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582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82화
꿈 같은 테스타의 콘서트가 끝났다.
남은 것은 추억과 기쁨, 여운, 그리고….
데이터!
“으음.”
이세진과 박문대의 트윈 홈마, 류건우의 동아리 선배였던 류서진은 매의 눈으로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정리했다.
‘잘 나왔네.’
앵콜이 끝난 후에도 테스타는 몇 번이나 관객들과 떠들면서 신청 곡을 받아 앵앵콜을 이어갔다.
거기서 건진 사진들이 썩 괜찮았다.
정해진 세트리스트가 끝나자 멤버들이 사방으로 뛰쳐나와서 손을 흔들며 말을 걸고 팬서비스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으아아아아!
-이거! 이거! 아현아!
스마트폰과 인형, 슬로건, 응원봉이 허공에 난무하는 광란의 도가니탕이었다.
심지어 이틀 모두 자신의 자리가 굉장히 운이 좋았다.
‘애들이 계속 오더라.’
그녀는 선명한 류청우의 복근 샷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각도의 이세진이나 박문대 샷과 교환하기에 질이 썩 괜찮은 것 같았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양일 콘서트 모두 수확이 괜찮았다.
……첫날에 박문대가 불참해서 그의 사진이 없는 걸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건 어쩔 수 없지.’
사람 목숨이 걸렸지 않은가. 콘서트 참석했어도 사이코패스라고 욕 처먹었을 건데 차라리 빠지고 살리는 데 도움을 줬으니 최상의 결과였다.
‘좀 지랄 나긴 했지만, 수습이 되는 게 어디야.’
트윈 홈마는 혀를 찼다.
알면서도 아쉬웠지만, 동시에 첫날 멤버들이 거의 그 점을 내색하지 않고 프로답게 공연을 끌고 갔다는 건 꽤 감탄할 만한 지점이었다.
실제로도 걱정했다가 멤버들을 보고 안심하는 과정에서 감회나 감동을 느낀 팬들도 심상치 않게 보였다.
‘뭐, 이세진은 그럴 줄 알았지만.’
게다가 사후 처리 방법도 괜찮았다.
단지 보상을 환불과 VR 콘서트 관람권 중에 선택하게 한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테스타는 두세 달간의 투어가 끝난 후 돌아올 서울 앵콜 콘서트 기간을 이틀 연장해, 피해 관객에게 한 날짜에 우선 예매권을 준 것이다.
당연하지만 트윈 홈마도 환불 대신 VR과 우선 예매권을 골랐다.
‘소속사가 기분 안 나쁘게 장사할 줄 아네?’
보상해 준답시고 자기들 이득 챙기는 티를 내서 팬덤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손해를 보지도 않았다.
영리한 판단이라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래지향적인 보완책.
그걸로 이번 투어의 첫 번째 콘서트 멤버 불참 논란은 빠르게 종식되었다.
다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달칵.
그녀는 자신이 올린 직캠을 클릭해 댓글을 쭉 내려보았다.
바로… 박문대의 솔로 무대를 최대한 당겨 찍은 자신의 영상을.
-레전드
-미쳤나 봐 소름 돋음
-원래 이렇게 잘해요? 합성 같은 거 아님?
-착한 일 했다고 산신령이 성대 바꿔준 듯
-대단하다.. 와 그냥… 대단함..
경악과 흥분에 찬 댓글들이 도배되듯 쭉 올라와 있었다.
심지어는 이걸 보정했냐 안 했냐로 싸우거나 음원을 추출했다는 말에 저작권 의식이 없다며 지적하는 등으로 개같이 난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어그로가 신난다는 것. 흥한 동영상의 증명이었다.
그렇다.
박문대의 솔로 무대는 콘서트에서 공연되자마자 실시간 트랜드에 오르며 온갖 곳에서 언급되었다.
하지만 당시엔 관련 동영상이 없었다.
아직 스트리밍으로 만든 정식 VOD 영상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트리밍 영상을 녹화해서 올린 건 전부 저작권 신고를 당했다!
-제발 내 머릿속에서 휘발되기 전에 동영상 제발
-오르빗 일하라고 X발
-VOD 언제 올라와요ㅠㅠㅠㅠㅠㅠ
그러자, 기어코 전문성이 좀 떨어져도 현장감 넘치는 직캠 동영상이 업로드되자마자 어마어마한 조회수가 찍힌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듯
스트리밍 영상은 저작권에 걸려도, 소속사가 대충 눈 감고 넘어가 주는 회색지대인 개인 직캠은 내려가지 않았다.
그렇게 팬들이 미친 듯이 누르고 댓글을 달면서 인기 순위까지 들었다.
심지어 그녀의 직캠을 무단으로 잘라가서는 다른 SNS에 ‘지리는 메인보컬ㄷㄷㄷ’ 따위의 쇼츠로 올린 영상까지도 이미 200만뷰를 넘었다.
‘인하트 업자 새끼들….’
그녀는 짜증 내면서도 인정했다. 팬 아닌 사람이 보게 만드는 데에는 그 새끼들이 한몫했다고.
