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421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21화
박문대는 공포 체험을 한끝 빗나가게 예습해 버린 4화 방영 후 한 주간 열렬한 관심을 받았다.
예측한 대로였기에, 그는 그룹 내 웃음 버튼의 운명을 대범히 받아들였다.
‘나 참.’
심지어 콘서트장에서 자신에게 귀신 인형을 던진 팬도 있었다.
-선 씨게 넘네 (동영상)
SNS상에서 제법 논란이 된 후 그런 행동이야 사라졌지만, 예능 인상이 확실했단 뜻이었다.
놀리고 싶게 겁 많은 놈.
-인형섬에서 귀가하는 길 박문대 머리 쓰다듬는 맏형즈 (GIF)
-개무서운 인형 밟아서 신발 신은 강아지처럼 굳은 문댘ㅋㅋㅋㅋㅋㅋ (사진)
물론 그것도 한 주로 끝이었다.
‘당연하지.’
그가 귀신은 꺼림칙해해도 그 외 모든 스릴 상황은 꺼려하지 않아서 말이다.
다음 화.
[백상아리 철장 체험]해저로 가라앉은 철장 안.
스노쿨링 장비를 갖춰 입은 테스타 멤버들이 비명 지르며 마임처럼 동작을 하는 가운데.
박문대가 가만히 서 있다.
누가 보면 평지인 줄 알 것이다.
-헐
-맞다 문대 이런 애였지
부동심. 그리고 턱을 괸 손으로 흥미를 표현한다.
해저에서 철장에 갇혀 백상아리 보는 주제에 무덤덤히 즐거워하는 중이란 뜻이다.
[↑이래 봬도 지극히 관심 많은 상태임]-와 티벳
그렇게 박문대는 한 방에 위엄을 회복했다!
재밌는 점은 박문대만 흥미로워하진 않았다는 점이다.
몇 분의 단체 호들갑 지난 후.
[(갸아아악!)] [김래빈 : (의외로 섬세하게 생긴 생물입니다!)] [배세진 : (뭐라는 건지 하나도 이해 못 함)] [김래빈 : (동의하지 않으시는구나! 그럴 수도 있지!)] [배세진 : (여전히 모름)]놀랍게도 백상아리 철장 체험은 무시무시한 이름과 달리 대부분의 멤버들에게서 호평을 받았다.
상품화될 정도로 안정성이 괜찮은 데다가 이미 공포 체험으로 공포 역치가 높아질 대로 높아졌기 때문에 그럭저럭 재미로 받아들인 것이다.
게다가 확실히 신기하고 독특한 경험이긴 했으니까.
팀의 코스는 힐링 성공이나 다름없었다.
-역시 방송이고 나발이고 하고 싶은 대로 한 게 최고였잖아ㅋㅋㅋㅋ
비록 이 팀의 팀원은 극한으로 방송을 의식해서 뽑은 아이템이었으나, 팀장에겐 그 댓글이 옳았다.
[차유진 : 저랑 문대 형이 맞았어요!]인터뷰 컷에서 차유진은 씩 웃었다.
…비록 그의 뒤로 ‘둘’이라는 이름 아래 일단 차유진이 던진 걸 다 받아주는 박문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지만, 어쨌든 둘은 팀이긴 했다.
[차유진 : 팀워크 최고!]그리고 박문대는 선아현과 상어의 투샷을 사진을 찍으며 어느 정도 배신감도 푼다.
[선아현 : (이렇게?)] [박문대 : (굿)]그리고 그다음에 탄 정글 스피드보트에서도 류청우와 어마어마한 호흡을 보여주며 (혼자만의) 앙금을 풀었다.
마지막으로 절벽 위 집라인까지.
[차유진 : 워-후!!!]극도로 익사이팅했지만, 다들 안 빼고 재밌어했기 때문에 의외로 고통의 선을 넘진 않았다.
그리고 연달아 이어진 김래빈의 풀코스는 힐링을 기대한 팬들의 모든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막내가 최고다
-우리 토끼 으아앙 어쩜 이렇게 효도를 잘해 진짜ㅠㅠㅠ
시청자들은 기나긴 킬링 끝에 달콤한 힐링을 더 재밌게 받아들였다. 김래빈은 그렇게 뭉게를 제치고 힐링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뭉게 : (보고 시퍼! 형들 얼른 한국 도라와!)]인도네시아에서 한국으로 돌아간 뭉게와 영상 통화를 하며 손을 흔드는 멋진 별밤의 야외컷을 마지막으로, 힐링 예능은 정말 힐링답게 마무리되었다.
