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483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83화
돌아온 차유진은 더없이 활기찬 하루를 보냈다.
그냥 놀았다는 뜻이 아니다.
“저 연습해요!”
녀석은 안무를 점검하고, 운동을 하고, 엉엉 우는 매니저와 직접 통화까지 했다.
그리고 미국의 가족과도 통화한 뒤에는 김래빈과 레이싱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Yeaaah!”
“자, 잠깐!”
“왼쪽! 왼쪽에서 점프키 눌러!”
휘몰아치는 기세에 멤버들이 끌려갔다.
마치 일상을 가다듬으면서 버킷 리스트를 채우는 것 같았다.
심지어 중간에 배세진 본가에 있는 뭉게와 영상통화까지 했다.
[왕!]“Ooooh. Hi, buddy!”
한주먹만 하던 털 뭉치가 어느새 양손에 흘러넘치는 크기로 자라 있었다. 배 뒤집는 꼴은 여전하다만.
‘여전히 맹하게 생겼는데.’
화면 속에서 허연 머리통과 꼬리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우리 이사도 했으니까 깜이도 한번 부를까?”
“저 좋아요!!”
아예 본인 미국 집에 있는 개까지 영상통화로 불러서 멤버들 강아지 단체 집들이라도 시켜줄 기세였다.
“…….”
그리고… 나는 그런 묵묵히 녀석을 관찰했다.
재밌는 것은, 의외의 녀석이 낚였다는 점이다.
“저, 문대야. 혹시… 아쉬워?”
“……?”
선아현이 슬쩍 말을 건 것이다.
“내가?”
“으응,”
녀석은 살짝 얼굴을 붉히더니 고개를 굳게 끄덕였다.
“유진이가 돌아온 건, 당연히 정말 반갑고, 안심이지만… 또, 헤어짐이 아쉬울 수도 있으니까.”
“…….”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
아니, 그러니까… 그 지점이 모호해서 고민 중인 거였는데 말이지.
어쨌든, 선아현도 그냥 증발한 스티어 차유진이 제법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내가 대강 설명은 했다만.’
그 차유진 본인이 내 변화를 직접 눈치채 요청하면서 상황이 끝났다고 말이다.
그래도 이 녀석들 입장에서는 별 작별 인사도 없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아침에야 우리 멤버인 차유진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에 당장 안심하고 기뻐서 못 느꼈어도, 슬슬 약간 찝찝할 만도 했다.
음.
“……그래. 고맙다.”
“아, 아냐!”
그러니까, 이야기 정도는 꺼내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Yeeees!!”
“윽!!”
나는 게임 컨트롤러를 들고 승리 세리머니를 하는 차유진을 보며, 타이밍을 잡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타이밍은 그리 늦지 않게 왔다.
그날 저녁.
“오 우리 유진이 잘하는데~”
“히히!”
폭풍 같은 하루를 보낸 차유진은 큰세진의 독방에서 기타를 구경 중이었다.
즉, 작정한 것처럼 달리던 페이스를 슬쩍 늦추며 풀어진 상태.
나는 녀석을 불러냈다.
“유진아.”
“Umm?”
“워터밤으로 이야기할 게 좀 있는데.”
“OK!”
그렇게 녀석을 베란다로 유도한 뒤, 정말로 워터밤 이야기를 하면서 천천히 심리를 파악해 볼 생각이었다.
‘안 내키는 것 같으면 바로 멈출 수도 있고.’
조심스럽게 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진행할 것도 없었다.
…차유진이 베란다에 발을 디디자마자 입을 열었으니까.
단도직입적으로.
“저 기억해요.”
“…!”
뭐?
나는 고개를 돌렸다.
“Bad 차유진이요.”
차유진은 담담한 얼굴이었다.
녀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굳은 나를 지나쳐서 베란다 창가에 섰다.
“그런데 정확하진 않아요. [그건 마치 어떤 종류의 생생한 꿈, 혹은… 어린 시절 추억처럼 느껴지거든요.]”
녀석이 마치 기억나지 않는 단어를 떠올리려는 것처럼, 한쪽 눈을 살짝 찡그렸다.
“하지만 ‘그’ 차유진이 느낀 감정, 음, moving? touching? overwhelming? [적당한 표현을 찾기가 생각보다 힘든데요? 어쨌든,]”
그리고 베란다 턱에 몸을 기댄 채로, 시선을 내 쪽으로 돌렸다.
어느 날의 스티어 차유진처럼.
“그건 기억해요.”
“…….”
나는 녀석을 보았다.
긍정적이고 깔끔한 사고방식, 적극적이고 붙임성 있는 면모, 시원하게 들이박는 것처럼 팩트부터 지르는 태도는 여전했다.
테스타로 데뷔한, 이 그룹의 멤버인 차유진이다.
