‘그것’이 맞다면….
“…나 낚인 건가.”
그 순간.
번쩍!
스킬북으로부터 핑크빛 섬광이 뿜어져 나와 지크를 덮치고.
“으… 으으으으으으…!!!”
지크의 뇌리에 69가지 방중술, 그러니까 ‘엄마아빠놀이’를 할 때 사용하는 스킬 69개가 강제로 주입되기 시작했다.
“야 이… 그따위… 기괴한 자세… 몰라도… 되, 된다고… 으윽…!!!”
지크는 안간힘을 써서 뇌리에 스며드는 정보 데이터들을 막아보려 애썼지만, 스킬북의 마법이 너무나도 강력해 현재 지크의 수준으로는 막을 수가 없었다.
“아, 안 돼… 스킬들이… 머릿속에 깊이 각인돼버려…!”
지크는 정말로 노력했지만, 결국 저항을 포기해야만 했다.
스으으…!!!
그런 지크의 두 눈에서는 핑크색 기류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그로부터 5분 후.
[알림 : 스킬 습득이 완료되었습니다!] [알림 : 항목에서 새롭게 사용 가능한 스킬들을 알아보세요!] [알림 : 방중술 계열 스킬은 오직 성인 콘텐츠 플레이시에만 사용이 가능합니다!]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지크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성인 콘텐츠에 특화된 플레이어가 되고 말았다.
[알림 : 성인 콘텐츠의 쿨타임이 50% 감소합니다.] [168시간 ▶ 84시간] [알림 : 성인 콘텐츠 플레이 시 필요한 캐쉬가 100% 감소합니다.] [398,000캐쉬 ▶ 0캐쉬] [알림 :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심지어 이라는 꼬리표까지 따라붙은 건 덤이었다.
“…난 이제 끝났어.”
지크는 제 머리칼을 뜯으며 괴로워했다.
“이런 칭호를 달고 어떻게 돌아다녀… 으으… 다들 놀리겠지… 하… 내 이미지….”
NPC들이야 이 없으니 지크에게 붙은 칭호를 알아볼 리가 없었지만, 같은 게이머들은 다를 터였다.
‘절륜하세요?’
‘하라는 게임은 안 하고 성인 콘텐츠만 파시나?’
‘그러다 뼈 삭음. 적당히 하셈.’
‘게임을 하는 거야 유흥을 하는 거야? 그럴 거면 클럽 죽돌이나 하시지.’
벌써부터 게이머들의 조롱 섞인 빈정거림이 들려오는 듯했다.
***
스톤 아일랜드와 아둔야뎃 왕국 사이에 벌어졌던 6개월간의 전쟁은 지크가 굶주린 왕의 시체를 질질 끌고 왕궁을 나섬으로써 끝났다.
“스톤 아일랜드, 만세!”
“만세!”
“지크프리트 국왕 전하, 만세!”
“만세!”
“앙겔레르 통령 각하, 만세!”
“만세!”
지크는 스톤 아일랜드의 지도자인 앙겔레르보다 우선순위로 환호를 받으며 영웅 대접을 제대로 받았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멸망할 뻔했던 나라를 지크 덕분에 지킬 수 있게 되었으니 구국의 영웅 대접을 해주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지크는 노르드족에게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주 극진하고 후한 대접을 받으며 스톤 아일랜드에 며칠 더 머물렀다.
엔트로피 스톤도 캐고, 빌려주었던 골드-게이머들을 고용할 때 썼던 돈-도 받아야 했고, 향후 양국 간의 무역 협정과 기술 협약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크-프로아 왕국이-가 얻은 이득은 가히 천문학적이었다.
“저희 스톤 아일랜드는 향후 100년간 프로아 왕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지 않겠어요. 또, 본국에서 채굴되는 각종 광물들을 시세 대비 30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겠어요.”
무관세.
각종 광물을 원가에 가까운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권리.
“전문가들을 파견해 마정석을 이용한 에너지 공급 시스템에 대한 모든 기술을 공유하겠어요. 스톤 아일랜드는 프로아의 발전을 위해 그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국가 발전을 위한 핵심 기술력까지.
