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133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33화
‘허억.’
박문대의 홈마는 숨도 쉬지 않고 즉시 W라이브 알림을 클릭했다.
‘이 타이밍에 실시간 화상 소통이 나와?!’
테스타가 평소 비활동기에도 SNS 활동을 잊지 않고 꼬박꼬박 챙기는 편이긴 했지만, 설마 콘서트 직후까지 이럴 줄은 몰랐다.
그것도 당일 1시간 안에!
‘되게 피곤할 텐데.’
체력을 다 쏟아놓는 세트 리스트를 생각하면 슬며시 걱정이 들면서도, 올라가는 입꼬리는 어쩔 수가 없었다.
‘테스타 바로 또 본다!’
콘서트가 끝난 후 몰려올 수 있는 먹먹한 공허감이 사전에 차단되는 느낌이었다.
사람이 엄청나게 몰렸는지, 평소보다 긴 로딩 끝에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배달 음식이 한가득 차려진 상에 둘러 앉아 있는 테스타의 모습이었다.
[앗 들어오신다!] [잘 보이시나요?]게다가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테스타는 하나같이 머리에 파티용 고깔모자를 쓰고 있었다!
‘귀여워!’
콘서트 뒤풀이라고 쓴 게 분명했다. 홈마는 훈훈한 얼굴로 빠르게 박문대의 얼굴부터 확인했다.
“……?”
약간… 티벳 여우가 나오고 있다?
왠지 모르게 현타 맞은 쓸쓸한 얼굴로 보였다.
‘우리 프로 아이돌 문대가 겨우 고깔모자로…?’
의아해하던 홈마는 직후 그 이유를 깨달았다.
잘 보니, 멤버들이 직접 꾸민 건지 고깔모자마다 크레파스로 문구를 하나씩 적어뒀다.
그리고 박문대의 문구는 이것이었다.
-(축) 이틀 연속 울보 왕 (하)
“어허어억….”
미친 듯이 귀여웠다!
다른 멤버들도 ‘복근을 준비 중’ 같은 장난기 넘치는 문구를 머리에 달고 있기는 했지만, 박문대의 시무룩함은 정말 치사량만큼 귀여웠다…….
그녀는 지하철에서 미치광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입을 틀어막았으나,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
어차피 그 칸의 절반은 콘서트 귀가 행렬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건너 하나꼴로, 승객들은 끙끙 앓거나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W앱의 댓글들도 순식간에 고깔모자의 멘트를 묻거나 귀여워하는 것으로 가득 찼다.
몇 번 손을 흔들며 댓글 반응과 시청자 수를 확인하던 테스타는, 약간 부끄러워하면서도 즐겁게 대답했다.
[아, 문구요? 하하… 바로 눈치채셨네요.] [그렇습니다, 저희가 서로 적어준 거 맞습니다~] [제 문구 좋아요! 문대 형이 적었어요!]차유진이 번쩍 두 손으로 들어 올린 고깔모자에는 ‘와이어 한 번만 더 타자고 무릎 꿇음’이 적혀 있었다.
귀여운 문구였으나, 차유진은 그 문구가 자신의 열정을 보여줘서 멋지다고 생각하는 듯싶었다.
‘차유진도 귀엽긴 해.’
홈마는 너그럽게 상황을 인정했다.
우리 애랑 잘 노는 막내 포지션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었다.
박문대도 피식 웃었다.
[좋았다니 다행이고.] [히히.] [그런 의미에서, 제 모자 문구는 대체 누가 적은 건지 정말 궁금한데…….] [하하하! 다 같이 적었지, 다 같이!] [아! 이세진 형이 적었어요!] [아니, 유진아!]아웅다웅 귀여운 분위기였다. 그녀는 숨을 죽이며 화면에 집중했다.
류청우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오늘 콘서트는 어떠셨…….]뚝.
갑자기 영상이 꺼졌다.
[W라이브가 종료되었습니다.]“……?”
갑자기?
하다못해 멤버들이 폰을 건드리던 중도 아니었다.
‘뭐야? 오류인가?’
아마 테스타 쪽도 당황했는지, 라이브 알림은 약간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왔다.
[테스타의 콘서트 뒷풀이에 러뷰어를 다시! 초대합니다♡ >_<]당황했는지 고깔모자도 벗은 테스타 멤버들은 다시 켜진 W라이브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어후! 뭐 문제가 있었나 봅니다!] [러뷰어, 다시 안녕하세요!] [이, 이제 잘 되겠죠?] [에이~ 그렇겠지! 자, 그럼 이야기를 계속해 볼까요? 래빈 씨!] [네, 이번 W라이브는 저희가 러뷰어 분들의 귀갓길에 색다른 재미를 드리면 어떨까 하여…….]뚝. 또 끊겼다.
이번에는 1분도 제대로 송출되지 못했다.
“…….”
홈마는 아주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다음 W라이브는 곧바로 켜졌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하지만 화질이 깍두기였다.
도트 이미지처럼 보이는 테스타는 화면을 보며 수군댔다.