물론 그건 박문대가 노래를…… 정말로 잘했기 때문이다.
“…….”
그녀는 아이돌의 종합 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를 좋아하는 것이지, 누군가가 가창력이 미친 가수라서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문대의 이번 솔로 무대는 정말로 압도적인 기량과 질로 사람들이 취향을 무시하게 만들었다.
‘대체 뭘 한 거지.’
노래가 끝나는 순간. 참았던 피가 전신에 짜릿하게 도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으니까.
그건 경악이었다.
트윈 홈마는 직감했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충격적이었을 것이라고.
그렇기에 현장에 갔거나 스트리밍을 본 일부 팬들이 뽕에 차서 더 날뛰는 것도 당연한 일이긴 했다.
-놀라운 건 이것도 객석에서 직접 본 감동의 10%도 안 된다는 거… 역시 노래는 직접 들어야 해
-아니 근데 현장에서 봤을 때는 더 대단했음 스트리밍 제발 봐요 다들ㅠㅠㅠ 늦지 않았으니까 VOD 사라고 제발
└이게 정답이다
└소위 빠순이들은 이래서 참 문제예요ㅉㅉ 사람들 칭찬을 받으면 감사한 줄 알아야지 한술 더 떠서 뭘 사라마라.. 남자 하나한테 목매서는 염치없이 꼴불견
└오ㅋ 갑작스러운 호통
└내가 박문대도 아닌데 왜 감사해야함 님이 나랑 박문대 결혼 시켜줄거임?
└엥 문대는 성인 남자가 아니라 17살 갓기입니다
트윈 홈마는 이 개판을 보고도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애들 유입이 많네.’
그녀의 선입견으론, 보통 이렇게 과격한 댓글을 다는 건 혈기 왕성한 10대들이었다.
테스타가 7년 차치고 유독 팬덤이 말이 많고 활발하긴 했지만, 이번 콘서트를 거치며 묘하게 10대가 절대다수로 유입된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단번에 유입 통로도 찾아냈다.
‘이거네.’
바로 테스타가 콘서트 프로모션으로 돌렸던, ‘양자택일 선택지가 있는 동영상’이 저연령층의 입맛에 대단히 들어맞던 것이다.
솔직히 20대 초반이 넘으면 자칫 오글거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이 구성을 퀄리티와 팬심으로 상쇄하는 구성이었으나… 꿈과 환상이 넘치는 초중생에겐 취향 저격이었나 보다.
-어떤 거 골라야 유진이 볼 수 있어요?ㅠㅠ 알려주세요
└다음 동영상에서 앞에 꺼 두 번 뒤에 꺼 한 번 하세요 그럼 유진 오빠 나옴
└감사합니다!ㅠㅠ
그리고 콘서트에서까지 비슷한 연장선상에서 ‘RED’와 ‘WONDER’ 중에 고르게 하니, 완전히 애들이 신나서는 몰입하고 애정을 붙였다.
팬덤에 정착한 것이다.
옛날이었다면 트윈 홈마는 돈으로 쌓는 성적에 큰 도움은 안 되면서 시끄러운 애들이 유입됐다며 차갑게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그룹에게 꾸준한 유입이 중요한 연차였고 시기기에, 그녀도 냉정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야 회사에서도 노선 변경이든 뭐든 다른 생각 못 하는 거야.’
게다가 10대는 인터넷 영향력이 컸다.
이들이 하도 여기저기서 떠들어주는 덕분에, 테스타의 콘서트 이야기는 박문대의 불참 에피소드와 맞물리며 여기저기 심심풀이용 이야기로 뜨는 중인 것 같았다.
[콘서트 탈주 후 득음한 아이돌]-여기 불운한 사정으로 자신의 콘서트에 참석하지 못한 아이돌이 있습니다. 바로 테스타의 박문대인데요.
-최신곡 으로 음원 1위를 달리며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가던 테스타는 올해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하게 됐습니다. 동원한 관객만 무려 수만 명.
-그런데 멤버 박문대가 콘서트에 예고도 없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체 무슨 일일까요?
-놀랍게도, 그는 실종 사건의 마지막 목격자가 됐던 겁니다…….
어설픈 AI 목소리와 짜깁기한 이미지들을 쓴 위튜브 어그로 영상들이 범람했다.
‘이럴 줄 알았지.’
하지만 놀라운 것은 외국인 댓글들도 많다는 것이다.
‘공장 렉카 주제에 무슨 태국어 자막까지 지원하고 있어?’
자동 번역이지만 무려 20개국의 자막까지 지원하는 것을 보니 정말 조회수에 진심이었다. 직장인 홈마도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박문대가 화제성 입구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콘서트의 다른 무대들도 관심을 한창 받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의 솔로 무대도 연달아서 인기 동영상에 오르고, 그들의 독특한 콘서트 구성 방식도 흥미를 끌었다.
VR과 선택지.
-얘네 게임까지 내더니 콘서트도 구성 돌았다
-대체 얼마 쓴 거임
-표값 안 아깝겠네ㅋㅋㅋ잠실주경기장 급이어야 적자 안 날 듯 대박
좋은 일이었다.
