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118
117화. 태극기가 펄럭인다 (5)
각성자 협회장 윤한종이였다.
그의 일갈에 사람들은 그제야 진정했고,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
윤한종은 다시 외쳤다.
“협회 직원들은 즉시 일반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헌터들은 마수와 싸울 준비를 하도록!”
윤한종의 대처는 마치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이 무척이나 빨랐다.
그랬다.
그는 예상하고 있었다.
약 3분 전, 그가 상황을 보고받기 위해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으로 이신의 다급한 음성이 들렸다.
– 영감님! 지금 협박당하는 사람에 대해 조사하던 중에 주거침입 흔적을 발견해서 추적에 성공했습니다. 블랙맨들을 급습해서 인질로 잡고 있던 임산부 한 명을 구했습니다만,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뭐가 문제인데?”
– 협박당하는 남자가 입은 옷, 그 옷에 특수한 장치가 있다고 합니다.
“그 장치가 뭔데?”
– 공중의 마수를 부르는 미끼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보고를 받기 바로 전, 김명희는 윤한종에게 협박당하는 남자의 옷에 뭔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래서 미리 시민들을 대피시킬 수 있도록 준비해 놓으라고 지시했었기에, 시민들의 대피는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가장 먼저 대피하는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을 보며 헌터들의 눈에는 혐오감이 스쳐 갔다.
그때 윤한종이 말했다.
“그런 눈으로 볼 것 없네. 저들이 죽으면 골치 아파지니까.”
“알겠습니다.”
“협회장님께서도 어서 대피하시지요. 협회장님께 일이 생기면 골치 아파지는 것을 넘어 곤란해집니다.”
“내가 먼저 도망갈 수는 없지.”
“하지만…….”
“자네들이 나를 잘 지키면 되지 않나? 그리고 난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네.”
윤한종의 말에 경호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 앞에 몇 겹이고 실드를 둘렀다.
그 시각.
유순태와 임소영은 은탑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서둘러 대피하고 있었다.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는 만큼, 모든 공공시설에는 그곳의 수용 가능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소가 있었다.
그들은 그곳으로 대피했다.
저번 어린이날 행사 당시에는 요인을 노린 저격 사건이었기에 대피소로 대피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마수들의 습격이었다.
“강소야! 얼른 이쪽으로!”
유순태와 임소영은 강소를 불렀다. 하지만 강소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하영이를 챙기러 간다.”
유순태와 임소영은 강소에게 말했다.
“부탁한다.”
“부탁해요.”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유하영이 어디에 있는지 기운을 풀어 살폈고, 곧 무대 쪽에서 유하영의 기운을 느꼈다.
탓-!
그는 즉시 무대 쪽으로 달려갔다.
* * *
그 시각.
까맣게 하늘을 뒤덮은 공중형 마수들을 보고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던 사람들은 의아함을 드러냈다.
“어? 봐 봐! 마수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고 있어!”
“정말이네?”
“대체 무슨 일이지?”
강소가 장훈철 종합 운동장 위쪽에 자신의 기운으로 넓은 막을 쳤다. 그게 그가 미리 해 놓은 조치였다.
그래서 공중의 마수들은 그 막에 막혀서 더 사람들을 공격하지 못했다.
미리 공중에 막을 쳐 놓은 덕분에 상당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곧 연락을 받은 헌터 길드에서 출동했고, 공중의 마수에 맞서서 싸우기 시작했다.
막 안에 있던 헌터들 역시 그냥 손 놓고 있지 않았다.
“저 막은 밖으로 나가는 건 막지 않아요!”
강소에게 언질을 받은 김명희의 외침에 헌터들은 인벤토리에서 각자의 무기를 소환했다.
그러고는 밖으로 나가 싸우기 시작했다.
그 선봉에는 적룡 길드의 김해철과 차기 길드장 김지은이 있었다.
강소의 우선순위는 그 현장이 아닌, 유하영이었다.
그는 전화로 하태복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형님!
“지금 어디냐?”
– 하영이와 함께 무대 뒤쪽에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입구를 통해 대피소로 향하려고 합니다.
