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09
608
“뭐지.”
지크는 들이 레전드들에게 쓰러지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를 움켜쥐며 가장 가까이에 있던 에게 덤벼들었다.
쾅, 콰앙!
가 의 머리통을 연속으로 내리쳤다.
[영웅의 테라코타]•생명력 : ■■■■■■■□□□
그러나 는 지크의 공격에 쓰러지기는커녕, 꽤나 잘 버텼다.
아니, 오히려 손에 움켜쥔 창을 휘두르며 날카롭게 반격까지 해왔다.
‘강해!’
지크는 가 상당히 강력한, 쪼렙은 결코 상대할 수 없는 고레벨 몬스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럇!”
레이싱 게임인 의 레전드였던 김한용이 웬 작은 조랑말을 다그닥 다그닥 타고 나타나 지크와 싸우던 를 향해 폴암(Polearm)을 휘둘렀다.
서걱!
그러자 김한용이 휘두른 폴암이 지크와 싸우던 의 목을 뎅겅 베어냈고.
툭!
데구르르르….
의 머리통이 동굴 바닥을 나뒹굴었다.
“으응?”
지크는 그 광경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에 몇 번을 맞고도 버텨내던 가 쪼렙인 김한용의 기마 돌격에 목이 날아갔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여긴 쪼렙일수록 유리한 던전인 건가?’
지크는 그렇게도 생각을 해보았지만, 막상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쪼렙인 레전드들이 들을 처치하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손쉽게 학살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를 악문 채 열심히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건 승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구경 대포 꺼내!”
[알겠다!]승구는 골렘왕 레벤톤에 탑승한 채로 대구경 대포를 펑펑 쏴대며 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아?’
지크는 그제야 이 던전의 특성을 이해했다.
이곳 는 누가 들어오든 공평하게 고전하게끔 설계되어 있는 게 분명했다.
쪼렙이든 고렙이든 똑같이 고전하게끔 능력치 보정이 들어가서, 지크나 레전드들이나 싸우는 데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차라리 잘됐네. 어르신들 쩔 해주는 것보다 같이 싸우는 게 낫지.’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를 움켜쥐고 본격적으로 전투에 나섰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들은 꽤 많은 경험치를 주었다.
그리고….
툭, 투둑!
들은 죽으면서 알 수 없는 형형색색의 구슬을 떨구었다.
‘뭐지?’
지크는 형형색색 구슬들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일단 전투부터 끝내기로 했다.
그로부터 15분 뒤.
“빡세네.”
지크는 한바탕 전투를 끝마친 후 혀를 내둘렀다.
들이 워낙에 강해서, 손쉽게 해치우기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던전 난이도가 보통이 아닙니다, 형님.”
승구가 그런 지크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러게.”
“앞쪽은 더 괴랄합니다.”
“흠. 이 던전 도대체 정체가 뭐지.”
“가봐야 알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지크와 승구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헉헉….”
“눈앞이 어지럽구먼.”
“끙.”
“아이고, 삭신이야.”
레전드들은 아예 바닥에 드러누운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
“…….”
지크와 승구는 그런 레전드들의 모습을 보고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레전드들은 크게 어디가 다치거나 한 게 아니었다.
마나와 스테미나가 좀 떨어지긴 했지만, 레전드들의 생명력은 매우 멀쩡했다.
신들린 컨트롤!
비록 늙었지만, 레전드들은 들과의 전투에서 거의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쓰러져 헉헉대고 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노환(老患)이었다.
“이제 우리도 늙었나 봐.”
“지쳐, 지쳐.”
“당 떨어져. 잠깐 로그아웃하고 단 것 좀 먹고 올까?”
“예전 같지 않구먼.”
레전드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캐릭터가 지쳐서가 아니라 파일럿인 게이머가 지쳤기 때문이었다.
슬프게도, 레전드들에게는 예전만큼의 피지컬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이란 게 없었던 것이다.
절레절레-
지크는 그런 레전드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어차피 돈도 많으신 양반들이 편하게 노후나 보내시지.’
지크는 그렇게 생각하며 땅에 떨어진 구슬들에 눈길을 돌렸다.
반짝반짝!
땅바닥에는 들이 죽으면서 드랍한 각양각색의 구슬들이 빛을 내고 있었다.
