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33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32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나는 침대에 누워 있다. 특별히 잘 생각은 없다. 그냥 되새김질이나 하고 있을 뿐이지.
캠프용 호텔 룸에서 나간 큰세진을 찾아갔던, 바로 직전 상황을.
-삐이익.
큰세진의 호텔 개인방 초인종을 눌렀으나 반응은 없었다.
-…….
혹시 방에 없나 싶었다. 하지만 큰세진이 빡 돈 상태에서 밖에 나가서 구설수를 만들 놈인가?
분명 안에 있다.
-이세진.
나는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자 반응이 왔다.
드르륵.
문이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문대야 다음에 이야기하자 지금은 좀 피곤해]그게 끝이었다.
“…….”
나는 베개에서 손을 떼고 문자를 한번 확인한 뒤, 스와이프로 날렸다.
-형, 괜찮아요?
“어.”
그러자 이제 화면에는 류건우 면상이 떠 있다. 아까 내가 끊은 통화를 도로 진행하는 중이니까.
……할 일을, 해야지.
“하려던 이야기가 뭔데.”
-…잠시만요.
화면의 놈이 움직인다. 그리고 양손을 들어 허공을 가리킨다.
-이거 보이세요?
“아니.”
화면의 놈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린다.
-안 보이시는구나….
“…….”
-그, 제가 지난번에 형 ‘보상 수령’ 팝업 내리려고 접속했을 때 이후로 조금 연구를 했어요.
그런가.
-며칠 전에 형 상태창을 제 쪽에서 불러와서 띄울 수 있게 됐거든요. 그래서 혹시 화면으로는 보이시나 하고….
“그래.”
화상 통화를 걸 만한 건이었다. 나는 이해했다.
그리고 입을 다물자 다시 방이 조용해졌다.
“…….”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저, 형. 역시 아까 무슨 일 있었죠?
“아니.”
그건 그만 좀 물어보면 안 되나?
순간 짜증이 치밀어오를 뻔했으나,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눌렀다.
…이놈 입장에선 갑자기 전화가 끊겼으니 당연히 물어볼 수 있지.
“사정 모르는 놈이 와서 끊었던 건데, 좀 오해가 생겨서.”
-아….
짧은 감탄사 이후로 놈은 다시 말이 없어졌다. 대충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다.
‘할 이야기는 끝인가.’
이제 슬슬 통화를 정리하고 끊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을 때.
-저… 그럼 사정을 말씀드려도 괜찮지 않을까요?
“뭐?”
-이세진 님 맞죠? 형 친한 친구분이셨잖아요. 그럼….
“내가 남의 몸으로 과거로 돌아와서 아이돌을 하는데, 안 하면 죽으니 레벨업을 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이야기를 그냥 하라고.”
-…….
“상식적으로 이게… 아니, 미안하다.”
그 순간, 큰세진이 왜 대화를 중단하고 나갔는지 깨달았다. 쓸데없이 고함이나 지르지 않으려고 그랬던 거군.
나는 머리를 휘저으며 말을 이었다.
“방금 네가 말한 상태창 문제는 생각 정리하고 분석해 볼 테니까, 너도 오늘은 쉬는 게…….”
-아뇨. 형.
놈이 말을 끊었다.
-형이 시스템 이야기에 이렇게 신경을 못 쓰시는 건 진짜 처음인 것 같아요. 평소라면 이것저것 많이 질문하셨을 거잖아요.
“…!”
-그만큼 지금 상황이 신경 쓰이시는 것 같아요.
“…….”
그리고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그냥 말하고… 편하게 지내시는 건 어떨까요?
나는 무심코 주먹을 쥐었다.
그 순간이었다.
나는 갑자기, 그 말로부터 파생된 잔상들을 떠올렸다.
이놈이 지금까지 나와 만날 때마다 했던 실수들.
-형!
-건우 형이, 으, 으음….
호칭이나 어미의 오류.
워낙 남 속이는 걸 잘못하는 놈이라 그런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류건우 몸으로 몇 년이나 산 놈이 그런 실수를 매번 했다는 건 어쩐지….
부자연스럽지 않나.
“너, 설마 멤버들 있을 때마다 말실수한 게….”
-…….
“내가 들키길 바라서였나.”
잠시 정적이 흐른 후.
화면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마도요….
“…!”
-할 당시엔 의식한 건 아닌데, 무의식중에 좀 그랬던 것 같아요…….그게 형한테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무슨.”
-테스타는 형과 몇 년이나 같이 산 가까운 사람들이잖아요. 비밀을 털어놓고 형이 마음 편히 지내셨으면 해서….
