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25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5화
선아현은 얼결에 박문대가 내미는 볼들을 받아들었다.
직후 그의 인터뷰가 삽입되었다.
[선아현 : 사, 사실은 제, 제가 인스턴트 식품을 잘 못… 못 먹어요.]그리고 회상처럼, 고정카메라로 찍힌 영상이 잠깐 송출되었다.
속이 안 좋은지 침대에 고개를 처박은 선아현의 모습이 가느다란 화장실 불빛에 희미하게 보였다.
[박문대 : 괜찮아?] [선아현 : 괘, 괜찮…….] [박문대 : 잠깐만.]박문대가 숙소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소화제를 챙겨온 박문대 참가자]자막과 함께 재등장했다.
사실 이건 초반 등급 평가 때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박문대는 ‘잠은 죽어서 자는 것이다’ 특성 활성화 상태로, 야밤에도 졸리지 않았고 비교적 시간이 넉넉했다.
덕분에 선아현이 준 초콜릿의 답례 겸 양심의 소리에 응답할 여유가 있었을 뿐이다.
참고로 박문대는 PR 방송 준비 시기 즈음에는 이 일을 깨끗이 잊은 상태였다.
그걸 알 리가 없던 선아현은 인터뷰에서 미안하고 고마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선아현 : 제, 제가 모, 못 먹을까봐… 바꿔준 것 같습니다.] [선아현 : 고, 고마워 문대야.] [박문대 : (고개를 꾸벅거림)]물론 박문대의 컷은 전혀 상관없는 인터뷰에서 잘라 붙인 것이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제법 훈훈했다.
-이런 전개는 상상도 못 했어
-뭐야 닭발좌 선량 그 자체네
-사실 새침부끄였던 거야?
-나 문대 좀 좋아짐ㅋㅋ
일반 시청자들도 이랬으니, 팬들은 더했다.
-문대는 요령을 부리지 않아서 악의적인 오해를 받기 쉬운데, 사실 주변을 잘 챙기는 타입인 것 같다.
-우리 댕댕이는… 진짜 댕댕이었구나
-문대 아이고 이 호구가ㅠㅠ 아니 닭발은 잘 골랐는데 아이고 그래도 자기 걸 다 주냐ㅠㅠ
-화관 문대가 뽑은 거였네
-문댕댕 다정해
호의적인 편집과 반응에 박문대의 홈마도 당연히 즐거웠지만, 약간 불안하기도 했다.
‘혹시라도 누가 인성 영업하면 어떡하지.’
인성 어필은 역풍 맞기 딱 좋았다.
특히 프로그램이 후반으로 갈수록 더 그랬다.
저 참가자를 끌어내려야 내 참가자가 들어갈 자리가 생기니까.
누군가 학창시절의 경미한 비도덕적 행동을 제보하기만 해도 박살 날 수 있는 게 인성 영업이었다.
그리고 다른 참가자 중에는 벌써 졸업사진까지 올라온 사람도 제법 있었다.
‘그러고 보니 문대는 알려진 게 없네.’
워낙 조용한 학생이어서 그랬을까?
어쩌면 외국이나 시골 출신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논두렁 위 정자에 밀짚모자를 쓰고 무심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박문대를 상상했다.
‘어울려……!’
원래 입덕 초기에는 그 사람을 어디다 가져다 대도 그림처럼 느껴지는 증상이 있었다.
그동안 방송에서는 다양한 참가자들이 PR 라이브를 준비하는 모습이 송출되고 있었다.
전자피아노를 뽑아서 아이돌 주식회사의 로고송을 만든 김래빈부터 운동화를 홍보하며 아이돌 히트곡 랜덤플레이 댄스를 선보인 큰세진까지.
꽤 재밌는 장면이 많았다.
그렇게 몇몇 상위권 참가자들을 중점으로, 아예 볼을 가져오지 못한 참가자들의 사정도 잠깐 비춰주었다.
[콜라보 아이템이 없으신 분들은, 바로 우리 프로그램! 를 홍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물론 대부분이 33위 안에 들지 못하고 10분 동안 간신히 방송을 이어나갔었다.
안 그래도 식상한 컨텐츠를 열댓 명이 동시에 비슷하게 진행하니 재미가 있을 리 없던 것이다.
그리고 특이한 콜라보 아이템을 홍보한 참가자들을 잠깐 비춰주었는데, 박문대는 당연히 여기에 나왔다.