힘이 담긴 구슬.
•타입 : 소모품(에너지 코어)
•등급 : 유니크
•효과 : 힘 +3
[정밀의 구슬]정밀함이 담긴 구슬.
•타입 : 소모품(에너지 코어)
•등급 : 유니크
•효과 : 명중률 +2.5%
[신속의 구슬]속도가 담긴 구슬.
•타입 : 소모품(에너지 코어)
•등급 : 유니크
•효과 : 이동 속도 +1% 캐스팅 속도 +1% 공격 속도 +1%
[지혜의 구슬]지혜가 담긴 구슬.
•타입 : 소모품(에너지 코어)
•등급 : 유니크
•효과 : 지능 +3
[숙련의 구슬]숙련도가 담긴 구슬.
•타입 : 소모품(에너지 코어)
•등급 : 유니크
•효과 : 스킬 레벨 +1
들이 떨군 구슬들의 정체는 을 영구적으로 올려주는 에너지 코어였다.
“오?”
지크는 구슬들을 보고 무척이나 좋아했다.
스탯은 아이템으로도 올릴 수 있긴 했지만, 어쨌거나 레벨 업에 따라 획득한 스탯 포인트로 올리는 게 기본이었다.
그런 스탯을 영구적으로 조금씩 올려준다니, 이 구슬들을 골고루 섭취하면 레벨 업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은 그 어떤 구슬보다도 좋았다.
고레벨이 될수록 스킬 레벨 하나를 올리는 데 드는 노력과 비용이 가히 천문학적이라는 걸 떠올려 보면 의 가치는 엄청나게 높다고 할 수가 있었다.
“형님! 대박입니다!”
“그, 그러게? 떨어지는 템이 장난 아닌데? 경험치도 이 정도면 꽤 많이 주고?”
“예, 형님.”
“좋아.”
지크가 히죽 웃었다.
“여기 좋은 던전 같아. 뭔가 냄새가 나. 킁킁! 킁킁킁!”
“무슨 냄새가 납니까?”
“달달한 게 뭔가 꿀 같아.”
“하핫.”
“계속 가보자.”
“예, 형님.”
지크는 을 불러내 구슬들을 자신의 아공간 인벤토리에 담고는 계속해서 던전을 공략해 보기로 했다.
“선배님들! 가시죠!”
지크가 레전드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런데.
“끄응.”
“아이고, 삭신이야.”
“다리가 후들거려서 걷기가 힘들어.”
“당 떨어지는데 잠깐만.”
레전드들은 한 번의 전투 후에 기력이 다 빠졌는지 낑낑거리며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10분만 쉬다 가죠.”
결국, 지크는 레전드들-이라고 쓰고 노친네들이라고 읽음-을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
그로부터 10분 후.
레전드들은 10분을 쉬고도 힘이 들었는지 꼼짝도 하지 않았고, 결국 지크는 승구에게 아이언 골렘들을 불러내게 했다.
그렇게 레전드들은 아이언 골렘들의 목마를 타고 지크와 승구의 뒤를 따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승차감이 별로구먼.”
“골렘이라 그런지 딱딱해.”
“의자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아이고, 내 전립선.”
레전드들은 노친네들답게 아이언 골렘들의 승차감(?)이 별로라며 연신 투덜거렸다.
지끈지끈!
때문에, 지크와 승구는 그런 레전드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진땀을 빼야만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선배님들! 투구 똑바로 착용해 주십시오! 아! 제발 무기 좀 땅에 질질 끌지 마시고요! 갑옷도 제대로 착용을 하셔야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거 아닙니까!”
지크는 레전드들의 복장 불량에 골머리를 썩었다.
레전드들은 투구를 삐딱하게 쓰거나, 갑옷을 대충 풀어 헤치거나, 혹은 전투화의 끈을 제대로 조이지 않는 등 복장 불량의 끝을 달렸다.
언제 어디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와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군기(?)가 빠질 대로 빠져 있었던 것이다.
“무거워서 그러지. 아이고야. 옛날엔 이런 걸 어떻게 들고 다녔누.”
“답답한데 어떡해? 살이 쪄서 갑옷이 잘 안 맞는 것 같아.”