총 8화. 짧고 강렬한 자체 컨텐츠였다.
-진짜 좋았다!
-마지막에 딱 행복하게 우리 보고 싶었던 것까지 챙겨줘서 완벽ㅠㅠ
그리고 칠레의 팬들은 뜻밖의 1승을 챙겼다.
-테스타가 아름다운 칠레의 풍경과 전통 음식을 즐기고 갔어! “진정한 만족감”
-오로지 칠레만이 승리 (웃는 이모티콘)
약간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힐링* (3박 4일짜리 험난한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코스를 수줍게 흔듦
그리고 이 모든 일은 테스타가 제대로 예능을 소화했을 때 으레 일어나는 일이기도 했다.
행복한 시청자들, 팬들의 소감들.
박문대는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내렸다.
방송에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어설프게 갓 지은 것 같은 호러 예습용 계정은 이미 지운 후였다.
대신 정기적으로 갈아치우는 모니터링용 계정명이 상단에서 반짝 빛났다.
-아 이번 예능 너무 좋았어 투어 공백기 잘 채워주고… 솔직히 매번 컨텐츠마다 초심 안 잃어서 너무 신기하고 고마움
-진짜 평생 좋아하고 싶다 테스타 이대로 쭉 가자♡ㅠㅠ
“…….”
모든 것들이 일상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처럼.
쏟아지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박문대는 그제야 다시 한번 제대로 느꼈다.
돌아왔다는 확신과 실감을.
“……후.”
그는 스마트폰을 내렸다.
투어의 막바지.
그는 오랜만에 다시 그 모호한 골격뿐인 시스템의 공간에서 눈을 뜨는 악몽을 꾸지 않고 깊은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테스타라는 궤도로의 완전한 복귀였다.
그리고 박문대는 다음 날, 모종의 결심을 하나 했다.
‘앨범을 준비하자’는 회사와 멤버들의 이야기에도 동감했지만, 그보다 앞서서 먼저 하고 싶은 게 생겼기 때문이다.
“큰달.”
“…가줬으면 하는 곳이 있는데.”
[예?]박문대 속 류건우는 눈을 감고 말했다.
“…부모님 좀 뵈려고.”
* * *
입국은 제법 요란하게 이루어졌다.
투어 중에 예능까지 찍다 보니 국내 스케줄을 잡기 힘들어 간만의 입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국 후의 행보는 조용히 진행되었다.
몇 가지 비공개 스케줄을 하며 며칠을 보낸 뒤 오늘.
나는 옷을 챙겨 입고 방을 나섰다.
“오늘 가?”
“응.”
“잘 갔다 와.”
툭. 나는 등을 가볍게 치는 큰세진에게 굳이 반발하지 않았다. 대신 주먹 쥔 손등을 한번 부딪치고 계속 걸었다.
이 일엔 회사 사람을 동원할 수도 없고, 대중교통은 더더욱 안 된다.
그렇다고 면허도 없는 박문대 몸이 운전을 할 수도 없으니까, 한 사람을 더 섭외했다.
“그 오피스텔부터 가는 거지?”
“그래.”
바로 면허와 자동차가 있는 류청우다.
투어 직전 구입한 녀석의 SUV는 캠핑 때도 유용하게 써먹었다.
“고맙다.”
“이런 걸 가지고 뭘.”
스케줄 없는 날을 흔쾌히 상납해 준 류청우가 운전대를 잡았다.
“출발할게.”
그리고 오피스텔에서 큰달을 태운 후.
도로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아주 오랜만의 성묘였다.
나는 한 벽을 가득 채운 유리장으로 다가가, 그중 단 한 칸 너머의 흰 도자기를 보았다.
유골함이다.
이름이 적혀 있는 단출한 구성에 주변은 사진 몇 점이 끝이다.
“…….”
매장을 하기엔 돈도 돈이고, 내가 미성년자라 뭘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정신 차리니 화장 후 납골당 안치로 끝났다는 것이다.
자리도 내가 고른 건 아니라, 시야가 너무 높았는데… 이젠 괜찮군.
