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20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01화
테스타의 서울 앵콜 콘서트 당일.
고척 스카이돔에 입성한 대학원생은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도 드디어… 첫콘을…!’
앵콜 콘서트가 토요일에 시작되는 덕에 간신히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드디어 스포일러 없이 콘서트를 즐길 시간이었다!
척척박사가 될 것인가, 석사로 취직할 것인가의 기로 앞에 서 있는 대학원생이었지만 오늘의 고민은 하나뿐이었다.
‘문대가 잘 보이겠지? 이 자리가 최고 맞지?’
그렇다. 대학원생은 무려 돌출 앞 좌석이라는, 어마어마한 자리에 티케팅을 성공했다.
지난 콘서트에서 시즌 4가 차지해 논란이 일어났던 바로 그 구역이었다.
박문대의 사진을 찍는 그녀의 친구는 눈물을 좍좍 흘리며 부러워하면서도 그녀를 축하해 주었다.
-나 방금 입장함 심장 튀어나올 것 같다ㅠㅠㅠ
대학원생은 몇십 분 전에 온 친구의 메시지에 답장하며, 자신의 자리에 입장해 앉았다.
정말 그 말대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앵콜 콘서트는 보통 세트 리스트가 비슷한 데다가 공연장까지 비슷했으니, 견적은 벌써 나왔다.
‘돌출 무대에서 적어도 네 곡은 보겠네!’
그녀는 코앞에서 박문대의 무대를 볼 수 있겠다는 기대에, 응원봉을 부여잡고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후.
“으아아아아!!”
“어어억!!”
몰아치는 공연에 아드레날린이 폭발한 사람들 사이에서, 대학원생도 환호를 내지르고 있었다.
‘아 너무 좋아!!’
정중앙의 시야 좋은 곳에서 보는 콘서트는 거의 예술적이기까지 한 경험이었다.
“박문대!! 문대야!!”
방금 끝난 박문대의 솔로 무대가 그 예시였다.
투어 중 사용하던 의자를 제거하고, 다시 맨몸으로 공중에 떠 올라가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이 무대는 정중앙에서 보자 그 의도가 더 선명히 느껴졌다.
감정의 소용돌이처럼 어지러운 원색 천의 난무.
조명 아래 중앙에서, 떨어지는 천 너머 허공을 부유하는 무상한 연정.
대학원생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주접을 읊조렸다.
‘박문대는… 천재다.’
그리고 그 모든 감성이 선명히 다가온 것은 비단 좋은 자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문대가 너무 잘해.’
지난번보다도 더 서늘한 박력.
같은 공연장이라 분명 음향은 그대로일 텐데, 목소리에서 어딘가 사람을 건드리는 감성이 이상하게도 좀 더 날 것처럼 선명히 느껴졌다.
만일 대학원생이 SNS에 접속했다면 중계를 엿보는 사람들의 이런 감상평들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침대에 누워 있다가 박수침
-야 저음질 주절주절 변명 이제 안 받음ㅋㅋ 박문대는 이렇게 들어도 개잘하네ㅋㅋ
-방금 박문대 음원보다 더 좋은 거 나뿐이야?
-제발 앵콜콘도 딥디 내줘
몰입도가 달라지자, 무대 위에서의 감정선 질이 달라진 것이다.
박문대 본인의 예상보다도 확실한 ‘탐닉의 시간(S)’ 효과였다.
그리고 방금 백스테이지에서 무대 장비를 해제한 박문대 본인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후우.”
손이 떨렸다.
고통이나 경련 때문이 아니라 여운 때문이었다.
머리끝까지 감정이란 물에 잠기다가 건져 올려진 것 같은 공허함과 개운함이 과했다.
‘그래도… 예상보다 좋은 선택이었다.’
본인도 방금 무대가 만족스럽긴 했기 때문이다.
의식하는 단계 없이 바로 진입하는 몰입은 사람을 더 고양 시켰다.
특히 섬뜩할 정도로 처절한 감성의 곡을 혼자 했으니 더했다.
‘평소보다 더 강해.’
박문대는 침착함을 되찾기 위해 이온음료를 마시며 뇌를 가다듬었다.
“무, 문대야! 몸 불편한 곳은 없을까…?”
“어, 편해.”
“그, 그렇구나. 다행이다…. 그, 그래도 혹시 불편하면 꼭 말해야 돼!”
“그럴게.”
“으, 으응! …아! 방금 꽃그음, 굉장히 멋있었어…!”