“알았다.”
곧 강소는 무대 쪽에 당도했다.
그때, 강소는 한 남자가 무대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저자가 향하는 곳에는 하영이와 아이들이 있는데?’
강소는 그 남자의 모습에서 광기를 보았다. 그 광기는 죽음을 각오한 자의 광기였다.
그 남자가 외쳤다.
“모든 것은 위대한 그분을 위하여!”
그리고 남자가 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를 꽉 누르려는 그때였다.
“이노오옴!”
누군가 소리를 지르며 그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김정태였다.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
“뭐야! 이 늙은이는!”
그 남자 역시 각성자였는지,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소환하여 김정태를 향해 휘둘렀다.
픽-!
그의 단검에 스친 김정태의 얼굴에서 피가 흘렀다.
하지만 김정태는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흉터투성이인 얼굴인데 흉터 하나 더 생겨 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을 테니.
그의 목적은 테러범이 분명한 이자를 제압하는 것이었다.
지금 이자는 폭탄을 터트리려 했고, 이런 놈 때문에 아이들이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
슥-! 스윽! 서걱-!
단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김정태는 간신히 급소를 피했다.
하지만 몸에 상처가 늘어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피하지 않았으니까.
“젠장! 이 늙은이야! 같이 뒈지려고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군!”
정말로, 나쁘지 않았다.
자신은 이제 살 만큼 살았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기쁘게 죽을 수 있었다.
처음 자신이 전장에 뛰어들었을 때처럼.
“젠장!”
그 남자는 자신이 놓친 기폭 장치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사실 이번 일을 계획한 자들은 한 가지를 더 준비해 놨다. 그것은 바로 자폭 테러였다.
장관들의 경호원들에 대한 몸수색에 허술한 면이 있다는 것을 노린 것.
그 남자는 장관의 경호원으로 외모를 바꾸고 들어온 블랙맨이었다.
원래는 마수들의 공격으로 대피소로 대피했을 때 그 가운데에서 자폭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런 자신을 은탑의 직원들이 막아 세웠다.
그 정도는 강소가 아니라도 알 수 있었다. 김명희의 감각을 속일 수 없었으니까.
그때 깨달았다.
자신의 정체가 이미 탄로 났다는 것을!
하여 그는 계획을 바꾸어 가장 만만한 상대인 아이들을 저승길 동무로 삼기로 한 것!
그래서 섬광탄으로 직원들의 시야를 가리고, 그 틈을 타서 무대로 달려왔다.
그리고 폭탄을 터트리려는 그때, 그를 김정태가 막아 선 것이었다.
아이들이 걱정되어서 대피하면서도 무대 쪽을 연신 보고 있던 덕분에 테러범을 발견할 수 있었다.
테러범은 자신이 떨어트린 기폭 장치를 다시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죽을힘을 다해 자신을 제지하는 김정태를 넘어설 수 없었다.
그때, 그 기폭 장치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어?”
그리고 그건 한 은탑 직원의 손으로 들어갔다.
“위험하게 장난질이라니! 이러면 못쓰지!”
그 직원의 능력은 염동력이었고 그래서 멀리서도 그 기폭 장치를 회수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곧 테러범은 체포되었다.
강소는 아이들과 유하영이 무사히 대피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유하영의 옆에는 하태복이 있으니 그가 따라가지 않아도 되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외식을 하기로 했지.’
저녁에는 식당들이 문을 여니, 저녁에 외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외식 메뉴는 돈가스였다.
하지만 공중을 뒤덮은 마수들을 전부 처리하지 않는 한 오늘 외식은 물 건너가는 것이었다.
“아, 그러면 안 되지.”
오늘 외식을 못 한다면 돈가스를 먹는다고 좋아했던 유하영이 슬퍼할 것이 분명했다.
강소는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이신이었다.
– 네, 형님!
“너 지금 어디냐?”
– 수복절 기념식에 마수가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지금 가고 있습니다.
“몇 분 후에 도착하냐?”
– 1분 후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알겠다. 도착하면 전화해라.”
