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545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45화
차가운 공기가 흐르는 JSA의 공용 공간.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부터 흘러나왔다.
[저… 그게, 누구신지.]툭.
신재현은 전화를 끊었다.
화면에 떠 있던 ‘선아현’이라는 이름은 곧 사라졌다.
옆에서 덜덜 떨리는 목소리가 물었다.
“기억… 못하시는 거죠?”
청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질문한 큰달 역시 알고 있었다.
선아현은 박문대를 모른다.
청려가 박문대의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
돌발상황이 벌어지자 즉시 선아현을 선별해 전화를 걸었던 청려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이미 선아현이 시스템의 가상세계에서 에러를 일으키는 것을 봤었기 때문에.
“그분은 상태이상을 무효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하지만 선아현마저도 박문대를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
“후우우.”
덕분에 그가 선아현보다 먼저 전화를 걸어 불러들인 관계자. 큰달은 완전히 패닉에 빠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게 지금… 말이 안 되잖아요.”
큰달이 벌떡 일어나서 손을 뻗었다.
“문대 형은 지금 여기 있는데…!”
그 손의 끝에는, 소파 위에 쥐 죽은 듯이 정신을 잃은 채 누워있는 인영이 보였다.
박문대였다.
외상 하나 없이 평온해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이었으나, 그건 현재 일어나는 일을 모를 때나 가능한 감상이었다.
몇 분 전 큰달이 허겁지겁 JSA에 도착했을 때.
-저, 저기요.
-예?
-저기 좀….
큰달은 허옇게 질린 얼굴로 직원을 붙잡고 손을 뻗어 박문대가 누운 소파를 가리켰다.
-저 사람, 어때 보이세요?
그리고 청소부는 이렇게 답변했다.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자리에 뻔히 있는 박문대를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
거의 공포스러운 상황이었다.
큰달은 그제야, 왜 청려가 119를 부르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불러봤자 인식하지 못할 테니까.
큰달이 그것을 회상하면서 침을 삼킬 때였다.
띠리릭.
“…!!”
청려의 손에 들려 있던 박문대의 스마트폰이 세차게 진동했다.
전화였다.
청려는 표정 없이 화면을 한번 확인한 후, 그것을 받았다. 부드럽고 다급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울렸다.
[죄, 죄송해요! 저, 갑자기 전화가 끊어져서.]선아현의 목소리였다.
맥락 없이 통화가 종료되자 예의 바른 그는 본인 쪽에서 다시 연락을 걸어본 것이다.
그리고 친절히 다시 물었다.
[저, 혹시… 아까 말씀 주신 분이, 저랑 관련 있는, 분이신가요?]큰달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신음을 내며 탁자에 고개를 처박았다.
청려는 무감각하게 그 모습을 보다가,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인터넷으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봐요.”
[…? 네, 네…….]선아현이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듯, 화면에 손가락이 부딪히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박문대를 검색해요.”
[아….]그 순간, 머리를 퍼뜩 든 큰달도 허겁지겁 인터넷에 박문대를 검색했다.
‘…있어!’
박문대의 프로필이 건재하게 나왔다.
그의 커리어, 활동, 온갖 사진과 히스토리들이 페이지를 가득 채운다.
‘다행이다….’
박문대는 여전히 여기 남아있었다.
큰달은 그나마 실낱같은 안도를 느끼며, 청려에게 고개를 돌렸다.
전화기 너머 선아현도 마침 검색 결과를 확인한 모양이었다.
[어떤, 분인가요?]“…….”
큰달의 등골로, 서늘한 감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만큼 서늘한 목소리가 스마트폰에 지시했다.
“화면에서 처음 보이는 프로필을 말해보세요.”
[저, 특별히… 프로필은, 보이지 않는데.]“…….”
큰달은 숨을 멈췄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이번엔 황급히 SNS에 들어가서 검색을 넣었다.
-박문대
결과가 쏟아지긴 했다.
딱, 박문대가 파편을 회수하기 직전까지만.
그 후로는 언급 자체가 없었다.
“…자, 잠깐.”
큰달은 이번엔 테스타로 검색을 넣었다.
-테스타 어떻게 동갑이 딱 둘씩 묶이는지 신기ㅋㅋ
-류청우 배세진 선아현 이세진 차유진 김래빈 사랑해ㅠㅠㅠ 테스타 영원하자
없다.
기사도, SNS도, 커뮤니티도, 동영상 사이트도.
모두가 마치 짠 것처럼 박문대의 존재를 무시했다.
큰달은 얼굴이 시허옇게 질려서 스마트폰을 내렸다.