“그래, 고맙다. 너도 멋지더라.”
의상을 갈아입은 선아현에게 막간을 이용해 대화를 빙자한 걱정을 듣고 있자니, 슬슬 시간이 다가왔다.
‘단체곡 이어지고, 즉석 무대, VCR 좀 길게 가고….’
“7분 남았습니다!”
‘앵콜 직전에 유닛.’
콘서트 중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훅훅 지나간다고, 박문대는 생각했다.
그러니 더 정신을 차려야 했다.
‘제대로 한다.’
마음을 굳힌 박문대는 다시 무대 아래에서 대기하기 위해 복도를 이동했다.
그리고 마지막 류청우의 솔로 무대 후렴구에 맞춰 밖으로 나오며, 다시 무대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사실, 몰입하지 않기도 힘든 환경이었다.
* * *
이제 제법 가짓수가 되는 타이틀곡 무대가 지나가고, 귀여운 즉석 무대가 지나가는 동안 관객들은 오랜만의 오프라인 경험에 흠뻑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다들 알았다.
VOD를 통해 복습까지 마친 지난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제 콘서트는 완연히 후반부였다.
그러니 대히트한 테스타의 이번 리얼리티 끝에 홍보까지 붙인 ‘유닛 무대’가 곧 나올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세트 리스트 변동 별로 없었지!’
‘역시 유닛 무대 좀 공을 들인 것 같은데…….’
특히 지난번 콘서트와 중복된 VCR이 나오는 순간에는, 흥분 속에서도 마치 휴식 시간 마냥 팽팽 머릿속에 계산이 돌아갔다.
그리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유닛 무대는 적절한 시기에 등장했다.
[Falling- 떨어지는 가을별처럼, 네게 fall, fall, Fallen.]처음은 선아현과 류청우.
별로 경험한 적 없는 조합에 관객들은 신선해하며 무대를 관람했다.
둘은 유명 남성 아이돌 선배인 티홀릭의 데뷔곡을 산뜻하게 소화했다.
‘오~ 좋다!’
박문대 팬인 대학원생의 평이었다.
다음은 배세진과 이세진, 그리고 김래빈의 무대.
[널 노려 내 Target, 난 안 놓쳐 my enemy.]히트맨이라는 강렬한 컨셉의 여성 아이돌 곡을 가져와서 적절히 파트를 분배했다.
‘멋진데?’
역시, 박문대를 제외하면 일반인의 감성을 가진 대학원생은 적절히 호평을 내렸다.
두 유닛 무대는 모두 첫번째 콘서트 때보다 훨씬 스케일이 크고 더 대형 공연다워졌다.
덕분에 저절로 등에 힘을 넣었다.
‘이제 문대가 남았다는 거지…!’
앞선 두 무대가 훌륭했던 만큼, 과연 피날레를 맡은 박문대와 차유진이 어떤 무대를 준비했을지 기대가 부풀었다.
‘SNS에서도 다들 기대했고!’
좀 더 물밑을 들여다보면 손톱을 물어뜯을 기세로 걱정하는 의견도 넉넉했으나, 대학원생은 아직 그 정도로 인터넷과 친하진 않았다.
그래서 그저 기대 100%의 상태로 마지막 유닛 무대를 접하게 되었다.
[…….]전 무대가 끝나고, 전광판에 짧은 영상이 흐르며 어두워진 무대 위.
땡-
괘종시계의 종소리가 울리며, 갑작스럽게 조명이 돌아왔다.
흑백 무대 위에는 댄서 여덟 명과 함께 각 잡힌 안무 대형을 갖추고 있는 키 큰 남성의 인영이 보였다.
차유진이었다.
‘문대는…?’
대학원생의 생각이 문장으로 완성되기도 전에, 음악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본 팝송의 멜로디였다.
빠밤밤밤밤!
-Listen!
No matter how hard
I think about it,
I can not hold it
경쾌하고 날렵한 일렉트릭 스윙 사운드 위로 댄서를 이끌고 차유진이 동작을 시작했다.
그 많은 사람 중 본인 혼자 검은 셔츠에 하네스부터 쥬얼리 체인까지 전부 빈틈없이 챙겨입은 모습이, 누가 봐도 솔로 가수의 모습이었다.
-Why Why~
are you not a monster?
차유진은 화려했다.
반짝이는 조명과 경쾌한 목소리, 그리고 배경에서 터지는 글리터 효과까지 안무의 일부로 사용하는 모습은 입이 벌어지도록 만들었다.
