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incarnated with an S-class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300
300화. 수십 년 후
– 아틀란티스 공략전 재밌었네.
– 그래, 바닷속에서 펼쳐지는 전투를 그렇게 여러 앵글로 생생하게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어.
– 계약자들의 주된 활동 무대가 바다가 된 지 벌써 몇 십 년 지났잖아. 슬슬 촬영 기술도 완전히 바뀌어야지.
– 덕분에 사도들 위상도 많이 높아졌어.
– 그래, 그 녀석들이 없으면 재미있는 화면이 안 나오니까.
– 예전처럼 심부름꾼 취급하기도 어려워졌지.
– 수십 대의 뉴 노틸러스호가 일제히 돌입하는 걸 보고 소름 돋는 줄 알았어.
– 그거 건조 비용, 인도의 이현제 총재가 전부 댔다던데?
– 정말로?
– 역시 아시아 최고의 갑부답네.
– 그러게. 옛날에는 그냥 뇌전 쓰는 계약자였잖아.
– 인도에 자리 잡고 전자기기 만드는 업체를 세운 뒤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
– 원래 젊었을 때 대학에서 이공계 전공이었다고 하더라.
– 그러고 보니 아틀란티스 공략전 하는 동안 마태수가 아프리카에서 쿠데타 성공했다고 하던데.
– 걔는 질리지도 않냐? 아직도 권력에 욕심이 있어?
– 그것도 능력이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거지.
– 그 남자 전성기는 예전에 중국 전토를 지배했을 때잖아. 그 이후로는 계속 내리막길인데.
– 그때는 너무 운이 안 좋았어. 한국하고 전쟁이 발생해서 한국 출신인 마태수는 권력을 유지하기 어려웠지.
– 그 이후로도 러시아, 인도, 미국, 이곳저곳 전전하면서 권력을 추구해 왔지.
– 누가 그러더라고. 현상대계의 현대사는 그 절반이 마태수의 역사라고.
– 그 권력욕만으로도 성좌가 될 수 있겠다.
– 마태수가 성령대계에 오면 아주 볼 만하겠는데.
– 오자마자 견제해야 해. 안 그러면 성령대계도 완전히 휘저어 놓을 거야.
– 그러고 보니 이아손은 어떻게 됐지?
– 그 녀석은 이미 은퇴했어. 그리스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고 있을걸?
– 이아손은 결국 성령대계로 돌아오지 않았네.
– 그러게. 돌아올 기회도 있었는데 결국 지상에 눌러앉았잖아.
– 설마 이아손이 지상의 연예인이 될 줄이야…….
– 원래 이아손은 성좌 튜브에 영상 올리던 경험이 있었잖아.
– 지상에 TV 방송이나 인터넷 방송이 다시 재개되면서, 이아손의 시대가 시작되었지.
– 그러면서 성좌 튜브에도 계속 영상 업로드했잖아.
– 성령대계와 현상대계 양쪽에서 활동하는 방송인이라니, 정말로 전무후무한 존재야.
– 마음만 먹으면 지상에서 큰 권력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설마 연예인으로만 살다가 은퇴할 줄은 몰랐어.
– 예전에 들었는데, 최고의 승리를 이미 경험해 버려서 이제 더 이상 싸우는 건 싫다고 하더라고.
– 뭐야 그게.
– 그러고 보면 용길공주도 이아손과 함께 지상에 남겨졌던 성좌였었는데 말이야.
– 용길공주는 이아손과는 달리 성령대계로 돌아왔지.
– 근데 용길공주는 그 이후로도 자주 지상에 내려갔을걸?
– 그래? 게이트는 여전히 못 쓰잖아?
– 용길공주는 화신 강림 스킬이 있으니까 다시 내려갈 수 있어.
– 아, 그랬던가.
– 내려가서 뭐 하는데?
– 뭐 하긴, 수십 년 전부터 용길공주는 그 남자랑 같이 움직였잖아.
– 아, 그 남자하고.
– 혹시 그 남자하고 용길공주하고 모종의 관계인 거 아냐?
– 모종의 관계가 뭔데.
– 남녀 관계.
– 웃기고 있네.
– 그 남자는 달기하고 깊은 사이라고 들었는데?
– 그 삼천 년 먹은 구미호하고? 하긴 그 남자 정도면 달기를 상대할 만하긴 한데.
– 아니야, 그 남자는…… 천상운하고 깊은 사이야. 그 두 사람은 진짜라고.