나는 유리창을 살짝 닦았다.
“안녕하세요.”
큰달, 이제 류건우가 된 놈이 입을 열더니 납골당을 향해 고개를 푹 숙였다.
고마운 일이었다.
나는 손을 들어서 유리를 열고, 그 안에 사 온 꽃다발을 넣었다.
공간이 좁았다. 꽃다발이 구겨질 만큼.
“괜찮으면 좀 더 넓은 위치로 옮기고 싶은데.”
“……네, 네?”
그래, 너한테 한 말 맞다.
나는 작게 웃었다.
“유골함 자리. 내가 못 하니까, 사인 좀 부탁한다. 비용은 당연히 내가 댈 거고.”
“…! 당연히 할… 아니, 비용 안 주셔도 되는데.”
“아니, 줘야지.”
안 주면 삥 뜯는 거 아니냐.
그리고, 돈이라도 안 대면 진짜 내가 한 것 같지도 않을 거고.
나는 모자를 눌러썼다.
평일, 명절도 아니라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도 들키면 소란스러워질 것이다.
‘셋도 많아.’
친구 부모님 납골당에 왔다는 걸로 소문이 날 거라는 점은 좀… 이상하게 느껴지긴 한다만.
‘상관없지.’
나는 고개를 들고 꽃다발을 꺼내 들어서 분해했다. 어차피 무슨 방부처리를 해서 거의 망가지지 않았다.
몇 송이만 꺼내서 유리장에 넣고, 닫는다.
탁.
모양새가 나쁘지 않았다.
조금 더 있겠다고 말하려 류청우에게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
너… 우냐?
“형.”
“아… 미안, 왠지 좀.”
“…….”
그렇지.
이놈에게도 친척이긴 하군. 우리 부모님이 말이다.
나는 무심코, 흰 유골함을 보고 생각했다.
‘…그렇게 됐어요.’
딱히 부모님이 여기 계실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눈에 보이니까.
‘잘살고 있으니, 걱정은 마시고요. …주신 몸이 바뀐 건 죄송합니다. 그래도 그쪽도 잘살고 있고.’
알맹이든 겉이든, 멀쩡한 류건우를 데려온 걸로 정상 참작이 됐으면 좋겠다.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류청우도 얼굴의 물기를 닦아낸 뒤에는 다시 침착히 서 있던 것 같다.
햇빛 드는 실내.
고요한 오전, 그렇게 꽤 오래 납골당 앞에 서 있었다.
* * *
유골함 위치를 좀 더 좋은 곳으로 바꾼 뒤, 돌아가는 길은 조용했지만 거북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만 이 이야기를 안 물어볼 수는 없었고.
“너희 부모님은.”
큰달은 약간 어깨를 떨었다.
“아, 그… 바다에 계세요. 전부터 그러고 싶다고 하셨다고…….”
“…그래.”
이 녀석의 환경을 생각하면, 납골당에 안치할 비용도 없었기 때문에 관계자에 의해 그렇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스쳤으나 멈췄다.
굳이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나 할 시간에….
“시간 되면 같이 가는 게 어때.”
“아….”
“멀어?”
“아, 음. 강화도긴 한데요….”
그럴 줄 알았다.
“그러면 넌 주말에 쉬니까,”
“헉! 괜찮아요. 형 이제 또 바빠지실 텐데….”
“그럼 오늘 갈래?”
“…!”
위의 말은 내가 한 게 아니다.
“오늘 시간 되잖아. 가자. 태워줄게.”
운전석의 류청우가 꺼낸 말이지.
그리고 몇 번의 설득을 거쳐서 결국 목적지가 정해졌다.
“고맙다.”
“아니. 나도 오랜만에 바다 보겠네.”
예능 찍으면서 바로 한 달 전에 본 녀석이 말은 잘하는군.
그래서 그 길로 강화도에도 잠깐 들렀다.
휘이이익-
여름이 거의 끝나가는 시즌.
바닷가는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한산했다.
덕분에 큰달은 원하는 만큼 해변 벤치에 앉아서 바다를 보고 있을 수 있었다.
“…….”
나는 말없이 그 옆 벤치에 떨어져 앉아있었다. 굳이 말 걸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
그리고 류청우가 점잖게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잠시만. 가서 뭐라도 사 올게.”
운전도 한 놈이 무슨.
