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119
118화. 이거, 실화예요? (1)
8월도 이제 슬슬 하반기로 접어들고 있었다.
유하영은 오늘 촬영이 있어서 임소영과 함께 외출 중이었다.
딸랑.
2시가 거의 다 되었을 때였다.
양춘각 가게 문이 열리고,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의 손님이 들어왔다.
바로 드라마 ‘백장미의 복수’를 쓴 최백합 작가였다.
“어서 오세요.”
김지은은 얼른 그녀를 맞이하며 물과 물컵을 가져다 놓았다.
“무엇을 드릴까요?”
“냉면이요. 비빔냉면으로요.”
“알겠습니다.”
주문을 받은 유순태가 냉면을 만들기 시작했고, 곧 냉면을 준비대에 올려놓았다.
“음식 나왔다.”
“네!”
김지은은 최백합 앞에 단무지와 김치, 비빔냉면과 겨자와 식초, 그리고 육수가 담긴 그릇을 놓았다.
“가위 드릴까요?”
“네.”
“여기 있습니다.”
그때 문이 열리고 강소가 들어왔다.
“다녀왔다.”
“수고했다.”
“수고하셨어요.”
강소는 수거한 그릇을 주방에 가져다 놓았다.
“주문은?”
“없어. 이제 점심 주문은 없을 것 같은데?”
“그러냐?”
그런데 최백합이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식초를 냉면 그릇에 거의 쏟아 붓다시피 하고 있었다.
“손님. 식초가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만.”
“네? 아! 아앗!”
그제야 최백합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깨닫고 난감해했다.
“하아…….”
그걸 본 유순태가 주방에서 나왔다.
“다시 해 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해요.”
“아닙니다. 맛있는 음식을 드시도록 하는 게 제 직업인걸요.”
유순태는 최백합의 냉면 그릇을 가지고 들어갔다.
“하아…….”
최백합을 한숨을 쉬었고, 그런 그녀를 보고 김지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고민이 있으신가 봐요.”
“아…… 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백장미의 복수가 끝났잖아요.”
“그렇죠. 무척 높은 시청률이었죠! 저도 마지막 회 봤어요.”
“감사합니다.”
최백합은 웃었다.
“그런데 대체 무슨 고민이 있으시기에…….”
곧 시무룩해졌다.
“차기작이요.”
“차기작이라면?”
“백장미의 복수 그다음 작품을 써야 하는데…… 도무지 소재가 생각이 나지 않아요.”
“그렇군요.”
곧 유순태가 다시 냉면을 만들어 가지고 왔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고 제대로 식초와 겨자를 넣고 가위로 몇 번 자르고는 슥슥 비볐다.
그러고는 후루룩 냉면을 먹었다.
그때 김지은이 물었다.
“이번에도 막장 드라마를 쓰실 건가요?”
“네.”
최백합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이 힘들수록 사람들은 더욱더 막장 드라마를 찾으니까요. 그리고 저도 막장 드라마를 싫어하지 않아요.”
그녀는 씩 웃었다.
“재밌잖아요. 사실 저도 욕하면서 쓰거든요.”
“하하하.”
“그렇군요.”
“그런데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서 미칠 것 같아요.”
“소재라면, 많지 않나요?”
유순태의 물음에 최백합이 한숨을 내쉬었다.
“소재가 많아도, 그걸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문제는 이미 한 번씩 다 써먹었던 것들이라서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게다가 시청자들 눈이 보통 높은 게 아니거든요. 적당히 짜깁기하면 그거 엄청 잘 알아차려요.”
“그렇겠군요.”
유순태가 말했다.
“제 아내도 드라마를 보다가 어디서 많이 본 스토리라고 말하거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줄거리를 예상하고 그러더군요.”
“하하하.”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최백합은 냉면 한 그릇을 다 먹고 커피까지 타서 홀짝이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데, 어디 좋은 소재 없을까요?”
“글쎄요?”
“배다른 남매의 사랑 이야기 어떤가요?”
“그건 백장미의 복수에서 썼었어요.”
“남편의 동생과 바람피우는 이야기는요?”
“진부하다고 생각할걸요?”
유순태와 김지은이 하나씩 아이디어를 냈지만 모두 기각되었다.
“그러면…….”
그때 강소가 입을 열었다.
“이 이야기는 어떤가요?”
“어떤 이야기요?”
강소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자신의 가문을 멸문시킨 가문에 복수하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그 가문의 하녀로 들어가 원수 가문의 아들을 유혹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아! 그거 좋은데요?”
