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13
612
최근 프로아 왕국은 엄청난 경제 발전을 이룩하는 중이었다.
프로아 왕국은 국왕인 지크가 왕국 밖을 돌며 열심히 영업(?)한 덕분에, 수없이 많은 동맹국이 생겼다.
덕분에 프로아 왕국은 동맹국들로부터 엄청난 무역 흑자를 기록하며 재정적으로 풍족해졌고, 국가 발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크가 마우레키온 제국의 슈트카르트 황제로부터 뉘르부르크 대륙의 젖줄인 피아로 강 상류 일대와 크로나사 평야를 선물 받으면서, 프로아 왕국은 더더욱 큰 발전을 이루는 중이었다.
이에 국무대신 미켈레는 피아로 강 상류 일대와 크로나사 평야 주변에 대한 적극적인 개발에 나섰다.
미켈레는 새로 획득한 영토에 성, 도시, 군사 시설, 댐, 공장 등등 각종 시설물을 건설할 것을 명령했다.
그 결과 프로아 왕국의 국민들은 일자리가 넘쳐나서, 실업률이 제로에 가까워졌다.
오죽했으면 노동력이 부족해 다른 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데려다가 일을 시켰을까.
그래서 프로아 왕국은 하루가 멀다고 국력이 나날이 커나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국력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과는 별개로, 갑작스럽게 커진 영토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은 피할 수가 없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크로나사 평야와 피아로 강 상류 일대를 지배하던 귀족들의 반발심과 불만이었다.
회의실 안.
“이런 빌어먹을!”
의 영주인 호른 자작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 하고 내리쳤다.
“이 망할 놈의 애송이가 감히 내 군대를 댐 건설에 투입하겠다니! 지금 이게 말이나 되오?”
“어디 그뿐입니까?”
호른 자작의 분노에 기욤 남작 역시 이때다 싶어 분노를 토해내었다.
“그 빌어먹을 모험가 놈이 내 개인 사냥터를 밀어버리고 양털 가공 공장을 짓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해왔습니다! 지금 이게 말이 됩니까?”
불만은 비단 호른 자작과 기욤 남작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 머저리 같은 놈은 영지가 뭔지, 영주가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오! 이곳은 우리 영주들의 영토가 아니오? 그런데 영지의 병사들을 중앙군에 편입시키겠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란 말이오?”
“맞소이다! 그 자식은 영주를 무슨 도시의 시장쯤으로 여기는 모양이오!”
“슈트카르트 황제도 우리의 자치권을 인정해 주었는데! 제깟 놈이 뭐라고 우리에게 간섭을 한단 말이오!”
지크와 프로아 왕국에 대한 영주들의 불만은 끝이 없었다.
그런 영주들의 불만과 반발심의 원인은, 슈트카르트 황제에 의해 강제로 프로아 왕국에 편입되었단 사실 때문이었다.
본래 크로나사 평야와 피아로 강 상류 일대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영토였고, 이들 영주들은 모두 마우레키온 제국의 지방 귀족들이었다.
그런데 슈트카르트 황제가 지크에게 영토를 하사하면서, 이들 지방 귀족들까지 깡그리 넘겨버린 게 문제였다.
슈트카르트 황제야 기왕 영토를 하사하는 김에 영주들과 지방 귀족들까지 싹 다 넘겨서 지크에게 인재까지 선물한 거였다.
어차피 딱히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러나 당사자인 영주들과 지방 귀족들 입장에선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영주들과 지방 귀족들은 비록 중앙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제국의 지방 귀족으로서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웬 모험가 출신 애송이의 신하가 되려니 배알이 꼴리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아주 가관이더구려! 그때 보았소? 어전 회의 때 대놓고 잠이나 퍼질러 자고 있더군!”
“천한 모험가 주제에 감히 왕 노릇을 하려 하다니!”
“우리는 슈트카르트 황제의 명령을 받던 사람들인데, 어찌 그 따위 모험가 놈의 명령을 따른단 말이오?”
영주들과 지방 귀족들의 반발심은 정말이지 엄청나서, 언제고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른 게 없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안 되겠소.”
결국, 군터 백작이 뭔가 결심했다는 듯 이를 악물고 말했다.
