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20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02화
앵콜 콘서트 첫날은 예정대로 별문제 없이 성황리에 끝났다.
유닛 무대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제발 음원 좀ㅠㅠㅠㅠㅠㅠ
-이 둘을 같은 팀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아주사의 유일한 장점이다 이제 폐지해
-박문대 성대 차유진 춤 이 조합 케이팝 명예의 전당에 올려야 하는 것 아닌지 (주접입니다 지나가세요
-차고영 덥앱에서 맨날 문대형 유닛 떠들더니 이유를 알겠네 우리 애 천재네
간혹 다른 유닛 무대랑 비교하려는 어그로도 튀어나왔으나 그다지 통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내 입으로 말하기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1, 2위 출신이 유닛인 덕인 것 같다.
조합이 조합이다 보니 다른 유닛 팬들 쪽에서도 괜한 시비 만들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어디든 쪽수 많은 쪽은 건들기 껄끄럽지.’
애초에 유닛 무대들이 전체적으로 퀄리티가 좋았으니까 ‘테스타는 어느 조합이든 잘한다’ 같은 이야기로 뭉뚱그리더라고.
그래서 그냥 무대 하나하나 알아서 좋아하는 분위기로 팬 커뮤니티는 화목했다.
-오늘 너무 좋다
-진짜 오프닝 VCR 나올 때부터 벅차서 눈물이 줄줄
-테스타 디너쇼까지 가는 거다 약속 (콘서트 단체 사진)
박문대와 차유진의 개인 팬들의 기류도 출범 이후 최고조 수준으로 괜찮으니 그냥 축제나 다름없었다.
이 말뜻은, 관계자 중 긴장한 건 나뿐이라는 뜻이다.
“형!! 내일 나 샹들리에 흔들어요!”
“그래. 잘 자라.”
나는 다섯 번쯤 들은 애드리브 제안에 또 오케이 사인을 주고 침실을 나왔다.
“어디 가요??”
“반신욕.”
그리고 거실을 지나, 욕실 문을 닫고 들어왔다.
의심 안 사고 혼자 한두 시간 있을 만한 장소가 여기뿐이라 별수 없다.
달칵.
“후.”
나는 욕조에 걸터앉았다.
…사실, 콘서트가 끝나는 순간 이미 팝업이 뜨는 걸 봤다.
비하인드컷 인터뷰 등 간단한 야간 스케줄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취침 시간까지 확인을 미뤄둔 것뿐이다.
‘물론, 지금 팝업 확인한다고 바로 뭘 할 필요는 없지만.’
아직 기간이 남았으니 좀 더 두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그래도 어쨌든,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나도 더 미뤄두기가 어렵다.
보자.
‘상태창, 알림.’
읊조리는 것과 동시에 아까 스치듯 존재만 확인한 팝업이 도로 떴다.
[성공적 만남!]당신은 ?관객 ‘200,000명’과의 만남에 성공했습니다!
!제한시간 : 충족 (성공)
!상태이상 : ‘관객이 아니면 죽음을’ 제거!
: ‘선택지’ 확인 ☜ Click!
우선… 성공은 확실하다.
“하….”
어쩐지 긴장이 쭉 빠지는군. 나는 묘한 탈력감에 관자놀이를 눌렀다.
남은 건 그놈의 망할 진실 확인… 잠깐.
“…!!”
: ‘선택지’ 확인 ☜ Click!
키워드가 진실이 아니다.
‘선택지’?
그 단어를 보는 순간, 당연하지만 곧바로 연상되는 내용이 있었다.
‘…본래 몸과 ‘박문대’ 몸 중에 고를 수 있는 선택지.’
마지막 상태이상 클리어 보상으로 가장 그럴싸하고 적당한 이야기 아닌가.
“…….”
다만 너무 뜬금없이 좋았다.
머리가 식는다.
‘이제 와서 제시하긴 늦지 않았나.’
이 괴상한 시스템은 내가 박문대의 몸에 들어온 이후 게임 스타일을 충실히 유지해 왔다.
