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487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87화
이사 전 숙소에 갇힌 테스타.
그리고… 마침내 중문을 열고 도달한 현관문에서 번뜩이는 패널.
-하나의 직업을 제물로 삼아, 현관문을 열어라.
그걸 읽는 순간 알았다.
여기서 탈락자가 나오는구나.
‘이게 서바이벌 형식인가.’
그럼 우리끼리 투표로 직업 하나를 고르라는 거냐?
뇌가 짜릿해지도록 자극적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류서린의 평가를 다시 상향했다.
‘잠깐, 그런데 이렇게 나뉜 채로 투표하면….’
누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모르고, 상대편과 통신도 불가능하다.
서로 직접 떠들고 속이고 웃기는 예능적인 자극 없이 이렇게 심심하게 대뜸 투표로 간다고?
‘그럴 리가 없….’
아!
나는 뒤를 돌며 외쳤다.
“형!”
“…! 왜?”
“무전기요!”
그리고 나는 현관문 밖으로도 소리쳤다.
반대편에 들릴 수 있도록.
“무전기 찾았어요? 무전기!”
[무전……건가? …대야?!] [……어!]저쪽에서 급박히 우당탕탕 움직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 지금 무전기 써? 여기 누르고 말하면 되지?!”
“예, 대신 누른 상태에서는 응답을 못 들으니까 짧게요!”
“그래!”
배세진이 무전기를 들고 외치기 시작했다.
‘운이 좋으면 저쪽에서 통신 소리를 듣고 무전기 위치를 찾아낼 수도 있다….’
그러면 여기서부터 무전기로 통신하면서 어떤 직업을 제물로 삼을지 토의해 보라는 건가?
거기까지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현관문의 패널이 갱신되었다.
뭐라고?
“어어?”
“문대 형? 호, 혹시 선택하셨습니까?”
“그럴 리가.”
그러나 내가 다음 말을 하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달칵.
“…!!”
현관문이 개방됐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건, 지금 막 무전기를 들고 달려온 건지 숨을 고르고 있는 녀석들.
다른 4명의 테스타 멤버였다.
녀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얘들아!”
“문대문대! 래빈이! 형님!”
“다, 다들 다행이야…!”
그 순간 게임이고 나발이고 잊고 다들 반가움에 펭귄 떼처럼 뭉치기 시작한다.
조난당했다가 가족 만난 것처럼 난리통이었다.
“형! 우리 구하러 왔어요!”
“그래.”
나는 차유진의 포옹을 대충 받아주며 머릿수를 다시 셌다.
‘7명 다 있군.’
그래. 역시 쪽수가 늘어나니까 안정감이 생기긴 한다.
그런데 말이다.
‘왜 문이 열린 거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역시 이건가.
“혹시 제물이 될 직업을 그쪽에서 고른 건가요.”
“Nooope! 문 갑자기 열렸어요!”
“…!”
류청우도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너희가 고른 줄 알았어. 우린 아무래도 숙소에 갇혀 있는 팀이다 보니까 선택권이 없나 했는데….”
뭐?
“무, 무슨 소리야. 우리가 숙소에 갇혀 있었는데!”
“…? 세진아 무슨…….”
설마.
나는 그제야 4명의 틈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렇게 트인 시야로 현관문의 밖, 반대편을 보았다.
그리고 경악했다.
‘미친.’
반대편은… 반대편도 숙소였다!
“잠깐, 현관문 밖이….”
“여, 여기도, 숙소…?”
눈치챈 녀석들이 당황하면서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고개를 휙휙 돌리기 시작한다.
“Holy moly! 거실 있어요!”
“와~ 미쳤다, 진짜!”
어느새 차유진과 큰세진은 우리가 탈출한 거실까지 달려가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반대편 중문 너머로 발을 내디뎠다.
“…….”
“저, 정말, 똑같습니다….”
오.
‘그러니까, 저쪽도 탈출하려고 했다는 거지?’
서로가 서로를 바깥 팀으로 오해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각자 숙소A팀, 숙소B팀이었던 것이다.
‘여기 대체 뭐야?’
세트장인가?
