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99
299화. 후일담 (4)
성좌가 되는 것.
그것은 이죽헌에게 새로 생긴 목표였다.
“나는 말이야.”
이죽헌이 소파에 앉은 채 중얼거렸어.
“그동안 계속…… 강유진을 따라잡는 게 목표였어.”
“…….”
물론 석태준도 알고 있다.
철혈반 시절 강유진에게 패배한 뒤, 이죽헌은 계속 강유진을 라이벌로 생각해 왔다.
물론 실력 차이는 있었지만, 그래도 강유진을 따라잡기 위해 계속 발버둥 쳤다.
“촌구석에서 깡패 대장 노릇이나 하고 있었던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전부 그놈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렇죠.”
이죽헌은 확실히 강해졌다.
인도에서는 마신급 악마 단탈리안까지 쓰러뜨렸고, 이제는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강유진이라는 라이벌이 항상 한발 앞서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 녀석의 뒤를 쫓아가려고 계속 발버둥 쳐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이죽헌은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결국…… 죽어 버렸지.”
“…….”
“그래, 죽어 버렸어. 그 녀석은 더 이상 강해질 수도 없고, 더 이상 업적을 만들지도 못해.”
이죽헌의 손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주먹을 너무 꽉 쥐었기 때문이다.
“죽어 버렸다고! 이제 여기에 없다고!”
소리치면서 근처에 있던 탁자를 내리쳤다.
탁자가 부서지면서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이제 그 녀석은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해! 나하고의 거리를 더 이상 벌리지 못한다고!”
“…….”
“그럼 언젠가 나한테 추월당하겠지! 안 그래?!”
이죽헌이 가슴에 손을 올려놓으며 소리쳤다.
손바닥에서 흘러나온 피 때문에 티셔츠의 가슴 부위가 붉게 물들었다.
“이제는 내가 그 녀석을 추월하는 일만 남았어! 안 그러냐고!!”
그렇게 소리친 뒤, 이죽헌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석태준을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째서 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건데.”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죽헌 씨가 부러워서일까요.”
그렇게 대꾸하면서 석태준은 눈물을 삼켰다.
“강유진 씨는 정말로…… 이제 이 세상에 없는 거군요.”
“……새삼스러운 얘기 하지 마.”
“정말로, 정말로…… 죽은 거죠.”
석태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죽헌 씨, 저는…… 강유진 씨하고 함께 다니는 게 좋았어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산속에서 내려온 수상한 남자였다. 처음에는 그냥 미친놈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고…… 그 이상으로 강렬한 정신성을 지니고 있었다.
“강유진 씨하고 함께 다니면서…… 제 인생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죠.”
“…….”
“서로 떨어진 곳에 있어도 상관없었어요. 거리는 멀어도, 결국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으니까.”
강유진이 중국에 갔을 때, 석태준은 한국에 남아 금양단을 조직했다.
그것은 강유진을 서포트해 줄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계속해서 강유진과 함께 일을 하기 위해, 석태준은 그동안 노력해 온 것이다.
“주민하 씨도 아마 저하고 비슷한 생각이었겠죠.”
“……그 자식 얘기는 하지 마. 배신자잖아.”
“하지만 이죽헌 씨도 저랑 같이 가서 시체를 찾아 묻어 줬잖아요.”
“쯧…….”
인상을 짓는 이죽헌을 보면서 석태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구질구질한 얘기는 이제 그만해. 그놈들은 이제 세상에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이죽헌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
“석태준, 나는 강유진을 뛰어넘는 업적을 이룩하겠어.”
“…….”
“그러니…… 나도 성좌가 될 거야.”
성좌가 된다.
그것이 이죽헌의 새로운 목표.
“그것이야말로, 내가 강유진을 뛰어넘었다는 증명이 될 거니까.”
“……그렇겠죠.”
강유진은 현재의 현상대계에서 유일하게 성좌가 될 만한 업적을 이룩한 인간이었다.
만약 이죽헌이 강유진을 뛰어넘는 업적을 이룩한다면, 당연히 이죽헌도 성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 녀석하고 계약하지 않아.”
“…….”
“S급 성좌 ‘무명의 계승자’하고는 계약하지 않을 거라고.”
무명의 계승자.
새롭게 성좌가 된 강유진의 성좌명이다.
무명의 왕이 사라지면서 이죽헌은 성좌가 없어졌다. 그래서 새로운 성좌와 계약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무명의 계승자하고는 계약하지 않을 거라 말하고 있었다.
“그 녀석하고 계약한 몸으로 그 녀석을 뛰어넘는 존재가 되려고 하다니, 좀 이상하잖아.”
“그건 그렇죠.”
“그러니까, 내 마음에 쏙 드는 성좌랑 새로 계약해서…… 나름대로 새로운 힘을 얻어 볼 거야.”
“선택권은 성좌들한테 있지만 말이죠.”
“알고 있어! 하지만 나 정도면 성좌들이 앞다투어 스카우트하려고 할 인재 아닌가?!”
