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179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79화
이 새끼에게 할 말이 정말 많았으나 우선 이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일단 좀 묻죠. 대체 어떻게 납치 같은 미친 계획이 안 들킬 거라고 확신한 겁니까? 제 휴가만 지나도 다들 찾으려고 혈안이 될 텐데.”
“…….”
청려는 어두운 눈으로 이쪽을 보다가, 고저 없이 대답했다.
“열흘 안에 끝낼 생각이었으니까.”
내 스마트폰으로 휴가 기간도 확인했나 보군.
“열흘 안에 제가 자살할 기미를 안 보이면 죽일 생각이었단 뜻이군요. 잘 알겠습니다.”
나는 살짝 자세를 고쳤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그리고 제가 죽으면 재시작한다고 굳게 믿으시는 거야 알겠는데, 대체 본인도 같이 돌아갈 거라는 믿음은 어디서 나오신 겁니까?”
안 물어볼 수가 없는 질문이다.
“그냥 저만 죽고 여기서 타 그룹 아이돌 살해범으로 잡혀가실 거란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
“선배님.”
청려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표정 없는 얼굴이었다.
“글쎄요…. 안 잡혔을걸.”
“…!”
“네 전화기도 있고… 적절한 제스처만 주면 테스타처럼 사건사고 많은 아이돌 그룹에서 멤버가 잠적한다고 경찰 수사 같은 건 안 들어가거든. 소속사가 막아.”
청려는 희미하게 웃었다.
“압박감이 심해서 포기했다, 아니면 정산받고 초심 잃어서 도망갔구나 생각할 테니까. 그리고 자기들끼리 찾아보다가… 결국 비용이 커지면 포기하죠. 후배님이 없어도 남은 그룹은 충분히 돈이 되고, 결국 그걸 굴리는 데 집중하게 되지.”
“…….”
“그렇게 박문대는 ‘건강상으로 활동 중지’ 처리되어 사라지는 거야. 음… 한 이삼 년 지나면 간간이 추억팔이 하는 사람들만 나오게 될 것 같은데.”
비약이다.
계약 기간이 멀쩡히 남았는데 T1을 등에 업은 소속사가 쉽게 ‘박문대’를 포기할 리가 없다.
게다가 지금 내 화제성은 잘하면 아이돌 중에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준이다. 뜬금없는 활동 중단 여파가 저렇게 간단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얼기로 보면…… 사람을 섬뜩하게 만드는 그럴싸함이 있었다.
‘X발.’
정말 뒤질 뻔했군. 나는 혀를 차면서도 대화 자체에는 만족했다.
“그렇군요. 증언 감사합니다.”
“…?”
나는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냈다.
녹음이 돌아가고 있던 내 스마트폰이다.
“…!”
“생각보다 식상한 장소에 두셔서 금방 찾았습니다.”
이 새끼 위치 추적까지 고려했는지 전원 꺼두고 노트북에 연결해서 우회접속으로 메시지 어플을 썼더라.
어쨌든, 식기세척기 안에서 찾아낸 내 스마트폰은 다행히 멀쩡했다.
나는 녹음 중단 버튼을 눌렀다.
“어차피 내가 신고해 봤자 상황만 보면 쌍방폭행이니 언론에 퍼지면 논란만 커지고, 그 이슈에 물려서 내 마지막 미션이 실패하는 그림까지 노린 것 같은데.”
나는 스마트폰을 툭툭 쳤다.
“녹음기록하고 정황 사진 다 남겨서 클라우드에 자동백업 설정까지 해뒀습니다.”
“…….”
“내가 여기서 나가서 신고하면 끝이라는 뜻이지.”
“그래요?”
“예. 그러니까 좀 협조적으로 굴어라 이 X발 새끼야.”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서 놈의 얼굴을 갈겼다.
퍽!
짧고 둔탁한 소리가 시원하게 울렸다.
속이 다 풀리는군.
청려는 입안이 터졌는지 혀로 더듬는 것 같았으나, 큰 동요는 없었다.
“…어차피 컴백도 못 하는데. 음, 아프네요. 몸 안 좋다더니.”
“몸 안 좋은 놈한테 얻어맞아서 기절한 새끼가 입만 살았네.”
“하하, 음, 그런데 어차피 후배님 신고 안 할 것 같아서.”
청려가 눈을 마주쳤다.
“증거 있어도 이런 사고에 말려들어서 미션에 방해될 여지를 안 남길 것 같거든.”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너무 빡치면… 모르지. 마지막 미션이 끝나면 바로 풀지도.”
“…….”