자신이 미친 것 같았다.
“이건 너무 이상해요…. 영상에도 남아있고, 공식 기록도 다 있는데! 다들 무슨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아직도 검색하면 박문대의 활동 정보들이 잘 뜨는데, 다들 그것을 못 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큰달은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
그러나 청려는 그쪽으로 시선을 주는 대신 소파의 박문대를 쳐다보았다.
“…….”
다른 방법.
떠올려야 했다.
[…….] [저, 이제 어떤 걸 보면….]“괜찮습니다.”
청려는 전화를 다시 끊었다.
그리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왜 말리지 않았지.”
“…예?”
큰달은 그가 자신에게 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 말리지 않았다니요.”
“넌 분명 후배님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걸 경계했는데. 이번엔 굉장히….”
청려가 표정 없이 큰달을 쳐다보았다.
“협조적이고, 소극적이던데.”
“…!”
큰달은 순간 발끈했다.
“그렇게 따지면 애초에 형은 그쪽을 도우려고 했던 건데요! 예전부터 형이 준비했다고요. 그래서 정기적으로, 시스템을…….”
큰달의 말이 점점 잦아들었다. 청려가 서늘히 되물었다.
“시스템을?”
그리고 큰달은 깨달았다.
“시스템을 쓰고, 몸을 바꿨죠….”
그 말은 되뇔수록 이상했다.
통제를 그렇게 좋아하는 박문대가, 신뢰하지 못할 시스템으로 몸을 바꾸는 방식을 그렇게 쉽게 이용하다니.
그게 짧게 고민한다고 바로 나올 수 있는 결론인가?
“혀… 형도 원래는 시스템 되게 경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썼어요. 천천히, 덜 경계하면서….”
“…….”
그리고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그런 형을 어느 순간부터 말리지 않았다!
-알았어요. 형! 대신 이상하면 바로 나와야 해요….
회상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
큰달의 안색이 시퍼렇게 변했다.
‘어디서부터 영향을 받은 거지?’
거의 공포영화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아직도 고요히 소파 위에 굳어있는 박문대가 보였다.
“문대 형은… 대체 무슨 일을 겪고 있는 거죠?”
* * *
나는 선언했다.
[맥주가 마시고 싶은데.]“그래서.”
[넌 마실 생각 없냐.]재시작 청려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헛소리하지 말라는 뜻이군.
‘뭐, 그럴 줄 알았지.’
나는 없는 몸을 쭉 펴서 침대에 눕듯 널브러졌다.
여긴 LA의 호텔이었다. VTIC이 투어 리허설을 위해 온 곳인데 뜬금없이 지금 알코올을 입에 꽂을 리가 있냐.
그나마 독실이라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건 꽤 괜찮았다.
[농담이고. 연습 고생했다.]“내 연습은 너와 관계없을 텐데.”
내 맘이다, 새끼야.
할 일이 없으니 너 같은 놈과 잡담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
당연하지만, 시스템에 기생한 상태로 할 수 있는 일은 어마어마한 압력 속에서 소통용 단말을 빚는 것 외에는 없었다.
‘끝없이 야근하는 기분이군.’
새삼스럽지만 큰달이 용케 내 상태창으로 버텼다 싶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타자를 쳤다.
[왜 관계가 없냐? 네가 연습을 잘할수록 재시작 안 할 확률이 높아지는데.]그리고 잠깐 머뭇거리다가, 그냥 피식 웃고 다음 말을 붙였다.
[그리고 자기랑 아무 상관 없어도 누가 잘하는 걸 보면 말 얹고 싶은 게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네 팬들도 널 응원할 수 있는 거고.]“…….”
[콘서트 잘해라.]“그래.”
청려는 의외로 순순히 대답했다.
‘흠.’
꽤 나한테 익숙해진 모양이군.
나는 (관념적으로) 팔짱을 꼈다.
이 녀석이랑 말 트고 지낸 지도 벌써 몇 주였다.
한동안 잡담이나 주고받은 보람이 있는지, 이제 이놈은 시도 때도 없이 긴장감을 조성하려는 짓을 덜 하게 되었다.
게다가 녀석이 상태창을 통해 새롭게 수집하는 정보 덕에 재시작도 잠정 유예된 상태였다.
물론 사회성을 쭉 뺀 대화는 사람을 자주 빡치게 만들긴 했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 줄다리기가 된다는 뜻이다.
일단 이놈이 내 유용성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내 프로필로.”
오냐.
나는 녀석의 상태창을 띄웠다.