아니, 세트장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이전 숙소처럼 꾸며놓은 것은 소품뿐만이 아니라, 아예 이 집 자체였던 것이다.
“허.”
제대로 뒤통수 맞았군. 나는 씩 웃으며 주변을 다시 살폈다.
분명 마지막에는 탈출 방법이 나올 것을 안다. 그래야 카타르시스가 있을 테니까.
그러나 현관 자체가 페이크였고, 이렇게 거울처럼 마주 보는 구조로 되어 있다니. 공포심과 긴장감에 더 몰입되는 근사한 이중 밀실이다.
‘그렇다면 탈출로는?’
아니, 그 전에 말이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멤버들이 움찔했다.
“일단… 그럼 양쪽 팀 모두 저 패널에서 뭘 터치하거나 하진 않은 거죠.”
“그래.”
나는 손을 뻗어서, 패널을 가리켰다. 아직도 잘 떠 있는 문장을 향해서.
[제물 선택 완료!]“그럼 왜 ‘선택 완료’라고 떴을까요.”
“…….”
큰세진이 곰곰이 생각하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팔짱을 꼈다.
“혹시 직업 미션 중에 있는 거 아냐?”
“……!!”
“왜, 직업 중에 제물 고르는 역할이 있을 수도 있어. 음~ 보드게임 생각하면?”
일리 있군.
날카로운 생각이었다.
“그럼 일단 다들 직업 좀 물어볼까요.”
“아~ 그거 말인데….”
큰세진이 뭐라 대답하려던 그때였다.
[참가자 여러분.]“으억!”
“What the….”
변조된 기계음이 들렸다.
현관문 패널에서 이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기능도 많이 박아놨군.’
우리는 당장 달려가서 패널 앞에 섰다.
그러자 패널 화면이 바뀌며, 새로운 문장이 송출된다.
[제물 직업이 결정되었습니다.] [지금, 운명의 징표가 내렸습니다.]검은 화면, 흰 글씨가 불길하게 번뜩였다.
“이미, 끝났다고…?”
“이거 어떻게 되는 거지?”
혼란과 긴장감으로 공기가 서늘해졌다.
그러나 나는 다른 의미로도 긴장되긴 했다.
야, 분명 게임 제한 시간 3시간이라며.
‘그럼 남은 세 시간 동안 어떻게 때우라는 거야.’
긴장감 박살 나는 거 아니냐?
그때였다.
달칵.
현관 옆의 벽이 열렸다. 그리고 무언가가 쏟아졌다.
“…!”
“왁!”
호들갑 떠는 몇몇 녀석들 사이로, 나는 물건을 확인했다.
‘카드?’
언뜻 보기엔 포커용 카드처럼 생긴 그것은 총 7장이었다.
그리고 각각의 뒷면에 각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뭐야?”
“이건 QR 코드인가?”
“잠깐만.”
나는 다른 놈들을 툭툭 쳤다.
패널의 문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7장의 카드 중, 제물로 선택된 직업을 가진 참가자의 카드가 있습니다.]화면에 7장의 카드가 뒤집히는 연출이 뜨더니, 곧 하나가 확대되며 시뻘건 마크가 붙는다.
양의 해골.
[그것이 제물 징표입니다.]“…….”
본격적이군.
[여러분은 3시간 동안 이 ‘징표 카드’를 교환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 종료 시점에 ‘제물’의 징표 카드를 가진 캐릭터가, 최종 제물이 됩니다.]화면에서는 카드가 뒤집힌 채 마치 야바위처럼 돌고 돌더니, 곧 차례대로 뒤집히며 뒷면을 보인다.
그리고 시뻘건 양 해골 마크가 그려진 카드가 깜박이더니….
[팍!]폭발했다.
남은 건 검은 화면. 그 하단에서 깜박이는 하얀 카운트다운뿐.
“…….”
나는 즉시 내 카드를 다시 살폈다.
마찬가지로 한 면에는 포커 패턴과 이름, 그리고 다른 면에는 QR 코드가 새겨진 카드였다.
나는 멈춘 패널을 툭툭 치며 물었다.
“어떻게 교환하는 건가요.”
다른 내레이션은 없었다.
단지 검은 화면에서 새로운 문구가 떴다.