“좀 시끄러워지긴 하겠지만, 그룹에서 반대할 만한 놈도 없으니까. 신고까지 순탄할 것 같은데, 어때요.”
도리어 빨리 신고 안 하고 뭐 했냐고 경악하는 놈들만 나올 것이다. 벌써 그 꼴이 선하군.
그러나 이 말을 들은 놈의 반응은… 규격 외였다.
“네? 하하하.”
청려가 밝게 웃었다.
“머리 좋은 줄 알았는데 순 맹탕이네.”
“…!”
“지금 팀이 좋다? 아, 지금이야 끝내주겠죠. 성적 잘 나오고, 외부에 적이 많아서 뭉쳐야 하기까지 하니 얼마나 좋아.”
청려가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그거 몇 년이나 갈 것 같아요?”
“…!”
“아니, 몇 년까지도 아니지. 당장 뜨고 일이 년만 지나도 이상한 소리 하는 얼간이가 나오거든.”
놈은 허공을 봤다. 뻔한 과거를 회상하는 것 같은 지루한 눈이었다.
“자아를 찾겠다는 개소리부터 클럽 들락거리면서 그룹 파는 놈까지 별사람이 다 나오지. 무슨 팀을 어떻게 꾸렸든 마찬가지야. 인간의 열정과 성실함은 소모적이더라고요.”
“…….”
“지금은 아닐 것 같아도, 잘 생각해 봐요. 마음에 걸리는 사소한 결점들이 없었는지. 나중에 그것들이… 큰 실망으로 돌아오니까.”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말을 끝마쳤다.
“투어 끝나고 정산 한 번 더 받고 나면 후배님에게 괜한 짓 말고 조용히 넘어가자고 말하는 놈이 한 사람도 안 나올지는, 모르는 일인 거에요.”
“…….”
나도 사람 별로 안 믿는다만… 이 새끼는 반복 경험에서 우러나와서 그런지 역대급이었다.
나는 말문이 막혀서 놈을 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까 뭐, 쓸데없이 정붙이지 말고 효율 위주로 새 시작하라는 거냐?
어처구니가 없네.
“정 안 맞으면 나중에 해체하죠 뭐. 미션도 다 끝났을 텐데.”
“…!!”
“마음 맞는 놈들끼리만 해도 되고… 해보다 안 되면 그만두는 거지 뭘 그렇게까지 그룹에 목숨 겁니까. 아, 그래. 재시작 이야기 들을 때부터 생각했던 건데.”
나는 팔짱을 꼈다.
“VTIC은 하락세 좀 맞으면 안 됩니까?”
“뭐?”
“무슨 천년만년 탑티어 해 먹을 수 있는 바닥은 아니잖습니까. 전성기는 끝나니까 전성기잖아요.”
어차피 아이돌 그룹 인기라는 게 아무리 끌어도 군대 갔다 오고 나이 먹으면 최고점 지나서 내려오는 구간이 올 수밖에 없다.
“분명 이게 아니더라도 VTIC이 하락세를 타는 날이 올 텐데, 그거 얼마간 늦추겠다고 재시작까지 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설마 평생 VTIC이 업계 최고일 수 있다는 망상을 하진 않았을 것 아닌가.
청려는 잠시 표정이 없어졌으나, 곧 빙긋 웃었다.
“후배님은 아직 한 번도 안 해봐서 체감이 잘 안 되겠지만, 사실 재시작 한 번 정도는 큰일도 아니라서. 그룹 수명을 늘릴 수 있다면 해볼 만하죠.”
놈이 살짝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 이런 예상 못 한 사건 때문에 그룹 커리어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아주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그림을 계획해서. 다음에는 그렇게 될 테니 걱정 마요.”
나는 말을 던졌다.
“안 될 텐데.”
“뭐?”
“그 완벽한 커리어, 안 온다고.”
턱을 괴려다가 손이 아릿해서 그만뒀다. 망할.
“VTIC의 하락세는 무조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건이고 그냥 타이밍만 달라질 뿐입니다. 그런데 어느 하락 타이밍이 가장 완벽한지 네가 어떻게 알아. 앨범 판매량 떨어질 때마다 계속 재시작할 건가?”
나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 영원히 재시작해야 할걸요. ‘다음은 더 좋을 거야’ 합리화하면서.”
“…….”
청려는 뭐라 대답하려는 듯 입을 살짝 벌리긴 했으나,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
‘뭘 찌른 것 같은데.’
지뢰인지 스위치였는지 모르지만, 지금 굳혀야 했다.
‘기세를 꺾어놔야 돼.’