그러나 놈은 대답을 듣지 않고 뒤돌아서 해변을 등지고 상가로 가기 시작했다.
‘나 참.’
여러 의미로 한결같은 놈이었다.
그때였다.
바닷바람이 놈 뒤로 부는데….
어쩐지, 지금 내 시야의 이 컷 자체가 아는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깨달았다.
‘아.’
저놈이… 스티어 때 찍은 예능에서 강화도에 왔었지.
공중파에서 막 시작했던 신생 버라이어티 예능, 별로 잘되진 않았다.
-오~ 역시 국가 대표!
‘이게 이렇게 선명히 떠오르는군.’
시스템 박살 내며 되찾은 기억은 원래 있던 것처럼 잘 머리에 가라앉았다.
그래서 평소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괴상한 모양새는 아니다만, 한 번씩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상은 된다.
‘생각해 보니 더 특이한 상황인데.’
전에 알아보던 아이돌과 한 팀인데, 친척이기까지 한 상황 말이다.
워낙 테스타로 산 기간이 길어서 당장 의식하지 못했는데, 이거… 좀 이상한 기분이군.
일방적으로 알던 대상과 서로 참견하는 사이가 되고, 꽤 오랜 시간 같이 지냈다는 게 말이다.
류청우도 그렇고, 다른 놈들도.
“…….”
나는 벤치에 머리를 댔다.
그때였다.
“박문대…?”
“…!”
“헉 진짜 박문대다.”
드디어 이 타이밍이 왔군. 걸렸다.
놀러 온 건지, 바닷가를 달려온 고등학생 둘이 흥분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꺼낸다.
“저 사진 좀!”
“저랑도요!”
“네. 잠시만요.”
뭐 이 정도야.
나는 마스크를 내리고 두 사람의 스마트폰 렌즈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자 화면으로 박문대의 얼굴이 비친다.
부모님과… 음, 닮았을 리는 없지.
“…….”
“감사합니다!”
“아뇨. 저야말로.”
됐다.
몇 년 만이랍시고 쓸데없이 감상에 빠지지 말자.
‘그놈의 시스템 새끼는 도움이 안 되는군.’
그 새끼가 남의 부모님을 무슨 남극 연구원으로 흉내 내는 바람에 내 대가리에 바람이 찬 게 틀림없었다.
‘이 정도 번 거 아시면 얼굴이 닮든 말든 유골함에서도 엄지 들고 계시겠는데 무슨.’
나는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착실히 카메라를 보고 웃었다.
“으아아아, 잘 들어가세요!!”
“네.”
나는 돌아가는 고등학생들에게 고개를 꾸벅인 후에 내심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그때.
떴다.
[돌발!]상태이상 : ‘■■가 아니면 ■■을’ 발생!
“…!!”
홀로그램.
지금 이게 무슨…, 잠깐.
“아.”
그러나 다시 고개를 돌리자, 잔상 같던 홀로그램 창은 사라졌다.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이게 뭐지?
‘……상태창.’
아예 상태창을 불러와서 다 뜯어봐도 마찬가지였다.
긴급팝업 같은 건 없다.
“…….”
“형?”
“아니.”
고등학생들이 떠나자마자 옆 벤치에서 큰달이 말을 건다.
나는 황급히 물었다.
“너 혹시 봤냐.”
“…?? 아까 그분들이요? 사진 찍어주신?”
얼굴을 살폈다. 어리둥절하면서도 살짝 긴장한 게, 숨기는 기색은 없다.
진실.
나는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사진 찍어줬지.”
“네…. 그렇죠?”
나는 어깨를 풀었다.
상태창 이상을 제일 잘 감지할 놈이 모르는데, 갑자기 나한테 그딴 게 뜰 리가 있나.
‘나도 좀 맛이 갔군.’
하도 시달려서 그런가 환각까지 보고 있네.
나는 혀를 차며 자세를 고쳤다.
“아이스크림 사 왔는데, 하나씩 먹을래?”
“아, 감사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류청우가 돌아왔고, 나는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며 머리를 식히기로 했다. 혹시 더위를 처먹었나 싶어졌거든.
그러나 기가 막힌 소식은 아직도 끝난 게 아니었다.
“그리고, 방금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회사?”
“응. 좀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시네.”
그리고 류청우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앨범을 좀 미루자는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