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54
853
털썩, 털썩!
제일 앞줄에 있던 게이머들이 하나 둘 쓰러지며 랜덤 드랍 아이템을 떨구고 죽기 시작했다.
[까악! 까아악!]그러자 이 자동으로 나타나 랜덤 드랍 아이템들을 주워 지크에게 가져다주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중략)
[알림 :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덕분에 지크는 고강 아이템 수백 개를 먹는 행운 아닌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죽어간 게이머들이 하나같이 고레벨이라서, 랜덤 드랍 아이템 역시도 비싼 것만 떨어졌던 것이다.
[킹갓 제너럴 슈퍼 네츄럴 대머리 삼족오]랜덤 드랍 아이템을 주워 먹는 데 신적인 존재가 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타입 : 칭호
•등급 : 세계
•효과 :
– 반경 1km 내 사망한 게이머가 아이템을 드랍할 확률 100%
– 반경 1km 내 사망한 게이머의 랜덤 드랍 아이템 개수 +1
– 직접 죽인 게이머가 아이템을 드랍할 확률 100%
– 직접 죽인 게이머의 랜덤 드랍 아이템 개수 +4(Upgrade!)
– 직접 죽인 게이머가 값비싼 아이템을 드랍할 확률 +300%
– 직접 죽인 게이머가 착용한 주무기를 드랍할 확률 +100% (Upgrade!)
•특수 옵션 : 삼족오의 가호
– 삼족오의 환영이 나타나 땅에 떨어진 랜덤 드랍 아이템을 자동으로 주워줍니다.(Upgrade!)
•특이 사항 : 이 칭호의 옵션은 으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찡긋!)
게다가 지크가 가진 칭호 때문에 죽은 게이머들은 100퍼센트 확률로 랜덤 드랍 아이템을 떨궈야만 했던 것이다.
심지어, 지크의 반경 1킬로미터 내에 있다는 이유로 한 개의 랜덤 드랍 아이템을 추가로 떨구기도 했다.
하지만 지크는 랜덤 드랍 아이템들을 먹고도 기뻐할 수 없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지금은 돈을 벌었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기껏 구축한 방어선인데.’
지크는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방어선?
모조리 깨졌다.
만약을 위해 준비한 드래곤들과 마저도 숨어 있던 들에 의해 가로막힌 상황이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다 데려왔어야 하는 건데.’
지크는 자신의 안일함을 후회했다.
드래곤들을 믿은 게 너무 컸다.
블루 드래곤 로드를 포함한 드래곤 여섯 마리라면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치는 전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설마하니 들이 노점상으로 위장하고 있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후회할 시간 따위 없었다.
‘가보자.’
지크는 를 움켜쥔 채 햄찌와 함께 앞으로 나갔다.
온통 시체 밭.
검게 물들어 죽은 게이머들의 시체를 지나쳐 도착한 곳에는 하얀색 로브를 입은 노인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정복의 백기사 : 역병의 로물루스]천계의 감옥에 갇혀 있던 재앙으로써, 초월적인 존재이다.
모든 질병의 아버지격인 존재이며, 과거 뉘르부르크 대륙의 지적 생명체 절반을 역병으로 죽인 적도 있을 정도다.
•존재 구분 : NPC
•종족 : 초월체
•레벨 : 351.312 ▲
•클래스 : 플레이그 로드
•특이 사항 : 사람들을 역병으로 죽게 만들 때마다 점점 더 강해집니다.
는 미카엘이 말했던 질병, 전쟁, 기근, 그리고 죽음의 네 가지 대재앙 중 질병이 분명했다.
그런데 레벨이 좀 특이했다.
351.312란 레벨은 듣도 보도 못한 수치였다.
레벨은 항상 정수로만 표기되지, 저렇듯 소수점 셋째자리까지 표기되는 건 처음이었다.
“크, 크윽… 지크… 님!”
그때, 한 게이머가 의 근처에 쓰러진 채 지크를 부르며 죽어갔다.