– 너 용길공주지? 다 알아.
– 엥? 그 남자는 이아손하고 연애하는 거 아니었어? 지난번에 그리스 섬의 별장에서 둘이 같이 있는 걸 본 것 같은데.
– 용길공주 왜 이리 많아?
– 너희들 정말 심심하냐? 별의별 커플링이 다 나오네.
– 연애 얘기가 왜 나오냐고.
– 어? 이게 뭐지?
– 왜 그래?
– 다들 남극 좀 들여다봐.
– 남극?
– 거긴 아무것도 없잖아?
– 뭐야?
– 어?
– 저건 또 뭐지?
– 차원의…… 균열?
– 뭔가 나오는데?
– 설마 우주선인가?
– 외계의 침략?
“강유진 님? 뭐 해요?”
뒤에서 들려온 49호의 목소리를 듣고, 강유진은 노트북형 관측기를 껐다.
“또 옛날 채팅 로그 보고 있었어요?”
“뭐 어때.”
“오늘은 언제 로그 보고 있었어요? 10년 전? 20년 전?”
“아틀란티스 공략전 무렵의 로그 좀 봤어.”
“아, 그때군요. 그때 남극에서 일이 터졌죠.”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49호의 모습을, 강유진은 가만히 쳐다보았다.
“왜 음흉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거예요?”
“아니…… 옛날보다 많이 커서.”
사도도 나이를 먹는다는 걸 깨닫게 된 건 20여 년 전의 일이다.
다만 그 속도는 매우 느렸다.
10대 중후반의 소년 내지는 소녀처럼 보였던 49호는, 수십 년이 지난 현재는 20대 초중반 정도로 되는 모습이 되었다.
……여전히 성별이 불분명한 외모지만 말이다.
“강유진 님은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요.”
“그야 그렇지.”
성좌는 나이를 전혀 먹지 않는다.
각자가 생각하는 자기 전성기의 겉모습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슬슬 출발하자고.”
“네.”
49호의 대답을 들으며, 강유진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주 먼 옛날,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했던 성령대계는…… 지금은 온통 불바다가 되어 있었다.
* * *
사신(邪神)의 군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도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들은 현상대계나 성령대계하고는 완전히 다른 ‘바깥 우주’의 괴물들이었다.
바깥 우주에 군림하는 사악한 신을 섬기는 존재들인데, 인간들하고는 의사소통이 아예 불가능했다.
현상대계 남극에 출현한 게이트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그들은 현상대계를 침략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 생성된 수십 개의 게이트에서 엄청난 병력을 쏟아 내었으며, 평화를 만끽하고 있던 현상대계를 유린했다.
하지만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현상대계의 계약자들은 일치단결해 괴물들에게 맞섰다.
각종 아인종들 및 판데모니움 자치구의 악마들까지 계약자들에게 협력했다.
물론…… 현상대계를 수호하는 성령대계의 성좌들도 전폭적인 협력을 했다.
몇 년 동안의 전쟁을 거쳐, 현상대계에서 사신의 군세는 완전히 퇴출되었다.
두 번 다시 게이트가 열리지 않도록 과학 기술로 조치가 취해졌고, 마침내 현상대계에는 진정한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사신의 군세는 다시금 나타났다.
이번에는 현상대계가 아니라 성령대계에서.
* * *
“무명의 계승자!”
먼 옛날 성령기사단의 본거지였던 석궁(石宮)에 도착하자, 중무장을 한 ‘현명한 귀환자’ 오디세우스가 급히 다가왔다.
“괜찮은 건가? 휴식 시간이 너무 짧은데!”
“괜찮아. 상황은 어떻지?”
“많이 안 좋아!”
그렇게 말하며 오디세우스가 고개를 돌렸다.
석궁 중앙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 외모를 지닌 괴물이 포효하고 있었다.
많은 성좌들이 포위한 채 공격하고 있었지만, 전혀 대미지를 입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저 녀석이 알을 까기 시작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거야!”
“그렇게 돼서는 안 되지. 가까스로 우리가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서 다시 역전당할 수는 없어.”
그동안 계속 열세였다.
최근에 들어서야 겨우 성좌들이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다시 후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수고했어, 오디세우스. 여기서부터는 내가 맡을게.”
“부탁한다……!”
오디세우스의 절실한 목소리를 들으며, 강유진은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많은 성좌들이 강유진의 모습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무명의 계승자다!”