차유진은 무대를 신들린 것처럼 즐기고 있었다.
-Umm Umm Umm~
비명 같은 환성이 끊이질 않았다.
그래서 그가 정중앙에서 벗어나 성큼성큼 왼편으로 걸어 나오는 빈틈 즈음에야, 대학원생도 정신을 차렸다.
‘아니, 그래서 문대는??’
그러나 차유진은 자비 없이 후렴에 들어갔다.
후크송 형태인 곡 덕에 빠르게 네 번이나 반복되는 아이코닉한 파트였다.
-Monster, monster
you got me so
I grabbed you
bebe, babe
차유진이 댄서들 사이에서 더없이 복잡한 안무 동작을 홀로 가볍고 쫀득하게 살렸다.
시선을 빨아들이는 것만 같았다.
-bebe, babe!
날렵하게 차오르는 동작 후, 차유진이 검지로 입을 그으며 웃었다.
“와…….”
박문대의 팬까지 반사적으로 감탄했다.
하지만 그토록 인상적인 첫 번째 후렴의 마무리 순간.
갑자기 반주가 바뀌었다.
우우웅-!
‘어?’
지극히 현대적인 전자악기를 사용하던 세련된 편곡이 먹히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대신, 그 자리에 과격한 밴드 오케스트라가 들이닥쳤다.
“…?!”
“…??”
관객석에서 당황하는 소리가 나오기도 전.
무대 중앙에 번뜩이는 찬란한 빛과 함께 배경이 열렸다.
“…!!”
그리고 거대한 푸른 융단 구조물 위 옥좌 같은 황금 의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웅장한 의자 위에 비스듬히 앉은 사람은… 니트가 눈에 띄는 교복을 입은, 안경 쓴 박문대였다.
‘이게 뭐야??’
박문대는 천연덕스럽게 고뇌하는 얼굴로 노래를 시작했다.
-그래,
생각만 해도
더 이상은 널
견딜 수 없어
한국어로 번안된 팝송의 가사였다.
박문대는 맑고 뚜렷한 목소리로 곡을 끌고 나갔다. 어딘지 평소보다 조금 과장되고, 감정적으로 들리는….
‘아니, 잠깐만.’
푹 빠질 뻔했던 대학원생은, 박문대의 이 편곡도 제법 귀에 익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번안된 게 아니었다.
‘…이거 뮤지컬이잖아!’
그렇다.
이 팝송, ‘Monster Baby’는 해당 가수의 곡들을 모아 만들어진 모 뮤지컬의 유명 넘버 중 하나이기도 했다.
-사람
같지도 않아, 넌!
박문대는 단정한 교복 차림으로 방만하게 의자에 앉아 노래를 계속했다.
괴상한 17세기 성에서 조난당해 맛이 간 현대 학생 역할이 부르는 곡을 소화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 우우, 우우우~
박문대의 주변에는 요란한 근대 차림의 인영들이 등장하더니, 춤을 추며 코러스를 넣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뮤지컬 앙상블이었다.
덕분에 배경을 아는 소수의 사람이든 아니든, 관객들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뮤지컬 장면을 재현 중이라는 것을.
‘헐.’
같은 곡을 정반대의 형태로 다짜고짜 보여주는 무대였으나, 박력이 대단한 탓에 관객들은 당황을 잊고 말려들어 갔다.
-몬스터, 몬스터
날 잡아채고
끌어당겨
그래, 그렇게!
박문대가 거대한 황금 의자 위에서 안무를 하면서도, 구조물 자체는 앙상블의 손에 이리저리 움직이며 가사와 스토리를 맞췄다.
-내내, 그렇게!
색색의 조명과 깃털, 정신이 나갈 것 같은 현란한 시대극 요소가 교차하는 가운데, 박문대의 보컬이 공연장을 쭉 갈랐다.
폭발적이고 극적인 뮤지컬의 맛이었다.
“와아아아!”
일단 관객들은 반사적으로 또 박수를 쳤다. 소름이 쫙 돋는 퀄리티였으니까.
그러나 유닛 무대라고 할 건 없었다.
‘거의 그냥… 단독무대 대결?’
‘유닛은 아닌뎅.’
이 콘서트 고양감에서 벗어나는 순간 알음알음 이야기가 나올 것이란 예측을 몇몇이 할 찰나.
지이잉!
간주가 떨리더니, 무대 왼편의 꺼진 조명으로부터 흑백의 세련된 정장을 차려입은 인영이 우르르 중앙무대로 밀고 들어왔다.