그러자 의 레벨이 351.312에서 0.001 올라 351.313레벨이 되었다.
‘이건!’
지크는 그제야 이 기이한 레벨의 원인을 알아챘다.
[빠져나온 즉시 처치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초월적 존재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차원의 대균열을 빠져나온 순간 저지하는 것만이 유일한….]지크의 뇌리에 미카엘이 해주었던 조언이 스쳤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진다?
초월적 재앙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이용해 적을 죽이면, 레벨이 스택의 형태로 쌓이는 게 분명했다.
경험치가 오르는 게 아니라, 레벨이 즉각적으로 올라 바로 바로 강해지는 것이다.
그렇단 말은?
‘내버려 두면 못 막는다는 게 이런 뜻이었어.’
만약 를 한 달만 내버려 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뻔했다.
사람이 죽으면 죽을수록 의 레벨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게 분명했다.
게다가 의 주요 공격 수단이 역병이란 걸 떠올려 보면, 더더욱 무서웠다.
왜?
의 입장에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수백만 명에서 수천만 명, 심하면 억 단위까지도 죽일 수 있을 테니까.
‘여기서 막는다.’
지크는 를 세게 움켜쥐고 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
“으음. 이 역병의 향기. 오랜만이로군. 후우.”
는 신선한 공기를 오래간만에 만끽한다는 듯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후욱!
그럴 때마다 무시무시한 역병의 인자가 뿜어져 나와 주변을 오염시켰다.
‘윽!’
지크는 혹시나 자신도 다른 게이머들처럼 역병에 감염될까 두려워, 급한 대로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을 꺼내 얼굴에 둘렀다.
물론 지크는 의 육체를 가졌기에 그 어떤 독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렇지만 자신이 모든 종류의 역병에도 면역인지는 알 수 없었으므로, 혹시나 모를 감염에 대비했던 것이다.
“으음?”
그때 가 지크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아직 살아 있는 생명체가 있었던가? 면역력이 뛰어난 놈이로군.”
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지크를 향해 훅! 하고 입김을 불었다.
“비켜!”
지크는 재빨리 햄찌를 밀어내고 가 뿜어낸 입김을 막아섰다.
물론 햄찌는 대정령이라서 평범한 생명체와는 전혀 다른 면역 체계를 가지고 있었기에, 감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크는 햄찌가 구울이 될 뻔한 걸 잊지 않고 있었으므로,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후욱!
그렇게 가 뿜어낸 입김이 지크를 덮치고,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 상태 이상!] [알림 : 에 걸렸습니다!] [알림 : 역병으로 인해 스태미나가 1 하락했습니다!] [알림 : 역병으로 인해 생명력이 1 하락했습니다!]그런데.
“엥?”
지크는 들어오는 데미지가 생각보다 형편없자 당황했다.
“1? 고작 1 닳았다고?”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우웅!
지크의 마나홀에 자리한 최초의 블랙 드래곤 잉카서스의 심장이 진동하는가 싶더니, 고농축 방사능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알림 : 방사능 에너지가 바이러스를 불태웁니다!] [알림 : 이 해제되었습니다!]놀랍게도 이 1초도 채 되지 않아서 해제되었다.
“……?”
지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매우 당황했다.
“뭐야? 이거?”
하지만 지크보다 더욱 당황한 건 였다.
“이, 이 무슨…!”
는 자신의 숨결이 통하지 않자 경악했다.
보통의 생명체라면 3초 내에 호흡 곤란, 기침,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피를 토하며 죽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저 뺀질뺀질한 인간은 아니었다.
증상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이게 뭐냐는 듯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강력한 존재인가?’
는 숨결이 통하지 않자 이번에는 지크를 노려보았다.
뻔쩍!
그러자 의 두 눈으로부터 시퍼런 섬광이 뿜어져 나와 지크를 덮쳤다.
