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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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되살려내요? 에리얼 백작이?”
“그러하옵니다! 전하!”
“에이~.”
지크는 전령의 말을 믿지 않았다.
에리얼 백작은 의 후예라서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을 법도 했다.
그러나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상식적으로, 제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죽은 사람을 되살려내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에리얼 백작이 오즈릭 교단도 아니고, 무슨 수로 죽은 사람을 되살려낸단 말인가?
웨펀 마이스터 샤키로가 로 부활했던 것처럼?
‘어? 잠깐.’
지크는 문득 에리얼 백작이 오즈릭 교단과 손을 잡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의 후예인 블라디미르가 오즈릭 교단의 붉은 추기경인 것처럼 말이다.
“에리얼 백작이 죽은 사람을 되살려냈습니까?”
“예! 전하!”
“보셨어요?”
“예! 제가 직접 보았습니다!”
“누굴 되살려냈죠?”
“병사를 되살려냈사옵니다!”
“그러니까 어떤 병사요?”
“에리얼 백작은 자신이 직접 주관한 위령제에서 죽은 병사를 되살려내는 기적을 선보였사옵니다!”
“위령제… 죽은 병사를 되살려냈다라….”
지크가 전령의 말을 곱씹어 보다가 전령에게 물었다.
“정확히 상황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것이….”
전령이 당시 상황을 지크에게 설명해 주었다.
***
약 두 시간 전.
에서는 이번 전투에서 전사한 장병들을 위한 위령제가 열렸다.
위령제는 영지민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에리얼 백작이 주관했다.
위령제의 순서 자체는 평범했다.
프로아 왕국군이 프로아 왕국의 국기(國旗)와 영지를 상징하는 깃발로 감싼 관들을 들고 행진했고, 흰색 국화를 던지고 예포를 쏘는 등 여느 위령제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에리얼 백작이 연설을 시작하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마음을 무슨 수로 달랠 수 있겠습니까.”
에리얼 백작은 앞서 지극히 기본적인 연설을 하다가, 순간 돌변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상실감이란 그 어떤 것으로도 달랠 수 없겠지요. 죽은 사람이 되돌아오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에리얼 백작은 그렇게 말하던 순간 그의 이마에 감추어져 있던 이 스르륵! 하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제가 여러분들께… 그들을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누군가 에리얼 백작에게 물었다.
에리얼 백작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마치 성자(聖者)처럼 양손을 펼쳐 보인 후 으로 전사한 장병들의 시체가 담긴 관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망자들이여… 돌아오라.”
그와 동시에 엄청나게 강력한 에너지가 퍼져 나감과 동시에, 관들이 일제히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나갔다.
그리고….
스륵, 스르륵!
관 안에 들어있던 장병들의 시체가 하나둘 되살아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 여보!”
“아빠!”
“아버지!”
“아이고! 아들아!”
유가족들은 되살아난 장병들을 보고 경악했다.
“여긴… 어디지.”
“응? 난 분명히 죽었는데….”
“여기가 저승인가….”
되살아난 장병들은 자신들이 되살아난 게 믿기지 않는지 어안이 벙벙해 보였다.
그러기를 잠시.
“아, 아빠?”
“오! 아르웬!”
한 소녀가 용기를 내어 되살아난 장병에게 다가가고.
“아빠아아아아!”
“아르웨에에엔!”
눈물의 부녀상봉이 이어졌다.
그것 시작으로 유가족들과 되살아난 장병들이 서로 부둥켜안으면서, 위령제는 순식간에 눈물바다로 변했다.
웅성웅성-
영지민들은 이 믿지 못할 광경을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죽었던 사람이 되살아났어?”
“맙소사.”
“오, 신이시여.”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그때였다.
“저는.”
에리얼 백작이 목소리에 마나를 실어 의 영지민들을 향해 말했다.