“어?”
차유진과 댄서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의자와 융단 구조물에 올라타 노래를 부르던 박문대와 앙상블들을 오른쪽으로 쭉 밀어버렸다!
“…??”
뮤지컬 세트는 주르륵 넘어지듯이 밀려났다….
그리고.
빠밤밤밤- 빠바밤!
다시 들어온 신디사이저와 브라스에 맞춰서 차유진과 댄서들이 이번에는 막대를 꺼내 들었다.
막대들은 움직임에 따라 연결되고 해체되며, 안무의 강약과 화려함을 더했다.
“우와.”
막대에서 야광색이 번뜩이는 순간, 허공에서 수많은 빛이 몰려들어 차유진의 움직임을 보조했다.
야광 드론 퍼포먼스였다.
차유진은 삐딱하게 웃으며 여유롭게 드론을 살아 있는 것처럼 다뤘다.
-bebe, babe!
그렇게 다시 한번 후렴이 거창히 마무리되는 순간.
이번에는 틈도 없이 박문대 쪽에서 순식간에 무대 중앙으로 밀고 들어왔다.
황금 의자에 올라서 팔짱을 낀 박문대는 질 수 없다는 듯 거대한 샹들리에를 떡하니 구조물에 달아놨다.
그리고 선전포고를 하듯이 앙상블과 고음의 화음을 척 넣었다.
-오늘도 생각했지
더는 참아줄 수 없어!
가사가 절묘했다. 샹들리에가 빛을 난사하며 댄서들의 안구를 괴롭혔다.
‘미친!’
이제 관객들은 웃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쩔 줄 몰라서 웃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무대를 즐기는 편안함과 기대가 있었다.
장르를 넘나드는, 다소 메타적인 유머러스함이 뻔뻔하게 무대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차유진과 박문대가 워낙 천연덕스러웠기 때문에 무대는 머쓱한 대신 몹시 즐거워졌다.
Drrrrr-!
그렇게 아웅다웅하던 둘은 결국 마지막 후렴구에선 말 없는 기 싸움을 하며 함께 돌출 무대로 뛰어나와 무대를 하기 시작했다.
신디 사운드와 오케스트라가 합쳐지며 곡은 페스티발이나 카니발에 쓰일 만큼 요란하고 웅장해졌다.
-Monster, Monster
bebe, babe!
잡아채고 끌어당겨
그래 그렇게!
원어와 번안 가사가 섞였다. 앙상블 사이를 댄서들이 치고 들어갔다.
차유진이 황금 의자에 올라가서 창법을 바꿔 노래를 부르고 박문대가 드론과 춤을 췄다.
서로의 영역을 거침없이 침범하는 폭주감이 무대를 달궜다.
-Monster, 그렇게!
피잉!
온갖 색의 폭죽이 터지며 화음과 안무가 절정을 찍었다.
무대의 이질적인 두 요소들은 서로의 파괴적 느낌을 더 과격히 살리며 엔딩을 맞이했다.
우하아아악!!
폭죽과 일렉 반주 소리 너머, 사람들의 비명이 공연의 일부처럼 현장을 뒤흔들었다.
“이야아아아!!”
대학원생도 자기도 모르게 응원봉을 손바닥으로 때리며 박수를 쳤다.
한 시간 후 귀갓길에서, 이 무대가 겨우 4분 20초짜리였다는 것을 깨닫고 경악하게 될 것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 * *
“대박이요! 대박이요!”
“알았다.”
차유진은 VCR 내내 같은 말을 반복하며 내 어깨를 흔들었다. 대단히 방금 무대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이해는 됐다. 나도 좀 놀랐다.
‘이게 되네.’
어지간히 낯짝이 두껍지 않고서야 몰입하기 어려운 구성이었는데, 숙연함 한 점 못 느꼈다.
‘꽝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S등급 값은 했나.’
도리어 기분 같아선 VCR이고 나발이고 무대를 쉬지 않고 계속하고 싶은….
“또 해요! 백 번 해요! 대박!”
물론 저 정도는 아니다. 놔라.
“그래. 일단 대형 정리하자.”
“네!”
이런 뜬금없는 체력 소모는 안 된다. 오늘 밤에는 정신이 똑바로 박혀 있어야 했다.
이 유닛 무대 도전 말고도 오늘의 이벤트가 남아 있으니까.
‘…이제 정말 끝인가.’
콘서트 종료까지 앞으로 약 30분.
상태이상 해제가 정말로 코앞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