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t or Die RAW novel - Chapter 79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79화
테스타의 팬 사인회 후기로 SNS가 떠들썩해지자 뒤늦게 우두둑 붙은 악성 계정들 때문에, 박문대의 몇몇 팬들은 PTSD가 도지고 있었다.
-대체 왜 이러지?
-찐으로 정신 나간 것처럼 달려드네.. 하
-어디서 작당하고 온 것 같은데
안티들은 온갖 커뮤니티에서 교묘하게 왜곡된 논리를 늘어놓으며 박문대에 대한 여론을 선동하려고 노력했다.
주요 논지는 ‘혼자서만 따로 선물을 준비하다니 이기적’, ‘겨우 막대사탕으로 생색내는 기적의 가성비’, 그리고 ‘팬싸템으로 쓸데없는 관종짓’ 정도였다.
물론 제대로 통하는 곳은 거의 없었지만, 방어 자체가 심력을 소모할 일이었다.?
팬이 감정적으로 나오면 꼬투리가 잡히기 때문이다.
-좋은 날 이게 무슨 일이냐
-빨리 정리하고 다시 팬싸 달리고 싶어……
-매번 지친다 진짜
당황이 피로감으로 바뀌기 직전.
테스타의 계정에 알람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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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문대 (강아지 이모티콘)
이것은 오늘의 정산입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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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된 것은 받은 팬싸 소품을 따로따로 하나씩 걸친 박문대의 셀카들이었다. 배경을 보니 차 안인 것 같았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곧바로 추가 알람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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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있어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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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멤버들의 비슷한 컨셉 사진도 연달아 주르륵 올라온 것이다.
각자가 받은 팬싸 아이템을 바꿔 쓰기도 하며 색다름까지 챙겼다. 사진들이 하나같이 어찌나 구도를 잘 잡고 전문성 있게 찍었는지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
-문대야?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귀한..
팬덤이 갑작스러운 떡밥에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또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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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타자는 #바로나! (사진)
p.s. 7명 다 할 거예요~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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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세진이 택배를 개봉하는 박문대를 배경으로 턱에 브이를 댄 채 찍은 셀카가 첨부된 글이었다.
택배 안에는 소포장된 색색의 막대사탕들이 들어 있는 게 잘 보였다.
-헐
-미친
그렇다. 애초에 박문대는 이걸 혼자 기획하지 않았다.
아직 개인 팬덤이 뭉친 기조인 테스타 팬덤에서 혼자 이벤트를 하는 걸 경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가장 먼저 섭외한 건 팬싸에 자신감이 넘치던 큰세진이었다.
팬들은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셀카 폭탄 실화냐 더 터트려다오
-차래문큰 아주사 때 인형탈 이벤트할 때 생각난다ㅠㅠ 우리 애들 진짜 효자야… 사랑한드아!!
-팬싸 못 온 팬들도 다 챙겨주는 묘기 좀 보세요 이게 바로 아주사에서 생존한 아이돌이다
-120장 살 걸 대 혜자였잖아 줴엔장ㅠㅠ
그리고 박문대의 팬들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제 무슨 개소리가 나오더라도 두들겨 패서 쫓아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박문대 혼자만 저러는 거 난 보기 안 좋은 것 같아
└응 내일은 큰세진이가 해~ 릴레이로 다 같이 기획했거든! 우리 테스타 팬사랑 넘치는 거 보기 좋지 않니?♡ (사진)
-저게 뭐야;; 팬싸에서 저러면 템 준 사람들 기운 빠지겠다 그냥 막 머리에 쌓네..
└ㅎㅎ하나씩 걸치고 찍을 시간 줬어! 그리고 템 하나하나 따로 착샷 올려줬다? 심지어 다른 멤버들도 다같이ㅠㅠ 같이 볼랭? (링크)
이러면 더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슬그머니 사라지거나 ‘이미 삭제된 댓글입니다’를 만나볼 수 있었다.
-아 사이다 맛 좋다
-문댕댕 여기 사이다 한 그릇 더 주소!! (탕!
-샤따 내려 아 즐거웤ㅋㅋㅋㅋ
-문댕 천재 반박 안 받고 어쩌구
-문댕댕은 매일 셀카로 생존신고 해야하며 안 올리면 무슨 무슨 법에 걸림 암튼 그럼
팬들은 다음 날 팬 사인회까지 신나게 달리고 난 뒤, 속 시원한 채로 달게 잘 수 있었다.
-큰세진이 비눗방울 장난감 줬엌ㅋㅋㅋ
-팬싸 현장 졸지에 마법소년 세트장 재질됨
-넘 귀여워 문대 사탕에 이어서 큰세도 꼭 자기 같은 것만 골랐네ㅠㅠ (사진)
그리고 그 축제나 다름없는 분위기 속에서 많은 이에게 엄청난 갈등이 찾아왔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보겠다는 식으로 소속사가 추가 팬 사인회 일정을 발표한 것이다.