지금 당장 현금이 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천문학적인 액수의 효과를 내리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배려라니요! 이건 배려가 아닌 도리에요. 구국의 영웅을 위한 예우죠.”
지크가 고마워하자 앙겔레르는 손해가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듯 활짝 웃었다.
협정을 마무리한 지크는 승구와 노동전위대 대원들에게 광산의 복구 작업을 지시한 뒤 이번 전쟁에 참전했던 게이머들을 만나 약간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게이머들은 지크의 배려에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뭘 이런 걸 다….”
“진짜 매너 있으시네요.”
“다음에도 불러주시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안 그래도 죽으면서 주력 무기 드랍해서 우울했는데….”
사실 그 보너스가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임을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제, 제가 뭘요. 하하하하하.”
지크는 약간의 가책을 느꼈지만, 거기까지였다.
까놓고 말해 본인들의 능력이 부족해 죽은 것이었고, 그로 인해 아이템을 드랍하게 된 것이 아니던가?
오히려 약간의 보너스라도 쥐여준 지크의 행동은 굉장히 양심적이었다.
왜?
다른 게이머 같았으면 입 싹 닦고 10원 한 푼 돌려주지 않았을 테니까.
“주인 놈아.”
“응?”
“금화 한 닢 안 쓰고 도대체 얼마를 해 먹는 거냐?”
스톤 아일랜드에게 빌려준 돈은 이자까지 더해서 받을 예정이었으니 결과적으로 본전 이상이었다.
거기에 주운 아이템들을 되팔 걸 생각해 보면, 지크는 10원짜리 하나 안 쓰고 막대한 양의 금화를 벌게 된 셈이었다.
“그, 그게… 하하….”
“개이득이다!”
“뭐?”
“주인 놈 돈 많이 벌었으니까 맛있는 거 사줘라! 햄찌 요즘 달달한 게 땡긴다! 뀨우!”
“나 욕하는 거 아니었냐…?”
“내가 주인 놈을 왜 욕하냐? 지들이 너무 약해빠져서 일도 제대로 못 하고 죽은 거라면서?”
“그건 그렇지.”
“어휴! 주인 놈은 너무 착해서 탈이다! 햄찌 같으면 한 푼도 안 줬다!”
햄찌는 지크보다 더욱 냉정했다.
***
다음 날 아침.
“형님! 캐왔습니다!”
광산 복구 작업을 마친 승구가 지크에게 작은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었다.
엔트로피 스톤의 원석이었다.
[알림 : 의 원석을 획득하였습니다!] [알림 : 부스로이드를 찾아가 보상을 받으세요!]그렇게 바이터보 세트의 마지막 한 파츠를 구하기 위한 지크의 여정도 끝이 났다.
“며칠 더 머물렀다 가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앙겔레르는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이래 봬도 조금 바빠서요. 하하하….”
“이해는 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네요.”
“다음에 또 들를게요.”
“언제든 환영이에요. 아, 그리고 빌려주신 돈은 워프 게이트가 복구되는 대로 보내 드리겠어요. 수송하기엔 양이 너무 많거든요.”
“어, 얼마나 보내 주시려고….”
“당연히 열 배죠.”
“예?!”
지크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저희 스톤 아일랜드에게 있어 전하께서 빌려주신 돈은 단순한 빚이 아니에요. 망할 뻔한 나라를 구해준 동아줄이죠. 100배로는 갚지 못해도 열 배로는 갚는 게 도리 아닐까요?”
“너, 너무 많은데….”
“그 정도는 얼마든지 드릴 수 있어요. 사양하지 마시고 받아주셔요.”
“주신다니 감사히 받아 잘 쓰겠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앙겔레르 통령님.”
지크는 앙겔레르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노르드족과 마찬가지로, 스톤 아일랜드가 은혜를 톡톡히 갚아주는 게 너무나도 고마웠기 때문이다.
“조심히 가십시오!”
“또 오셔야 합니다!”
“사랑합니다!”
“지크프리트 전하, 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
지크는 스톤 아일랜드인들의 열렬한 환호와 배웅을 받으며 아쿠아 러너 위에 올랐다.
다음 행선지는 아우토니카 공방의 고성능 아티팩트 전담 부서인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