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580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80화
콘서트는 종합 예술이다.
테스타는 그것을 더없이 잘 알았고, 무대 구성과 연출에 아낌없이 시간을 쏟으며 다양한 관계자들과 의논을 멈추지 않았다.
다만 딱 한 가지.
각자의 솔로곡만은 키워드만 배부한 뒤 하는 이가 자체적으로 무대를 결정했다.
그런 돌발적인 재미도 있어야 하니까.
-그럼 청우 형은 계단에 리프트 장치를 쓰시는 걸로 하고… 문대는?
-음.
박문대는 자신의 독무대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꽤 오래 고심했다.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가장 잘하는 것을 보여줄 것인가.
‘둘 다 장단점이 있지.’
그래서 그는 둘 다 채택했다.
‘선택지에 하나씩 할당하면 되겠군.’
두 선택지가 좀 극과 극으로 달라도 어떤가. 부담은 자신만 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심 전자를 속에서 더 쳐주고 있었다.
‘의외의 모습이 더 재밌겠지.’
자신의 많은 것들이 팬들에게 익숙해져 있을 테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 관념은 무의식중에 영향을 주었다.
‘…계속 잘했던 걸 잘해봤자 임팩트에 한계가 있지.’
박문대야 원래 그걸 잘하는 걸 이미 아니까. 익숙하실 테니까.
칼같이 연습 시간을 나누어 할당하면서도, 그 인상은 무의식중에 그에게 남았다.
그래서 내심, 그는 첫 콘서트에서는 되도록 사람들이 ‘의외의 모습’을 고르도록 선택지를 고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금.
관객들의 선택이 끝났다.
[엘리베이터에 남는다.] [WONDER]“…….”
어두운 무대 위.
큰달은 숨을 죽이고 시선을 올렸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홀로 허공에 떠 있는 엘리베이터 주변으로 맑고 아릿한 현악기 소리가 울렸다.
여리게 플랫이 많아 간질거리는 반주.
아는 멜로디.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인식하기도 전에, 서서히 열리는 엘리베이터로부터 목소리가 쏟아진다.
[휠을 돌려줘저 멀리 날아가도록]
“…!!”
[선율이 울려 아름다워마음에 닿아 Let it pop]
아는 가사.
큰달은 벼락처럼 깨달았다.
이건 최신 앨범의 수록곡도, 박문대의 개인 OST도, 정식 발표된 솔로곡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다른 가수의 커버곡도 아니었다.
예전 어느 날 테스타의 타이틀곡.
[휠을 돌려줘네 꿈에 찾아가도록]
.
더욱 서정적이고 고요한 편곡 속에서, 박문대의 목소리가 유영했다.
‘아…….’
한동안 들은 적 없는 완곡이었다.
이 곡은 테스타 콘서트의 단골 세트리스트로 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곡과 더블 타이틀이던 을 합친 새 곡, 에게 자리를 뺏겼기 때문에.
그래서 더 반갑다.
하물며 부르는 게 박문대라면.
이토록… 잘 부른다면.
[오늘도 머물러 이대로끝나지 않아 Let me in]
맑고 숨소리가 섞인 고음이 스피커를 또렷하게 채웠다.
단단하기보다는 어딘가 투명하게 풀려 울림이 있는 소리가 귀를 기울이게 한다.
‘아.’
아무것도 없는 후렴 구절 한 번만으로, 사람들은 잡념 없이 그저 무대 위를 쳐다보았다.
그때.
톡. 톡. 톡.
엘리베이터 안에서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완전히 열린다.
“…!!”
활짝 열리는 순간, 그 속에서 푸른 향이 물씬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이 한껏 드러난다.
[Wooo- wo, wooo-]따스한 전등 빛으로 한껏 찬 안은 꽃과 초목으로 가득했다.
흐드러지게 핀 봄여름이 가득했다.
“아…!”
그 가운데에, 투박한 스탠딩 마이크의 앞에 박문대가 서 있었다.
그는 화려하고 압도적인 안무도, 파격적인 편곡도 가져오지 않았다.
그저 허공에 부유하는 무대 장치 안에 서 있을 뿐이다.
노래를 부르며.
[잠들기 전에항상 하는 네 생각
만나고 싶다
여전히 온전히 영원히]
엘리베이터 속, 품이 큰 하얀 니트를 입은 맨발의 박문대가 녹슬어 덩굴이 붙은 스탠딩 마이크의 헤드를 양손으로 부드럽게 올렸다.
방울방울 떠올라
돌아가는 저 관람차 위에
눈부시게 반짝여]
반주는 가느다란 현악기 한 줄기뿐.