“뭐, 그건 그러네요.”
석태준은 피식 웃었다.
“이죽헌 씨.”
“왜?”
“꼭 강유진 씨처럼 대단한 영웅이 되어, 성좌가 되어 주세요.”
“그러니까 그건…….”
“저는 불가능하니까.”
석태준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다.
계약자로서의 전투 능력은 강유진이나 이죽헌 등에 훨씬 못 미친다. 이런 방면에서 성좌가 될 정도의 업적을 쌓는 건 불가능하다.
“야, 잠깐.”
이죽헌이 눈을 크게 떴다.
“너 설마…… 새로운 성좌와 계약하지도 않고, 계약자 은퇴할 생각이야?”
“네, 일단 전투에서는 손을 떼겠어요.”
석태준은 담담히 말했다.
“그 대신 정치가로서 힘을 길러…… 강유진 씨나 이죽헌 씨의 업적을 후세의 역사 교과서에 남길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사람이 되겠어요.”
“……!”
“그러면 이죽헌 씨가 성좌가 되기도 더 쉬워지겠죠.”
이건 중국에 있는 마태수를 보면서 생각한 것이기도 하다.
흑룡회를 장악한 마태수는 이제 더 이상 전선에 나서지 않는다. 그 대신 수많은 계약자들을 움직이면서 자기 뜻대로 세상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미 저는 팔부중의 임시 대표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죠. 신민유 씨나 원필소 씨도 저한테 많이 의지하고 있는 상태고, 이대로 계속 영향력을 키워 나가면 한국의 지도자로 자리 잡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너…….”
“이현제 씨가 돌아오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어떻게든 해 봐야죠.”
“이현제하고 권력 싸움을 하겠다고? 좀 어려운 상대 아니야?”
“지금까지 우리가 쉬운 상대하고 싸운 적이 있었나요?”
그렇게 말하자 이죽헌이 조금 허를 찌른 표정을 지었다.
“너도 이제 보니…… 정말 성장했네.”
“그런가요?”
“그래, 처음 봤을 때는 강유진 뒤에서 깐죽대는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하하, 너무 심하시네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때는 정말 그 정도밖에 안 되었으니까.
“강유진 씨랑 이죽헌 씨, 주민하 씨가 있었기 때문에 저도 여기까지 성장한 거예요.”
“…….”
석태준과 이죽헌은 한동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처음 출발했던 지점보다 한참 멀리 와 버린 동료의 모습을, 마치 이게 마지막이라도 되는 듯이 서로의 기억 속에 새겼다.
“이봐, 석태준.”
“네?”
“역시 너도 성좌가 되는 걸 목표로 삼아.”
이죽헌이 불쑥 그런 얘기를 꺼냈다.
“딱히 성좌는 뛰어난 전투력을 지닌 영웅만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야…… 그렇죠.”
“전설적인 신(新) 한국 초대 대통령. 이런 거 되면 너도 성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건 또 뭐예요.”
“그걸로는 부족할까? 세계 통일 국가 총통 같은 거면 어때?”
“좀 현실적인 얘기를 하세요.”
석태준은 피식 웃고 다시 창문 밖을 쳐다봤다.
“됐으니까 슬슬 밖에 나가서 저 두 사람 싸우는 것 좀 말리세요. 이제 훈련장이 거의 박살 났으니까.”
“이 자식들 진짜……!”
이죽헌이 다급히 뛰쳐나갔다.
동료의 뒷모습을 확인한 뒤, 석태준은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지금쯤 강유진 씨는 뭘 하고 있을까…….”
그렇게 석태준은 아주 먼 곳에 있는 동료를 생각했다.
“분명 성령대계에서도 거침없이 전진하고 있을 거야. 안 그래?”
“크르릉!”
키메라의 대답을 들으면서, 석태준은 미소를 지었다.
* * *
“오늘은 이렇게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유진은 긴장 속에서 입을 열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일단 자기소개를 하자면…… 이번에 새로 성좌가 된 ‘무명의 계승자’라고 합니다. 진명은 강유진입니다.”
“강유진 님! 진명은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요!”
옆에서 49호가 옆구리를 푹 찌르며 속삭였다.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무명의 계승자’라고만 말하라고요! ‘무명의 왕’의 후계자라는 걸 어필할 수 있게!”
“그런 거 싫다고 했었잖아!”
강유진과 49호가 그렇게 옥신각신하고 있자, 앞에 앉아 있던 형제가 입을 열었다.
“자꾸 그런 식이면 너무 허접해 보이는데.”
“그래, 믿음직스럽지 않다고!”
B급 성좌 ‘금색과 은색의 동자’ 금각과 은각이었다.
그들은 오늘 강유진의 초대를 받고 이 자리에 와 있었다.
“흠, 나도 동감이야.”
그렇게 동의한 건 B급 성좌 ‘달의 여신이 총애한 사냥꾼’ 아탈란테였다.
“계약자일 때는 보기 좋았는데…… 이렇게 성좌가 되니까 무게감이 너무 없단 말이지?”
