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98
298화. 후일담 (3)
계약자 협회는 ‘협회’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지만, 딱히 계약자 전체를 대표하는 단체는 아니다.
그냥 그런 이름을 걸고 장사하는 곳으로, 계약자 상대로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예를 들어 예전에 강유진이 처음으로 강화 크리스털을 사용했던 곳도 지방에 있던 협회 지부였다.
“여기가 한국 계약자 협회의 본부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별로 없네요.”
건물 안은 비교적 한적했다.
로비가 있는 1층에는 나와 용길공주밖에 없었다.
“여기는 뭐 하러 온 거죠? 강화 때문에?”
“협회 사람들하고 약속이 있어서요.”
“그런데 왜 저를 데려온 거죠?”
“일단 따라와 보시죠.”
그렇게 말하며, 나는 2층으로 올라갔다.
* * *
“북한 지역을 지나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루트의 안내서 제작이라니…….”
“금양단 등에서 단체로 이동하는 경우는 많지만, 계약자 개개인이 중국까지 가는 건 아직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회의가 끝난 뒤, 근처 공원에서 나는 용길공주에게 추가로 설명을 했다.
“개인 자격으로 중국까지 진출할 때 어떤 루트를 통해 이동해야 하는지,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그런 부분을 정리한 안내서를 협회에서 출간하기로 하였죠.”
“그 기획을, 당신이 협회에 제안한 거고요?”
“네, 안 그래도 중국에 다녀올 생각이라서 말이죠.”
“……정말 정력적이시군요.”
남한 지역은 금양단이 이곳저곳 다 휩쓸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나한테는 별로 메리트가 없다.
하지만 북한 지역은 아직 충분히 개척되지 못했고, 판데모니움의 지배 영역이었던 중국 동북부도 마찬가지다.
그곳을 탐험하면 상당한 소득이 있을 테고, 계약자 협회를 통해 그 성과를 공유하면 다른 계약자들한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아까 협회 사람들, 기획의 완성도가 높다고 칭찬하더군요.”
“원래 그런 기획 같은 걸 좋아해서 말이죠.”
“하긴 성좌 때도 뭔가 계획하는 걸 잘했죠.”
계약자가 된 뒤, 나는 특정 조직에 속하지 않기로 했다.
금양단에 들어오라는 제안이 있었지만, 결국 거절하였다. 한동안은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내 뜻대로 움직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성좌였던 내가 입단하면…… 석태준 입장에서는 좀 껄끄러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한동안 개인 자격으로 활동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협회 등과 협력하여, 개인으로 활동하는 계약자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할 생각이다.
그동안 한국의 계약자 사회는 금양단 등 특정 조직들 위주로 돌아갔다. 개인으로 활동하는 계약자들은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보조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봉사 활동은 아니다. 이번 안내서 제작도 협회 측에서 보수를 받기로 되어 있고, 내 이름을 달고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내 입지를 상승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금양단 등 기존 조직들의 힘이 너무 커졌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저 같은 개인 계약자가 치고 나가려면 틈새시장을 노려야죠.”
“정말로…… 계약자로서 정점에 설 생각인 건가요?”
“노력해 봐야죠.”
“정말로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군요. 어떻게 그렇게 진취적인지.”
용길공주가 조금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상에 발이 묶인 뒤 아무 일도 못 하고 있는 자기와 비교한 것일까.
“그래서 말입니다만, 용길공주.”
“네?”
“함께 중국으로 가지 않겠습니까?”
“제가요?”
“처음부터 저 혼자 갈 생각은 없었습니다. 용길공주도 원래 중국 출신이고,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
“웬만한 계약자보다 훨씬 강하니, 저한테도 도움이 되고 말입니다.”
용길공주가 눈을 여러 번 깜박였다.
“저기, 설마 단둘이서 가자는 건 아니겠죠?”
“물론 그건 아닙니다만…….”
“그, 그렇군요. 괜히 긴장했네요.”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약간 아쉬워하는 것처럼 보인 건 어째서일까.
“너무 갑작스러운 얘기라…… 조금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바로 출발할 건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지방에 내려갔던 달기도 사흘 뒤에 돌아온다고 하니까 말이죠.”
“달기도 같이 가는 건가요?”
“네.”
태공망도 죽었고, 달기는 마음이 좀 싱숭생숭한 것 같았다.
고향 땅을 여행하면서 마음 정리를 하고 싶다는 듯했다.
“……그럼 저도 가겠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 달기가 또 치근덕댈까 봐 걱정되네요.”
“아니, 그걸 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알력이 있는 것 같았다.
* * *
용길공주와 헤어진 뒤, 나는 금양단 본부가 있는 여의도로 향했다.
다만 석태준이나 이죽헌한테 볼일이 있는 건 아니었다.
“어서 와.”
야외 훈련장에 들어서자, 낯익은 얼굴이 나를 맞이해 줬다.
예전에 팔부중 최강이라 불렸던 남자…… 천상운이었다.
“몸은 좀 어때?”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
천상운이 자기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한쪽 팔을 잃는 등의 부상을 당한 뒤, 천상운은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게다가 인도에서 쿠 훌린 등과 격전을 벌인 뒤로는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물론 그런 상태여도 여전히 한국에서 손꼽히는 실력자이지만 말이다.
“너는 좀 어떤데?”
“나야 뭐, 건강하지.”
“부러운데.”
천상운이 피식 웃었다.
“죽었다 깨어나는 걸 두 번이나 했는데 그렇게 건강하다니 말이야.”
“오히려 그래서 더 건강한 거 아닌가?”
“그래?”
웃으면서 천상운은 근처에 놓여 있던 스포츠 드링크를 집어 들었다.
“그래도…… 네가 돌아와 줘서 기뻐.”