말하는 듯한 목소리가 고요한 콘서트장 끝까지 울린다.
[창가에 기대어 상상해 줘나를,
지난 어린 시절처럼]
엘리베이터는 이동의 공간이다.
하지만 머무르는 것을 선택한 사람에게, 그는 가장 환상적인 머무름을 선사하고자 했다.
바로 아름다운 회상.
과거로부터 이어진 꿈에.
[네 영원한 childhoodThat’s me
불면을 잊고 잠이 들어-]
낮은음에 닿은 소리가 다시 치고 올라갔다.
짜릿한 기분 좋음이 문득 스치고 지나가도록.
[Ohh- oh-]숨 하나 없이 한 호흡으로 끌고 올라간다.
마지막 목소리와 함께, 참았던 모든 악기가 밀려들어 관객석 끝까지 파도처럼 덮는다.
가장 아래의 베이스부터 가장 위 리프 멜로디까지.
저음부터 높은음까지.
그리고 가장 중심에서 훨훨 타듯이 빛나는 목소리.
엘리베이터 주변에 비눗방울이 흠뻑 쏟아진다.
[저 멀리 날아가도록]아련하게 반짝이는 반사광들이 무대에서 깜빡이며 관객석까지 비추었다.
[선율이 울려 아름다워네게도 닿아 Let it pop]
응원봉의 색채들이 오로라처럼 물결쳤다.
[휠을 돌려줘저 멀리 날아가도록]
코러스가 함께 물결쳤다.
[선율은 사라지지 않아네게 머물러 Let it be]
박문대는 간절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힘껏 숨을 쉬어이 열기가 네게도 스미도록-]
그가 예상하지 못했던 이 선택지를 골라준 사람들을 위해서.
사실, 그가 첫 콘서트에서 유도하려고 했던 선택지는… 이게 아니었다.
‘RED’였다.
-당연히 여기서 나가는 걸 고르겠지.
엘리베이터는 이동을 위한 장소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을 좋아한다.
두 가지 사실로부터 박문대는 쉽게 결론을 도출했다.
VCR에서 양자택일이 나오면 당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떠나는 선택지를 고를 것이라고.
스토리에 몰입한 사람이라면 밖으로 나가, 불이 깜박이는 어둠으로 달려 나가는 선택지를 흥미진진하게 고를 것이다.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것을.
그래서 그는 주저 없이 ‘의외의 모습’을 해당 선택지에 붙여두었다.
그러나 콘서트는 예정대로 흘러가지 못했고, 박문대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첫 콘서트에 불참했다.
이 상황에 결국 박문대를 걱정한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더 온건하고 친근한 선택지를 고른 것이다.
엘리베이터에 남는 것.
-WONDER.
그리고 ‘WONDER’는, 그들에게 박문대가 가장 잘하는 것을 보여주는 선택지였다.
바로 온전한 노래.
……박문대의 가창을.
[휠을 돌려줘네 꿈에 머무르도록]
노랫소리가 더 깊어졌다.
흔들리는 엘리베이터 안, 박문대는 시야에 가득 찬 불빛들을 보며… 스치듯 알았다.
‘그랬나.’
자신이 이 선택지에 덜 자신 있어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확실히 보여주고 싶은 것 같다.
아니, 보여주고 싶다.
모든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었다.
새로운 것 대신, 아는 박문대를 선택해 준 사람들에게.
함께 머무는 것을 고른 사람들에게.
그러려면….
‘예상보다, 더 잘하면 된다.’
박문대는 마이크 헤드를 움켜쥐었다.
[끝나지 않는 우리 이야기가네 귓가에 잠기도록]
더 간절히.
[Umm-]화려하게 피어나는 현악기의 합주를 움켜쥐고 목소리가 뻗어나갔다.
과시하거나 묻히지 않는다.
존재감이 또렷한 노랫소리는 심처럼 모든 반주의 멜로디를 휘감아 조화롭고 강렬한 구심점이 된다.
이제 호텔 로비든 와이어든 들어오지 않는다. 조명도 장치도 연출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오로지 엘리베이터 안 박문대와 그의 목소리가 이목을 잡았다.
[Wooo—!]만족시키고 싶다.
라이브를 참 잘했다며 평가할 여유도, 주고 싶지 않았다.
박문대는 한 음절, 한 음절을 전력을 다해 조율했다.
강렬히.
빛나는 렌즈 속
필름처럼 남을 내가]
반주 없이 홀로 뻗어나가는 목소리.