[우리가 잘못 건드린 건 아닌 것 같은데?] [포, 폰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일단 목소리라도 안정적으로 송출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지금 앱 환경 자체가 좀 불안정한 것 같….]박문대의 말은 끝나기도 전에, 동영상이 종료되었다.
‘X발!!’
얼마 전에 앱을 업데이트한 뒤부터 아이돌들 돌아가면서 오류가 나더니, 이번에는 테스타의 차례인가 싶은 상황이었다.
홈마는 당장 W앱 공지 사항을 확인했으나, 오류나 서버 불안정에 대한 공지는 눈에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맞다. 얘네 그런 거 안 하지.’
언제나처럼 안정적인 흑우 취급에 말문이 다 막혔다.
“…….”
테스타는 다음 시도까지 5분 정도 시간이 더 걸렸다. 아무래도 선아현의 의견대로 폰을 바꾼 것 같았다.
이제 W라이브 제목에는 우는 이모티콘이 붙기 시작했다.
[테스타의 콘서트 뒷풀이… 제발 하게 해주세요ㅠ (우는 이모티콘)]깨끗한 화면이 테스타와 시청자들을 반겼다.
‘하, 이번에는 되나…!’
홈마는 폰을 바꾼 테스타의 전략이 통한 것 같아서 순간적으로 안심했다.
하지만 이번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신난 차유진)] [(질문하는 김래빈)] [(댓글을 따라 읽는 배세진)] [(당황한 류청우)]그리고 화면 밖으로 나간 박문대가 크레파스로 글을 쓴 종이와 함께 등장했다.
-안 들리시나요?
그렇다는 댓글이 폭주했다.
큰세진이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종이 위에 크레파스를 덧칠했다.
-ㅠㅠ
그리고 또 재시도.
슬슬 테스타가 낡아가고 있었다.
[다시… 뵙습니다, 여러분.] [허허허허….] [이번에는 잘 들리시나 봅니다.]그러나, 이번에는 웬일로 끊기지 않는 것 같았다!
[아, 이제 좀 안정적인 것 같아요!] [음, 저희가 보는 화면에서는 약간 오류가 있는 것 같긴 한데….] [다시 시작하면 또 꺼질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그대로 진행해 보자.] [찬성!]류청우의 신중한 말에 테스타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틀었다가 또 끊기면 정말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저희 콘서트하면서 가장 감명 깊었던 순간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저! 저부터 해요!] [그래, 유진이부터 말해보자!]테스타는 그제야 신이 나서 본격적인 콘서트 후기에 돌입했다.
[로프 쓰는 거 재밌어요!] [어이구, 우리 유진이 그래서 연습할 때 자꾸 재밌다고 로프 끊어먹었어요~?] [안 먹어요!] [바보야, 진짜 음식물 섭취한다는 뜻 아니거든.] [아니에요. 바보는 김래빈이에요.] […!! 아닙니다! 제 지능지수는 공증된 시험에서 기록이 남아 있는데…!]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극소수의 인원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청자가 방송에서 튕겼다는 것을.
댓글이 줄어든 것이 오류가 아니라, 시청자 수가 그대로인 것이 오류였다는 것을.
대다수의 러뷰어가 들어가지지 않는 무한 로딩이나 오류 화면을 보며 광광 울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박문대의 홈마도 그 대다수에 속했다.
[일시적인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성공한 극소수 중 몇몇 악성 종자들은 낄낄거리며 적선하듯이 SNS에 상황을 중계했다.
-와 셤별 치킨 뜯는다 이 야밤에 제정신이냐고 댓글 달아줘야지ㅠ
-콘서트 리허설 때 윾진이랑 레빉이가 밖에 사람 얼마나 있는지 확인했대 국데와 그분 다 늙어서는 어리고 잘생긴 애들한테 서열질한 거 아니냐고 우우욱
평소라면 묻혔을 그 어그로들이 관심을 받으며 공유와 인용수가 늘어나는 것이 보였다.
“……하.”
홈마는 신인상 논란 이후로 오랜만에 깊은 빡침을 느꼈다.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당연히 W앱의 SNS 계정은 어마어마한 읍소 폭탄을 맞게 되었다.
-테스타 덥앱 좀 어케 해봐
-내 돌 돌려내라고ㅠㅠ
-앱 관리 대체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업데이트 이후로 아이돌들마다 오류 사례 나오는데요.
-오류오류오류 매번 오류인데 어떻게 사과문 한번이 없어 X발 놈들
-WHY(화난 이모티콘)
하지만 W앱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놈들은 얼마 전 브이틱 멤버의 개인 W라이브에서 다섯 번 오류를 처먹이고도 사과가 없었다.
아예 댓글이 막히는 등 기능이 마비되는 수준이 아닌 이상, 그냥 오류 정도엔 배짱 장사인 것이다.
어쩌면 테스타 건에 무슨 의사 표명이 있는 게 더 어색할 일이었다.