하지만 단순히 지식으로서 ‘스티어 차유진’을 아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차유진은, 그냥 차유진처럼 보였다.
그리고 자신으로서 말했다.
“제 생각에는, 전 지쳤던 것 같아요. 정말 많이.”
“…….”
[아마도 Bad 차유진은 인정하지 않았겠지만, 일종의 번아웃이던 거죠. 그리고 그건 누구든 벽에 부딪힐 때 경험할 수 있다니까요.]차유진이 쾌활하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심지어 저라도요. 그래서 그건 특별히 충격적인 사실은 아니라는 거죠!]그러냐.
하지만 사실 과거의 자신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그리 기분 좋은 일일진 모르겠다.
심지어 무대를 끝내주게 잘하는데도 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주목받지 못했고.
결국 아이돌에 지쳐서 그만뒀다는 것까지 안다는 게… 말이다.
“……네 생각은 어때.”
“What? 뭐가요?”
“그냥,”
에어컨이 돌아가지 않는 여름밤, 베란다의 공기는 덥고 텁텁했다.
“총체적으로, 이 상황에 대해서.”
“Oh…. 형 저 걱정해요?”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차유진은 약간 놀란 것 같았으나, 곧 의외로 진지하게 고개를 숙였다.
[저는 거짓말하지 않을게요. 솔직히, 오늘 아침에 제가 깨어났을 때는 조금 혼란스러웠던 것 같은데요.]답변은 침착하게 이어졌다.
[그때는 마치 제가 Bad 차유진인데, 테스타의 기억이 돌아온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는 저로 돌아왔지만. 형, 형이 맞아요. 그건 약간 트라우마 같기까지 한 경험이잖아요. 완전히, 보답받지 못한, 5년이라니.]…역시 그랬나.
차유진이 짧게 한숨을 끊어 쉬었다. 나는 덤덤히 녀석의 말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문대 형, 저 이거 알아요.”
녀석은 손을 들었다.
그리고 부드럽게 내 등을 툭 쳤다.
“시간은 모든 것을 치유해요.”
“…….”
“그러니까 만약 문대 형이 과거 안 왔어도, 저는 다시 무대 했을 거예요.”
나는 고개를 들었다.
차유진은 웃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저랑 같아요.”
설마.
그리고 묻기도 전에, 녀석이 입모양으로 ‘스티어’를 만들었다.
“…!”
[5년. 보답받지 못했다는 건 그때의 차유진 생각이잖아요. 그 후에 어떻게 됐을지는 누가 알겠어요?]인생은 길고, 기회는 계속 찾아온다며, 차유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죠. 한 2년쯤 후에, 한국으로 돌아가서 김래빈의 끝내주는 곡으로 다시 데뷔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가 미국에서 앨범을 냈을 수도 있고요.]그건 대단한 성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뿔뿔이 흩어지고, 아이돌 그룹 활동에 완전히 마음을 접은 채로 미국으로 돌아갔던 그 차유진도….
결국 영원히 포기하진 않았을 것이란 말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그 일을 계속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걸 너무 사랑했거든요.]“…….”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웃기게도 내 경험이다.
내 첫 콘서트.
-수많은 목소리가 결을 이루며, 불빛과 함께 별똥별처럼 온 사방에서 쏟아져 내렸다.
숨이 턱, 막혔다.
거기서 내 머리가 무슨 충격을 받았는지 알기 때문에, 나는 차유진의 말을 이해했다.
그리고 다음 말도 이해했다.
[워터밤이 Bad 차유진이 그걸 일찍 깨닫게 만들어줬죠.]‘그래.’
그래서… 그 후로 그 녀석이 부쩍 협조적으로 됐었군.
[하지만, 워터밤이 없었더라도, 미국에서 정비소를 하든 서핑 보드점을 하든 결국 저는 깨달았을걸요? 저는 저를 알아요.]차유진이 자신감이 있게 이야기하고, 히히 웃었다.
“제가 아니까, 문대 형도 믿어요. 그게 좋아요.”
“…….”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다.
류건우가 그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못 봤을 뿐이지, 사실 스티어는 회복했을 거라고.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본 차유진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말했다.
“형은 제 팬이잖아요.”
“…….”
나는… 모르겠다.
나와 하이파이브한, 그 스티어 차유진은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갔을까.
아니면 내가 과거 직장인 류건우의 기억을 되찾은 것처럼, 이 녀석이 잠깐 과거 스티어 때로 돌아갔던 건지.
그래서 지금은 본래의 기억을 다 되찾고, 먼 과거의 일을 기억하듯이 스티어 당시의 일을 기억하는지 말이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그 차유진이 결국 이 차유진이 된 거지.’
그렇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발언이다.
……그렇게 생각하겠다.
‘그러니까.’