[QR 코드를 보여주세요.]음.
나는 카드 윗면을 QR코드 쪽으로 하고, 현관문 패널 옆을 살폈다.
‘여기서 스캔하는 건가?’
“문대문대?”
“잠시만.”
나는 기겁한 몇 녀석들이 어깨를 잡는 것을 말리며 카드의 QR을 스캔했다.
‘이러면?’
화면이 다시 바뀌었다.
[필요 재화 : 1 골드]“…….”
골드?
“이거… 그냥 교환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지?”
“네.”
비용이 드는 것 같다.
‘하기야 무작정 계속 교환하는 것도 뇌절이지.’
그리고 그 순간, 차유진이 번쩍 손을 들었다.
“저 알아요!”
“…!”
“Wait a second!”
그리고 녀석은 휙 달리더니, 순식간에 자기 쪽 화장실의 문을 박차고 무언가를 가져 나왔다.
“이거 골드예요!”
바로… QR코드가 붙어 있는 골드였다.
“…!!”
“와~ 어디 있었어?”
“선반 아래 있어요.”
“유진아, 정말 대단해…!”
멤버들이 붙어서 차유진의 시야에 감탄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입 찢어지겠다, 이놈아.
그리고 결정적인 발언이 나온다.
“으음~ 이 두 숙소 안에 이런 게 더 숨겨져 있겠죠?”
“그렇겠지?”
그렇다면.
나는 즉시 스캔하던 QR 카드를 뗐다.
“그럼 일단 골드부터 찾아볼까요.”
그렇게 보물찾기가 시작되었다.
“문대문대~ 우리 멤버들 너무 보고 싶지 않았어?”
“어, 그랬지.”
반갑다며 호들갑을 떨던 큰세진은 옆에서 자신들이 겪은 일을 열심히 떠들어주었다.
나는 묵묵히 이놈들이 탈출(?)한 쪽 거실을 뒤집는 중이었고.
“아~ 근데 여기 더 있을까 모르겠다. 진짜 우리가 거의 갈아엎었거든.”
그래, 거실 소파 밑까지 뜯어놓은 걸 보니 정말 샅샅이 뒤진 게 눈에 보인다.
나는 손을 털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 보니 이놈한테 하려던 말이 있었다.
“네가 아까 말하려던 거 말인데.”
“응?”
“너희는 직업 얘기 안 했냐.”
바로 이 녀석들의 직업 말이다.
‘겪은 일을 떠드는 중에도 언급이 안 되는데.’
그러자 큰세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으음~ 안 그래도 아까 내가 말하려던 게 그거였거든. 우리는 탐색하느라 바빠 가지고 직업 이야기 아예 못 했다니까?”
“…….”
흠, 네가?
‘의도적으로 안 한 게 아니라?’
예능을 제일 잘하는 놈이, 작가가 따로 당부까지 한 소개 파트를 이렇게 날렸다고.
그러나 마치 내 마음을 읽은 듯이 큰세진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렇게 다 같이 모였을 때 하면 더 그림이 좋을 것 같았는데… 음, 지금 보니까 거짓말할 것 같지?”
“아마도.”
직업 중에 껄끄러운 게 걸린 놈은 알아서 거짓말을 할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이건 또 저놈다운 발상이긴 한데.’
이 게임 종류상 누구 하나를 완전히 신뢰하기가 어렵단 말이지. 나는 속으로만 어깨를 으쓱하며, 녀석과 대화를 끝냈다.
그리고 주방으로 가던 길이었다.
“…박문대.”
배세진이 갑자기 다가오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너 진짜 이상한 직업 안 받았지? 확실하지?”
“네.”
심상치 않군.
그런데 말이다.
“근데 이상한 직업 받은 사람도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요.”
“그렇긴 하지만… 너 아까 바로 거기에 카드 스캔했잖아. 직업 숨기려는 사람은 불안해서라도 그렇겐 못 했을 것 같아서.”
“…….”
날카로운데?
“그리고 넌 이런 걸 잘하니까, 일단 너한테 걸어보는 거야.”
배세진이 침을 삼키며 말했다.
“내 직업, 그 ‘변호사’ 말인데.”
그래.