호의에 기반한 행동이다.
하지만 상대의 의사와 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뭔가를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그걸 본인도 이야기한다.
-근데 그건 시스템이 하는 짓이잖아요.
그래.
-형 생각이나 감정을 무시하고 막 하는 거요.
이건 이 무른 놈이 하기엔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인 충동이었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시스템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짐작한 건가?”
지난번에 만났을 때, 유독 시스템을 무서워하던 놈이 떠올랐다.
-시스템과 동화된 부분이 강해지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게 다른 몸으로 옮겨가서도 무슨 영향을 주나 봐요.
그리고 화면에서 좀 기가 죽은 듯, 씁쓸한 목소리가 나온다.
-네. 그래서, 눈치챈 다음부턴 실수하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하고 있어요….
“…….”
-정말 고의는 아니었어요. 형이 불편하셨을 텐데 정말 죄송해요. 앞으로도 안 휘둘리도록 정말 조심할게요…….
“…그래.”
화면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고생하는군.’
뭔지 모를 것에게 영향을 받는 건 꽤 기분 더러운 일일 것 같았다.
‘앞으론 이놈 상태도 좀 유심히 봐야겠어.’
나는 찬물을 맞은 듯이 좀 정신을 차린 채로 큰달을 보았다.
그러나 화제는 도로 돌아왔다.
-그, 근데 형, 그래도 이건 진짜 별개로 드리는 말씀이에요. 그 친구분은 분명 형을 믿을 거예요.
미치겠군.
나는 침음을 참으며 말했다.
“그놈이 이런 공상과학 같은 소리를 믿을 만한 성격이었으면 벌써 정리 끝났겠지.”
하지만 이세진은 이 안에서도 가장 현실적인 성격이었다.
나는 인정했다.
‘그래서… 미루고 있었던 거야.’
일을 해야 하니까, 타이밍이 맞지 않으니까.
그런 핑계를 대면서 내가 입 다물고 질질 끄는 상황을 합리화하고 있던 것이다.
분위기에 취해서 ‘때 되면 너에게 말하겠다’고 말하긴 했으니, 말은 해야겠는데… 어떻게 전달해도 안 믿을 확률이 너무 커 보여서.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화면에서 좀 어처구니없어하는 듯한 목소리가… 뭐, 어처구니가 없다고?
-형, 혹시 잊어버리셨나 해서 말해보는 건데요… 저, 형 상태창이었거든요??
그건 나도 알지.
-저도 이세진 님이랑 형이 어떻게 지냈는지 다 안다고요!
“…!!”
-형들 싸우고 그런 것도… 아무튼 정보를 다 아는 제3자의 입장에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좀 믿어주세요…!
“…….”
그 꼴을 다 봤다니, 상당히 민망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큰달은 민망이고 나발이고 이제 거의 곡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친구분이 현실적인 만큼, 형을 잘 알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서로 많이 믿고요.
그리고 나는 웃기지만, 그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형이 진지하게, 솔직하게 설명만 한다면 믿어주실 거예요.
“…….”
나는 한팔을 베고 누웠다.
-형….
모르겠다.
“어떻게 말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일이 이렇게 돼서.”
-아….
“일단… 상황을 좀 보고.”
지금 진실을 토로하고 나발이고, 이놈이 당장 내일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니까.
당장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거지, 별일 아닐 가능성도 있긴 했다. 머리 좀 식으면 오해를 설명하고 좀 머쓱해하다가 끝날 수도 있다.
-형, 그러니까….
화면 속 놈은 나름대로 격려의 말을 하려 노력하는 것 같았으나, 썩 와닿진 않았다.
“그래.”
나는 곧 통화를 종료하고, 갈등하다가 큰세진의 문자에 답장했다.
[미안하다. 잘 쉬어]그리고 웃기지만, 정말 별일 아니게 되었다.
바로 다음 날 앨범용 야근 캠프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니까.
* * *
“비트에 폭파음을 넣었는데 어떠십니까?”
“좋은데? 근데 후렴 포인트에만 넣고 벌스엔 다른 소리로 대체하는 건 어떨까? 귀가 빨리 피로해질 수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큰세진은 전날과 별로 다를 것 없이 피드백을 주며 상황을 잘 조율했다. 좋은 의견을 밀어주고 부적절한 의견은 쳐내고.
“4번 데모 기본으로 수록곡 하나 뽑고 싶은데, 어때.”
“…그거 괜찮네. 근데 3번이 더 나은 것 같아.”
“그래.”
