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395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95화
단계별 어그로와 생존 스토리.
사내 서바이벌답지 않은 독특한 색의 새 참가자 투입과 ‘과연 LeTi답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색 강한 무대까지.
급 막장은 아니나 한참 재미난 서바이벌로 입소문 난 의 파이널을 앞두고, 시청자들의 태도는 다음과 같았다.
-대체 시청자 투표 왜 받은 거임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써놓고
-ㅋㅋㅋㅋㅋㅋㅋㅋ제작진 까먹은 거 아니냐
바로 어느 순간 언급이 증발한 시청자 투표의 행방에 대한 추측이었다.
-파이널에서까지 안 쓰면 레전드
-사장이 점수 매기면 거기에 보정치?? 같은 거 주는 역할일 것 같아ㅋㅋ
-사장이 등수 확인하고 눈치 보게 해줘 제발 차유진 살려
그리고 그 정체는 파이널 직전, 이어서 방영된 9화에서 드러난다.
처음에는 다들 소소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파이널 무대를 연습하는 연습생들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화인 줄 알았다.
일명 쉬어가는 화.
-채율이 건우한테 이불이랑 베개 주러 왔었어?ㅠㅠ 어떻게 이렇게까지 천사일 수가 있지요
-쉴 때 공기놀이하는 남돌… 용케 저 얼굴에 저 성격들을 모았구나 김사장
-와 류청우 잠을 안 자네 진짜 독기 활활 국대짬 어디 안 갔음
-신재현안경화보B컷드디어공개 드디어 수요를 알았냐 방송국 놈들아
연습생들이 서로 얼마나 친한지,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또 쉴 때 무엇을 하며 노는지.
시청자들 사이에서 말이 나오는 여러 질문을 잘 섞어서 재밌게 잘 배치했다.
자연스럽게 서바이벌 특유의 긴장감은 낮아졌지만, 과연 시청자 잘 아는 제작진이라며 꽤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스페셜 화?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지 잘 만들었으니 됐음ㅋㅋ
-그래도 파이널 준비 오래하는 것 같아서 무대 기대됨
그러나 제작진의 한 수는 마지막에 드러났다.
웃음이 번지게 만드는 각종 비하인드와 땀 흘려 열심히 준비에 매진하는 열정적인 참가자들의 연습실 컷을 지나….
스테이지로 카메라가 간다.
-???
심지어 구석 상단에 표시되는 것은 .
-뭐야
-지금 생방 중이야?
-막방 10화라며..? 담주에 나와야하는 거 아닌가
지금까지의 외전 같은 소소한 흐름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난데없는 생방송 화면에 당황한 순간이었다.
[참가자 여러분, 파이널에 앞서서 긴급공지가 있습니다.]심사위원석에 앉은 김태인 사장이 또 마이크를 잡는다.
의아해하면서도 긴장한 참가자들을 카메라가 잡은 채로, 사장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시청자 투표 결과가 나왔습니다.] [!] [대중의 선택은 여러분이 앞으로 선택하면서 맞이하게 될 절대적 평가 척도입니다. 그 평가에 부합하지 못한 사람은….]사장은 일부러 한 번 숨을 들이쉰 뒤, 말을 마쳤다.
모두가 예상한 말을.
[탈락입니다.]스테이지 위, 눈을 떨거나 시선을 떨구는 참가자들을 보며 시청자들이 울부짖었다.
-갑자기??
-아ㅠㅠ
-나 이렇게 쓸 줄은 진짜 몰랐음 어떡해
-애들 표정 너무 마음 아파..
하지만 그와 동시에 확 깃드는 긴장감과 드디어 시청자 투표 결과가 드러난다는 호기심에 시청 집중도는 순간 상승했다.
서바이벌의 힘이었다.
우는 이모티콘과 감탄사로 가득한 실시간 댓글들을 보지 못하는 사장은 천천히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안정권입니다.]사장은 4명을 쭉 발표했다. 김래빈, 오윤신, 정우단, 한경모….
‘생각보다 낮다’, ‘사장픽이라 팬들이 간절함이 없었다’, ‘미친 오케스트라가 바로 직전 화라 누적에서 손해 봤다’….
다양한 리액션과 평이 난무했지만, 어쨌든 안정권이라는 단어 덕에 다들 안심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남은 8명을 보면서는 혼란에 빠졌다.