박문대가 닭발을 세팅하고 앉는 장면은 자막부터 제대로였다.
[박문대(닭발애호가) A.K.A 먹방샛별] [차유진 : 정말 대단했어요]입을 벌리고 구경하는 차유진의 리액션이 짧게 지나갔다.
그녀의 타임라인은 다시 한번 ‘귀엽다’는 말로 도배되었다. 거기에는 그녀 본인의 글도 포함되어 있었다.
-문대 너무 귀여워 닭발뿌셔ㅠㅠ
PR 방송 준비과정은 라이브가 잘 끝난 것처럼 적당히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몇몇 참가자가 실수로 다른 참가자의 비밀을 폭로하거나, 촬영 중 일어난 민감한 문제를 토로한 것은 마치 없던 일처럼 쓱 지나갔다.
인터넷에서 조리돌림을 당하고 두 명이 자진 하차했는데도 말이다.
프로그램이 인기궤도에 오른 이상, 본방송에서 쓸데없이 참가자의 논란을 재생산 필요가 없던 것이다.
이미 그럴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다수의 시청자는 한두 번 빈정거리거나 비판한 뒤 다음 내용에 집중했다.
대망의 팀별 개인전 발표식이었다.
[여러분! 1차 팀전, 팀 내에서 개인투표 1위를 한 참가자가 얻는 보상을 기억하십니까?] [아…….] [1차 순위 발표식, 무조건 합격이었습니다!]화면에서는 ‘제발 자신이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는 참가자들을 여럿 잡아주었다.
그리고 MC가 현란한 솜씨로 쓸데없는 말을 덧붙여 시간을 끈 후에, 팀마다 한 명씩 승자를 불러주었다.
물론 대다수의 참가자들은 축하하는 척이라도 하려고 노력했다.
[와~] [축하해요!]특히 논란이 됐던 류청우의 팀원들은 류청우의 1위가 발표되자, 조금도 기분 나빠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또다시 묘한 분위기로 방영되었다.
[…….] […아.] [축하드려요.] [그래, 고맙다. 너희가 고생 많이 했는데… 미안해.] […아뇨. 뭘.]‘너무 저러니까 별로다.’
이런 패턴에 익숙해진 그녀는 편집에 오히려 반감이 들 지경이었다. 아마 골수 서바이벌 시청자들은 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리라.
물론 박문대의 팀인 ‘악토버 31’의 개인전 1위도 발표되었다.
[악토버 31의 1위는…… 축하합니다! 선아현 참가자입니다!] […!]화들짝 놀라는 선아현을 악토버 31의 팀원들이 둘러 쌌다.
[오오오!!] [이건 아현이가 할 줄 알았지~] [축하합니당!] [고생 많았어.] [가, 가, 감사합니다…….]적절히 화목한 연출이었다.
‘다행이다!’
그녀는 안도하면서도, 좀 아쉬워했다.
‘문대가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저걸 받아봐야 실질적인 메리트가 없고 괜히 공격만 받을 수도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괜히 아쉬웠다.
그녀의 SNS 타임라인에서도 비슷한 기색이 슬쩍슬쩍 나왔다.
-축하해 아현아~
-조금 아쉽지만 문대 반응이 훈훈해서 좋았다
-금발 문대 길게 잡혔어! 아앗ㅠㅠ 너무 행복해
-다들 잘해서 누가 받아도 안 이상하긴 했지ㅠㅠ
-문댕댕 고생했다~
아마 좀 더 노골적으로 검색하면… 이런 반응도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편곡도 멘탈케어도 문대가 했는데 날로 먹는 건 선아현ㅋㅋ 아 인류애 박살~
물론 악성 개인팬이겠지만 말이다.
다행히 화면 속에서 축하말을 건네는 문대의 새로운 비주얼 덕분에 화제는 금방 전환되었다.
그녀는 얼른 문대의 클로즈업 샷을 캡처해서 업로드했다.
-누가 해주신 건진 모르겠지만 문대 금발 정말 감사합니다… (캡처 사진)
방송에서는 MC가 또 의미심장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혹시, 원래 불합격이었던 참가자가 합격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어…!] [아, 설마.] [여러분, 최하위 합격자가 탈락하게 됩니다!]참고로, 시청 중이던 그녀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문대 제발 빨리 부르지 마라…!’
제발 박문대가 후반에 불리길 바라며 초조해할 뿐이었다.