그런데 이런 당근을 끝까지 제시하지 않다가 깜짝 보상으로 준다는 건 이상했다.
보통 게임이라면, 무조건 시작 지점에서 상태이상 때리기 전에 미끼로 이것부터 던졌을 것이다.
‘아니, 게임이 아니어도… 구조나 효율을 생각하면 그게 맞아.’
너 뒈진다고 채찍만 갈기는 것보다 엔딩에 확실한 보상이 있는 편이 희망 고문하기 딱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다른 가설은?’
몸을 고르는 게 아니라면 뭐가 그럴싸할지 머리를 굴려봤지만, 특별히 ‘이거다’ 싶은 가설은 떠오르지 않았다.
“……후우.”
진짜 반신욕을 해야 하게 생겼다. 머리가 지근거리는군.
짧게 술 생각이 들었으나 무시하고 그냥 욕실에서 나왔다.
‘내일, 뭐든 내일 고려한다.’
일단 마지막 콘서트는 잘 끝내야 했다. 컨디션에 영향 줄 건 머리에서 지우는 게 맞다.
‘잠이나 자자.’
그대로 침실로 복귀하려던 찰나, 부엌에서 웬 놈이 손을 흔들었다.
“음? 문대 안 자?”
큰세진이다.
“반신욕.”
“아~ 좋지.”
놈은 히죽 웃더니 들고 있던 병에서 차가운 보리차를 한 잔 더 따라 내밀었다.
“한 잔? 엄마가 어제 주셨는데.”
색 때문인지 묘하게 맥주가 생각났다.
나는 군말 없이 잔을 받아들었다. 큰세진이 웃는 낯 그대로 말을 이었다.
“아, 맞다. 문대 유닛 무대 대단하던데? 유진이랑도 진짜 잘했더라~ 역시 박문대!”
다만 내용은 뼈가 있다.
‘은근히 뉘앙스가 있는데.’
본인의 차유진 유닛 경험을 반추해서 말하나.
나는 당시를 떠올렸다.
-그냥, 무대 자체를 잘 뽑아. 너랑 차유진이랑 누가 더 잘하는지 각 잡고 비교할 마음 자체가 안 들게.
당시 내가 이런 류의 충고를 했던 것 같은데, 그래놓고 나는 차유진과 정면 승부 스타일의 무대를 해버렸으니 신경 쓰일 법도 했다.
그러나 이건 그냥 모양새의 문제였다.
“…강조할 점을 그나마 맞게 고른 거지.”
나는 냉차를 들이켜며, 무덤덤이 중얼거렸다.
“뮤지컬 아니었으면 안 통했어. 노래를 어떻게 부르든.”
“…….”
결국 네 유닛 무대 때랑 다를 바 없이, 형식을 잘 잡았을 뿐이라는 뜻이었다.
‘물론, 특성빨도 있긴 하지만 그것까지 설명할 순 없지.’
대신 이놈에게 말을 마무리할 기회나 주자.
“너 유닛 무대도 좋더라. 그림자 퍼포먼스도 딱 맞아서 멋지고.”
“…!”
큰세진의 얼굴에 약간 민망해하는 것 같은 쓴웃음이 스쳐 지나갔다.
본인도 아마 머리론 알면서 무심코 말해본 심정은 알겠으니, 이 정도로 할까.
놈은 너스레를 떨며 냉큼 기회를 받았다.
“…하하. 열심히 했지. 실전에서 잘 나와서 좋네~”
“그러게.”
배세진이 혼이 탈탈 털리며 연습하던데, 만약 무대가 망했다면 널 죽이려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눈치 없고 일 열심히 하는 김래빈이 사이에 껴서 잘 진행된 것 같다만.’
큰세진이 빙긋 웃었다.
“다음에는 문대랑도 같이해 봐야지! 우리 데뷔하고 나선 유닛 한 번도 같이 안 해봤잖아~”
겹치는 포지션이 전무한데 굳이?
아마 이놈도 마무리 덕담 삼아 하는 소리일 것이다. 그러니….
“문대문대, 방금 포지션도 다른데 굳이 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
“…!”