-여기서 반반 상위권 하위권이라고?
-야 나 진짜 모르겠는데
-내 눈에만 상위권 6명 보임?;;
12명이라는 소수 인원에, 지금까지 한 번도 시청자 발표 집계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라 쉽게 인원을 갈라 단정 지을 수 없었다.
[하위권, 발표합니다.]긴장감 넘치는 BGM이 깔린 가운데, 사장이 하나씩 인원을 발표한다.
[박남호]-아이고
-ㅜㅜㅜㅜ고생했어 남호야!
-안 돼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참가자, 그러니까 어느 정도 사람들이 예상한 멤버로 시작해서 점점 예상외의 멤버가 불리는 구조.
-ㅠㅠㅠ아아악
-그냥 12명 다 데뷔시켜 미친놈아
사람들이 슬퍼하며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럭저럭 납득하는 듯한 분위기가 깨진 것은 마지막 하위권 참가자 호명에서였다.
[그리고… 류청우.] […….]당사자는 담담한 표정으로 한발 내밀어 앞으로 나왔으나, 댓글은 그러지 못했다.
-헐
-말도안돼
-????
-주작이냐
전 국대 출신에 럭키 토템에 실력까지 순식간에 훅 늘어난 미친 존재감의 뉴페이스가 투표에서 밀려?
말도 안 된다며 몇 초간 터질 듯 반응이 나왔지만, 곧 사람들은 상황을 파악했다.
뉴페이스라서 밀린 것이었다.
-후발주자라 그런가
-투표가 누적이라 그렇네ㅇㅇ 몇 주나 늦게 들어간 거잖음
-아니 근데 이러면 애초에 그때 투입된 보충반은 그냥 탈락하라는 거야? 장난하나
하지만 당황한 시청자들이 글을 쏟아내면서도, 당연히 사장이 지금 부른 이들을 다 탈락시킬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4명이나 불렀는데 다 탈락일 리가 그냥 사장픽 못 된 참가자 한둘 탈락일 듯
-제발제발ㅠㅠ
-류청우 보내면 김태인 진짜 감없는 쓰레기임
그리고 그들의 기대대로 사장은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투표로 정해주신 Bottom 4는 본래 즉시 탈락 예정이었습니다.]그렇다면 이젠 즉시 탈락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한 아이돌 그룹이 완성되기 위해선 팬분들뿐만이 아니라, 한 요소가 더 필요합니다.] [바로 아이돌 자신입니다.]-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미친놈이
-아이돌 없는 아이돌 그룹 아무도 생각 안 함 니만 생각함
시청자의 아우성과 관계없이, 사장은 진지하게 우수에 찬 표정으로 발표를 계속한다.
[그러므로 그들의 의견을 듣겠습니다.]멤버들이 당황해서 고개를 드는 것이 화면 뒤로 지나간다.
하위권이 아닌 참가자들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서로를 보는 컷과 진지한 사장의 얼굴이 교차했다.
는 사내 서바이벌답게 기존에 쌓인 끈끈한 연습생 간의 관계성과 집단의식도 또 하나의 셀링포인트였다.
그리고 그것을 역으로 이용한 마지막 어그로가, 지금 발발한 것이다.
[여러분의 투표에 따라,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두 사람은 파이널까지 생존할 수 있습니다.] [결과는… 다음 주, 파이널 무대 전에 공개하겠습니다.]카메라는 점점 멀어지며 얼어붙은 스테이지 전체를 잡았다.
그리고 페이드 아웃.
알록달록한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으나 시청자들은 댓글을 멈추지 못했다.
-와
-제작진 악마새끼들아
-애들한테 이걸 넘겨? 차라리 니가 정해 X발놈아
아직 시즌 1도 방영되지 않은 시기.
는 독보적인 매운 어그로로 파이널 직전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시작했다.
* * *
나는 스테이지에서 내려오며 생각했다.
‘오.’
제작진이 일 좀 한다.
솔직히 대충 비하인드로 비비고 넘어가면 화제성이 떨어졌을 텐데, 자극적으로 나온 것은 선택이었다.
‘단어 선택도 썩 괜찮았지.’