1분 정도는 기다려 줄 수 있었다. 그는 힐러들에게 응급조치를 받고 있는 김정태를 보았다.
그는 힐러에게 말했다.
“아, 흉터는 그냥 남겨 주게나.”
“네?”
“그 흉터도 나에게는 기억이거든. 이날의 기억을 잊고 싶지 않아서 말이네. 부탁하네.”
“그럼, 알겠습니다.”
강소는 그 말에, 김정태가 왜 흉터를 없애지 않고 놔두는지 알 것 같았다.
그 흉터들은 김정태에게 있어 기억이나 다름없었다.
자신의 치열했던 삶의 기록을 잊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그때 강소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 형님! 저 도착했습니다! 와, 징그럽게도 많네요!
“그럼 큰 거 하나 날려라.”
– 알겠습니다.
강소는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날았다.
하지만 태허무영신법을 사용하고 있는 강소를 인지한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음, 모두 대피했군.”
공격에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신은 모든 헌터들을 대피시킨 것 같았다.
저 멀리서 이신이 헬기에 서서 자신의 애검 풍백을 꺼내는 것이 보였다.
그의 검에 푸른빛을 띠는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 강소는 이신이 광풍파해검 중 광역기라 할 수 있는 공격인 광풍비엽(狂風飛葉)을 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신은 검을 휘둘렀다.
검에서 뻗어 간 오러가 수천 개의 오러 조각이 되어 마수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께에엑!
끼이익!
꾸에에엑!
역시 제로급이라 할 수 있는 실력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 방에 모든 마수들을 처리하기에는 부족했다.
강소는 두 손에 기운을 모았다.
그리고 박수를 쳤다.
짜악-!
그와 동시에 강소의 손에서부터 시작된 흉포한 기운이 퍼져 나갔다.
그 여파에 은탑의 직원들과 헌터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공중을 뒤덮었던 모든 마수들이 시신이 되어 장훈철 종합 운동장을 가득 덮었기 때문이었다.
단 한 마리도 예외가 없었다.
그 모습에 이신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와…… 형님, 완전 대박인데요.”
* * *
그 후로 이틀이 지났다.
“강소야! 배달이다!”
“알았다.”
강소는 유순태의 말에 철가방에 미리 단무지와 김치 등을 넣기 시작했다.
TV에서는 이번 수복절 기념식 때 있었던 일에 대해서 연일 특보를 내보내고 있었다.
[이번 수복절 기념식을 노린 자들은 헬하운드라는 이름의 블랙맨 조직으로 무엇을 노리고 이번 일을 계획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이번 일에 대해 이신과 김명희에게서 감사하다는 장문의 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강소는 그날, 무사히 외식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음식 다 나왔어요!”
김지은과 강소는 짜장면 그릇을 랩으로 쌌고, 철가방에 그릇을 넣었다.
“어?”
그런데 그 배달 장소가, 헌터총회 앞의 공원이었다.
그걸 본 강소가 유순태에게 말했다.
“저기, 부탁이 있는데…….”
잠시 후.
강소는 헌터총회 앞의 공원에 도착했다. 그가 도착한 것을 본 한 노인이 말했다.
“아! 짜장면 왔네!”
“어여 먹자고!”
“잘 먹을게요. 형님.”
“그래, 맛있게 먹으라고.”
가만 보니, 옆에 흉터투성이 얼굴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오늘 그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에게 짜장면을 사는 것이었다.
강소는 짜장면을 그곳의 벤치에 놓고는 또 하나의 철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건 군만두 네 접시였다.
그걸 본 김정태가 물었다.
“어? 웬 만두가 이렇게 많아?”
“서비스입니다.”
“서비스?”
“네.”
그건 저번 수복식 기념식 때 유하영과 아이들을 위해 테러범을 막아 선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하지만 그건 굳이 말하지 않았다.
강소는 그저 웃으며 말했다.
“맛있게 드세요.”
“고맙네.”
강소는 철가방을 들고 양춘각으로 향했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김정태를 보았다.
김정태는 헌터총회를 바라보고 있었다.
헌터총회의 꼭대기에서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11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