군터 백작은 이곳 크로나사 평야와 피아로 강의 상류 지역에서 가장 세력이 큰 영지의 영주였고 작위 또한 제일 높은 사람이었다.
백작이 괜히 백작이겠는가?
“내 직접 국왕을 찾아가 말해보리다.”
“뭘 어떻게 말씀하시려고 그러십니까?”
호른 자작이 물었다.
“어떡하긴 뭘 어떡하오? 내 국왕에게 우리의 완벽한 자치권을 인정해주고, 앞으로 우리들 터전에 대해 어떠한 간섭도 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고 오겠소.”
“그,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그건 대놓고 반역하겠단 소리 아닙니까?”
호른 자작의 말은 사실이었다.
좋든 싫든 영주들과 지방 귀족들은 프로아 왕국에 소속된 지크의 신하들이었기 때문이다.
“가능하지 않으면 어쩔 것이오? 제깟 놈이 우리들의 심기를 거스를 수나 있겠소이까? 우리가 비록 변방의 귀족들이라고는 하나, 엄연히 마우레키온 제국의 귀족들이었소.”
“그, 그건 그렇지요.”
“국왕으로서도 감히 우리의 심기를 거스르려 하지 않을 게 분명하니, 입 닥치고 세금이나 받아먹으라고 하면 그만이오.”
“오오!”
그러자 다른 영주들과 지방 귀족들 역시 군터 백작의 말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옳소!”
“그렇소이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러던 중.
“그런데 에리얼 백작은 요즘 통 보이지를 않는군. 무슨 일 있소이까?”
군터 백작이 회의실을 죽 둘러보며 말했다.
에리얼 백작.
그는 오랜 세월 피아로 강 상류 일대에 뿌리를 내리며 살아온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인 의 가주였다.
“에리얼 백작은 세 달 전 갑자기 폐관 수련에 들었다고 했습니다.”
“폐관 수련?”
군터 백작이 어느 귀족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뭐 얼마나 수준 높은 마법사라고 폐관 수련까지 한단 말이오?”
“그거야 에리얼 백작의 마음이겠지요.”
“크흠.”
“뭐, 알겠소.”
군터 백작은 에리얼 백작에 대한 생각을 이내 곧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은 한때 제국의 중앙에 진출했을 정도로 대단한 위세를 자랑하던 가문이었지만, 최근 들어 그 위세가 많이 약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 국왕을 직접 찾아가 우리들의 뜻을 전하기로 하겠소이다. 오늘 회의는 이만 마치도록 하십시다.”
군터 백작은 그렇게 말하고는 회의를 마쳤다.
***
퀘스트를 깨고 온 레전드들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제일 처음 돌아온 김한용이 라는 레전더리 클래스로 거듭났던 것처럼, 나머지 세 명의 레전드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의 레전드인 한상기는 라는 레전더리 클래스를.
의 레전드인 김기태는 라는 레전더리 클래스를.
그리고 의 레전드인 박기돈은 라는 레전더리 클래스를 얻어서 돌아왔던 것이다.
“운 좋은 놈은 넘어져도 돈 밭에 구른다더니….”
지크는 레전더리 클래스를 얻어서 돌아온 레전드들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건 정말이지 운이 좋다고밖엔 말할 수가 없었다.
레전더리 클래스가 어디 얻기 쉽던가?
남들은 어떻게 전직 한 번 해보겠다고 아주 발악을 해도 쉽사리 얻어지지 않는 게 바로 레전더리 클래스였다.
게임 BNW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레전더리 클래스를 얻지 못한 게이머들이 절대다수인 것만 봐도, 획득 난이도가 가히 극악이라는 건 이미 증명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게임을 시작한 지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레전더리 클래스로 전직을 할 줄이야….
하여간에 레전드들은 그 게임 실력만큼이나 운도 타고난 모양이었다.
“선배님들!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리고요! 레전더리 클래스로 전직하시다뇨!”
지크는 우선 레전드들을 축하해주는 한편,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물어보았다.
“나? 나는 그냥 초원에서 말 타고 싸웠는데?”
김한용의 경우 과 기마전을 펼쳤다고 했고.