더는 이놈이 내 일을 훼방 놓게 둘 순 없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더 패를 아낄 것도 없다. 여기서 종지부를 찍는다.
나는 먼저 입을 열었다.
“어차피 난 죽어도 재시작 못 해서 그럴 기회도 없겠다만.”
청려가 거의 관성적인 것처럼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미션에 실패하면,”
“죽어요. 그냥.”
나는 팔짱을 풀었다.
그리고 진실을 말했다.
“나 원래 박문대 아니었거든.”
“…!!”
“원래 대졸 공시생이었는데, 깨어나 보니 박문대 몸이었어. 재시작한 게 아니라 그냥 남의 몸에 들어온 거야.”
내가 말하면서도 어이가 없군.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아마 미션 실패해서 죽으면… 최선의 경우에도 내 몸으로 돌아가고 끝일 것 같은데. 안 그래?”
“…….”
“애초에 이상하지 않았나? 내가 20대 초반 느낌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난 원래 29살이었거든.”
청려의 얼굴에 처음으로 온갖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나 보군.
놈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럴 리 없는데.”
“그렇다니까. 널 다 잡아놓은 상태에서 뭐하러 거짓말을 하겠어.”
나는 목 뒤를 주무르며 웃었다.
그간 괜히 약점이 될까 봐 이야기 못 했는데, 살인미수 증거가 내 손에 있으니 이 정도는 말해도 되겠지.
속이 다 시원하다.
“넌 이제 재시작 못 해.”
“…….”
자, 확실히 동요했고.
이제… 내키진 않지만, 완벽한 봉합을 위해 채찍 대신 당근을 내밀어 볼까.
“그러니까… 흠이 생겼다고 지금 삶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지.”
“…!”
“네가 가진 건 이제 없어지지 않는다는 거야. 그러니 그냥 좀 편하게 살아라. 개도 키우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여기서 깔끔하게 손절만 할 수 있다면 정말 고소 안 할 마음도 있다. 물론 손해 보상은 청구하겠지만.
‘앞으로 안 엮일 수만 있다면 손절로 만족한다.’
나는 생채기에서 올라오는 가려움에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
청려는 고개를 숙였다. 테이블 타이에 묶인 손이 작게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팝업이 떴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군(A)’ 발동!]이게 어떤 의미로 뜬 건지 모르겠으니 좀 기다려 보자.
“…….”
청려는 꽤 시간이 흐른 후에야 고개를 들었다.
의외로 담담한 얼굴이었다.
“뭘 할지 모르겠는데.”
“알아서 찾아야지.”
“그런가.”
청려의 목소리는 차분했으나, 묘한 우울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럴 만도 하겠군.’
저놈은 그동안 아이돌로 성공을 못 하면 자꾸 재시작하니까 VTIC의 성공에 모든 가치 판단을 몰빵해 왔을 것이다.
‘안 그러면 더 돌아버리지.’
그리고 미션 클리어가 안 되면 자꾸 리셋되는 상황도 ‘VTIC의 완벽한 성공을 위한 기회’라고 뇌에서 처리해 놨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걸 틀어막고 ‘그거 기회 아니고 포기야!’라고 쑤셔 넣은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만, 당장은 이놈이 확실히 전의를 상실한 것처럼 보였다.
‘됐다 X발.’
이제 1차로 증거물, 2차로 내 상황 공개, 3차로 정신 공격까지 해뒀으니, 한 반년쯤은 웬만하면 알아서 합리화하겠지.
‘그리고 그때쯤이면 미션 다 끝났을 때고.’
훌륭했다.
나는 곧바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간다. 공구 옆에 두고 갈 테니까 알아서 풀어라.”
움직임이 제한되어 있으니 혹시라도 공구를 집어 던지긴 힘들 것이다.
툭.
“…….”
청려는 내가 발로 미는 공구함을 물끄러미 보다가, 작게 말했다.
“좀 기다리면, 숙소까지 태워줄 수 있는데.”
“사양하지. 마취약 흡입한 게 선명해서.”
“…….”
대충 보니 서울 근교라 한두 시간 버스 타면 숙소까지 가긴 문제없을 것 같았다.
손목 상처도 긴 팔이라 안 보일 테고.
나는 내 스마트폰만 챙겨서 당장 현관을 향했다.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
그 심정과 태도가 반년 이상 지속돼야 할 것이다. 아니면 손해 좀 보더라도 감옥에 처넣을 테니까.
나는 곧장 문을 열고 나왔다.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시원했다.
* * *
나는 곧장 근처 정류장에서 시외버스를 잡아서 숙소로 향했다.
