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250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50화
진지해도 씩씩하기 그지없던 김래빈의 캠코더 녹음본의 목소리가, 묘하게 가라앉았다.
[Cam : 후우, 지금은… 오후 9시.] [Cam : 지금으로부터 세 시간 전] [Cam : 모든 별장의 불이 꺼졌다.]그리고 화면에서는 갑작스럽게 집안의 불이 모두 꺼졌다.
[!!!!] [김래빈 : 다들 괜찮으십니까?] [차유진 : 형!] [갑작스러운 암전]그 순간부터 에피소드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류청우 : 일단 움직이지 말고 암적응부터 하자.] [스마트폰 불빛에 의지해 서로를 확인하는 테스타] [그런데] [한 명이… 없다?] [??? : 으으읍!] [박문대 : 형!]요절복통 모험기에 가깝던 조난 에피소드에 이상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교차 인터뷰까지 삽입되기 시작했다.
[선아현 : 갑자기, (배세진) 형의 비명이 들려서….] [박문대 : 당황했죠. 다들 놀랐을 겁니다.]그 형식에서는 어딘지 공포 영화의 냄새가 났다.
-갑분 스릴러ㄷㄷㄷ
-헐 뭐야 무섭게ㅠㅠ
-정전까지 났냐 좀 심한데
-배세진 다침?
적외선 카메라가 급박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데구루루 굴러갈 것 같은 요상한 자세로 엎어진 배세진을 비추었다.
[…??] [세진 씨… 멀쩡하네….]그 몸개그로 잠깐 예능다운 분위기가 환기되긴 했으나, 오래 가진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는 적외선 카메라.
[쉬이이잇] [류청우 : 네. 캐비닛 뒤에 이상한 문이 있더라고요.] [박문대 : 그런데 그때 제가 보기엔… 그 뒤에 공간이 없었거든요.] [박문대 : …그러니까, 길이 없죠. 지하실로 통하는 것 외에는.]그들이 발견한 지하실 문이 상당히 으스스한 적막과 함께 화면에 클로즈업되었기 때문이다.
-헐
-아 개무섭
-별장 주인 뭐야 왜 저런 게 숨겨져 있어요ㅠㅠㅠ
-와 분위기 쫄리네ㅋㅋㅋ
-주작 아님?
주춤거리며 그 문에서 떨어진 테스타.
인터뷰가 다시 교차했다.
[이세진 : 좀 섬찟하던데요? (쓴웃음)] [배세진 : 이상한 느낌이….]그리고 시점은 바로 그날 밤, 괴담을 푸는 차유진으로 넘어갔다.
[차유진 : 문대 형! 한국어로 해주세요!] [박문대 : (살려줘)] [차유진 : (영어) …그러니까, 그 집 지하실에서 미치광이 의사가 전두엽 절제술을….] [박문대 : 옛날옛날 미국에 의사 귀신이 들린 집이 있었답니다.] [이세진 : 문대야 길이가 다른데?] [류청우 : 음.]실제 당시에는 그럭저럭 훈훈하고 웃긴 분위기였으나, 편집되어 나온 영상에서는 느낌이 약간 달랐다.
마치 애써 웃어넘기려는 것 같은, 앞일에 대한 복선과 같은 느낌으로 구현된 것이다.
시청자들은 안절부절못했다.
-지하실 문 뭐냐고 아씨
-빨리 그 문 캐비닛으로 다시 막자ㅠㅠ
-얘들아 왜 그걸 그냥 두는 겨
-설마 얘네 계속 정전 상태임?
-힐링예능 어디감 다들 과몰입했냐
그 찜찜한 느낌 그대로, 다음 날로 넘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팀을 나눠 분전반을 찾기 시작한 테스타의 모습이 보였다.
[Q : (배)세진 씨가 처음 의견 내셨다는데?] [배세진 : (귀 벌게짐) 그냥 두꺼비집 말만 한 건데….] [배세진 : 예, 그, 뭐라도 해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느낌이 이상해서요.]인터뷰가 끝나는 동시에, 화면에는 배세진의 긴장한 얼굴이 크게 들어찼다.
그리고 마침내 분전반을 찾아 지하실에 걸어 들어가는 장면에서 배세진의 발언이 이어지듯 조명을 받는다.
[배세진 : 이 사람은 왜 굳이, 무인도에다가 이런 별장을 지은 거지…?] [순간, 정적이 흐르는 계단]-으아아악ㅠㅠ
-아 하지마 왜 그래
-제작진이 속이는 거지 그렇다고 말해 빨리
-세진이가 사주받은 거임 암튼 그럼
적외선 카메라가 잡아낸 굳은 멤버들의 얼굴이 천천히 지나갔다.
그리고 도착한 지하실.
적외선이 아닌 손전등의 빛에 의지한 어두컴컴한 화면에서, 멤버들이 발견한 것은….
