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28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81화
테스타 룸메이트 컨텐츠는 주로 한두 편으로 끝나는 짧은 영상이었다.
그런데 거창하게 시즌에 번호까지 매긴 데다가, 좀비라니?
구체적인 이유를 구구절절 분석하지 못해도,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건… 재밌을 거야!’
이런 단순 리액션만 예상해도 재밌을 것 같은 컨텐츠는 기대치가 쭉 올라가기 마련이었다.
제대로 어그로를 끈 썸네일과 제목에는 ‘주말에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렸을 사람들까지 일단 영상을 클릭하게 되는 마력이 있었다.
대학원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집에 돌아가서 씻고 정리를 마친 후 경건한 마음으로 재생할 생각이었으나, 그냥 지하철에서 냅다 영상을 재생시켰다.
‘고마워, 블루투스 이어폰!’
맨 처음 들린 것은 우아한 현악기 클래식이었다.
단다단단다라라~
[오늘 보실 이야기] [연구원 : 과학적 방법을 통해! 여러분 간의 가장 적합한 룸메이트를 찾아 매칭할 예정입니다.] [테스타 : 우와! (반짝반짝)]그러다가 어딘가 어설프게 해맑은 리코더 BGM과 함께,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손바닥을 치는 테스타가 나왔다.
[테스타의 호기심과 즐거움이…] [김래빈 (귀염뽀짝 막내)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저 자신에 대하여 더 깊게 알게 될 것 같습니다!] [선아현 (꽃사슴) : 이쪽이 더 따듯하지 않을까…?]그러나 검은 자막과 스산한 효과음이 들어가며 분위기는 일변한다.
[좀비로 승화한다!] [김래빈 : 으아아악!] [이세진(득음) : 흐아아악씨!]환풍구에 껴서 비명을 지르는 김래빈, 레이저 총을 들고 미끄러지는 류청우, 어둠 속에서 가구에 매달리는 차유진이 쓱쓱 지나갔다.
마지막은 불이 깜박거리는 연기 찬 복도를 달리는 멤버들이다.
[테스타 : 으아악!!] [↑제작진에게 또 속음]“으흡.”
대학원생은 황급히 입을 앙다물었다. 너무 웃긴데 소리를 낼 수 없어서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언제나 촬영의 보람을 줌♡]‘참아! 참아!’
지하철 미치광이가 되지 않기 위해, 그녀는 최선을 다해 심호흡했다.
그러면서도 영상에서 눈을 떼진 못했다. 벌써 재밌었으니까!
이제 영상은 유명한 모 SF 고전 영화의 오프닝을 패러디해, 웅장한 OST와 함께 자막을 뽑고 있었다.
[5월 XX일, 일산의 한 연구소] [룸메이트 재배정 철이 된 테스타 멤버들은 지난 세 번의 룸메이트 배정을 떠올리며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사실 언제나 모여 있음). 그러나 이 자리에는 사악한 관종 제작진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데…….]검은 우주 배경에서 아련히 지난 룸메이트 영상들의 하이라이트가 지나간다.
사기당한 배세진, 1등 한 차유진, 카드를 던지고 이세진을 쫓아가는 박문대…….
그리고 멀쩡히 신난 얼굴로 하얀 실내 공간 안에 서 있는 테스타가 화면에 등장했다.
[이세진 : 여러분~ 오늘 저희가 진행할 컨텐츠가 뭘까요?] [류청우 : 다 같이 말해봅시다.] [테스타 : ‘룸메이트는 과학이다’!]아이돌 컨텐츠답게, 1화의 앞은 충실히 심리 테스트 결과를 꽉꽉 채워주었다. 팬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이었으니까 빼지 않은 것이다.
[친칠라 VS 토끼 누가 더 강한가.] [배세진 : (동공지진) 토끼가 더 강하지 않을까요. 그, 이빨도 있고.] [어딘가 이상한 문제의 연속에도 프로 의식을 잃지 않는 멤버들]질문은 어딜 봐도 신빙성이라곤 없어 보였으나, 이미 좀비로 박살 날 걸 알고 있다 보니 그 점마저 웃겼다.
그리고 대답하는 멤버들끼리 투닥거리거나 협력하는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았다.
[차유진 : 친칠라도 이빨 있어요!] [배세진 : (우주로 날아가는 효과)]-귀여워♡♡
-애들 다 발상 한번 겁나 신박하넼ㅋㅋ
-막내즈 왜 저렇게 신났엌ㅋㅋ
-누가 팬싸 가시면 심테 좀 많이 물어봐주세요
-문대 너무 똑똑해 천재 아니야? 어떻게 거기서 다른 동물을 생각해 내ㅠㅠ
참고로 마지막은 대학생이 친 채팅이었다. 소리 지를 수 없는 것을 이렇게 해소해 본 것이다.