전에 내가 화를 내서 사이가 어색해졌을 때처럼 무작정 웃으며 잘 구는 것도 아니다.
그냥… 거리감이 두꺼워진 거지.
‘망할.’
사적인 대화를 할 틈을 안 주는군.
이건 뭐, 사과하기도 애매했다. ‘뭐가 미안한데’든 ‘괜찮아’든 대화 전개가 불가능하니까.
“좀 쉬고 하자.”
“넵.”
그리고 쉬는 시간. 나는 어제보다 자유롭게 스위트룸 여기저기로 흩어지는 놈들을 눈으로 좇다가, 일어났다.
‘찬물이라도 끼얹자.’
혹시라도 답답하다고 집중을 못 하면 멍청한 짓이다. 냉수마찰이라도 해서 정신 차리고 앨범이나 보자.
그렇게 현관 옆 세면대를 쓰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이세진.”
“네?”
복도 옆 부엌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큰세진을 부르는 배세진.
드문 일이었다. 그래서 바로 어제, 큰세진이 나간 뒤 배세진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내가… 말을 이상하게 했나?
-…아뇨. 저랑 좀 오해가 있어서 그런 거예요. 말려들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아니, 아냐.
누가 들어도 그 화제를 꺼낼 것 같은 상황이다.
복도 모서리 너머에서 두 동명이인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저기… 어제 말인데. 내가 실수한 거면, 미안.”
“네? 아뇨. 그런 거 아니에요. 저 혼자 난리 친 건데요.”
“…문제 생겨서 그런 거 아니야?”
“아, 그냥 제 문제예요. 그때 제가 좀 예의 없게 말했죠? 죄송해요, 형.”
“아니, 그건 괜찮은데….”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음, 형. 제가 따로 할 일이 있어서 그런데 여기까지만 말해도 괜찮을까요?”
“……잠깐만.”
배세진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어제 말인데. 박문대가 찾던 사람, 박문대가 알려줘서 내가 안건 아니야. 우연히 그 자리에 있어서 안 거지.”
“…….”
“굳이 말 안 했을….”
“형.”
큰세진이 말을 끊었다.
“이런 건 본인한테 직접 이야기 들어야 할 것 같은데요.”
“…!”
“저 진짜 형 잘못이라고 생각 안 하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오히려 덕분에 알았잖아요. 상황을.”
배세진이 앓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상황이었는지 말하고 싶은 심정과 더 끼어들면 오지랖이란 생각이 교차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결국 말했다.
“그래. 그… 박문대랑 이야기 잘하길 바라고.”
“…….”
평소라면 ‘네’라고 하고 끝냈을 놈은, 그 대신 좀 지치고 날카로운 말투로 툭 말을 뱉었다.
“…모르죠. 할지.”
“…!”
“아무튼… 네. 알겠습니다.”
그때 알았다.
분명히 이놈도 지금 상황을 정도 이상으로 신경 쓰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더럽게 열 받아서 그렇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충동도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문득 어제, ‘이 꼴이 나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내 말에 답변했던 큰달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그때는 별로 와닿지 않았던 발언을.
-상황이 이러니까 말하면 더 믿지 않을까요? 형이 화난 사람한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성격은 아니잖아요.
-…!
-형을 아니까 오히려 이상한 소리일수록 변명이나 장난이라고 생각 안 할 거예요!
“…….”
X발. 그래.
나는 전화기를 들어서, 매니저에게 연락을 넣었다.
다른 방법도 없다. 해보자.
* * *
이세진은 콘서트를 좋아했다.
그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세진 같은 사람은 예능이나 유명 위튜브 채널 출연을 더 좋아할 거라고 착각하기 쉽겠지만 말이다.
원래 사람이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게 다른 법이었다.
콘서트는 아이돌로서의 자기 증명이나 다름없었다.
꿈과 야망의 실존.
‘그래서 좋지….’
하지만 오늘은 그 좋은 콘서트를 완벽히 즐기진 못했다.
원래 콘서트에서는 앵콜 쯤엔 멤버들이 뭉쳐 다니며 해후를 즐기는 것이 보통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중간중간 같이 스테이지 위에 올라와 있는 멤버들과 합을 기가 막히게 맞추면 그것도 몰입과 소속감을 고취했다.
그러나 오늘은 그게 불가능했다.
‘하….’
며칠 전에 그 난리 이후로, 박문대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본 적도 없는 상태로 같이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그걸 신발에 돌멩이라도 들어간 것처럼 순간순간 의식하고, 그때마다 기분이 침체한다.
‘왜….’