[그럼 47위 참가자를 발표하겠습니다.]그녀는 하위권 순위가 지나갈 동안 위튜브용 영업 동영상을 만들 생각이었으나, 손에 마우스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이게 뭐라고 왜 내가 긴장하고 있냐……!’
참을 수 없어서 탄산음료를 가져와서 앉을 때, 마침내 발표는 30위권에 접어들었다.
중간에 또 한 번 끊고 재미없는 음료수 PPL 컨텐츠를 진행한 뒤였다.
‘심지어 문대는 한 컷도 안 나왔잖아…!’
마시다 뿜을 뻔한 이후로 음료에 손도 안 댔기 때문이었지만, 시청자로서는 알 수 없는 연유였다.
31위를 발표할 즈음에야, 그녀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장면이 나왔다.
[31위는… 권희승 참가자입니다!]박문대가 내심 ‘골드 2’으로 지칭 중이던 악토버 31의 참가자였다.
단상으로 나가며 인사하는 사람 중 박문대가 있었다.
[축하한다.]진지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것이 몹시 귀여웠다.
그 와중에 MC는 되지도 않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다음 방송에 진출하는 첫 악토버 31의 팀원입니다! 그래서 31위일까요?] [그런 것 같습니다!]권희승을 시작으로 악토버 31의 팀원들이 띄엄띄엄 단상에 불려 나가기 시작했다.
최원길과 하일준(골드 1)까지는 20위 중하권에서 발표된 후, 한동안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그다음은 13위였다.
[축하합니다. 13위는… 이세진 참가자! 앗, 두 분이군요!]이세진과 이세진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쳐들었다가 한 명은 머쓱하게 웃으며, 다른 한 명은 표정을 굳히며 원상복귀 했다.
[두 분 중에… 이세진 B! 일명 큰세진입니다! 악토버 31에서 리더를 맡았었죠.] [아하하!]큰세진은 신나게 웃으며 이세진에게 악수를 청했고, 이세진은 떨떠름하게 그 악수를 받았다.
이후 큰세진은 별별 참가자들의 환호와 아는 척과 함께 단상 위로 올라갔다.
[와! 13! 딱 저희 팀 같은 등수네요. 운명 같습니다.]큰세진은 상황에 맞게 농담을 한 마디했다.
그리고 진지하고 진솔해 보이는 감사 인사와 격려 문구를 깔끔하게 마치고 위로 올라갔다.
일단 12명 안에는 들었다!
그녀는 침을 삼키며 다음 발표를 기다렸다.
박문대는 1화 방영 전에 미리 형성된 인지도가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성과였다.
[11위에 이름을 올린 참가자는… 서현철입니다!]그리고 11위까지 문대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마침내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등수에 접어들었다.
10위, 9위…….
[8위에 이름을 올린 참가자는…… 아, 첫 번째 팀전에서 말랑달콤의 곡을 소화했던 참가자입니다.]‘됐다…!’
그녀는 어깨에 힘을 풀고 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문대를 부를 것이다. 그녀는 거의 기정사실처럼 생각했다.
일단 아역배우 이세진은 초반 인지도가 압도적이고, 선아현은 지난 무대 덕분에 지표가 너무 좋았으니까.
그 둘이 문대보다 늦게 불릴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반전매력을 보여준 이 참가자는…….]남은 악토버 31의 세 참가자를 번갈아 가며 제법 오래 비춰준 뒤에야, MC는 말을 이었다.
[이세진 참가자입니다!] […!]이세진이 굳은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
아직 자리에 있던 선아현과 박문대가 버릇처럼 축하인사를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추, 축하합니다….] […고마워.]이세진이 희미하게 웃더니 어색하게 인사를 받는 것이 방송을 탔다.
그리고 그녀는 육성으로 소리를 질렀다.
“어어어어!”
관련 커뮤니티 반응도 폭주 중이었다.
-헐
-헐 이세진
-5위 안에 들 줄
-8위?
-성격 얘기 좀 나오긴 해도 노력파로 나와서 순위 유지할 줄 알았는데
-빠 꽤 붙었던데 신기하네;;
-아무래도 다른 참가자들이 떡상해서 등수 밀린 듯?
이세진은 고개를 푹 숙이며 ‘감사하다, 죽을 힘을 다해 하겠다’는 짧고 굵은 말을 남기고 단상을 떠났다.
그녀는 마우스를 움켜쥐었다.
‘그럼 대체 문대는 몇 위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