다만, 이건 국내에서의 반응만이 아니었다.
트윈 홈마는 빠르게 조회수 분포도를 확인했다.
“이거 아까 자막도 해외 뷰수가 나오니까 달아놓은 거네.”
아무래도 테스타의 콘서트는 KPOP 팬덤 사이에서 유명해진 모양이었다.
그녀는 해외 팬덤 반응을 번역하는 계정을 찾아가 몇 가지 글을 읽고 더욱 확신했다.
-다른 매거진에서도 리뷰가 떴네요.. 와우 (번역 사진)
사실 박문대의 사건은 관심을 끌 트리거로 작용했을 뿐이다.
테스타 콘서트는 구성 자체가 그쪽 입맛에 맞아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했다고 한다.
호텔로 위장한 괴담 속 서커스장.
귀신 들린 집에 대한 괴담은 오히려 국내보다 국외에서 잘 먹혔고 친숙했기에 진입장벽이 더 낮았다.
게다가 비용과 연습 시간 때문에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선택지형 콘서트 구성과 무대 세트의 퀄리티. 그 덕에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본 사람들의 호평까지.
결국, 이 투어 자체가 컨텐츠로서 인지도를 얻은 것이다.
-MD를 온라인으로 예약했어 난 도무지 기다릴 수가 없다고 제발 그들은 왜 항상 자카르타는 늦게 오는 거야 ;(
-리셀 가격은 부담스럽지만 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스트리밍이라도 반드시 봐
유행했던 매뉴얼 괴담에서 따온 콘서트 MD까지 유명세를 치르며, 테스타의 투어는 그 자체로 화제가 되었다.
심지어 영미권에서 유명한 모 음악 평론 잡지에서 평론까지 나왔다.
트윈 홈마가 확인한 번역 계정의 글도 그 리뷰에 대한 것이었다.
[테스타 리뷰 : 끝없는 놀라움과 역동성; 주체적 관객을 부른다] [★★★★☆]영어로 적힌 그 리뷰에겐 상징성이 있었다.
“…….”
트윈 홈마는 턱을 괬다.
국내에서야 투어는 비활동기, 휴식기라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실제로 테스타를 볼 수 있는 시기인 데다가 공연 직캠이 쏟아지니 도리어 투어 시즌을 좋아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제 와서 지난 사냥 앨범 판매량이 솟구치는 특이한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종합하자면.
‘급이 올랐네.’
테스타에게 이미지가 붙었다.
국외에서.
그건 곧 글로벌 인지도였다.
무대 장치부터 구성까지 어마어마한 자본금을 쏟아부은 보람이 있겠다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문대가 그 고생을 한 것도 말이다.
“…….”
그녀는 지난 콘서트를 떠올렸다.
박문대는 그 솔로 무대 끝에서만 딱 한 번 눈물을 흘릴 듯 말 듯했다.
본래 그는 콘서트마다 굉장한 울보 타율을 자랑하는 멤버였는데도 말이다.
앵콜 이후 팬서비스를 하며 뛰어다닐 때, 멤버들이 한 마디씩 돌아가면서 토크를 할 때, 팬들이 이벤트를 할 때….
‘셋 중 하나는 거의 울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촉촉찐빵사과떡 같은 괴상한 별명도 붙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간간이 벅찬 표정을 지으면서도 시종일관 웃는 모습만 보여줬다.
-ㅜㅜㅜㅜ문대 기어코 안 우는데 왜 내가 우냐
-행복해라 문대야…
그것도 묘하게 팬들을 미치게 한 포인트인 것 같지만, 트윈 홈마는 박문대의 심리를 추리했다.
‘이 판국에 울어봤자 동정해 달라고 수 쓰는 것 같아서 좀 약아 보이잖아.’
그렇다고 사과를 하기에도 애매했다. 사람 구하려고 119에서 호출했는데 거절했어야 했다? 어떻게 말해도 논리가 이상하지 않은가.
‘죄송합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제 탓입니다… 하면 그냥 가식적으로 들리고 말이야.’
그러니까 박문대가 그런 걸 고려했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박문대는…….
‘…그런 생각까진, 안 했을 수도.’
그냥, 콘서트에 서서 행복해 보였다. 팬들에게 많이 감사하는 것 같았고.
“…….”
트윈 홈마, 류서진은 잠깐 감상에 젖었다가, 자신이 감상에 젖었다는 것에 황당해하면서 도로 정신을 차렸다.
어쨌든… 뭐, 박문대가 정신 제대로 박힌 거면 좋은 일이긴 했다!
‘보정이나 계속하자.’
그녀는 키보드를 바쁘게 눌렀다.
중요한 시기였으니까.
참고로 이 중요한 시기, 투어 중인 테스타는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하면…….
“이건…… 신기록! 형, 기록을 경신하셨습니다! 최고음입니다!”
“오오오오!”
“대, 대단하다 문대야!”
…박문대를 걸고 천하제일 클레오파트라 대회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