류건우가 안 뒈지고 몇 년 더 버텼다면, 이놈들 무대를 어디선가 또 볼 수 있었을 거라는 것도.
그것도 믿겠다.
휘잉.
바람이 불었다.
나는 별빛 같은 베란다의 야경을 내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알려줘서 고맙다.”
“Don’t mention it!”
‘별말씀을.’이라는, 평소 차유진이 쓰는 것보다 조금 더 정중한 표현이다.
나는 그게 아는 형인 박문대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응원해 준 류건우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녀석과 에어컨 없는 베란다에 조금 더 오래 서 있었다.
* * *
“So… 저 할 말 있어요.”
“뭐.”
“문대 형 제 팬이에요.”
“그건 아니라니까.”
“맞아요. 저 팬서비스해요! 그러면 형 닭갈비 요리해 주세요.”
“서비스라면서 왜 값을 받으려고 해.”
“그거 콩글리시에요. 원래 Service 돈 받는 뜻이에요!”
얼씨구.
잠시 후, 녀석은 진지한 대화를 나눴던 것이 거짓말처럼 금세 팀에서 제일 어린놈답게 굴기 시작했고, 나는 익숙하게 기 빨리는 기분으로 베란다에서 나왔다.
‘닭갈비라.’
최근에 닭을 너무 많이 먹지 않나?
하지만 방으로 돌아가는 놈을 보니, 갑자기 든 생각이 있다.
‘아차.’
그래서 황급히 물었다.
“그러고 보니 너 세진 형 말인데.”
“Oh.”
바로 배세진.
기억을 되찾은 놈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해서지만….
“저 몰라요!”
이미 기억의 디테일이 날아가기 시작한 녀석은 배세진의 마약 구속 당시의 개판을 어렴풋이만 기억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말이다.
“하지만 오해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솔직히, 저 형은 마약을 파느니 군에 입대를 했을걸요?]”
“…….”
지난 몇 년간, 배세진의 법적 조치에 대한 열망을 봐온 녀석의 신뢰(?)는 단단했다.
“네 말이 맞다.”
“Sure. 저 언제나 맞아요.”
“틀리기도 하던데.”
“그 순간에는 틀린 것 같아요. 하지만 결국에는 맞아요!”
어쭈.
나는 웃으며 놈을 쳤다.
“그래. 보자고.”
“히히.”
그렇게 차유진은 정말로, 완전히 돌아왔다.
다음 날, 녀석은 배세진에게 수제 사탕을 왕창 받아먹으며 SNS에 글도 업로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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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뷰어 저 차유진이에요!
늦어서 미안해요. 이제 안 아플 거예요. T.T
저는 이제 완전 건강해요 (선글라스 쓴 이모티콘)
또 무대 얼른 하고 싶어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멋진 호랑이 찾아가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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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 뜨겁고.’
미친 듯이 갱신되는 댓글과 공유 수치가 아주 긍정적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회사와 통화를 끝내고 다가오는 류청우를 보았다.
이제 준비가 끝났다.
“리얼리티 촬영 예정대로죠.”
“응. 대화 잘 끝났어.”
그렇다.
차유진도 무사히 돌아왔으니, 정말로 그룹 자체 컨텐츠, 리얼리티를 촬영할 완벽할 타이밍이 돌아온 것이다.
“다음 주야.”
예정대로 갈 수 있다.
“예.”
나는 만족스럽게 파악을 끝내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제 우선순위 건들이 다 끝났다.
‘남은 건… 이것 처리뿐이군.’
심호흡하고, 대면할 시간이다.
“…상태창.”
띠링.
화면에 휘황찬란한 문구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New! 업데이트 완료 보상] [New! 새로운 기능 개방] [New! 설문조사]…….
항목들이 번쩍인다. 마치 유혹하는 것처럼, 대단히 좋은 것처럼 보이는 게 더 수상하군.
그래서 신중히 확인하고 있을 때였다.
중간에 낯선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New! 설문조사]“…설문조사?”
무슨 의미지.
나는 몇 가지 가능성을 따지며, 턱을 문질렀다.
물론 확실한 건 하나다.
‘응. 안 낚인다.’
클릭할 생각이 없다. 큰달 호출해서 내부나 뜯어볼 것이다. 그리고 별 리스크 없다?
‘얼른 방이나 빼라고.’
빨리 이 망할 시스템 취소해 버리자.
‘큰….’
그 순간이었다.
지이이잉-
“…….”
스마트폰이 울렸다.
문자다.
‘음.’
혹시나 회사에서 온 연락일까 봐, 일단 열어봤는데….
-VTIC 신청려 선배님 : 후배님. 혹시 피처링에 관심 없어요?
“…….”
잠깐.
다시 읽어도, 보낸 사람도 내용도 맞다.
‘뭐?’
상상해 본 적 없는 제안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