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420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20화
“Ohhh 시작해요! 빨리!”
“앗차차 잠깐만!”
기어코 호텔 전자레인지에서 팝콘을 제조한 큰세진이 희희낙락하며 소파에 앉았다.
‘망할.’
하필 오늘이 그놈의 투어 합숙이냐.
나는 도살장 끌려가는 가축 심정으로 대충 근방에 앉았다. 이유 없이 안절부절못하던 선아현이 입을 열었다.
“저기… 꼭, 본방송을 보지 않아도, 영화를 봐도 즐거울 것 같은데…!”
“모니터링이 먼저지.”
“으응….”
선아현은 침몰했고, 류청우가 웃으며 리모컨을 들었다. 낯짝이 두꺼운 놈답군.
“음, 그럼 틀게.”
“Yeah~”
그리고 스마트TV가 위튜브의 실시간 동영상을 재생한다.
[4, 3, 2, 1, 0] [띠리링~]“오오오!”
의 4화의 최초공개가 시작되고 있었다.
…대망의, 호러 체험 말이다.
[의 선정] [영국의 호러 어트랙션 코스]글자부터 시뻘겋네.
여름 납량 특집인지 4화 오프닝부터 아주 별 효과를 다 넣고 난리를 다 부려놨다.
‘다 같이 공포 체험 좀 해보자 이거냐.’
아니었다.
[공포 대리 서비스] [※테스타가 놀라고 시청자는 힐링합니다.]“…….”
어쩐지 좀 억울… 아니다. 시청자 풀이 넓으면 좋지.
“으하하학!”
조금 있으면 화면에서 절규할 놈이 웃든 말든 내버려 두고, 시청이나 해보자.
화면에서는 영국의 유명한 호러 명소가 쭉 지나간 뒤, 팀이 선정한 첫 어트랙션이 나온다.
[악령 호텔] [유서 깊은 유럽의 전통 호러 어트랙션 프랜차이즈. 오감을 자극하는 극도로 현실화된 섬뜩한 공포가 다가온다….]상당히 분위기 잡는군.
“…저거 꽤 무서웠지.”
“맞아, 다들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모르고 나왔잖아요~ 이제 보겠네!”
나는 팔짱을 꼈다.
화면 속 쫄아서 자기들끼리 속사포로 떠들던 테스타 놈들은 우여곡절 끝에 각자 팀을 짜서 차례대로 해당 어트랙션에 입장한다.
빛이 깜박이는 음산한 20세기 풍 건축물의 낡은 복도에 검붉게 변한 핏자국이 난무하고.
그 속에 들어가는 순간.
[끼이이익]“악!”
“벌써 무서워!”
정문이 닫히면서, 어트랙션이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발짝씩 질척한 복도를 걸어가며, 양옆의 호텔룸 앞을 지날 때마다 괴이 현상이 발생한다.
쿵.
[이세진 : 으아아악! 세상에!] [아직 직원분은 등장도 안 함]호들갑 떠는 화면 속 본인을 보면서 큰세진이 팝콘을 씹는다.
“오오… 궁금하다~”
지금 화면에 나오는 놈이 뭐가.
“아니, 누가 제일 리액션이 좋았을지 말이야~ 아, 세진이가 지면 안 되는데!”
“…….”
저거 저 새끼 날 보면서 히죽거리는 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겠군.
마침 비명이 난무하는 화면 속에 노란 대가리가 적외선 카메라에 잡힌다.
나다.
[박문대 : (바짝 굳음)] [참고로 이 사람의 전적으로 말할 것 같으면…….]그리고 알뜰하게 끌어모은 과거 테스타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의 내 공포 관련 리액션이 화면에 지나간다.
[과연 오늘의 문대는?]그 의미심장한 자막 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화면 속 나는….
[끄아아악!] [아 살려주세요! 아!]갑자기 왼쪽에서 404호 방문이 벌컥 열리고, 그 뒤 낡은 침대에 묶여 고개를 끼긱 돌리고 기어 나오는 여성에게….
[박문대 : (꾸벅)] [????] [예절이 바른 편]목 인사를 한 뒤 같이 들어와 질주하는 멤버들을 따라 복도로 달려 나갔다.
“…?!”
“박문대 너…?”
뭘 놀라고 그러시나.
나는 웃으며 팔짱을 꼈다.
예습했다니까.
* * *
테스타가 다 같이 본방송을 시청하고 있을 무렵.
팬들도 4화의 도입을 보면서 킬킬 웃으며 멤버들의 리액션을 기대하고 있었다.
특히 귀신 리액션이 가장 평상시와 갭이 큰 것으로 유명한 멤버를!
-나 박문대 너무 기대됨
-ㅋㅋㅋㅋㅋㅋㅋ안 무서운 척하는 문댕댕.. 벌써 흐뭇
게다가 어트랙션 소개가 어찌나 본격적이고 으스스한지 웬만큼 겁 좀 먹는다 하는 멤버들은 다 필사적이 되었다.