“하하, 맞았나 봐~”
“…아니.”
이 새끼 어떻게 알았냐.
큰세진은 소리를 죽여 폭소했다가, 곧 표정을 잡고 말했다.
“흠흠, 그래도 기회가 오면 우리 잘할걸?”
“그렇겠지.”
“좋아~ 그 자세지!”
큰세진은 보리차를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약간 머뭇거리다가 이어 말했다.
“…너한테는 참 고마운 게 많아.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별말씀을.”
“넌 칭찬만 하면 그 소리 하더라!”
큰세진은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웃기고 있군.
이놈도 오랜만에 한국 콘서트라 감성적으로 변한 모양이다.
‘…어쨌든, 좀 낫긴 하군.’
이놈이 의도한 건 없지만, 무대 이야기를 하니까 쓸데없는 생각이 안 들어서 편하긴 했다.
“그럼 나 들어간다.”
“그래. 내일도 우리 잘하자~”
나는 그대로 취침했다.
변수는 없었다, 아직까진.
그리고 다음 날.
와아아아아!!
“감사합니다!”
앵콜 콘서트가 완전히 종료되었다.
“으악! 옷이 붙어요!”
“일단 얘들아, 물건부터 챙기고….”
“다, 단체 사진 찍어야 한다는데…?”
거사가 끝나고 남은 자잘한 일들은 금방 마무리되었다.
뒤풀이도 숙소에서 멤버끼리 간단히 배달 음식이나 먹고 끝났다. 투어 끝나고 한국 들어올 시점에서 한번 거하게 했기 때문이다.
“술 안 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요.”
나는 무알콜 맥주를 할당받았다. 취한 놈에게 술을 뺏기니 상당히 오묘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눈치를 봐서 바람 쐬는 척 베란다로 나왔다.
“…후우. 상태창 알림.”
팟. 다시 어제 본 팝업이 돌아왔다.
자, 이제 시간이 됐다.
오늘 이후로 컴백까지 그룹 공식 활동은 거의 없었다.
그래 봤자 한 달 정도의 텀이지만, 그래도 내가 뭘 까보려면 이 사이가 적당하다는 뜻이다. 여유가 있으니까.
그리고 하나 떠오른 게 있다.
‘분명 이 ‘선택지’ 항목을 클릭하면 각 선택지를 소개하는 팝업이 또 뜰 것 같은데.’
지금까지의 UI를 생각하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가설이다.
‘그럼 빨리 알고 고민하는 게 낫다.’
나는 침을 삼킨 뒤, 손을 들어 ‘선택지’를 눌렀다. 아무 촉감 없이 손가락이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그 위로 새 팝업이 떴다.
: ‘진실’ 확인 ☜ Click!
: ‘코인’ 획득 ☜ Click!
※중복 선택 불가
“…!”
몸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역시 아니었다. 그리고 둘 중 하나는… 낯익은 놈이다.
‘진실’.
이거야 뭐 지금까지 봐온 그 지랄 맞은 과거 알림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선택지의 의미는 결국 밑의 새 옵션에 있었다.
‘코인’.
이게 대체 무슨 의미지.
전혀 직관적이지 않은 단어에 저절로 머리가 회전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화폐.
‘무슨 상점이라도 열리나.’
이것도 웹소설에서 많이 본 설정이군. 나 혼자만 상태창 상점.
그럴싸하지만 너무 추상적이었다. 그 외에는 가상화폐 따위의 이미지만 떠올랐다.
“…망할.”
끝까지 애매하게 구는군. 나는 선택지창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사실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긴 했다.
나는 고민할 것도 없는 선택지에 바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코인’ 획득!]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진실은… 너무 리스크가 커.’
뭘 보여줄지 모르니까.
당장 팝업의 묘사만 봐도 ‘진실’은 확인이고 ‘코인’은 획득이다. 코인이 무엇이든 소유하는 것이니 꽝이어도 현상 유지 아닌가.
‘이게 맞다.’
나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팝업을 보았다.