탈락시킬 놈 투표하라는 게 아니라 살릴 놈 투표하라는 것 아닌가. 이 정도면 양호하다. 인륜을 저버린 수준은 아니란 뜻이다.
다만 데뷔한 뒤 동료 투표로 생존한 놈이 사고를 치면 문제가 발생하겠다만… 내가 여기선 그런 걸 고려해 줄 필요는 없다.
최단기 최고효율을 낼 그룹을 노리고 있으니까.
‘문제는 류청우 위치가 좀 애매해졌다는 건데.’
기존 연습생들끼리 카르텔이 이미 형성되어 있어서 표 받는 한계가 있다.
‘이건 좀 처리를 해야겠고.’
그래서 나는 마이크를 떼자마자, 기어코 오늘 생방송 촬영까지 누굴 보내 버릴 건지 말하지 않은 놈을 찾아갔다.
청려 놈 말이다.
“네가 자연스럽게 보낸다는 게 이 방식이었냐.”
놈은 당황하지도 않은 채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이렇게 쉬운데 써야죠.”
“…….”
“최종 결과가 목전이니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고. 그 머리에 선택지 하나 심어주는 건 워낙 간단해서.”
누군가에게 표를 절대 주지 않도록 말이다.
‘합리적인 판단이긴 한데.’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나한테 말하지 않은 이유는.”
“미리 알려주면 사전 작업하려는 후배님과 손이 꼬일 것 같아서요. 가만히 기다려 주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후배님이.”
“…….”
X발, 반박을 못 하겠네.
“이해할 수 있죠? 그러면 지금부터는 이렇게 해요. 나는 제거할 요소를 제거할 테니까, 후배님은 붙이고 싶은 요소를 붙여봐요.”
류청우에 대한 말이다.
그리고 놈은 친절한 척 덧붙였다.
“그래도 정 못 하겠으면 말해요. 해줄 테니까.”
나는 황당해서 놈을 쳐다보았다.
“해주는 게 아니라 해야지. 지금 하위권에 류청우보다 괜찮은 패가 있냐.”
목표가 같은데 무슨 헛소린지 모르겠군.
그러자 청려가 실실 웃는다.
“그래요? 알았어요. 그러면 후배님이 못 하겠다면 내가 하는 걸로 고칠게요.”
“…….”
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 일단 내가 해보고.”
여기서 내가 화낼 것 같냐? 안 되면 고양이 손이라도 써야 하는 판이다. 어떻게든 저 새끼 골수까지 뽑아 써야지.
“좋아요.”
그리고 웃던 놈은 유유히 복도를 걸어 사라졌다. 다른 연습생을 보러 가는 것 같았다.
그 뒷모습 위로 팝업이 슬쩍 뜬다.
[그럼… 형도 다른 연습생들 설득하실 거예요?]그전에 하나 확인할 일이 있다.
나는 아까 스테이지 위에서 떴던 팝업창을 다시 불러왔다.
[퀘스트 : 명성 수집 활동 2/N]ㅣ■■■■■—–>ㅣ
-50% 달성!
보상 : 소포를 받았다….
누적 명성치를 50만 Exp 얻자, 중간 정산이랍시고 이게 뜬 것이다.
물론 이 중에 한 10만 점을 제외하면 다 동료 뽑기에 박아버렸지만.
‘에 있던 기능이긴 하군.’
테스트 플레이를 할 때 봤었다.
-선택지가 많고 엔딩이 다양한 게임이라서 그걸 다 아우를 수 있도록 메인 퀘스트가 포괄적이고 또 장기적이거든요.
-아하… 예예.
이때 계속 플레이하도록 격려 겸 유인하기 위해서 확실한 중간 보상을 마련했다고 했던가.
‘아마도 품목은 랜덤일 테고.’
나는 우편으로 가서 ‘진행 보상’이라고 적힌 소포 이미지를 확인했다.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소포]-당신을 격려하는 별의 소리다.
치환하자면 엄청 좋은 게 나올 수도 있지만 네 운으론 적당히 골드나 받고 끝난다는 뜻이다.
‘골드가 벌써 한 4000은 쌓였을 텐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텍스트 쪼가리를 떠올리며, 나는 무표정으로 해당 소포 수령을 눌렀다.
그런데.
[소포 내용물 – 초대장] [동료(★★★★)가 온다….]어쭈?