가창 : B+ (B+)
춤 : S+ (S+)
외모 : A+ (S-)
끼 : A (A+)
특성: 감정(S)
!상태이상 : 교정
녀석의 상태창은 약간 소름이 끼칠 만큼 현실의 청려와 유사했다.
아무래도 이게 녀석이 ‘최종 컨텐츠’를 위해 정해진 기간동안 완벽한 루틴을 짜서 완성하는 선인 것 같았다.
[연습으로 남은 스탯을 채울 거냐?]“그건 급하지 않지.”
청려는 깔끔히 대답했다.
“그룹 속 개인은 포지셔닝이 우선이고. 내 역량은 역할에 충분한 수준이면 되는 거야.”
이미 메인 댄서로 차고 넘칠 역량을 갖추셨다는 말씀이군. 잘 알겠다.
애초에 나부터도 상태이상이 대가리에 박히자마자 포지셔닝 잡겠다고 보컬에만 모든 스탯을 때려 박은 놈이니 말이다.
다만 청려의 말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특성이 중요하지.”
녀석은 시선을 옮겨, 자신의 특성을 보았다.
감정.
놀랍게도, 이놈은 자신의 특성에 대단히 만족하는 것 같았다.
바로 개개인의 가치를 칼 같이 판단할 수 있는 S등급 특성 말이다.
놈은 희미하게 미소를 띠고 말을 이었다.
“말했듯이. 조합이 중요하니까.”
오냐.
아이돌 그룹 만들기 가장 유리한 특성을 가진 걸 축하한다.
그래도 나는 예의상, 준비한 제안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혹시 특성도 다른 걸 가지고 싶진 않냐.]최근에 이 시스템 속에서 단말을 또 생성해서 상태창의 새 기능도 빌드업했거든.
전에는 큰달이 내게 제공했던 특수 보상.
바로 특성 뽑기 룰렛머신이다.
하지만 뭐, 예상대로….
“이것도 충분히 말했을 텐데. 내가 직접 질문할 때 외에는….”
[어 권유 안 한다. 마음대로 해라.]안 들어먹을 줄 알았다.
“그렇지.”
청려는 내 팝업을 보더니, 기껍다는 듯이 빙긋 웃으며 대꾸했다.
그게 전과는 약간 분위기가 다르긴 했다. 내 반응에 약한 유쾌함이라도 느낀 것 같았다.
재밌냐?
‘그간 별 헛소리 같은 잡담을 하면서 보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건가.’
물론 성취감은 없다. 나는 한숨을 참았다.
‘내가 이 상태로 이 짓을 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좀 알고 싶은데.’
힌트도 없이 그냥 여기에 처박혀 있으니 답답할 지경이었다.
차라리 나한테 발생한 상태이상이면 알아차리기라도 했을 텐데 말이다.
‘…시스템을 더 파봐야겠군.’
나는 다시, 아직 내가 단말을 만들지 않은 시스템 심층부로 들어가 보려 생각했다. 그동안 반발이 워낙 심해서 도로 튕겨 나갈까 봐 자제했는데, 더는 안 되겠다.
그때였다.
“질문이 있는데.”
음?
멈칫한 사이, 청려가 물었다.
“넌 누구였지?”
오.
드디어 이 질문이 나오는군.
약간의 친숙함이 밑바탕에 깔리니, 드디어 심문할 기분이 들었나 보다.
나는 단말로 돌아가 타자를 때렸다.
“어떤 미션을 해결해왔냐는 뜻인데.”
청려는 탁자에 앉은 그대로 깍지를 꼈다.
“우선 맥주 같은 이야기를 꺼낸 걸 보니, 같은 직종은 아니었겠고.”
[…….]금주했어, 새끼야.
나는 나도 아이돌이라고 구구절절 털어놓는 광경을 상상하다가 그만뒀다. 구차하군.
[자주 마신 건 아니다.] [술 마시고 쓸데없는 이야기 떠들기 썩 좋은 직종이 아니었거든.]“하하.”
청려는 약간 편하게 웃더니, 의자에 몸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이야기라.”
생각에 잠긴 듯, 잠깐 대화가 끊겼다.
그리고 청려는 소리가 아닌 생각으로 읊조렸다.
“음, 나도 해본 적은 있는데.”
‘…….’
나는 굳이 되묻지 않았다.
이미 그 시도의 결과를 현실의 청려에게 들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체적이진 않았지만 말이다.
“한… 열 번쯤 썼던 멤버였던가. 사건 사고에도 평정심을 잘 유지해서 시험 삼아 말해봤거든.”