아탈란테가 한숨을 쉬며 그렇게 말하자, 옆에서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몸무게는 충분할 것 같은데? 강유진 정도면 몸무게 80킬로그램은 넘지 않나?”
“그 무게 얘기가 아니야!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고, 아스톨포!”
A급 성좌 ‘최고로 잘생긴 기사’ 아스톨포의 뚱딴지같은 소리에, 동료인 A급 성좌 ‘하얀 깃털의 기사’ 브라다만테가 인상을 찡그렸다.
“다들 잡담은 그만했으면 좋겠군.”
가장 뒷자리에서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다들 몸을 움찔했다.
S급 성좌 ‘금편의 태사’ 문중이 팔짱을 낀 채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은 매우 중요한 자리다. 무명의 계승자가 성좌로서 본격적인 대외 활동을 시작하는 자리지.”
문중은 자리에 있는 성좌 하나하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들은 앞으로 그 활동에 협조하기 위해 이곳에 모인 것이다. 일단 무명의 계승자가 우리들의 리더라 할 수 있으니, 그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옳다.”
“아니, 그렇다고 해서 너무 무게 잡을 필요는…….”
“여기서 혼자만 너무 거물이어서 약간 밸런스가 안 맞는단 말이죠.”
무게를 잡은 문중을 곁눈질하면서 금각과 은각이 수군거렸다.
“군기를 잡아 줘서 감사합니다, 금편의 태사.”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근데 너무 나서면 강유진 님이 들러리 같아 보이니까 앞으로는 발언 자제 부탁드릴게요.”
“…….”
49호의 건방진 발언을 듣고 문중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아스톨포가 킥킥댔지만, 문중이 무서운 눈으로 노려봐서 몸을 움츠렸다.
“에휴, 강유진 님. 그냥 제가 얘기할게요.”
방금 전에 강유진이 들러리처럼 보이게 되는 걸 우려했던 주제에, 49호가 앞으로 나서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요즘 성령기사단이 본격적으로 재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성령기사단은 이제 너무 큰 조직이 되어 버렸고, 그래서 신속하게 움직이기 어려워졌습니다.”
“옛날에는 무명의 왕이 신속하게 결정해서 움직였었는데 말이야.”
아탈란테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무명의 왕도 없고, 멀린 등도 없어졌으니 그렇게 하기 어려워졌겠지.”
“네,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현재의 성령기사단이 하지 못하는 일…… 보다 빠른 풋워크가 필요한 일을 진행하는 조직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49호는 허공의 스크린에 지도를 표시했다.
“일단 첫 번째로 생각하고 있는 건, 예전에 무명 님도 생각하셨던 해양 몬스터 토벌입니다. 알다시피 육지와는 달리 바다는 계약자들도 쉽게 손을 못 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다는 말 그대로 블루오션인 것이죠. 그래서…….”
49호는 한국과 중국 사이의 황해를 가리켰다.
“일단 여기 황해를 쓸어버리는 걸로 첫 스타트를 끊는 겁니다! 한국과 중국의 계약자들을 끌어모아서, 황해의 몬스터들을 완전히 소탕해 버리는 거죠.”
“음, 해 볼 만할 것 같은데.”
“흑룡회에 바다에서의 싸움에 익숙한 계약자들이 있으니…… 노틸러스호도 있고.”
금각과 은각이 중얼거렸다.
“이게 성공을 거두면 해양 몬스터 토벌이 지상에서 큰 유행이 될 겁니다. 물론 우리 조직은 그 흐름을 만든 선구자로서 이름을 날리는 거죠.”
그렇게 말한 뒤 49호는 휙 고개를 돌려서 강유진을 쳐다봤다.
“새롭게 떠오르는 신참 성좌 ‘무명의 계승자’가 본격적으로 명성을 떨치게 되는 계기가 될 겁니다.”
“……부담 주지 마라.”
강유진은 한숨을 내쉰 뒤, 다시 한번 앞을 쳐다봤다.
금각과 은각, 아탈란테, 아스톨포, 브라다만테, 그리고 문중…… 다들 무명의 왕의 관계자 내지는 강유진의 후원자였다.
성령기사단 같은 큰 조직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 성좌가 된 강유진과 함께 일을 해 보고 싶다고 모여든 사람들이다.
이제 강유진은 그들과 함께 성령대계에서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그것은 지상에서 강유진이 했던 것하고는 전혀 다른, 어렵고 골치 아픈 일이 될 것이다.
“어쨌든…… 여러분.”
강유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무명의 왕이 아닙니다. 그 사람 같은 수완은 없습니다.”
“…….”
“하지만 저는 무명의 왕을 계승했습니다.”
많은 성좌들이 입을 다문 채 강유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강유진은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반드시 성령대계의 정점에 서겠습니다. 무명의 왕이 그랬던 것처럼.”
그것이 강유진의 새로운 목표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무명의 왕이 그랬던 것처럼 성령대계의 정점에 서고 말겠다.
그리고 그 정점에서…… 그 사람을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