사실, 박문대가 다른 멤버들한테만큼 자신을 ‘너그럽게 봐주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사실 오히려 기꺼웠다.
그게 일종의 관계 정립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등한 친구.’
좀 으쓱하기도 했다.
혹시 그룹이 없어지더라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과 박문대는 계속 함께 일하고 친구로 지낼 수 있겠다는 확신.
그 든든함.
하지만 착각이라는 걸 알고 나면 그 확신만큼… 배신감이 든다.
‘진짜 웃기네.’
아니, 박문대가 자신에게 널 제일 믿는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무슨 놈의 배신감이란 말인가?
이세진은 헛웃음을 지었다.
원래 사람이란 게 환경에 따라 쉽게 쉽게 입장을 바꾼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특별히 서운할 것도 없었다.
‘이 업계는 더 그렇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박문대와 대단한 친구라도 된 것처럼 서운해하게 됐는지, 자신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충분히 그럴 만 하지 않나?
‘우리가 그냥 적당히 그룹만 한 것도 아니고.’
온갖 고민에 사고에, 별 이야기를 다 하고 개인사까지 털어놓으며 지냈는데 말이다.
그런데도….
이세진은 주먹을 쥐었다.
‘문자로 사과 한마디하고 끝이지.’
박문대는 지금 별로 아쉬운 게 없다는 뜻이다.
더 웃긴 건, 지금이라도 먼저 말을 걸고 상황을 풀어볼까 고민하는 자신이지만.
와아아아!
스테이지 옆에서 터지는 꽃보라를 보며, 이세진은 심호흡했다.
숨이 차서만은 아니었다.
‘짜증 나네.’
이 좋은 날, 수많은 관객을 앞에 두고 멤버 하나랑 싸웠다고 컨디션이 나빠진 자신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 종류의 공사 구분 못 하는 얼간이를 제일 깔아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퍼포먼스와 라이브에 신경을 썼다. 몰입이 부족하다면 정교하게라도 해야 하니까.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어요!”
그래서 콘서트를 끝내고 내려왔을 때, 평소처럼 충만한 기쁨보다는 어떤 허탈함이 더 컸다.
무대 위에서 그나마 넘치던 에너지가 자취를 감춘 느낌이었다.
“…….”
“어, 문대는요?”
“뭐 한다고 빨리 가셨어요!”
그 와중에 상대방은 멀쩡히 갔다는 게 어쩐지 더 열받았다.
‘왜 나만 감정 소모하냐고.’
이세진은 열과 피로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한숨을 참으며 자리를 떴다.
차를 타고 호텔로 얼른 돌아가서, 자버릴 생각이었다.
띠릭.
하지만, 호텔 방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왔냐.”
“…?!”
방 안에는 이미 누군가 앉아 있었다.
“매니저 형한테 키 받았어.”
탁자에 손을 올리고 있던 그 누군가는…… 박문대였다.
이세진은 순간 눈을 의심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먼저 들어갔다던 놈이 대체 왜 여기 있단 말인가.
그 순간, 번쩍 머릿속에 기대가 지나간다.
‘설마?’
사과를 각 잡고 해보려고….
“무단 침입은 미안하다.”
“아, 그게 미안해?”
X발 X발.
큰세진은 스스로의 입을 치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 왜 굳이 이따위로 말을 하고 있는지 자신도 모르겠다.
애초에 기분 상한 기색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래서 관계가 이상해지는 것도 두려웠고.
“그것도 미안하고, 다른 것도 미안하단 거지.”
하지만 이 말에도 박문대는 다른 대꾸 없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침착해서 어쩐지 더 마음에 안 들었다.
“뭐가.”
‘아니, 정말 침착…한 건가?’
그는 울컥할 뻔했으나, 순간 박문대의 얼굴과 자세를 확인했다.
표정은 여전히 진지했지만, 손은 손가락을 만지고, 어깨를 작게 움직이고 있었다.
“…!”
박문대는… 대단히 긴장하고 있었다.
“어제 너한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점이 말이지.”
“…….”
“형들이 내 사정을 전부 제대로 아는 건 아니야. 일부분을 들킨 것뿐이다.”
“들켰다고?”
“그래. 그러니까 지금 내가 내 입으로 말하는 건 처음이라는 뜻이지.”
“…….”
이세진은 순간, 모든 복잡함과 짜증을 잊고 대화에 집중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일단… 이것부터 말하고 시작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박문대는 눈을 빛냈다.
“나는 박문대가 아니야.”
“…??”
“그리고 과거로 돌아왔어.”
이세진은 자신이 사실 차에서 잠들었나 의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