-다음 팬싸 일정 뜸 (링크)
└초동 다 지나고 잡는 거 실화냐 소속사 진짜 알못… 미칠 노릇
-아 추가 팬싸 주말이네 너무 가고 싶어ㅠㅠ
-팬싸 진짜 한번은 가봐야 하는 거 아님?
-다음 앨범에는 컷 더 오를 듯 지금 아니면 적금 깨야 하지 않을까.
얼마 뒤, 180장으로 오른 추가 팬싸 컷에 팬 가수 할 것 없이 다들 기함하게 된다는 것은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 * *
덜컹덜컹.
몸이 움직여 잠에서 깼다. 앞에서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
“……흠, 도착한 건가요?”
“아직 좀 남았어.”
“예….”
졸음에 잠긴 머리에 류청우와 매니저의 대화가 스치고 지나갔다.
‘…맞다.’
지금 이동 중이었지.
조금만 생각을 멈췄다가는 다시 잠에 들 것 같아서, 몸을 움직였다.
일단 현대인의 친구 스마트폰을 켰다.
[금 AM 4:35]‘출발한 지… 두 시간 반짼가.’
정말 스케줄 한번 대단했다. 나는 지근거리는 머리를 훔쳤다.
‘이번 주는 사전녹화 없다고 안심했더니, 예능을 새벽에 찍냐.’
그것도 경상도까지 가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덕분에 어제 팬 사인회 정산은 손도 못 댔다.
‘뭐 있는 거라도 올려야 하나.’
스마트폰으로 테스타 계정에 접속해서 약간 갈등하다가, 적당히 숙소에서 찍은 단체 사진을 몇 장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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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문대 (강아지 이모티콘)
테스타는 잠옷을 맞췄습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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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좀 과한가.’
올리고 보니 남의 잠옷이야 어찌 됐든 무슨 상관인지 싶기도 하다.
아이돌에게 TMI를 알려달라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풀었을 때 실망하는 경우도 많으니 정보를 잘 선택해야 했다.
‘이번 반응을 보고 범위를 조정해야겠군.’
업로드를 마치자마자 옆에서 인기척이 났다.
“으으음…….”
선아현은 비몽사몽 중에 눈을 뜨다가, 완전히 잠에서 깬 나와 눈이 마주치곤 화들짝 놀랐다.
“…! 도, 도착?”
“아니.”
“어….”
“더 자라.”
그렇게 말한 뒤 나도 도로 눈을 감았다.
아직 도착까지 두 시간은 남았으니, 조금이라도 더 잘 생각이었다. 저놈 성격에 옆 사람 깨어 있으면 못 잘 게 분명하기도 했고.
“…….”
하지만 눈 붙였다 떼니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피로가 시간을 잡아먹었다.
게다가 기상천외한 요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안대요?”
“예. 어떤 직업을 1일 체험하시게 될지 알 때 리액션이 중요해서요.”
“음, 알겠습니다~”
매니저가 나서서 정리해버린 덕분에 선택지 없이 안대를 차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밖이 보이지 않도록 철저히 막더라.
별 상관은 없다만, 안 그래도 졸린 놈들에게 안대를 채우니 몇 명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거의 졸기 직전이던 차유진은 옆구리가 찔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으흐……. 앗!”
“자, 가자!”
그대로 제작진의 안내에 따라 비척비척 이동했다.
“이제 안대를 벗어주세요~”
“넵!”
그리고 안대를 내린 뒤 보인 광경은…….
웬 호수와 벌판이었다.
“…??”
‘뭐냐.’
당황한 건 당연히 나뿐만은 아니었다.
“…저 깨어 있죠?”
“여기 어디예요?”
뭐라 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웬 이동식 현수막이 스탭들에 의해 테스타의 정면에 등장했다.
[축! 국민주식 ★테스타★ 방문!] [한국 조류가 당신을 환영합니다!] [in 주남저수지]오색찬란한 무지갯빛 새 그림이 펄럭였다.
“…?!”
밑줄 쳐진 맑은고딕 폰트가 번쩍였다.
“…??”
고개를 돌리니 이세진까지 입을 벌리고 현수막을 보고 있었다.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누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웬 인자한 인상의 장년 남성이 허허 웃으며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조류 연구가 김정원입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셔요!”
그간의 서바이벌 촬영 경험이 어디 가지는 않았는지, 다들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고개를 박았다.
‘…잠은 다 깼군.’
하지만 여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들이다.
조류 연구가는 허허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여러분이 오늘 여기서 조류 연구가 체험을 한다고 들었어요~”
“예? 예. 저희가 1일 직업 체험을 한다고…….”
