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558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58화
과거, 청려가 본인의 재시작 사실을 털어놓았는데 믿지 않은 놈이 있었다고 한다.
‘가능하지.’
근데 그게 주단이다.
“…….”
앞뒤 문장이 안 맞는데.
‘이놈이?’
나는 고개를 들었다. 주단 녀석이 식기세척기에 식기를 때려 박고 있었다. 제육볶음 든든하게 들어가니 알아서 움직이는 건 편하다만.
“혹시 몇 년 후에는 식기세척기에도 인공지능이 적용됩니까?”
“……어느 정도는.”
“과연.”
이런 놈이란 말이다.
나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놈을 쳐다보았다.
이놈은 외국에서 길 가다 만난 노숙자가 미래에서 왔다는 말을 지껄이니 믿어준 전적이 있는데.
바로 나 말이다.
그런데 몇 년이나 같은 그룹으로 활동했던 멤버가 갑자기 각 잡고 ‘미래에서 왔다’라고 말하는데 안 믿었다고?
심지어 가출까지 했다?
‘설마 신나서 자료 조사하겠답시고 뛰쳐나가서 연락을 잊은 건 아니겠지.’
이건… 그나마 설득력 있게 들린다는 점이 웃기긴 한다만.
“…….”
뭐,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긴 하군.
나는 그냥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알게 뭐냐.
남 일에 신경 쓸 시간에 개 같은 내 상황이나 신경 쓰도록 하자.
“내일도 배우 신분으로 활동하실 겁니까?”
그래. 이런 게 내가 신경 쓸 일이지.
나는 주단이 식기세척기를 가동한 후 가져온 믹스커피를 받았다.
“그래. 예능이 하나 남았으니까.”
나는 몇 주째 배우 일에 착실히 종사하는 중이다.
이미 찍은 영화를 TV나 인터넷 여기저기에 나와서 홍보하는 것 말이다.
중간중간 그 배우 놈과 술 마시면서 정보 캐내느라 시간 낭비를 좀 하긴 했다만… 이젠 그것도 끝이니 적당히 안 수상쩍게 끝낼 거고.
주단이 턱을 문질렀다.
“흠. 슬슬 영화관에서 주력으로 미는 상업 영화가 바뀔 타이밍 같습니다만. 홍보는 좀 비효율적인데요.”
나는 덤덤히 대답했다.
“영화를 홍보하려는 게 아니다.”
“…?”
“나를 홍보하려는 거지.”
그렇다.
이건 영화 제작사가 잡아 온 일정이 아니었다. 배우 류문의 소속사가 잡아 온 일정이지.
“…! 이번 영화를 통해 얻은 인지도를 확장하려는 거군요.”
정답이다.
-MBS에서 하는 관찰 예능인데, 인터뷰도 살짝 들어가서 진짜 이 시기에 핫한 배우들이 하기 좋아. 무조건 나가서 눈도장 잘 찍고 와요!
소속사도 힘이 빡 들어갔던데.
2010년대. 아직은 공중파가 강력한 시절이다. 그리고 관찰 예능이 연달아 히트치면서 대세로 떠오르는 초입기.
‘여러모로 적절하지.’
신비주의를 고수하려는 입장에서도 괜히 토크쇼나 전문 인터뷰에서 미주알고주알 탈탈 털리는 것보다야 낫다.
이때 보통 신인이면 어깨에 힘 빡 주고 들어가서 더 부자연스러워진다는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특히 연기만 파던 배우라면 더더욱 그렇겠지만….
“흠. 미래의 대형 소속사에서 데뷔한 아이돌이었던 형에겐 익숙한 일이시겠죠.”
나는 그냥 픽 웃었다.
대충 맞았다고 쳐주마.
* * *
“날씨 좋다….”
.
이 시기 우후죽순 생긴, 연예인을 여행 보내서 힐링시켜 주는 각종 관찰 예능 중에 하나다.
단, 이 프로그램에선 출연진을 달랑 혼자 보낸다.
‘대화할 상대도 없어서 독백을 많이 해달라고 하던데.’
그래서 관찰 예능의 정수에 가깝다는 평도 있었지만, 박문대는 직감했다.
이건 편집하는 사람이 마법을 부려야 재밌는 구성이었다.
편집에서 못 잡으면 그냥 묵언수행하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즉, 출연자보다 차라리 제작진이 중요한 프로그램.
‘제작진 바뀌고 나서 망했지.’