소포에서 별빛이 터진다. 아무래도 골드가 아니라 동료를 주는 모양이다.
필요는 없다만.
‘별 4개면….’
나는 지난번 큰세진을 뽑기 전에 봤던 4성 동료를 떠올렸다.
[★★★★ 장소현 / 리드댄서]‘말랑달콤 멤버였지.’
정리하다가 보고 기함할 뻔했다. 혹시라도 각성시킬까 봐 동료로 받지는 않았다만, 인벤토리에는 넣어왔다.
아무튼 그런 경험을 보자면 말이다.
‘별이 3개 이상인 동료 중엔 나랑 안면 있는 사람도 나오는 것 같은데.’
1, 2성에선 한 번도 못 봤는데 3성부터는 스쳐 간 아는 이름이 간혹 나오더라고.
[아, 그 설명에 ‘인연’이 있는 동료를 찾아낸다는 게 있었잖아요. 그런 게 좀 반영된 게 아닐까요?]안 그래도 비슷한 추측을 나도 했다.
‘그러면 설마 이번에도?’
어쨌든, 소포에 빛은 금방 가시고 마침내 설명이 드러났는데….
정말로 아는 이름이 뜬다.
[★★★★ 정우단 / 리드 보컬]“…??”
VTIC 놈이잖아.
[주주단님이죠?]그래, 그 주단이다.
‘뭐야.’
일단 인벤토리에 박아둘 생각으로 손을 움직였으나… 이거 거절 버튼이 없는데?
[확인]이것만 떠 있다. 이거 설마 자동등록이냐?
[그런가 봐요…?]뭐 상관없긴 하다. 여차하면 받아서 동료 목록 삭제하면 그만이니까.
그래서 내가 일단 ‘확인’ 버튼을 누르는 순간이었다.
치지직!
…버튼에서 다시 별 효과가 튄다.
“…??”
[Fortune Chance]구릿빛으로 양각된 괴상한 문구가 뜨더니, 빈티지한 파이프에서 단어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이거….’
게임에서 나오는 행운 이벤트.
그리고 어느 순간 톱니바퀴 맞물리듯 철컥, 정지해 단어를 조합하는 것이다.
[추가 효과 – 각성!]그리고 3초 후.
[동료 : 정우단이 각성 성공!]“뭐….”
뭐라고?
* * *
이 미친 시스템 새끼가 가장 X 같은 방식으로 보너스를 주었다.
그 사태를 확인하자마자 즉시 복도를 질주해 연습실들을 뒤지고 있다.
‘찾아야 해.’
잘못하면 진짜 X 된다…!
그렇게 세차게 돌아가는 머리로 우선순위에 따라 다른 종류의 연습실을 서너 번쯤 열어젖혔을 때.
결국 안무 연습실 벽에 머리를 박고 있는 놈과 마주했다.
정우단.
그러니까… VTIC의 주단.
“…….”
“…….”
놈은 말도 없고 벽에서 머리를 떼지도 않는다. 나는 주변의 이목을 끌지 않으려 노력하며 천천히 놈에게 접근했다.
‘신중히 한다.’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그때, 구석에서 몸을 풀던 차유진 놈이 나를 보고 번쩍 손을 들었다.
잠깐. 너 설마….
“문대 형!”
역시.
“…문대?”
머리를 박고 있던 놈이 아는 이름을 듣고 움찔 놀라더니, 급하게 고개를 든다.
“박문대 후배님?”
망했다.
고개를 든 놈이 혼란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차유진과 그 뒤의 김래빈까지 보고는 더 창백해졌다.
“테스타… 잠깐.”
“저기, 선배님.”
“아니 그러니까…….”
혼자서 중얼거리는 놈의 무표정한 얼굴에선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곧 입안으로 무슨 소리를 웅얼거리면서 스스로를 달래는 것 같았다.
‘일단 데리고 나가야겠는데.’
아직 카메라가 없는 게 감사할 뿐이다.
그러나 차유진에게 한쪽씩 팔을 잡아끌고 가자고 제스처를 주기도 전에, 주단은 입을 열었다.
훨씬 차분해진 목소리로.
“여기 제작진 어딨죠?”
“제작진은 왜….”
“하차하겠습니다.”
“…?!”
정신이 혼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