녀석이 빙긋 웃었다.
“유쾌한 끝은 아니었지. 물론 재시작 직전에 말했기 때문에 손해는 없었지만.”
[…….]“이야기를 떠들면 좋지 않다는 하나의 사례인가? 하하.”
흠.
이걸… 그래.
나는 잠깐 생각한 후, 답변을 천천히 완성했다.
[잘 모르겠는데.] [넌 그 사람 외에도 지금까지 적어도 수십 명은 그룹에 채용해봤을 거 아니냐?]청려는 부정하진 않았다.
나는 계속 말을 완성했다.
[네가 말한 건 그 수십 명 중에 딱 한 명의 사례잖아. 다른 시도에선 다른 결과가 나올 확률도 꽤 높지 않냐.]“…….”
청려는 놀라거나 감명받지는 않았다.
“그렇겠지.”
그런 계산은 이미 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비밀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위험성 대비 효용이 거의 없는 일이라.”
녀석이 빙긋 웃었다.
“그리고 사람을 쓰는 데에 비밀 유무는 큰 상관이 없거든.”
[아니, 효용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협력자가 생기면 편할 테니까.]청려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놀라운걸. 매스미디어가 만든 고정관념이 도움말에도 있을 줄이야.”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아니, 네 정신이 편할 거라고.]그러나 상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글쎄. 지금도 불편하진 않아서.”
벽 보고 대화하는 것 같군.
하지만 나는 키보드를 갈기는 대신 다시 침착하게 타자를 옮겼다.
[그래.] [위험하기도 하고, 별로 안 내켜서 안 하겠다는 건 알겠다. 네 마음이지. 맞는 말이기도 하고.] [하지만 나중에 일 다 끝나고 나면 다시 생각해봐도 나쁘지 않다는 거야.] [그땐 손해 볼 건 없잖냐.]실제로도, 현실의 녀석은 이미 자신의 경험을 같은 그룹의 멤버들에게 어느 정도 알린 상태였다.
지금 여기도 있는 두 녀석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 이 녀석은 모르고 있지만 말이다.
“…….”
녀석은 ‘영양가 없는 소리하는데’ 따위의 생각을 한 것 같았으나, 결국 이렇게 대답했다.
“참고하지.”
오냐.
그래도 몇 주 전이라면 ‘나는 너한테 발언권이 있다고 한 적이 없는데’ 같은 개소리를 했을 텐데, 이제 제법 대화가 이뤄지게 되긴 했군. 나는 웃으며 단말에서 손을 뗐다.
[그럼 잘 다녀와라.]그리고 청려 놈은 잠시 후, VTIC 다른 멤버들과 함께 투어 콘서트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시스템 창 하나 뜨지 않았고, 미션이나 상태이상 같은 힌트도 뜨지 않았다.
설마 영원히 여기 처박혀 있게 되는 건 아닌지 고민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다만… 어쨌든 시간 자체는 별 탈 없이 흘렀다.
그리고 VTIC의 투어가 시작되었다.
“이제부터 ‘대화’는 콘서트 이후에만 가능하겠는데.”
[…….]“기억해.”
나 설마… 진짜 이대로 여기 처박혀 있어야 하냐?
저놈 개가 태어날 때까지?
* * *
“하암.”
이세진은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차유진을 기분 좋은 속도로 지나쳐서 주방으로 향했다.
온화한 휴일 오후는 약간 나른했다.
심지어 이세진도 오늘은 추가 운동보다는 스페인어 공부를 하는 편이 낫겠다고 여유롭게 생각했다.
친구를 하나 섭외해서 말이다!
‘그럼 같이….’
“…….”
그러고 보니, 이 팀에 스페인어를 같이 공부할 만한 사람은 딱히 없지 않나?
각자 특기 언어가 있거나, 언어보단 다른 것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으음.’
그는 이상하게도 기분이 약간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느낌에 휘둘리기에는 그가 이 업계에서 일한 시간이 워낙 길었기에, 곧 유쾌한 태도를 회복한 뒤 다시 주방을 향해 걸었다.
그러다가, 이상하게 굳은 얼굴로 식탁에 앉아 있는 동갑 친구를 발견한 것이다.
“아현아현~ 뭐해!”
“…아.”
선아현은 퍼뜩 고개를 들었다.
큰세진은 그 안색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캐치했다.
“…음. 뭐 도와줄까? 기분 안 좋은 일 있었어?”
“아, 아니.”
선아현은 아직도 떠 있는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을 그제야 내렸다.
-박문대
“왠지, 이상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