“폐관 수련 중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 덕에 전능의 힘을 손에 넣게 되었지요. 그래서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더 이상 유가족이 아닙니다. 제가 이 힘으로 여러분의 소중한 사람을 되살려내었으니, 앞으로는 그저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그런 에리얼 백작의 말에 누군가 소리쳤다.
“시, 신이시여!”
그리고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소리쳤다.
“신이시여! 신이시여!”
그러자 유가족들과 되살아난 장병들 역시 에리얼 백작을 바라보며 무엇에 홀린 듯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아! 신이시여!”
“신이시여!”
“신이시여! 감사하옵니다!”
“신이시여! 망자를 되살리셨습니다! 신이시여!”
위령제에 참가했던 의 영지민들 역시 망자를 되살려낸 에리얼 백작을 이라 부르짖으며 연신 엎드려 절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에리얼 백작은 이라 불리게 되었다.
***
“죽은 사람들을 다 살려냈다고요? 언데드가 아니라?”
“예! 전하! 되살아난 이들 중 언데드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사옵니다!”
전령이 지크의 물음에 대답했다.
“음.”
“그들은 진짜 인간처럼 듣고, 말하고, 생각할 줄 아옵니다. 살아생전의 기억 또한 모두 가지고 있사옵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에리얼 백작은 뭘 하고 있습니까?”
“현재 다른 영지의 위령제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였다 하옵니다. 문제는 그런 에리얼 백작을 사토 영지의 영지민들 절반이 따라갔다고….”
그 순간.
콰직!
옥좌의 팔걸이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그건 지크가 옥좌의 팔걸이를 세게 움켜쥐었기 때문이었다.
“이 새끼가 지금 날 가지고 놀아?”
지크의 입에서 낮은 으르렁거림이 흘러나왔다.
그런 지크의 뇌리에는 에리얼 백작이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소신이 감히 전하께 제안하건대, 그들을 위한 합동위령제를 추진하시는 게 어떻겠사옵니까?]합동위령제?
개소리!
‘이 새끼, 합동위령제를 진행해서 이번에 죽은 모든 장병을 한꺼번에 되살려낼 생각이었어. 그럼 에스파드리유 지방의 모든 백성이 그 광경을 봤겠지. 그럼 더더욱 많은 관심을 받는단 얘기야. 이 새끼 이거 영리해. 민심을 한꺼번에 휘어잡으려고 했던 거야.’
지크는 에리얼 백작의 속내가 엄청나게 시커멓다는 걸 깨닫고는 이를 갈았다.
죽은 사람들을 되살려냈다?
그건 의 후예가 아니라 지그하르트 본인이 직접 나타나도 불가능한 일일 터.
의 힘일 확률이 100퍼센트였다.
단지 에리얼 백작이 의 후예라서 그 능력이 출중했기에 을 어느 정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던 것일 뿐….
“어딥니까, 현재 에리얼 백작의 위치가.”
“빨리 알아보겠사옵니다!”
“위치가 파악되는 즉시 보고하시고, 아직 시작하지 않은 영지들의 위령제는 모조리 취소시키세요. 에리얼 백작이 더 이상 망자들을 부활시키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예!”
지크는 그렇게 명령하고는 천우진과의 통신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오! 깜짝이야!”
지크는 통신실로 향하던 중 천우진이 우두커니 서 있는 걸 보고 심장이 멎을 뻔했다.
“야 이! 거 좀!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해!”
“넌 왜 매번 놀라냐?”
천우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갑자기 나타나니까 그렇지!”
“아, 왜 화를 내냐.”
“내가 지금 화 안 내게 생겼어? 코앞에서 호구를 맞았는데?”
“으응? 그게 뭔 소리야?”
“에리얼 백작이란 놈이 내 코앞에서 날 엿 먹였어. 아포칼리우스의 파편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그걸 숨기고 날 기만했다고.”
“아? 방금 보고 받았냐? 나도 소울의 에너지를 감지하고 온 건데.”
“그래, 방금 받았어.”