‘이대로 실시간 문대는… 못 보는 건가.’
박문대의 홈마는 혹시 몰라 테스타의 실시간 W라이브 썸네일을 클릭해 계속 들락날락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집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테스타의 W라이브가 아예 끝나 버렸다.
“…….”
다시 보기는 빠르면 내일, 늦으면 일주일 뒤에나 뜰 것이다.
‘오류가 진짜 심각하면 다시 보기도 못 뜨는…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더는 불길한 예감은 생각도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휴우…….”
홈마는 긴 한숨을 내쉬며, 집에 들어갔다.
‘씻고 나와서… 데이터 정리해야지.’
기분 좋게 콘서트 보고 와서 이런 걸로 속상할 필요가 없었다.
‘맞아, 너무 좋았잖아.’
이틀간의 콘서트를 떠올리자 금세 다시 기분이 괜찮아졌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폰을 잡았을 때는, 새로운 소식이 도착해 있었다.
“…?!”
테스타의 SNS 알림.
그것도 박문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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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러뷰어
저는 문대 (강아지 이모티콘)
이것은 오늘의 W라이브 직캠입니다.
많은 러뷰어들과 만나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금방 다시 오겠습니다. (어설픈 여우 그림)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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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된 동영상은… 방금 했던 W라이브의 녹화본이었다!
그렇다. 박문대는 멤버들이 폰을 바꾸어 송출을 재시도할 때, 혹시 몰라 자신의 폰도 나란히 옆에 세워뒀었다.
동영상 녹화를 켠 채로 말이다.
그리고 W라이브가 끝나자마자 사태를 파악하고 즉시 올려 버렸다.
아예 다른 폰으로 촬영한 것이라, 덥앱 계약 규정에도 어긋나지 않았다.
‘…세상에.’
홈마는 침대에 철퍼덕 머리를 박았다.
박문대가 너무 명석하고 대단한 아이돌이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간신히 다시 박문대의 SNS 글을 보자, 아까 주목하지 못했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크레파스로 삐뚤빼뚤 그린… 여우 그림이었다.
‘아니, 이게 진짜 인간적으로 말이 되냐고 미친!!’
괴멸적인 박문대의 그림 실력을 고려하자면, 저것도 엄청나게 따라 그려서 연습한 뒤 올린 것이 분명했다.
‘티벳 여우 이모티콘 없다고 우는 거까지 신경 쓴 거냐고…!’
무슨 이런 아이돌이 다 있냐며 홈마는 울부짖었고, SNS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흐름은 박문대 개인 팬들에게서 끝나지 않았다.
박문대 글에 멤버들이 줄줄 댓글로 콘서트 연습과 뒤풀이 준비 사진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깨알 같은 정보 글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친 배아문 유닛 무대 왕리본 머리띠 배세가 골랐댘ㅋㅋㅋㅋㅋ아현이가 예쁜 거 골라주셔서 감사하다는뎈ㅋㅋㅋ너무 웃겨ㅋㅋㅋㅋㅋ
-기다림이 좋아는 이세진 픽이었구나 역시 뭘 좀 아는 게 내 돌답다
-ㅠㅠㅠㅠ류청우 흰 티에 곤룡포만 걸친 사진 진짜 고맙다 래빈아 널 사랑해
-아니 다들 남의 사진만 주구장창올리넼ㅋㅋㅋ 알았어 올팬하면 되잖아 얘들아
테스타의 팬덤에서 W라이브를 함께 못 달린 서운함은 어느새 사라진 후였다.
* * *
“음, 다들 좋아하시네요!”
“휴.”
“그러게.”
“정말 다행입니다!”
큰세진의 확답에 여기저기서 안도의 목소리가 나왔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하필 그 타이밍에 오류가 떠가지고.’
콘서트 끝난 당일에 분위기가 안 좋으면 곤란했다.
다들 신나고 즐거워해야, 다음 콘서트에도 오고 이번 앨범도 들을 마음이 들 것 아닌가.
그래도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틀어놔서 다행이었지만, 예정대로 W라이브가 잘 진행되지 못한 건 뒷맛이 나빴다.
‘그거 하려고 장소까지 빌렸는데.’
영 아쉽긴 했다. 하지만 언제나 예상대로 시나리오가 잘 흘러갈 수는 없는 법이니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하자.
“자, 그럼 우리는 좀 편하게 계속할까?”
“좋죠~”
“치킨 시켜요!”
현재, 숙소로 복귀한 테스타는 드디어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막 2차가 시작되려는 상황이었다.
‘체력들 좋군.’
아마 있는 대로 들뜬 데다가 내일 오전 일정이 없다는 것 덕분에 객기를 부리는 것 같았다.
‘적당히 어울리다 빠져야겠다.’
배세진까지 음식을 고르고 있는 통에 혼자 빠지긴 그림이 이상했다.
대신, 이놈들 떠드는 사이에 볼일은 좀 봐야겠고.
‘상태창.’
마침 콘서트가 잘 마무리된 덕에, 약간 정산할 거리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