하지만 지금은 아직 제작진이 바뀌지 않은 상황.
알아서 기승전결을 창조해 줄 것을 믿고 그는 진짜 1박 2일간의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꿀이었다.
‘괜히 힘줬다가 부자연스러워지기만 하겠지.’
그냥 외딴 시골에 와서 밥이나 해 먹고 풍경 구경이나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문대는 툇마루에 누워서, 떠 가는 구름을 보며 눈을 감았다.
휘익-
산에서 불어온 바람이 이마 위로 지나갔다.
햇빛이 강한 늦봄. 그늘에 누워서 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풀 소리를 듣는 건 사람 마음을 누그러트리는 데가 있다.
카메라를 불편하게 의식하지 않을 만큼 익숙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
이 괴상한 상황에 처하고 나서, 박문대가 처음 느끼는 여행의 휴식.
다만 전에는… 이런 상황에 오디오가 빌 틈이 없었다.
멤버 일곱이 함께 움직였으니까.
‘심지어는 개도 한 마리 있었지.’
약간의 씁쓸함이 입에 감돌았다.
그래도 배세진의 어머니가 데려간 그 개는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녀석들도.
그는 누운 채로 눈을 깜박였다.
한 시간 정도는… 이래도 괜찮겠지.
[만족하지 않는 아이돌이 당신의 휴식에 마음을 풉니다.]이세진의 팝업이었다.
‘마음을 안 풀고 있었냐?’
박문대는 황당해했으나, 결국 피식 웃었다. 이렇게라도 동행인이 있는 게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물이나 좀 할까.”
박문대는 그날 저녁, 직접 뜯은 나물로 산채 돌솥비빔밥을 해 먹었다.
옆집에서 직접 짠 참기름을 빌려오고, 여기서 기르는 닭의 계란 프라이까지 야무지게 챙겨 넣은 구성이었다.
“자연스럽고 보기 좋네요.”
“그러게.”
“요리도 잘하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제작진들이 숙덕였다.
정말로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또 귀신같이 부적절한 표현은 하나도 하지 않고 받아먹어야 할 타이밍은 기가 막히게 맞추는 것 아닌가.
아무리 편집이 마법을 부려도 재료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건… 재료가 어느 때보다 풍족했다.
마치 관찰 예능만 10년쯤 나온, 짬 있는 연예인 같은 관록!
근데 이미지 소비는 없는 신인!
‘왜… 촬영이 편한 거지?’
제작진들은 혼란스러워했으나 곧 만족했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닌가.
‘인터뷰를… 좀 더 신경 써서 해줘야겠다.’
작가 중 몇 명이 그렇게 다짐했을 뿐이다.
인터뷰.
아이돌 나오는데 1위 한 활동 곡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듯이, 배우를 홍보하는 예능에서 그 사람의 출연작을 말하지 않을 순 없다.
그게 최근에 히트 친 대작 영화라면 더더욱.
“이 시계를 기념으로 받았었거든요. 작 중에서 소매치기가 늘 하고 다니는 어린이용 장난감 손목시계요.”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렇다.
출연진이 휴식 중 사진, 포스터, 비디오 등 최근 자신의 히트작과 연관된 물건을 보면서 회상하는 식으로 이야기에 돌입한다.
그리고 거기에 따로 삽입할 인터뷰를 따는 것이다.
이렇게.
“역시! 촬영 과정이 굉장히 화목하셨다고 이야기가 자자한데요.”
“아, 감사합니다.”
그날 밤.
박문대는 온돌 뗀 방바닥 이불에서 잠이 드는 컷까지 촬영한 후, 도로 일어나서 시골집 뒤편 창고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작가는 어떻게든 영화 관련 백스토리를 긁어가기 위해 꼼꼼하게 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잘해주는 건 잘해주는 거고, 살짝 논란이 되는 건을 뽑으면 그것대로 좋지!’
심지어 성추문으로 잘린, 본래 그의 역할을 맡았던 배우에 대해서도 슬쩍 떠보았다.
“소매치기의 수정 전 필름을 보시면서 캐릭터 연구도 하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캐릭터 연구는… 제가 아직 신인이라 대본의 디테일들을 놓치지 않도록 대본 위주로 진행했어요. 좀 창피하지만… 너덜너덜해졌는데, 보여드릴까요?”
“오, 네!”
하지만 박문대는 정색하지도 않고 아무렇지 않게 질문을 슬쩍 돌려 대답했다.