“…….”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다시 계약자가 되어, 이렇게 천상운하고 마주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지난번 인도에서 함께 싸웠던 것만으로도…… 기적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지.”
천상운이 인도에서 쿠 훌린을 상대했을 때를 언급했다.
그때 나는 아직 성좌였지만, [화신 강림] 스킬로 지상에 내려가 있는 상태였다.
“그때는 정말로…… 너하고 만날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
“하긴, 강남에서 강유진한테 패배했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네. 그때도 네가 내 앞에 잠깐 나타났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구질구질한 인연이네.”
“그러게.”
내 말을 듣고 천상운이 피식 웃었다.
이걸로 인연이 끊겼다고 생각한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다시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정말로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천상운은 다 마신 스포츠 드링크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이번 일도 그렇고 말이지. 솔직히 완전히 예상 밖이었어.”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나는 천상운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나하고 같이 중국에 갈 거야, 말 거야?”
“…….”
“너를 동료로 삼으면 무척 든든할 거라 생각하는데.”
내가 예전에 가장 동경했던 계약자.
천상운은 지금 지상에 있는 계약자 중에서 동료로 삼고 싶은 사람 1순위였다.
“아직 결정 못했는데…… 그럼 내기라도 할까.”
“내기?”
“그래.”
천상운이 근처에 놓여 있던 성검 뒤랑달을 집어 들었다.
“나하고 대련해서, 네가 이기면 널 따라가 줄게.”
“……내가 지면 어떻게 되는데?”
“앞으로 내 옆에서 계속 비서 노릇 하기…… 어때?”
그 말을 듣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예전에 천상운이 나한테 요구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나쁘지 않네.”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성검 주와이외즈를 뽑아 들었다.
“사실은 예전부터 너하고 한번 일대일로 싸워 보고 싶었어.”
“하하. 그랬어?”
“그래, 그냥 망상 수준이었지만 말이야.”
먼 옛날, 아무런 재능이 없던 계약자가 있었다.
그는 주위의 다른 계약자들을 동경했다. 그중에서 가장 동경했던 것이 바로 천상운이었다.
그렇게 멋진 계약자가 되고 싶다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마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럼 시작할까?”
“얼마든지…… 아, 잠깐.”
천상운이 잠깐 손을 치켜들었다.
“확인할 게 하나 있는데.”
“뭐지?”
“네 원래 이름으로 부르면 안 되는 건가?”
“…….”
김무명은 원래 내 본명이 아니다.
성좌가 된 뒤 지상에서 활동하기 위해 사용하던 가명이다.
“……그래, 그렇지.”
나는 묘한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더 이상…… 무명이라고 할 이유는 없는 건가.”
“어떻게 할까?”
“요새는 계속 무명이라 불려서 한동안 어색하긴 하겠지만…… 뭐 괜찮겠지.”
49호나 이아손, 용길공주 등이 나를 부르는 호칭을 바꿀 필요는 없겠지만…… 천상운이 예전 이름으로 부르고 싶다면 그게 나을 것 같았다.
“마음대로 해. 너는 그렇게 부르는 게 편할 테니까.”
“고마워.”
천상운이 고개를 끄덕인 뒤, 뒤랑달을 치켜들었다.
“그럼 간다!”
그렇게 소리치면서, 천상운은 내 본래 이름을 불렀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무명이 아니었다.
* * *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와서, 석태준은 고개를 내밀어 바깥을 쳐다봤다.
“아니, 저 사람들 왜 저래…….”
“뭔데?”
“그 사람이랑 천상운 씨랑 엄청나게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어요. 구경꾼도 잔뜩 몰려와 있네요.”
“나 참.”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있던 이죽헌이 인상을 찡그렸다.
“장비 부수면 나중에 수리비 청구해야지.”
“어느 쪽한테요?”
“양쪽 다!”
그렇게 소리치며 이죽헌은 소파 위에 드러누웠다.
“하여간 석태준, 그래서 천상운은 중국에 간다는 거야, 안 간다는 거야?”
“글쎄요, 제가 아까 물어봤을 때는 아직 결정 못 했다는 듯이 얘기하던데요.”
“쯧, 어차피 그 인간은 언젠가 빠질 거라 생각하고 있었어.”
“하긴 천상운 씨가 우리들 밑에서 백의종군한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했죠.”
그렇게 말하며 석태준은 옆에 엎드려 있는 키메라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이죽헌 씨.”
“뭔데?”
“이죽헌 씨도 가도 괜찮아요.”
“…….”
이죽헌이 몸을 일으켰다.
“뭔 소리야.”
“이죽헌 씨도 중국 가는 거 제안받았잖아요?”
“그건…….”
아무래도 한국의 계약자 중에서는 천상운과 이죽헌이 스카우트 대상인 것 같았다.
한국에는 신민유나 원필소 등 쟁쟁한 계약자가 더 있지만, 그들은 팔부중으로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만 인도에서 노닥거리고 있는 이현제는 언젠가 포섭할 생각이라는 듯했다.
“알래스카의 미합중국 임시 정부와의 교섭은 이제 막바지고, 이죽헌 씨는 한동안 딱히 해야 할 일 없어요. 중국 다녀오시죠?”
“…….”
지난번에 들은 설명에 의하면, 북한 지역을 통과해 중국 북동부로 들어가는 루트를 확립하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고 한다.
그 이후 중국을 가로질러 여러 가지 퀘스트를 해결하면서, 화산파로 유명한 화산(華山)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듯했다.
뛰어난 검술 계열 스킬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예전부터 이죽헌이 관심을 가졌던 곳이다.
“이죽헌 씨 목표를 생각하면 그게 나을 것 같은데요?”
“내 목표…….”
“네.”
석태준은 이죽헌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죽헌 씨도 성좌가 되는 걸 목표로 하게 되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