“같이 가자. 수호자들 병력들도 대기 중이다.”
“그래.”
그렇게 지크는 천우진과 함께 에리얼 백작을 잡아 족치기 위해 이동하게 되었다.
***
지크와 천우진은 에리얼 백작의 위치가 확인되자마자 곧장 워프 게이트를 타고 로 향했다.
급하게 도착한 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신이시여!”
“신이시여! 제 아들놈을 살려 주시옵소서!”
“신이시여! 부디 신의 은총을 내려 주시옵소서!”
의 영지민들, 특히 전사한 장병들의 유가족들은 에리얼 백작을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떠받들며 연신 엎드려 절을 하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이미 에리얼 백작이 되살려낸 장병들과 그 유가족들까지 합세하면서 의 연병장은 이미 종교 시설로 변해버린 지 오래였다.
“에리얼 백작!”
그때, 지크가 크게 소리쳐 에리얼 백작을 불렀다.
“국왕 전하를 뵙습니다.”
에리얼 백작은 수없이 많은 인파에 둘러싸여 있다 지크의 외침을 듣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만.”
지크가 에리얼 백작을 제지했다.
“개수작은 이쯤에서 집어치우시지.”
“전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포칼리우스의 파편을 가지고 있는 걸 안다. 사기 행각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아포칼리우스의 파편을 넘겨. 그러지 않으면….”
지크가 슬쩍 하늘 위로 눈짓을 보냈다.
하늘 위에는 의 함대가 두둥실 떠올라 있었고, 각 비행선에 장착된 함포는 하나같이 에리얼 백작을 조준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성벽 위에는 의 대원들이 에리얼 백작을 원거리에서 저격하기 위해 의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로 인해 300레벨의 강화인간이 된 의 전투요원들 50명도 에리얼 백작을 포위한 상태였다.
“어떻게 될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완벽한 포위.
지크의 명령만 떨어지면, 에리얼 백작이 순식간에 벌집이 될 것이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전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소신은 잘 모르겠사옵니다.”
“그래?”
“소신은 이 능력으로 죽은 사람을 되살려내었사옵니다.”
“그래서?”
“그게 나쁜 것이옵니까?”
그 순간.
‘이 자식이 뭐라는 거야?’
지크는 순간 한 방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죽은 사람을 되살려내는 게 나쁘냐?
안 나쁘다.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되살리는 게 뭐가 나쁜가?
그 대상이 희대의 악인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좋은 게 사실이었다.
왜?
누구나가 소중한 사람을 잃는 걸 원하지 않을 테니까.
지크 역시 만약에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면, 되살려내고 싶은 욕구를 느낄 테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바람일 뿐, 실제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말 한마디로 죽은 사람을 되살려내는데, 그게 정상일 리가 없지 않은가?
의 힘을 빌린 것이라면 더더욱.
“전하.”
그때, 에리얼 백작이 입을 열었다.
“소신은 이 능력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을 되살릴 것이옵니다. 되살려서,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낼 것이옵니다.”
“…….”
“이게 멈추어야 할 일이옵니까?”
“그건….”
바로 그때였다.
“어딜 사악한 마법과 눈속임으로 전하를 능멸하고! 백성들을 현혹시키는가!”
프로아 왕국군의 군복을 입은 병사 하나가 버럭 소리치며 되살아난 장병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러자 되살아난 병사의 목이 잘리고, 잘린 머리가 툭! 떨어져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푸화아아악!
피 분수가 뿜어지던 순간.
“이게! 이게 무슨 짓이냐! 이게!”
“이게 무슨 짓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다시 죽게 된 병사의 유가족들이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고.
“지금 무슨 짓이야?”
“신께서 기껏 되살려낸 사람을 다시 죽여?”
“저, 저런 쳐 죽일!”
“이 무슨!”
민심(民心)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씨익-
에리얼 백작의 입가에 남모를 미소가 떠올랐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