‘으아아!’
그녀는 자신이 순조롭게 깊은 팬 생활로 빠져들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아직도 충분히 일반인다운 선택이었다.
그렇게 1화는 어느새 좀비를 잊어버릴 만큼, 훈훈하고 유머러스한 아이돌 컨텐츠의 맛을 충분히 깊게 보여주었으나….
예고된 반전은 1화를 넘기지 않고 후반부에 착실히 튀어나와 주었다.
[연구원 : 어억!] [쓰러진다…?] [!!!!]철컥. 탕!
철문으로 사무실이 봉쇄되는 것이 스펙타클하게 편집되어 지나간다.
보는 사람도 긴장할 정도로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효과가, 갑자기 변할 상황을 다 아는 데도 집중하게 만들었다.
다만 일이 터지자마자 중앙에 얼른 모여 서로 붙은 테스타는 귀여웠다.
[테스타 : …?] [갑자기 분위기 좀비]얼어붙은 채로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 애쓰다가 속았다는 것을 깨닫는 테스타로 상황은 코믹하게 마무리되었다.
[이세진 : 감독님!!]실시간 채팅이 폭주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카메라 감독 나와보랰ㅋㅋ
-바로 제작진 찾네
-얼마나 속았으면ㅋㅠ
-배세한테 햅씨 뺏긴 햄스터 그만 합성해 너무 웃기잖아
-아 꿀잼
[예상치 못한 좀비 연구소 탈출!] [테스타의 대처 방법은?]그리고 여기서부터 들어가는 것이 바로 테스타의 개인 면담 자료다.
화면에서는 앞으로 김래빈이 좀비 탈출에서 보여줄 활약상에 빗댄, 지난 테스타 예능에서의 김래빈 모습이 지나간다.
주로 한 손으로 완벽한 호떡 반죽 무게를 떼어내는 기행이다.
중세 토끼 대신 진짜 토끼를 달고 온 귀여운 설명에 팬들이 폭소했지만, 영상은 멈추지 않았다.
[차유진 / 센터 / 만 21세 / 200X년 03월 06일생 호랑이(자칭)] [순발력과 야성의 감, 이 구역의 골목대장]그 소개 방식은 어쩐지 올스타가 모여 보석을 훔치는 등의 하이스트 영화식 멤버 소개와 유사해서 더 분위기를 띄웠다.
그리고 마침내 대학원생의 최애가 나왔다.
‘문대!’
[박문대 / 메인보컬 / 만 22세 / 200X년 12월 15일생 강아지]‘강아지래!!’
대학원생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 감동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판단력, 이 구역의 티벳여우] [상담사 : 내향적 성향이 강하신데, 스스로 많은 외향적 요소를 계발하신 성숙한 인물상이죠. 그래서 판단하실 때 두 요소를 다 적절히 사용하시는 것 같아요.] [상담사 : 다만, 좀 완벽주의자이십니다. (웃음)]자료화면의 박문대가 지금까지 판매한 호떡과 음료의 가짓수를 심각하게 계산하는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아 진짜 너무 귀여워….’
대학원생은 실시간 채팅을 확인하며 행복해했다.
-박문대는 최고의 강아지며 반박은 안 받음
-문대 언제나 일에 진심이얔ㅋㅋ
-티벳여우파를 챙겨주다니 제작진 뭘 좀 아는걸
그렇게 생일을 역순으로 올라가는 소개의 마지막은 류청우였다.
‘어? 세진이가 2월 7일이고… 청우가 10월 28일이면 세진이가 제일 맏형 아닌가?’
대학원생은 방금 지나간 화면을 떠올리며 순서를 의아해했으나, 류청우가 리더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든든한 리더, 눈부신 생존력] [상담사 :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성향이 강하신데, 포용력 있는 리더의 포지션에 계신 점이 인상적이고요.] [상담사 : 굉장히 심리가 안정적이세요.]자료화면에서는 온갖 공포 관련 컨텐츠마다 멀쩡한 얼굴로 멤버들을 챙기고 웃는 류청우가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본편.
[차유진 : Wait, wait!! 여기 뒤에 문 있어요!]제작진 뒤에서 기어코 환풍구를 발견한 멤버들이 그곳에 기어들어 가는 것으로, 영상은 완전히 끝났다.
‘아, 2화부터 본격적으로 좀비물 들어가는 거네!’
사실 1화부터 타이틀을 달아놓은 것 치고는 좀비 이야기가 별로 없었으나, 사건이 터지는 상황과 역할군 예고까지 알차게 깔아놓은 덕에 충족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주었다.