엘리베이터 안의 그는 살짝 눈을 감고 손을 내렸다.
다른 멜로디 한 점 없이 숨과 목소리만으로 가득 채운다.
[여기 있으니까]그렇게 모든 사건을 덮고, 범람하듯이 하나의 이미지가 다시 수면 위로 각인되는 것이다.
이미 모두에게 익숙했던 것.
그가 얼마나 대단한 가수였는지.
[끊임없이 날 그려줘네 안에]
박문대는 미소 지으며 마이크에서 입을 뗐다.
…….
숨 멎은 듯한 정적.
현악기 하나가 홀로 부드러운 반주를 시작했다.
그 사이에서, 박문대를 담은 엘리베이터는 열린 모습 그대로 천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박문대는 느슨히 스탠딩 마이크에 기대어, 고층 관객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천장에 닿는 순간, 불이 꺼졌다.
뚝.
곡이 끝났다.
홈마는 거의 숨도 쉬지 못하고 박수를 치다가, 자신이 응원봉을 부러트릴 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 * *
백스테이지.
“무, 문대야, 진짜, 진짜 대단했어…, 방금 무대…!!”
“…….”
“문대…?”
“고맙다.”
박문대는 눈을 깜박였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뭘 한 거지.’
이렇게 몰두해 본 적은 처음이었다.
평소에도 집중력이 좋고, 무대 위 몰입을 돕는 S등급 특성까지 있는 덕에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다고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달랐어.’
이토록 노래하는 것만을 생각하면서 공연을 한 적은 처음이다.
그에겐 무대로 파생될 각종 효과를 계산하는 머리가 있었다.
처음부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무대 경험을 시작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성적, 스케줄, 여론, 온갖 외부 요소들…… 그런 것을 다 머릿속에 넣고, 지뢰를 건드리지 않으려 정리한 뒤에 오르는 것이 무대였다.
‘하지만 이번 건… 아니야.’
다른 것은 필요가 없었다.
그냥, 지금 이 자리에서 보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든 만족시키고 말겠다는 이상한 사명감과 원초적 욕구가 머리를 꽉 채웠다.
그리고 그 만족감과 카타르시스까지.
이런… 이런 무대도 있었다니.
“…….”
박문대는 벽에 머리를 기댄 채로 입가의 소금기를 핥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럴 때가 아닌데.’
콘서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장 움직여야 했다. 그는 몸을 일으켜 VCR이 끝나길 대기 중인 선아현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솔로 무대 대기 중이지.”
“으응. 나는, 의상이 변하는 건 아니라서.”
멤버 중 마지막 솔로곡을 맡은 선아현은 맑게 웃었다.
‘RED’ 루트를 고르면 저 얼굴과 의상 위로 페인트를 흩뿌려 뒤집어쓰고 나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청순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마어마하게 강렬한 무대일 것이다.
‘나도 다음 것도 제대로 해야지.’
박문대는 그렇게 감정을 추슬렀다. 아직 남은 무대가 있었으니까.
“…잘할 거 아니까, 응원만 한다.”
“으응!”
선아현은 직전 박문대의 무대에 대해서 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콘서트가 끝난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마음먹고 프로답게 발걸음을 옮겼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대단했어.’
백스테이지에서 간접적으로 듣기만 했는데도 그걸 느꼈다.
본래 순간의 미학이 그렇듯, 정확히 묘사할 순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여기, 그걸 어떻게 묘사하면 되는지 아는 사람도 있었다.
“……형.”
큰달은 다음 무대가 시작될 때까지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넋을 빼놓다가 겨우 생각을 되찾았다.
응원봉을 쥔 손이 열기로 미끌거렸다.
관객석은 언제 걱정과 흥미로 뒤숭숭했냐는 듯이 완전한 열기와 몰입으로 녹아 뒤섞여 있었다.
그럴 만했다.
‘그건…….’
VR 기기를 끼고 있는데도 현장에 있다고 거의 착각했다. 노래에 완전히 빠져서.
그런데 동시에 현장에 없어서 너무 아깝고 미칠 것처럼 아쉬웠다. 노래가 현장이었다면 더 대단했을 것 같아서.
그 상상에 가슴이 두근거려서.
그런 상반된 감정이 들었다.
‘대단했어. 진짜… 진짜로.’
그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숨을 골랐다.
그에게도 테스타 박문대에게도 이제 상태창은 없다.
그러나 상태창이었던 사람의 눈에는 보였다.
그 무대의 가수가 어떤 방식으로, 어떤 결과값으로 표현될지.
선명하게.
[가창 : 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