“예예. 그렇지요~ 오늘 저와 함께 조류 연구가의 기본 작업을 해봅시다~”
“조류 연구…?!”
상상도 못 했던 직업이 튀어나오자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당황했다. 그러나 조류 연구가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 참 매력적인 친구들이죠. 오늘 그 친구들을 더 자세히 관찰해보는 시간을, 저희가 가질 겁니다~”
“어…….”
“철새 촬영을 할 거예요!”
“헉.”
순식간에 카메라가 배부되었다. 테스타는 현수막을 끌고온 스탭들이 일사불란하게 나눠주는 물건을 받아들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 아아!”
“새 좋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조류 연구가는 흐뭇하게 웃었다.
“하하! 젊은 친구들이라 기운이 좋습니다~”
“하하하!”
드디어 화목한 웃음이 터졌다. 선아현이 안심한 듯, 약간 기대된다는 얼굴로 슬그머니 말을 걸어왔다.
“재, 재밌을 것 같지…?”
“그러게. 문대 너 사진도 잘 찍잖아!”
“…….”
이놈들… 당연하지만 잘 모르는군.
하지만 카메라를 확인하고 간신히 대답을 바꿨다.
“…보람 있겠네.”
“하하, 그렇지!”
그래. 정말, 보람만 있을 것이다…….
나는 이름도 기억 안 나는 동아리 선배에게 들었던 눈물의 썰을 떠올렸다.
-X발, 철새 찍고 싶으면 무조건 겨울이야.
-여름에는… 철새 도래지도 별로 없고.
-더워서 뒤질 것 같거든…….
“…….”
오후 음방에 이놈들이 제정신으로 출연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되는군.
“하하하! 그럼 이동하죠!”
“넵!”
조류 연구가의 웃음소리가 슬슬 석사를 포획하는 교수처럼 들렸다. 뭣 모르는 학부생 같은 테스타놈들은 졸졸 연구가를 따라 이동했다.
“와, 날씨 좋아요!”
“이제 해가 일찍 떠서 쨍쨍하네.”
얼마 후면 그늘만 간절히 바라게 될 놈들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묵묵히 발을 옮겼다.
그리고 계속 옮겼다.
……계속.
“……?”
끝나지 않는 행군에 당황한 놈들 사이로 류청우가 총대를 멨다.
“선생님?”
“예?”
“음, 저희 얼마나 더 이동하면 될까요?”
조류 연구가가 밝게 웃었다.
“하하! 철새가 보일 때까지 걸어야죠!”
“…!”
“아~ 혹시 언제쯤 보일까요?”
큰세진이 얼른 치고 들어왔다. 조류 연구가는 허허 손사래를 쳤다.
“어허~ 그걸 알면 신이지~”
“…!!”
슬슬 분위기를 파악한 놈들이 얼어붙기 직전, 큰세진이 얼른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 그렇죠~? 그래도 신께서 보우하사 운이 좋아서 얼른 보면 좋겠네요~ 하하! 그치?”
예능에서 분위기 망치지 말고 웃기나 하라는 신호였다.
“아하하!”
“맞는 말씀이십니다.”
분위기는 억지로 다시 화기애애해졌다. 그리고 다시 행군이 이어졌다.
터벅터벅.
끝없는 저수지와 녹색이 이어졌다. 이대로 계속 걷기만 하다가는 예능이 아니라 체험 다큐멘터리가 될 분위기였다.
다행히 조류 연구가에게 끊임없이 큰세진이 말을 걸어서 분량을 뽑고 있었다. 싹싹하다 보니 어르신 취향에 딱 맞았는지 대화가 잘 이어졌다.
“그래서 뱁새들이 여름에는 요롷~게 홀쭉하죠.”
“아~ 그럼 저희가 인터넷에서 주로 보는 사진은 여름 건 아니겠네요!”
덕분에 리액션만 하면서 이동할 수 있었다.
‘제대로 밥값 하는군…….’
하지만 무슨 말을 해도 답변이 뱁새 이야기로 돌아가는 통에 무슨 분량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어느 시점.
조류 연구가가 팔을 들었다.
“저~기 버드나무 보이시죠? 새가 있네요!”
“오오!”
“와!”
드디어 행군이 끝났다는 생각에 순식간에 얼굴들이 밝아졌다. 차유진은 대놓고 그쪽으로 달려가려 했다.
“어어, 너무 가까이 가면 안 됩니다! 새들 도망가요!”
“오, 넵…….”
조심조심 다시 걸어가려는 차유진에게, 조류 연구가가 벙긋 웃으며 어깨를 턱 잡았다.
“자, 앉아서 이동합시다~”
“…….”
잠시 뒤.
모두가 오리걸음으로 물가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무슨 훈련소 체험이냐.’
이 예능 왜 1화가 망했는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