[인원을 늘리기 위한 눈물겨운 협상] [이세진 : …우리 PD님이랑 작가님들도 다 같이 들어가시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죠??] [배세진 : 그러게.] [차유진 : 맞아요! 다들 해봐요!]씨알도 안 먹혔다.
[김래빈 : 그, 그렇다면! 최소한 여러 명이 함께 들어가는 코스로 기획하셨을 것이라 믿습니다!]-나 김래빈 저렇게 강요하는 것처럼 말하는 거 처음 봄
-우리 애 중세 토끼가 아니라 그냥 토끼됐네
[PD : 어어? 기획서에 특별히 그런 말은 없는데… 에이, 그래도 테스타가 원하면 당연히! 팀으로 들어가죠~] [김래빈 : 감사합니다.] [이세진 : 사랑합니다.] [PD : 근데 너무 팀 괘씸하지 않아요? 어? 너무 취향 타는 코스를 골랐잖아!]PD의 말에 멤버들의 고개가 돌아가서 원흉인 두 사람을 향했다.
류청우는 약간 미안한 듯이 웃고 있었고, 선아현은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하지만 무를 수는 없는 노릇.
그리고 악마의 속삭임 같은 말이 왔다.
[PD : 저 팀은 각자 혼자 들어가게 할까요?] [테스타 : 자, 잠깐만요!] [이건… ??아름다운 우정???]그러나 통하지 않았다.
물론 우정 때문은 아니다.
[차유진 : 저 형들 어차피 안 놀라요!] [배세진 : 맞아, 그러니까… 괜히 인원만 분산시키면 우리 손해야.] [이세진 : 그렇죠, 그렇죠. 이건 무조건 하나씩 끼고 가는 거예요!]리액션 없는 강심장 둘.
그 안정감 토템을 버릴 수 없다는 본능적 반응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 제일 안 무서워하는 애들을 팀에서 내보내면 안 되지
-투 세진 갑자기 잘 맞는 거 무슨 일임ㅋㅋㅋㅋㅋ
그래서 첫 어트랙션 팀은 토의 끝에 반반으로 나뉘었다.
[류청우 팀 : 이세진, 차유진, 박문대] [선아현 팀 : 배세진, 김래빈]-쫄보즈 다시 왔다!!
-아 진짴ㅋㅋㅋ 첫 팀 명단만 봐도 개시끄러워!
-벌써 재밌다 얘들아
하필 제일 겁 많은 녀석들이 다인팀이랍시고 몰려 들어가자, 사람들이 신나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러나.
[박문대 : (꾸벅)]-???
쫄보 코어 멤버인 박문대가… 멀쩡하다?
-머머머야
박문대는 침착하고 덤덤하게 온갖 괴이 현상과 직원들의 출몰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하는 표정으로 흘려보냈다.
그리고 복도를 뚜벅뚜벅 걷는다.
-이럴 애가 아닌데
-무슨 청심환 복용했냐
-설마 겁 많은 것도 캐릭터였음?? 오늘 컨셉질 그만두기로 한거?
시청자들이 경악하는 가운데.
순간 동영상은 인터뷰 화면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정답이 나온다.
[박문대 : 예습했습니다.]덤덤한 녀석이 어딘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시청자는 더 당황했다.
-아니 뭘 어떻게 하셨길래
-공포 특강이라도 있었냐
온갖 개드립이 난무하는 댓글을 두고, 화면은 돌아가서 하루 전 박문대의 호텔방을 비추었다.
[……음.]박문대는 침대에 누워서 열심히 태블릿 PC를 보고 있었다.
바로 각종 호러 홈페이지다. 가끔 눈썹을 꿈틀거리면서도 열심히 확인하는 것 같더니….
상상 이상의 인터뷰 발언이 나왔다.
[박문대 : 영국에서 유명한 공포 명소들 홈페이지와 위튜브를 다 찾아서 확인했습니다.]-아니
-그렇게까지
-얼마나 대왕 쫄보가 싫은 거냐고 아니 문대야
-얘 왜 이렇게 진심이냐
하지만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박문대 : 그런데 그러다 보니 직원분 브이로그가 추천에 떠서요.]-??
-잠깐
-브이로그요?
그렇다.
마치 놀이공원 직원들의 브이로그처럼, 공포 어트랙션 직원들의 개인 브이로그도 존재했던 것이다.
[박문대 : 그런데 그 브이로그에서는 또 그분 SNS 계정이 올라와서….]…그렇게 거미줄 같은 인터넷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니, 결국 직원의 10살 난 딸 생일 파티와 멋진 휴가 계획까지 보게 되었다는 뜻이다.
화면에서는 허락받은 직원의 따스한 SNS 화면이 밝게 지나갔다.
[박문대 : 그래서 침대 귀신 역을 맡은 직원분이 스페인 해변가에서 멋진 휴가를 보낼 예정이란 것을 알게 됐어요.] [박문대 : (엄지 척)]그리고 화면은 다시 공포 어트랙션으로 돌아온다.
[으아악!]그러나 이번엔 침대 귀신에게 인하트 필터가 씌워지더니, 훈훈한 BGM이 흘렀다.
박문대가 보는 시야의 예상안이었다.