이제 이 코인으로 뭘 할지 설명이 나올 것이라는, 상식적인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뜬 팝업은… 예상과 달리, 이미 익숙한 형태였다.
[돌발!]상태이상 : ‘스타가 아니면 죽음을’ 발생!
“뭐?”
X 같은 상태이상 알림이 또 뜬 것이다.
‘이 개새끼들이 진짜…!’
정신이 아득해진다. X발 마지막은 무슨! 대체 언제까지 이 지랄을 계속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한편에서는, 묘한 기분이 올라왔다.
안도감이었다.
‘이것도… 현상 유지라고 볼 수 있지 않나.’
적어도 1년은 지금까지처럼 그냥 살면 되는 것이니까.
당장 내일만 돼도 미친 생각이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유예가 주는 이상한 편안함이 있었다.
계속 이렇게 살 수 있다는.
“아니.”
나는 그 느낌에 저항하기 위해 이를 악물며 팝업을 쏘아보았다.
‘대체 목적이 뭐냐.’
그때였다.
갑자기… 팝업이 지지직거리기 시작했다.
“…!!”
상태이상 : ‘스타가 아니면 죽음을’ 발생!
그리고 내용이 줄이 쳐지며 사라졌다.
“뭐야.”
끝이 아니었다.
띠링!
상태이상 : ‘1위가 아니면 죽음을’ 발생!
새 팝업이 떴다. 내용은 이전에 한번 보았던 상태이상이다.
“무슨,”
그리고 이것도 끝은 아니었다.
‘1위가 아니면 죽음을’ 발생!
‘대상이 아니면 죽음을’ 발생!
‘공연이 아니면 죽음을’ 발생!
‘최고가 아니면 죽음을’ 발생!
‘데뷔가 아니면 죽음을’ 발생!
‘X발 뭐야.’
팝업의 상태이상은 끝없이 이름에 줄이 쳐지고 삭제되었다.
그리고 마치 누군가 해킹이라도 한 것처럼 수없이 깜빡이며 새 이름으로 갱신되었다.
그 짓이 얼마나 반복되었을까.
띠리리리링!!
[돌발!]상태이상 : ‘관객이 아니면 죽음을’ 발생!
겨우 팝업이 갱신을 멈췄다.
바로 직전의 상태이상 명과 똑같은 이름을 달고.
다만, 내용 설명이 달랐다.
[‘관객이 아니면 죽음을’]: 정해진 기간 내로 40만 명 이상의 관객과 만나지 못할 시, ‘박문대’의 사망
달성 인원 : 0 / 400,000
20만 명이 아니라 40만 명.
인원이 두 배가 됐다.
그리고 설명에 추가된 점이 있다. 사망에 구체적인 인명이 붙었다.
‘…그냥 사망이 아니라, 박문대의 사망.’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코인 이 지랄부터 지금 이 버그 난 것 같은 상태창까지 대체 상황을 파악할 구석이 보이질 않았다.
머리를 굴려도 소용이 없다. 단서가 없는 거니까.
“…….”
나는 베란다 한편에 앉아서 머리를 식혔다. 담배가 좀 당기긴 했지만, 견딜만했다.
“후.”
그리고 몸이 차가워질 때쯤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두 가지가 확실하다.’
첫 번째는 1년 내로 관객 40만 명 채우기.
이건 오히려 괜찮다. 당장 2달 투어로 20만 명을 채웠다.
올해 하반기 투어는 규모를 더 키웠으니, 그거 예정만 봐도 40만 명은 달성할 수 있다.
‘행사까지 끼우면 더 너끈하지.’
그러니 이건 일단 넘어가자.
두 번째는… 이 사태에 대해 뭐라도 물어볼 만한 놈이 한 놈 있기는 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 새끼가 알려준 게 틀리기까지 했으니 추궁할 명분도 있다.
“……X발.”
썩 내키는 짓은 아니지만, 옵션이 없으니 별수 없지.
나는 바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강아지 사진이 첨부된 MMS 문자를 찾아내,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은 짧게 끊겼다.
-네.
대충 짐작했겠지만, 청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