[이세진 : …저거 피 아냐?] [피?] [!!!!]멈춘 화면이 뒤틀리고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며, 아이가 웃는 것 같은 소름 끼치는 소리가 BGM으로 들렸다.
[으아아악!!]화면의 테스타가 혼비백산하여 온갖 비명과 리액션을 쏟아냈다.
시청자들도 덩달아 댓글로 비명과 고함, 의심을 쏟아낼 때쯤.
[띠리링~] [????]지하실에 불이 돌아왔다.
일부러 필터를 잔뜩 먹인 밝고 뽀얀 셀러 속, 테스타 다섯 명은 한 덩어리가 되어 오들오들 떨며 붙어 있었다.
하지만 주변을 보고 혼란에 찬 표정이 된 덩어리 녀석 중 하나가, 슬쩍 일어나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터벅터벅 걸어 나와 냉동고를 열었다.
귀여운 집들이 효과음이 터졌다.
[뽀로롱!] [☆고기파티☆] [멤버들이 본 핏물의 정체↘]적나라한 화살표가 얄밉게 무빙했다. 그 위로 반짝이는 과격한 무지개 CG가 찬란했다.
[박문대 : …….]얼빠진 아이돌들의 표정에 아련한 BGM이 깔렸다….
그리고 잔인한 제작진은 멤버들의 지난 반응을 하나씩 클로즈업해 반복 재생까지 해줬다.
[차유진 : (현란한 영어)] [김래빈 : (소리 없는 비명)] [배세진 : 내가 이상하다고 했잖아!! 아악!!] [이세진 : 올라가, 당장 올라…!] [박문대 : (넘어짐)] [~스스로를 낚은 어부 명단~]얼굴을 가리고 수치스러워하는 다섯 멤버들의 인터뷰 컷이 지나갔다.
[박문대: …약간은 당황했습니다. 무서웠던 건 아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지막, 박문대의 태연한 척하는 인터뷰에는 대놓고 폭소 자막까지 붙었다.
그리고 시청자도 가차 없이 폭소했다.
-어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필 쫄보들만 갔엌ㅋㅋㅋㅋ
-아 박문대 안 무서운 척하지 말라고~~ 인터뷰 소용없다고~~
-아니 무서울 만했지 갑자기 무인도에서 정전이라니.. 하지만 너희는 쫄보가 맞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괴감으로 굳은 다섯 명의 멤버에게 두 멤버가 찾아온 다음에도 편집은 혼신의 힘을 다해 사람들을 웃겼다.
[선아현 : 나 두꺼비집 찾았어…!]화면 위로는 분전반 스위치를 조작하고 하이파이브하는 류청우와 선아현의 화기애애한 모습까지 어슴푸레한 효과와 함께 삽입되었다.
[?무서운 정전은 우리가 퇴치했으니 안심하라구 멤버들!]-쫄보 아닌 놈들만 기가 막히게 빠졌네 ㅅㅂㅋㅋㅋ
-이건… 팀을 그렇게 찢은 손바닥의 잘못이다… 데덴찌가 만악의 근원인 것을
└ㅋㅋㅋㅋㅋㅋㅋ
-양궁 국대랑 X즈니 왕자님을 나눠 가졌어야지ㅉㅉ (잇몸 미소)
게다가 테스타는 굉장히 부끄러워하다가도 결국 고기를 보고 신이 나버렸다.
그들은 열심히 냉동 닭을 찾아 들고 거의 춤을 춰버렸고, 그런 날것 같은 반응에 폭소는 배가 되었다.
-애들 너무 귀엽다
-ㅋㅋㅋㅋㅋㅋ으악으악ㅋㅋㅋㅋ
-진짜 열심히 한닼ㅋㅋㅋㅋ
고기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며, 슬그머니 이런 말도 나왔다.
[배세진 : …그래도 카메라가 없어서 다행이다.] [↑ 있었음] [PD : 원래 보물찾기를 할 예정이었는데 그게 거기서…] [예능 요정의 가호를 받는 테스타] [여러분의 성실함에 감사합니다…☆ by 조난 당해 촬영이 망한 제작진 일동]조작하지 않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돌려 강조한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알뜰살뜰 웃음을 챙긴 방송은, 참고 멘트까지 잘 챙기며 깔끔하게 끝났다.
[※별장을 빌려주신 분은 귀농에 로망을 가진 노부부십니다※] [※해당 방송 및 발언에 대하여 너그러이 이해해 주신 별장 주인 부부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그리고 백숙을 끓여서 신나게 먹방을 찍는 테스타의 모습으로, 이번 화는 훈훈하고 시원하게 마무리되었다.
당연하지만, 방송이 끝나자마자 시청자들의 감상평이 폭발했다.