“특수 능력이 있어.”
“……어떤?”
“…‘다른 직업의 사정을 알 수 있다.’”
“…!”
“그렇게 적혀 있었고… 나는 그래서, 무슨 직업이 있는지 알고 있었거든.”
배세진이 목소리를 더 낮췄다.
“래빈이가 기자라고 했지?”
“예.”
녀석이 침을 삼켰다.
“기자는 없어…!”
“…!”
“직업 중에, 기자라는 직업은 없다고!”
상상도 못 한 뒤통수였다.
나는 당장 지금까지 김래빈의 태도를 복기했다. 하지만 딱히 양심에 찔리는 사람 특유의 어색함은 보이지 않았었다.
‘김래빈이 그렇게 거짓말을 잘한다고?’
아무리 지난 예능들로 단련되었어도 그게 가능한가?
‘배세진 쪽에 대한 의심도 좀 생기는데.’
그러나 티 내지 않고, 나는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뜨다가 곧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귀가 솔깃했다는 듯이 말이다.
배세진도 덩달아 비장한 표정이 되었다.
“형, 일단 아는 직업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래빈이 진짜 직업 후보 좀 세워보려고요.”
“그래. 하지만 그 전에… 네 능력도 듣고 싶어.”
제법 협상할 줄 아는군.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배세진이 침을 삼키는 가운데, 내가 밝힌 것은….
“제 능력은 물음표였어요.”
“…?”
아니, 농담이 아니다.
[특수 능력]-?? (진행 중 공개)
이렇게 프로필에 적혀 있었거든.
“아마 게임 진행상 스포일러가 돼서 안 알려준 것 같아요.”
“아.”
물론 여기서 끝내면 내가 신뢰를 못 얻겠지.
나는 내 추측까지 덧붙였다.
“이게 마피아 게임 종류라면, 의사 역할은 보통 희생자 방어거든요.”
“…!”
“그러니까, 누가 제물이 될 때쯤엔 알려주시지 않을까 합니다.”
“…말 되네.”
그렇지.
나는 어쨌든 신뢰를 잃지는 않았는지, 배세진이 설명해 주는 직업 목록을 얻어들을 수 있었다.
‘의사, 보안관, 탐정, 학자, 장의사, 변호사… 그리고 광대인가.’
근현대적인 직업군들이군.
어쨌든 아주 그럴싸하고, 쓸 만한 정보였다.
‘이득이야.’
사실이라면 말이다. 나는 기꺼이 감사 인사를 하며 고개를 숙였고, 배세진은 약간 뿌듯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데 이러면 사실 형이 절 믿고 말한 의미가 부족하니까…. 믿을 만한 사람 한 명 더 제가 섭외해 볼까요.”
“어? 누굴….”
나는 손을 들어서 한 사람을 가리켰다.
우리 쪽 숙소의 주방을 열심히 살피고 있는 녀석.
바로 류청우다.
배세진이 다급해졌다.
“…저, 이건 평소 성격과는 상관없는 거 아니야? 직업이 중요하지. 예능이잖아.”
“그렇죠.”
아니, 그래서 하는 소린데 말이다.
나는 기꺼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세요, 형.”
“어어?”
“지난번에 저희 자체 컨텐츠에서 청우 형이 배신자였잖아요. 그 좀비.”
“그, 그렇지.”
“그럼 쿨타임 이론상 이번에는 청우 형은 아닐 거란 거죠.”
“…?!”
“어때요.”
같은 놈이 또 걸리면 식상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제비뽑기라지만 제작진이 수를 써서라도 그렇게는 안 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그럼 뭐 오류 있었다느니 하면서 다시 뽑게 시켰을 거야.’
그리고 내 이론이 제법 그럴싸하게 들렸는지, 배세진은 결국 주먹을 쥐고 동의했다.
“…큼, 좋아. 해보자.”
그렇지.
나는 즉시 류청우 쪽으로 슬쩍 다가가서 숙덕였다.
“형.”
“음?”
“잠시만 이쪽으로.”
그리고 다른 놈들 눈에 띄지 않게, 마치 각자 비슷한 곳을 수색하는 것처럼 셋이 대화하기 시작했다.