한 번 갈아타야 했으나, 복잡한 동선은 아니라 큰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슬슬 통증이 온다는 점이었다.
‘검사를 해봐야겠는데.’
일단 숙소에 복귀한 뒤에 변명거리를 만들어낼 생각이었다.
나는 통증도 잊을 겸, 버스 안에서 내 스마트폰을 점검했다.
우선 단체 메시지방은 휴가 이후로 꽤 많은 말들이 오갔다.
주로 어디서 뭘 하고 있다는 근황 보고식 이야기나 잡담 위주로 돌아갔는데, 대답 없는 ‘박문대’를 부르는 놈도 있었다.
이런 식이다.
그리고 청려는 이렇게 대답해 놨다.
[나 : 그만해라.]솔직히 소름 끼치는 싱크로율이다.
‘…생각보다 그럴싸하게 해놨군.’
나는 떨떠름하게 다른 개인메시지방들을 확인했다.
[김래빈 : 문대 형 할머님이 영상통화를 부탁하시는데 정말 죄송하지만 한 번만 기회를 주실 수 있겠습니까? 날짜와 시간은 모두 원하시는 대로 맞추겠습니다!]그 뒤로 형광색으로 ‘고마운 당신♬에게 늘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원색으로 번뜩이는 한라산 그림이 첨부되어 있었다.
“…….”
뭐라고 해야 하나… 굉장히 예상했던 그대로의 상황이다.
그리고 ‘박문대’를 사칭한 청려는 깔끔하게 거절해 놨다.
[나 : 미안. 쉬고 싶은데 다음에도 괜찮을까.] [김래빈 : 정말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휴가 끝난 후 뵙겠습니다!]이건 좀 그랬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말이지.’
병원 갔다가 정신 차리면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나머지를 다시 확인했다.
다 비슷비슷했다. 뭘 권유하면 거절하는 식이다.
[배세진 형 : 매물을 세 가지 봐뒀는데, 네가 보기엔 어떤 게 평형이 더 좋아 보여? (사진)] [배세진 형 : 바쁘면 답장 안 해도 돼] [나 : 잘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여기도 이렇고.
[선아현 : 문대야 나는 지금 설악산 근처로 가족들과 여행을 왔는데 단풍이 정말 예뻐서 좋아 너만큼은 잘 찍진 못했지만 몇 장 사진을 남겨봤어 숙소에 가지고 갈게 (사진)] [나 : 그래, 고맙다.]이쪽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청려의 마지막 흔적은 단체메시지방에서 발견되었다.
[나 : 좀 더 본격적으로 쉬려고 호텔에 쉬러 왔어요. 다들 휴가 끝날 때 봐요.] [큰세진 : 와 호캉스!(이모티콘) 문대문대 말해줘 5성이야??]거기서부터는 답장이 없었다.
“…….”
어쩐지 좀, 그랬다.
슬슬 휴가가 날아간 실감이 난다.
‘X발.’
역시 그 새끼 상태이상만 끝나면 다 터뜨려서 죽여 버릴까.
다행히 날짜를 보니 휴가가 아직 절반은 남았다. 나는 최대한 진정하며, 버스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평일 낮이라 사람 없는 버스에서 마스크와 모자를 쓴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고, 그렇게 평화롭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내 몸 상태는 평화롭지 않았다.
‘망할.’
숙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대로 나는 바닥에 엎어졌다.
퍽.
대리석이 볼에 들러붙는 건 전신의 작열감 때문에 거의 느껴지지도 않았다.
‘X발.’
이거 큰일 났다. 움직일 수가 없다.
관절에 연골이 다 빠진 느낌이다.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다.
‘구급차.’
안 된다. 지금 몸에 남은 부상을 모아보면 누가 봐도 범죄 피해자처럼 보인다.
이렇게까지 처리해 놨는데 상태이상 처리 전에 쓸데없는 논란은 사양이다.
‘좀 기절했다 일어나면 괜찮아지지 않나.’
몰골은 좀 그렇지만 이대로 복도에서 좀 쓰러져 있는 방법이…….
지이이이잉-
스마트폰.
누가 전화를 걸었다.
나는 거의 무의식중에, 스마트폰의 받기 버튼을 눌렀다.
며칠 만에 듣는 목소리가 울렸다.
-아, 받았…….
나는 말을 끊었다.
“지금… 숙소, 119… 부르지 말고… 병원, 좀…….”
-뭐??
“회사… 연락, 하지 말고, 좀…….”
-문대야? 박문대!
나는 그대로 푹 퍼졌다.
이런 말 그렇지만, 며칠 만에 깊은 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