-미쳤다 빅재미
-오랜만에 웃겼음
-빨리 테스타의 섬 조난 봐라 개꿀잼
└섬생활인 줄 알았는데 언제 개명했냐곸ㅋㅋㅋㅋ
-진짜 테스타에 예능 요정 붙었나 아 너무 웃곀ㅋㅋㅋㅋ
게다가 제작진은 예고를 잔뜩 띄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직 어떻게 제작진을 구하러 온 건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니, 이 떡밥을 길게 가져가는 것으로 다음 화 시청률을 노린 것이다.
게다가 예고편도 몹시 재밌어 보였다.
병아리를 구출하는 테스타와 손전등을 챙기는 테스타, 그리고 등산화를 챙겨 신으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까지.
[류청우 : 와, 이게 대체 뭐지?] [이세진 : 진짜 이런 촬영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하하하!]생존과 모험, 탐구.
좀 더 장르적 재미를 추구한 것 같은 밝고 액티비티한 예고편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테스타가 활기차고 즐거워 보였기 때문에, 이번 화가 자칫 ‘가학적인 포멧이다’는 평을 들을 구석을 알맞게 상쇄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테스타가 이 조난극 이후 얼마나 대단한 힐링을 누리게 될지를 조명하며, ‘힐링 파트’가 남아 있다는 것도 강조해 줬다.
게다가 속속들이 올라오는 신난 테스타의 SNS 업로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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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왕 다음 쫄보왕 문대 (사진)
(폭소 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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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둬라 이세진
└그만둬라 문대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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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러뷰어. 선아현이에요.
(사진)
이건 제가 만든 향초입니다. 섬 여행에 챙겨갈까 고민하다가 두고 갔었는데, 오늘 방송을 보니 살짝 아쉽기도 합니다. 멤버들이 무서워할 때 힘이 됐을 수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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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형 나 안 무서웠어요!
└유진아 거짓말하면 엉덩이에 뿔난다
└(호랑이 이모티콘) 저 안 나요!
덕분에 팬들은 기세를 탄 예능 바이브에 휩쓸려서 불만이나 걱정마저도 슬쩍 잊어버렸다. 멤버들이 정말 즐거워 보였으니까.
그리고 다음 편을 기다리며 설레서 내용을 추측하기도 했다.
-병아리 구하는 건 무조건 래빈이가 먼저 튀어 나갔을 듯 편집 보니 딱 그럴 각
-손전등 왜 또 필요하지? 설마 밤에 뭐 하나… 아님 또 정전?
-등산화는 제작진 구하러 갈 때 신을지도
└아님 진짜 등산했을 수도 있곸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미친
참고로, 마지막 추측이 맞았다.
* * *
“상쾌하다.”
“…네.”
나는 숨을 헐떡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바위에 걸터앉았다.
아침 공기가 좋긴 하다만, 그냥 몸을 움직여서 산소가 단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류청우가 짧게 감탄처럼 중얼거렸다.
“풍경 좋네.”
그 말대로 별장과 해안가, 그 너머의 바다와 육지가 제법 근사하게 보인다.
그럴 만하다. 산꼭대기니까.
‘망할.’
진짜 등산을 하게 될 줄이야.
나는 제작진 구출 후에 챙긴 컨텐츠들을 회상했다.
비가 그친 후에도 파도가 거세서 배가 뜨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재난 느낌과 연결된 액티비티들을 몇 가지 했다.
‘헬리콥터로 채소 받는 건 제법 재밌게 그림 좋았는데.’
그때 등산화 개시하면서 설마 진짜 등산까지 연결될 줄은 몰랐단 말이다.
나는 지난 보물찾기에서 김래빈에게 쪽지를 넘겨준 것을 약간 후회했다.
‘벌칙이 이런 걸 줄은 몰랐지.’
물론, 이놈한테는 벌칙이 아닌 것 같다만.
나는 슬쩍 류청우를 쳐다보았다.
“…….”
놈의 표정이 제법 편안해 보였다.
등산 덕인지, 사고 이후 어딘지 음울하고 억누르는 것 같이 보이던 느낌이 좀 사라진 것이다.
‘…류청우도 고생 꽤 했지.’
아무래도 앞으론 좀 더 숙이고 들어가 줘야겠다는 마음은 든다.
이젠 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은 구간은 지난 것 같으니, 말 좀 붙이고 더 잘 대우해 줘도 괜찮겠지.
“물 좀 드시죠.”
“아, 고마워.”
나는 놈과 조용히 따듯한 누룽지를 마셨다.
그러나 하산 직전, 드론 카메라가 멀어진 뒤 이 대화를 예상했다는 건 아니다.
“그래, 문대야. 괜찮으면… 이번 추석 연휴 때는 숙소 말고 멤버들 집에 가는 게 어떨까. 아, 우리 집도 괜찮아.”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