덕분에 반응은 호의 일색이었다.
-와 스케일 작정했네
-제작진 대단하다 환풍구 가리고 있었냐곸ㅋㅋ
-아 당장 2화 줘ㅠㅠ 담주까지 어떻게 기다림
-무슨무슨 법으로 2화를 한꺼번에 줘야함 암튼 그래요 플리즈ㅠㅠ
-그래서 대체 이게 룸메이트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겨 완전 룸메이트는 이용당한 거잖앜ㅋㅋ
대학원생은 자신의 SNS에서 팔로우해둔 몇몇 사람의 글을 보며 여운을 만끽했다.
‘아, 연주도 봤겠지?’
그리고 자신의 홈마 친구에게도 연락해서 또 한 번 신나게 떠들다가, 내적 비명을 지르게 된다.
‘내릴 역을 지나쳤어!’
참고로 홈마의 반응은 ‘문대가 좀비도 무서워하는지 너무 궁금해 미치겠어’였다.
그리고 딱 일주일 후, 테스타의 좀비 탈출기가 대공개 되었다.
[캬아아악!!] [이세진 : 으어읍 (입 막힘)]박진감 있는 추격과 전투씬, 서로를 챙기는 테스타의 모습까지 잘 조합된 편집은 일품이었다.
특히 환풍구에서 나와서 캐비닛으로 입구를 막는 파트는 정말 좀비 영화 같다는 호평을 받았다.
-상상 이상의 대존잼인데;
-류청우 미친 거 아니냐고 영화 주인공인 줄 좀비 쏘는 거 봐
-이거 그냥 애들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재밌을 것 같음 영업용 낙점
-빨리 3화 나와라ㅠㅠ
2화는 레이저 건을 찾은 멤버들이 상의를 통해 좀비를 해치우는 컷과, 도저히 감당이 안 되니 조심스럽게 이동하는 두 파트가 잘 어우러져 있었다.
그래서 시원함과 공포의 밸러스가 훌륭했다.
-화장실에서 진짜 비명 지를 뻔 막 문마다 쾅쾅 좀비가 두드리는 소리 개소름
└거기서 래빈이 지나가다 기절하는 줄 알았어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ㄹㅇ
-놀이방에서 아현이 인형 뒤지는 거 너무 대단해서 비명 나옴
특히 선아현이 구석에서 태연히 겁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은 따로 편집으로 강조까지 되며 캐릭터성 강화에 톡톡히 기여했다.
-테스타도 아현이가 이렇게 많이 그런 거 몰랐나 봐 애들 SNS 올라왔엌ㅋㅋ(링크)
-아현이 아직도 왜 사람들이 놀라는지 이해를 못 하고 있대 너무 귀여워ㅠㅠ
-외유내강의 표본 나의 꽃사슴 엘크..
그리고 박문대의 팬들도 만족했다.
홈마는 자신의 친구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연주 : 문대가 좀비는 반만 무서워한다는 귀중한 정보를 알려준 소중한 예능이야]박문대가 안 보이는 좀비 인기척은 무서워하면서 막상 나타나면 티벳여우 표정이 됐기 때문이다.
팬들은 뒷문을 향해 질주하는 테스타로 끝난 2화를 되돌려보며 수많은 GIF 파일을 배출했다.
-애들 다음 컨셉 이런 거여도 재밌을 것 같아 좀비 아포칼립스 생존하는 학생들… 이미 풀망상 중
-놀이방에서 공 던져서 좀비 이목 끄는 차유진 보실 분? (GIF 파일)
-좀비와 밀당하는 이세진의 놀라운 커뮤니케이션 솜씨ㅋㅋㅋㅋㅋ (캡처연결본)
전반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워한 팬들은 다들 평온한 즐거움에 빠져 있었다.
특별히 의문점이나 논란점은 없었다.
-아마 3화는 탈출 + 룸메이트 배정일 듯 좀비는 거의 끝난 것 같아ㅋㅋ
-2화 속도감 좋더라 3화는 좀 귀여운 기존 룸메이트 컨텐츠 느낌 예상해봄
이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대망의 3화가 공개된 날.
-헐
-미미미미치친
-청우야?
[류청우 : ID 카드 나 줘야겠다. 문대야.] [박문대 : !!!!]첫 번째 방으로 돌아가 멋진 추리를 선보이던 박문대에게 류청우가 레이저 건을 들이대는 장면이 나오자마자 반응이 폭발했다.
그리고 영화처럼 프리즈된 화면 속, 두 사람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을 때.
화면이 리와인드되며, 류청우의 개인 상담 컷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