‘…넘어갔다!’
인터뷰를 따던 작가는 박문대의 대본까지 건네받고서야 깨달았다.
아마 LeTi는… 배우도 이 악물고 종합 트레이닝 시키나보다….
‘빈틈이 없구먼.’
작가진은 허허롭게 웃었다.
그래도 인터뷰는 계속된다.
“그래도 어린 나이에 갑자기 이런 큰 영화에 추가 캐스팅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음… 그렇지만. 감사하게도 다들 친절하셔서 빨리 집중할 수 있었어요.”
“아아! 막내셨다고 들었어요.”
“예.”
박문대는 살짝 눈썹을 꿈틀거렸다.
추가 촬영할 때는 사람 빡치는 선까지 아슬아슬하게 푸대접하던 감독이 태세를 전환해 성실한 복덩이 막내였다고 인터뷰에서 떠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X 같이 대했다고 할 필요는 없다.’
카메라 꺼지고 나서도 태도가 비슷한 걸로 봐선 아무래도 머릿속에서 자체적으로 미화한 모양이었다.
박문대는 입으론 착실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견적을 냈다.
‘잘하면 그 감독한테서 차기작 오퍼도 올 수 있겠군.’
물론 그 전에 잠수 탈 예정이었지만 말이다.
[집중하는 천재 배우가 발을 구르고 있습니다.]‘그래.’
또 배세진의 능력을 빌리기 전에 돌아갈 방법을 찾을 것이다.
박문대는 티 나지 않게 팝업을 보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요즘 팝업에 이런 종류의 표현이 자주 나오는 것 같았다.
멤버들이 큰 건을 앞두고 긴장했을 때 쓸 법한 제스처나 표현 말이다.
[심야의 마에스트로가 눈을 부릅뜹니다.] [고결한 마음가짐의 무용수가 양손을 모아쥡니다.]이런 것들.
박문대는 직감했다.
‘준비가 막바지인가 본데.’
아마도 자신을 데려올 준비가 말이다.
위험 부담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선 자신이 멤버들의 저 ‘준비’보다 먼저 움직여야 했다.
‘계획대로 착착 진행한다.’
청려에게도 이미 배우판 정보원으로서 거래를 몇 건 증명한 상황.
그렇게 시간을 벌었으니 이제 제대로 쓸 타이밍이었다.
‘청려의 시스템 내부에 있는 그 괴상한 단말을 제대로 분석하는 것에 쏟아붓는다.’
박문대는 그렇게 판단했다.
지난 시간 동안 차근차근 파고든 결과, 이제 곧 단말의 핵심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확인이 끝나는 대로 그걸 현실로 돌아갈 힌트로 이용해 먹을 구석을 찾는 것에만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그래.
‘이게 맞….’
“아, 류문 씨.”
작가가 또 그를 불렀다.
“네.”
“이건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맥락에 안 맞거나 사적인 질문을 위트 있게 얼버무리려 들 때 쓰는 표현이 나왔다.
박문대는 여유롭게 다시 인터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작가가 웃으며 물었다.
“혹시 소매치기의 마지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지막이요.”
역시 맥락이 탈주했군.
영화 스포일러라고 프로그램이 두들겨 맞기 전에 이건 소속사를 통해 빼달라 말해야겠다고 박문대는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는 진지했다.
“네. 정말 한 치의 어긋남 때문에 그런 슬픈 결말이 났잖아요. 혹시 소매치기로서 다른 결말을 원하시진 않으셨나요?”
수갑에 걸려 클라이맥스 파트에 죽는 것? 상징적이라 꿀이었다.
물론 이렇게 대답하긴 좀 그랬다.
“음. 그렇죠.”
‘나도 배우로선 슬프지만, 소매치기 스스로는 아쉬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도로 할까.’
하지만 무난하고 있어 보이는 답변을 준비하던 박문대는 순간 멈칫했다.
작가의 표현에서 무언가 생각난 것이다.
흠.
‘…한 치의 어긋남이라.’
바로 어제 들었던 청려와 주단의 사례다.
청려가 자신의 초현실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 주단이 패닉에 빠져 가출한 사태.
아마도 그것 때문에 현실에서는 VTIC인 주단이 여기선 데뷔하지 못하고 계속 연습생으로 처박혀 있다.
청려가 주단을 ‘기준 이하’라고 이미 저평가하여 감정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건 말이다.