“강유진, 강유진이야!”
“기다리고 있었어!”
“이제 우리 살았다고!”
일일이 인사를 해 주고 있을 시간은 없다.
강유진은 주먹을 쥐면서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키레레레레레레!”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를 내면서, 괴물이 강유진을 노려봤다.
최강의 적이 나타났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간다.’
강유진은 자신의 성좌 스킬인 [절대 무용(絕對 武勇)]을 사용했다.
온몸의 모든 조직이 활성화되면서, 전투력이 순식간에 증폭되었다.
“하압!”
바닥을 박차고 도약한다.
이쪽을 보면서 크게 입을 벌리는 괴물의 머리통을 향해, 전력을 다한 주먹을 처넣는다.
“케레레레레렉!”
괴물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강유진 입장에서 이 공격은 실패였다. 일격에 머리를 부숴야 하는데, 괴물의 방어력이 생각보다 더 뛰어났다.
‘이놈들도 진화하고 있는 건가!’
강유진은 입술을 깨물면서 다시금 주먹을 휘둘렀다.
‘머리를 박살 낼 수 없다면 목을……!’
목에 집중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괴물은 고통스러워하면서 반격하려 했지만, 강유진은 그 모든 공격을 능숙하게 피해 냈다.
“하압……!”
마침내 강유진의 주먹이 목을 꿰뚫었고, 괴물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경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강유진 님! 조심하세요!”
“……!”
49호가 다급히 경고했지만, 이미 늦었다.
사각에서 소리 없이 뻗어 온 촉수가 강유진의 팔다리를 휘감은 상태였다.
“윽……!”
전력을 다해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대로 강유진은 괴물에게 끌려갔다.
“캬아아아아!”
괴성과 함께 괴물의 복부가 쩍 갈라지더니, 불규칙한 이빨이 나 있는 거대한 입이 나타났다.
‘이건, 완전히 처음 보는 타입이야!’
경악하면서 강유진은 모든 힘을 끌어올렸다.
촉수를 끊어 내고 탈출하려 했지만, 새로운 촉수들이 무수히 돋아나 강유진을 옭아맸다.
“으윽!”
하지만 강유진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저항했다.
이건 강유진이 수십 년 동안 계속 유지해 온 원칙이었다.
“하아아앗!”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유진은 촉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끔찍한 점액으로 가득 찬 괴물의 입안으로…….
파아아앗!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린 건, 바로 그때였다.
“……!”
강유진의 팔다리를 붙잡고 있던 촉수가 모조리 잘려 나갔다.
영문을 모른 채 강유진은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며 조금 떨어진 곳에 착지했다.
“이건…….”
강유진은 다급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그리고 강유진은 숨을 삼켰다.
“늦어서 미안하다, 강유진.”
그건 오래된 기억 속에 있는 얼굴이었다.
최근 몇 년간 보아 왔던 나이 든 얼굴이 아니다.
20대 정도로 보이는, 평범한 인상의 얼굴.
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
“여기까지 오는 데 너무 오래 걸렸어.”
“당신은, 당신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 남자를 보면서, 강유진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나뿐만이 아니야.”
“……!”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향하니,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강유진이 생전에 함께 싸웠던 그들이…… 수십 년의 시간을 넘어, 이곳에 와 있었다.
“좀 일찍 죽었으면 더 빨리 올 수 있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성령대계로 오기 위해 자살하는 건 좀 그렇잖아. 반드시 성좌가 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나는 믿고 있었어.”
강유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라면 반드시 성좌가 될 거라고.”
“그래?”
“그래…… 수십 년 전부터, 믿고 있었어.”
그래서 계속 기다렸던 것이다.
이 성령대계에서,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이 재회를 믿고.
“어때, 강유진.”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십 년이 지났는데, 호흡 맞출 수 있겠어?”
“……물론이지.”
강유진은 눈물을 삼키면서 그와 나란히 섰다.
“그러고 보니 당신, 등급은 어떻게 됐어?”
“당연히 S급 성좌지.”
“그럴 것 같았어.”
“원래 나는 환생하면 S급 성좌가 되는 남자야.”
“그게 뭐야.”
그런 잡담을 나누면서, 강유진은 그와 함께 눈앞의 괴물을 노려봤다.
“가자.”
“그래.”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수십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나란히 서게 된 두 명의 S급 성좌.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그들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환생했더니 S급 성좌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