“난 정글에서 활을 든 놈이랑 총질했지?”
한상기는 과 총격전을 벌였으며.
“난 서로 군대를 통솔해서 소규모 교전을 벌였어.”
“엥? 난 그냥 박 터지게 싸웠는데?”
김기태와 박기돈은 각각 과 석상을 상대로 소규모 전투와 일대일 대결을 펼쳤다고 했다.
네 명의 레전드들 모두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방식의 싸움을 펼쳤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책을 하나 주웠는데, 그게 스킬북이더라고?”
“어? 나도.”
“나도 스킬북 주웠는데.”
“스킬북을 펴보니까 갑자기 내가 변하던데?”
지크는 그런 레전드들의 증언을 듣고 이곳 가 어떤 던전인지 완벽하게 이해했다.
“아! 여기가 클래스 던전이구나!”
지크는 에 대해 풍문으로 들은 바 있었다.
“형님! 맞습니다! 클래스 던전!”
승구 역시 지크의 의견에 공감했다.
간혹 그런 던전이 있다고 했다.
일반적인 패턴과는 전혀 다른, 특이한 패턴을 지녔으면서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레전더리 클래스가 담긴 스킬북을 주는 던전 말이다.
보통 이러한 들은 생성도 랜덤이라서, 굉장히 뜬금없는 장소에 뜬금없이 나타난다고도 했다.
즉, 게임 BNW를 하면서 을 만난다는 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로또에 맞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일이었다.
“근데 왜 나랑 승구는….”
지크는 어째서 인 이곳 에서 자신에게 맞는 석상이 없는지 의아해했다.
“뀨! 주인 놈아! 주인 놈이 새 스킬북이 뭐가 필요하냐!”
그때, 햄찌가 한심하다는 듯 지크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지금 있는 거나 잘해라! 뀨우!”
“그, 그런가?”
“그렇다! 뀨우! 주인 놈 클래스가 워낙 좋은 거라서 석상들이 반응 안 했던 걸 거다! 뀨우우!”
“생각해 보니 그러네.”
지크는 햄찌의 말에 적극 공감했다.
는 999레벨의 히든 NPC인 사부가 개발해낸 기술 체계를 사용하는 클래스.
그런 를 뛰어넘을 레전더리 클래스가 있을 리 없었다.
비록 히든 클래스는 아니었지만, 승구도 역시 자신에게 딱 알맞은 클래스를 잘 개발해 나가고 있는 중이었고.
“아무튼, 선배님들 고생하셨습니다. 시작이 좋으시네요.”
지크는 레전드들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레전드들이 레전더리 클래스를 얻었다는 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게 분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아는 사람들 다 여기로 데려올까? 그럼 다 레전더리 클래스를 얻게 될 텐데?’
지크가 부하들과 동료들을 이곳 로 데려와 전직을 시켜줄까 생각하던 때였다.
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갑자기 던전 전체가 요동치며 천장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띠링!
그러자 지크 일행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경고, 경고!] [알림 : 가 무너집니다!] [알림 : 어서 피하세요!]지크는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보고 재빨리 몸을 날렸다.
“선배님들! 튀시죠!”
그렇게 지크 일행은 살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전력 질주를 해야만 했다.
그로부터 한 시간 뒤.
“헉, 허억….”
지크는 의 입구 앞에서 숨을 헐떡였다.
지난 한 시간 동안 살기 위해 아주 죽기 살기로 뛰었더니 완전히 탈진해버린 것이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우웨에에에에엑!”
승구는 벽을 붙잡고 위액을 토해내고 있었고.
“꾸웨에에엑….”
“하앍… 하앍….”
“아이고, 아이고 삭신이야.”
“더는 못 뛴다. 더는. 헉헉.”
레전드들은 아예 대자로 드러누운 채 뻗어버렸다.
“아니, 왜 갑자기 무너지고 난리….”
그때였다.
“주인 놈아! 봐라! 입구가 사라진다! 뀨우!”
“뭐?”
지크는 햄찌의 외침에 재빨리 고개를 돌려보았다.
스르륵!
고개를 돌려보니 의 입구가 점점 더 줄어들며 사라져가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