“괜찮아~ 괜찮아~.”
“근데 여긴 상점 같은 거 없나? 당 떨어져서 그런데 씹을거리나 좀 사먹고 가자.”
지크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레전드들은 딴소리를 지껄이며 계속해서 복장 불량 상태를 유지했다.
“으! 으으으!”
지크는 그런 레전드들의 뺀질뺀질함에 뒷목을 잡았다.
“혀, 형님!”
“항암제… 항암제 좀….”
그때였다.
“뀨우?”
지크의 주머니 속에서 자고 있던 햄찌가 란 단어에 반응하더니, 황급히 튀어나와 몸을 크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지크의 입에 재빨리 알약처럼 생긴 사탕을 탈탈탈! 털어 넣어 주기 시작했다.
“뀨! 주인 놈아! 정신 차려라!”
“아, 암 걸릴 것 같아… 으윽!”
“뀨우!”
바로 그때였다.
푹!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승구의 엉덩이에 틀어박혔다.
“어?”
승구는 자신의 엉덩이에 꽂힌 화살을 발견하곤 하는 표정을 짓고는 풀썩! 하고 쓰러져 버렸다.
쒜에엑!
뒤이어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이 들려왔다.
도대체 얼마나 먼 거리에서, 얼마나 빠른 화살을 쏘았는지 화살이 소리보다 먼저 도착한 것이다.
‘저격!’
지크는 승구가 쓰러지는 걸 보자마자 재빨리 소리쳤다.
“엎드리세요! 엎드리십쇼!”
지크의 그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쏴아아아!
화살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
지크 일행은 때아닌 원거리 공격에 재빨리 몸을 엎드린 채 엄폐물을 찾았다.
쒜엑, 쒝, 쒜에엑, 쒝!
화살들은 정말이지 엄청난, 거의 총알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들어 지크 일행을 노렸다.
도무지 화살의 속도라고는 믿을 수 없는 빠르기였다.
하기야, 마나가 실린 화살은 총알만큼 빠르기도 했고.
“윽!”
지크는 화살에 맞아 부서져버린 아이언 골렘 뒤에 숨은 채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쒜에엑!
그러자 화살이 귀신같이 날아들어 지크의 미간을 노렸지만, 다행히도 살짝 빗나가 아이언 골렘의 잔해를 맞고 튕겨 나갔다.
“히익?!”
지크는 머리에 구멍이 날 뻔하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뀨! 주인 놈아! 괜찮냐!”
“어.”
“뀨우! 화살 엄청 빠르다! 그리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 뀨우!”
“그러게.”
지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악물었다.
‘까다롭네. 어두컴컴한 동굴 안이라 잘 보이지도 않는데. 그렇다고 튀어나갔다간 벌집이 될 것 같고. 어검술로 맞저격을 해볼까? 아냐. 그러기엔 너무 멀어. 차라리 학살의 손아귀를 방패로 바꿔서 밀고 나가 봐?’
지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야! 상기야! 어떻게 좀 해봐라!”
“그래! 쟤네가 우리 막 쏘잖아!”
“니 전공 나왔다!”
레전드들이 일제히 게임의 레전드인 한상기를 불렀다.
“그럴까?”
그러자 한상기가 히죽 웃으며 구형 스코프가 달린 을 척! 하고 들어 보였다.
“이거 영점 잘 안 맞는데. 쩝.”
그런 한상기의 말에 나머지 세 명의 레전드들이 한마디씩을 떠들어댔다.
“설마 지금 장비 탓하는 거냐?”
“밑밥 까는 거 보소?”
“자신 없나 보지?”
그런 레전드들의 말에 한상기가 발끈했다.
“뭐 이 새끼들아? 이 자식들이 누굴 뭐로 보고! 내가 이런 거 하나 못 할 거 같냐! 딱 보여줄게!”
한상기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눈을 감으며 정신을 집중하는 듯하더니, 재빨리 엄폐물 밖으로 몸을 내밀어 어둠 속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그로부터 정확히 1.5초 뒤.
[알림 :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지크의 눈앞에 경험치 획득을 알리는 알림창이 떠올랐고.
“이, 이게 말이 돼?!”
지크의 입에서 경악에 찬 비명이 터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