-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치겠네 진짴ㅋㅋㅋㅋㅋㅋ
-제작진 돌았냐고
박문대는… 예습을 너무 한 나머지 귀신이 열심히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일원으로 보이는 경지에 이르렀던 것이다.
[침대 귀신 직원분의 휴가를 응원합니다. by 제작진 일동]그 자막과 함께 박문대는 다시 씩씩하게 첫 어트랙션을 진행했다.
[예습 성공!]그리고 팀의 맨 뒤에서 개선장군처럼 문을 닫고 나오며 어트랙션을 마칠 수 있었다.
화면 속 멤버 중 누구도 이 사태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단지 박문대를 챙기기만 한다….
완전 범죄였다.
-미쳤다
-그래 우리 문댕댕 용감하고 씩씩해 귀신 하나도 안 무서워하지 너무 멋져
오히려 귀여움을 받는 작은 역효과가 났으나, 그래도 박문대는 직업적 덕목을 떠올리며 여기서 만족했을 것이다.
…만일 여기서 끝났다면.
그러나 다른 멤버들을 고루고루 조명한 화면은 기어코 다시 한번 박문대를 비추었다.
자막이 발랄히 바뀐다.
[사실 안 해도 됐다!]둘째 날. 으스스한 구울이 일어난, 안개 가득한 적막의 공동묘지에서 생존하는 어트랙션.
이 발언이 나왔다.
[이세진 : 아, 저 면제권 씁니다~!] [차유진 : 저도 써요!]싱글벙글 웃으며, 박문대 다음으로 호러 체험 리액션이 인상적인 둘이 호쾌하게 ‘체험 면제권’을 쓴 것이다.
[박문대 : …!!] [↑안 쓰겠다고 호언장담한 사람]박문대는 얼른 팀장을 잡았다.
[박문대 : 차유진, 너 이런 거 안 피한다고 하지 않았냐.] [차유진 : 저 안 피해요! 하지만 저거 하고 싶어요!]그렇다.
이 공포 체험 면제권자의 컨텐츠는 무려 좀비 사냥이었다.
[차유진 : 형도 면제권 써요! 저랑 같이 가요!] [박문대 : (힘겨운 거절의 신음)] [차유진 : 오우….]차유진은 대단히 아쉬워했지만, 어쨌든 신나게 이세진과 함께 좀비를 잡으러 사라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나 차유진다운 선택
-아니 근데 저거 너무 재밌어 보이잖앜ㅋㅋㅋ!!
-이거 잘하면 박문대 혼자 하겠는데?
물론 그렇게 컨텐츠가 파탄 나진 않았다.
[김래빈 : 저는… 쓰지 않겠습니다! 인원이 줄어들수록 홀로 두려움을 감당해야 하며, 시청자분들께 색다른 즐거움을 드리기에 물리적 한계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성인군자형]-박문대가 김래빈 야식해줬다에 천원 검
-이래서 래빈이를 예뻐하는구나
-이해 완료
그렇게 남은 테스타는 자발적 공포 컨텐츠 체험을 위해 공동묘지형 어트랙션으로 빨려들어 사라졌다….
그래도 어쨌든 박문대는 여기서도 선방했다.
비명을 제일 크게 지르는 멤버 둘이 사라지자 도리어 진지한 추격전 느낌이 나서 또 다른 박진감이 있는 것도 재밌었다.
-아 그래도 문대 애썼다
-애들 여기선 나름 침착함ㅋㅋㅋ
-와 류청우 뭐야 왜 여기서 내가 멋짐을 느껴야해;;;
그렇게 알찬 2일 차가 끝나고, 마지막 날.
어쨌든 이번에도 박문대는 의기양양하게 촬영진 앞에 나왔으나, 예기치 못한 소식을 듣게 된다.
[류청우 : 아, 영국에서는 일정상 더 힘들다고 하셔서.] [박문대 : ????] [류청우 : 마지막 어트랙션은 다음 나라로 잡았어.] [박문대 : ……!!!!]그 말의 뜻은.
그의 예습이 다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험 범위 예측 실패
-피디님 약속이 다르자나여
-스불재 2차 패배
그래서 그는 멕시코의 무시무시한 인형의 섬에서 손에 든 이온음료가 터질 때까지 멋진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는 결말이었다….
[선아현 : 문대야…, 미안해. 나랑 같이 면제권 쓰자…!] [박문대 : (여기서 쓰면 어떻게 될지 잠시 상상함)] [박문대 : 괜찮다.] [~괜찮지 않았습니다~]-아 아현잌ㅋㅋㅋㅠㅠㅠ
-문대야 아현이 봐줘라 저렇게 미안해하는뎈ㅋㅋㅋ
4화는 그렇게 진짜배기 공포 체험과 함께 끝났고, 여름 특수에 맞물려 대단한 조회수를 뽑아냈다는 행복한 엔딩이었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
“으하하학!!”
“크흡, 억!”
테스타의 그날 합숙은 박문대가 멤버들의 모든 팝콘을 압수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래도 박문대는 다음 주부터는 설욕전에 성공한다.
그의 팀, 가 만든 힐링 코스가 드디어 방영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