이른바 란 이름의 이 권능은, 단순히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는 마법이었다.
생명체가 이 에 걸리면, 혈관 벽이 녹아내려 피투성이가 된 채로 죽어가기 마련이었다.
주륵!
에 맞은 지크의 코에서 시뻘건 코피가 한 줄 흘러내렸다.
“유언이 무엇이냐?”
가 지크에게 물었다.
“유언?”
“네놈은 곧 피를 쏟으며 죽어갈 것이다. 그러니 유언이라도….”
“아, 코피 뭔데.”
지크는 의 말은 콧등으로도 듣지 않은 채 손등으로 코를 슥 문질러 코피를 닦았다.
지크가 그렇게 반응한 이유는 간단했다.
[알림 : 상태 이상!] [알림 : 에 걸렸습니다!] [알림 : 상태 이상!] [알림 : 에 걸렸습니다!]과 에 걸리긴 했다.
그러나 해제되는 게 너무 빨랐다.
[알림 : 방사능 에너지가 바이러스를 불태웁니다!] [알림 : 이 해제되었습니다!] [알림 : 이 해제되었습니다!]방사능 에너지.
그리고 의 육체.
이 두 가지가 결합되니 그 어떤 바이러스라 할지라도 지크에게는 영 힘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는 지크가 멀쩡하자 그만 자지러져 버렸다.
단언컨대, 그는 창세 이후 가장 많은 생명체를 죽인 대(大)학살자였다.
초월적 재앙인 질병의 화신으로써, 수없이 많은 바이러스를 뿌린 역병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그가 태어났을 당시 뿌려놓은 온갖 세균들과 바이러스들이 아직도 이 중간계를 어지럽히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저 인간은 달랐다.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짧으면 이삼 일, 길면 일주일이면 죽여 버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역병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겨낸 것이다.
“네, 네놈! 정체가 무엇이냐!”
“……?”
“도대체 무엇이기에 나의 권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냐!”
는 진심으로 놀랐다.
“네놈은… 네놈은 블랙 드래곤이나 그린 드래곤인가!”
그 질문은 매우 중요했다.
가 알기에, 자신의 권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건 고농도의 방사능 에너지를 다룰 수 있는 존재들뿐이었다.
예컨대, 7,000살이 훌쩍 넘은 에인션트 블랙 드래곤이나 그린 드래곤처럼 말이다.
“뭐라는 거야.”
지크는 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쟤 공격이 나한테 아예 안 통하는 것 같은데. 그럼 그냥 때려잡으면 되나?’
지크의 뇌리에 그 생각이 스칠 무렵.
“이… 이이…!!!”
는 자신의 주특기인 역병이 통하지 않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감히… 영원한 학살자인 나를 앞에 두고….”
그러자 게이머들의 시체가 의 분노에 반응해 하나둘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가라! 역병의 전사들이여! 저놈들을 죽여라!”
되살아난 게이머들의 시체.
들이 지크와 햄찌를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다.
“……!”
지크는 게이머들의 시체가 되살아나자 를 움켜쥐었다.
“뀨! 이 더러운 놈들! 햄찌가 혼내준다! 뀨우!”
그때, 갑자기 몸을 거대화한 햄찌가 달려들던 을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야! 햄찌야! 너 감염되면 큰일 나!”
“뀨! 햄찌 감염 안 된다! 햄찌 대정령이라 이런 바이러스엔 감염 안 된다! 뀨우!”
보아하니 햄찌도 지크처럼 가 뿜어내는 바이러스에 면역인 모양이었다.
‘감염만 안 된다면야.’
지크는 햄찌가 역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걸 확인하고는 마음을 놓았다.
그렇다면?
‘일 커지기 전에 빨리 때려잡자. 잘됐어. 다행이야.’
지크는 를 생각보다 손쉽게 때려잡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전투에 나섰다.
여기서 를 막지 못한다면 진짜 대재앙이 펼쳐질 수 있었으므로,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