“세진 형이 동맹하자시는데, 직업을 밝혀야 가능하대요.”
“아.”
“저희끼리는 이미 다 소개했어요.”
너만 말하면 이대로 파티 맺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식탁 밑을 보던 류청우는 난감한 듯 작게 미소를 지었다.
“음… 말해줄 수 없어. 미안해.”
“……!”
배세진의 표정이 변했다.
“너 설마….”
“잠깐만요, 형.”
나는 녀석이 급발진하기 전에 얼른 끼어들었다.
“말해주기 싫으신 게 아니라, 못 말하시는 거죠?”
“…….”
류청우는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배세진에게 숙덕였다.
“청우 형은 자기 직업을 직접 말하지 못하는 직업을 가진 것 같아요.”
“…아!”
“마피아였으면 오히려 속이려고 하지, 저렇게 솔직하게 대답 안 할 것 같은데요.”
“으윽…….”
배세진은 침음했으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탐정일 수도 있겠다. 보통 추리소설에서 탐정은 마지막에 활약하잖아.”
오. 제법 컨텐츠적으로 맥락 있는 추리였다.
“그럼?”
“…좋아! 이야기해 보자.”
배세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류청우가 배세진에게 설명을 듣도록 잠시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류청우는 감탄했다.
“그런 능력도 있었구나. 대단하다 세진아.”
“크흠, 뭘.”
“네 말대로면 래빈이가 확실히 수상하긴 한데… 지금 급한 건 당장 제물이 될 사람이 있다는 점이니까. 그 점에 대해서도 좀 더 이야기해 보고 싶거든.”
음?
“…그렇죠.”
“만약에 우리 중에 누군가가 직접 제물이 될 직업을 고를 수 있다고 치자. 그럼 어떤 직업이 됐을 것 같아?”
그건 쉽군.
나는 고민 없이 대답했다.
“탐정 아니면 광대.”
* * *
같은 시각. 인터넷.
=====================
[다들 오르빗 투표 뭐 찍음?]보기가 7개라 멤버 7인 테스타 컨텐츠라는 추측이 많던데 궁금하네ㅋㅋㅋ
=====================
아이돌 커뮤니티들마다 갑자기 뜬 오르빗 투표란으로 잡담이 성행하는 중이었다.
일단 ‘제물’이라는 어휘부터가 자극적이었고, 투표할 수 있다는 점도 재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견은 의외로 통일되는 모양새였다.
-누가 봐도 광머 찍는 게 답 아니냐
└ㅋㅋㅋㅋㄹㅇ 직업명만 봐도 트롤 느낌 오졌음
광대.
왠지 범인, 혹은 흑막의 느낌이 나는 직업군 아닌가.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찍지 말자는 의견도 거셌다.
-다들 뭘 모르네 이런 건 원래 투표하는 쪽에서 트롤해야 웃긴 거임 딱 봐도 예능 자컨 같은데
-아 이거 무조건 의사지ㅋㅋㅋ
-탐정 죽이자 제발 그래야 멘붕하면서 웃기게 판 돌아간다고
탐정과 의사를 부르짖는 사람들도 소문이 퍼질수록 많아진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
새 글이 오르빗 스타즈의 계정에 업로드되었다.
[투표가 완료되었습니다. ->결과 보기]그리고 호기심과 기대에 찬 사람들이 결과 보기를 누르는 순간, 그 링크는 동영상으로 연결되는 것이었다.
[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합니다 ? 테스타(TeSTAR) coming soon]바로 테스타의 예능 예고편이다.
-미미미미친
-테스타 예능!!!
-와 역시
-벌써 기대됨 어떡해
그것 보라며, 오랜만의 예능이라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한편에서는 현실을 깨달은 한 팬의 댓글이 지나갔다.
-잠깐만… 그러면 우리가 투표한 멤버가 방금 탈락한 건가?
└헐
└잠깐만
└안 돼ㅠㅠ
팬사이트와 커뮤니티가 다시 추측과 흥분으로 불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테스타의 기묘한 촬영장은 다른 의미로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저, 무, 문대야.”
“음?”
“나랑… 카드 교환할래?”
“…!”
첫 트레이트 요청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