‘…조금만 맞춰놓으면 제대로 돌아갈 것 같은데.’
물론, 어차피 현실에선 다 해결된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의 눈앞에서 돌아가는 상황은… 손이 근질거리지 않는가.
살짝 건드리면, 약간만 통제하면 될 것 같은데.
“……”
아 망할.
박문대는 침음을 참았다.
내가 진짜 딱, 한 번만 한다.
‘더는 없다 새끼들아.’
그리고 촬영이 마무리된 다음 날 아침.
박문대는 주단에게 전화를 걸었다.
-건우 형?
“정우단.”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 막 아침 연습을 끝낸 그는 단번에 전화를 받았다.
-혹시 비상 상황입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박문대는 단숨에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너한테 어떤 특정 상황을 설명할 건데, 네가 무슨 선택을 할 건지 알고 싶다. 그러니까….”
적절한 단어.
“일종의 인간 심리테스트지.”
-…!
“신중한 대답을 부탁한다.”
* * *
주단은 전화 너머 상대의 말을 경청했다.
무뚝뚝하고, 현명하고, 약간 신비로우며 때론 과감하다. 이 미래에서 온 사람은 주단의 혼을 완전히 빼놓았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아이돌로 데뷔해 활발히 활동하던 중. 어느 날 갑자기 그룹 멤버가, ‘나는 성공을 위해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살아왔다’라고 말한다… 그겁니까?”
-음. 그래.
주단은 그 덤덤한 대답을 순간, 번개 같은 영감을 받았다.
‘비슷한 상황을 겪어본 건가?’
아마도 상대가 직접 경험해 본 일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다는 것을.
-성공할 때까지 반복하는 거지.
하지만 주단은 내색하지 않았다. 이런 예측에 휘둘리는 건 평범하고 비논리적인 답변이 나오기 좋았다.
‘객관적인 대답이 우선이다.’
그래서 그는 잠시간의 치밀한 고민 후에 첨언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룹이 성공한 후에 고백하는 상황이군요.”
-아니.
상대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새 게임을 누르기 직전 상황.
즉, 성공하지 못하고 이미 실패해서 재시작하기 직전인 상황이란 뜻이다.
“…….”
주단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가상 상황. 하지만 머릿속에서 답은 이미 나왔다.
그건… 간단했다.
“도망쳐야겠군요.”
-뭐?
“위험하잖습니까.”
주단은 냉철하게 결론을 도출했다.
“지금 상대는 무슨 일을 해도 손해도 이득도 보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게 굳이 상황을 알려준 이유는 둘 중 하나입니다.”
-……둘.
“예.”
주단은 침을 삼켰다.
첫 번째.
“지난 세월 동안 제게 신뢰가 쌓여서 시험 삼아 알려주는 것.”
바로 동료 영입이다.
그렇다면 이 운명의 주인공에게 동료로서 기꺼이 자신의 능력을 빌려주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지금 그가 형에게 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바로….”
주단이 침을 삼켰다.
이게 문제였다. 또 하나의 경우.
두 번째.
“그 사람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떤 반응을 할지.”
-……?
“오랜 세월, 반복 작업을 계속하다 보면 분명 지루함과 권태로움이 동반자처럼 따라오지 않겠습니까?”
새 게임을 시작하기 직전의 상황.
홧김에 답답해서, 혹은 열받아서 자신에게 토로하려던 것이라면.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에는 제 반응이 재미없다고 살해당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
-연쇄살인마가 아니라 같은 그룹 멤버다.
“아이돌 멤버는 연쇄살인마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요. 저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움직이는 겁니다.”
아이돌과 연쇄살인마. 교집합은 언제든 가능했다.
‘특히 성공하기 위해 몇 번이고 과거를 반복한 사람이라면!’
사람 목숨을 경시하기 딱 좋지 않은가. 어차피 과거로 돌아가면 다시 살아나니까.
주단은 완벽한 밴다이어그램을 토대로 대응했다.
“하지만 바로 도망치는 것도… 흠 그렇군요. 괜히 반감을 살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우선은 ‘말씀은 감사하나 좀 더 깊이 고민해 보겠다’ 같은 류의 사인을 보내긴 해야겠군요. 그리고 몰래 도망치는 겁니다.”
-…….
“완벽한 생존법 같은데요.”
박문대는 대가리를 박았다.
-너 대기하고 있어 봐라.
“예?”
-대기하라고.
그는 당장 청려에게 도움말을 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