최백합의 눈이 반짝였고, 강소는 말을 이어 갔다.
“원수의 아들을 유혹해서 혼인했고, 그 아들을 가주로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술수를 써서 결국 그녀는 자신과 결혼한 원수 가문의 아들을 가주로 만들었지요.”
강소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 아들을 조종하여 서서히 그 가문을 망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침내 그 가문이 망했을 때 그제야 그녀는 복수를 다 이루었다면서 자결했습니다.”
강소의 말에 최백합이 말했다.
“음, 뭔가 조금 고치면 제법 괜찮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요. 고마워요.”
“제가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군요.”
강소의 말에 최백합의 얼굴은 순간 빨개졌다. 강소의 미소가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최백합이 말했다.
“그런데…… 설마 그 이야기, 실화예요?”
그 물음에 강소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화입니다.”
“……그렇군요.”
사실 강소가 말한 이야기는 그가 살던 세상에서 제법 유명한 이야기였다.
그 여자가 가문을 망하게 한 방법이 바로 역모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이었지만 그건 지금 세상에 맞지 않았기에 생략한 것이었다.
“그게 실화라니! 놀라운데요.”
김지은의 물음에 강소가 말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이건 놀라운 일에 속하지도 않습니다. 잃어버린 딸을 찾았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첩이었던 일도 있었는걸요.”
그 말에 유순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더 듣다가는 내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다.”
“그럼 네 정신 건강을 위해 여기서 멈추어야겠다.”
그날 밤.
강소는 미리내 공원으로 왔다.
이혁의 운동을 봐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미리내 공원에 도착한 강소는 옅게 미소 지었다. 이혁이 미리내 공원에 미리 나와 강소가 알려 준 권법을 익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슉! 슈욱!
우웅-!
주먹과 발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제법 날카로웠다.
‘음, 저 정도면 D급 각성자와 호각이라 할 수 있겠군.’
강소는 단순히 권법만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무공의 기본이 되는 심법까지 알려 주었다.
바로 명정심법이었다.
사실 명정심법은 각성자에 맞춘 심법이라기보다는 그가 있는 세상의 기운인 오러를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심법이었다.
그렇기에 일반인이 익혀도 문제가 없었으며, 각성자와 비슷한 힘을 가질 수 있었다.
강소는 자신이 만든 명정심법이 가져올 여파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걸 알고 있기에 명정심법을 만든 것이었다.
기존의 각성자들은 더욱 강해질 수 있도록, 그리고 일반인도 쉽게 스러지지 않도록 말이다.
그렇게 해서 마수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명정심법은 빛나는 것이었다.
강소는 일부러 인기척을 내며 다가왔다.
그 인기척에 이혁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왔군!”
“네. 열심이시네요.”
더운지 웃통을 벗고 있는 이혁의 몸을 본 강소는 씩 웃었다.
“이제 슬슬 고백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응?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이 정도면 그 우인건인가 하는 그 배우의 복근은 뛰어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 그, 그런가? 하하하.”
이혁은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서 언제 고백하실 계획이십니까?”
“어?”
“아무래도 백현미 씨가 출장에서 돌아왔을 때 고백해야겠죠.”
강소의 물음에 이혁의 얼굴은 금세 붉어졌다.
“그, 그래야겠지. 그런데 너무 빠른 거 아닐까?”
“미적거리다가 놓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백현미 씨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면 그 모습을 울면서 보실 겁니까?”
“그, 그건 안 되지!”
“그렇죠. 그건 안 되죠.”
이혁이 말했다.
“백현미 씨 출장이 다음 주에 끝나거든. 그러니까 다음 주에 고백을 해야겠어.”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순태와 안주인에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 * *
국립 B&T 마정석 연구소는 서울에 본부를 두고 서해 지부, 남해 지부, 동해 지부, 이렇게 총 세 개의 지부를 두고 있었다.
각 지부에서는 마정석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남해 지부.
남해라는 말이 낭만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이곳은 바다는 보이지도 않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바다는 위험하니까.
사실 바다 근처에 있어도 바다는 볼 수 없었다. 연구소 안은 창문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마정석 연구라는 특성 때문에 보안이 중요해 연구소의 건물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온통 백색의 공간.
환한 불빛 아래에서 연구원들이 온갖 기계로 마정석을 들여다보며 연구하는 것을 연구소 안 구름다리 위에서 보던 백현미는 자신도 모르게 하품을 했다.
“지루하지?”
“아! 선배님!”
그때 백현미와 같은 회계부서에 있는 여자 선배가 그녀에게 캔커피를 건네었다.
그녀의 이름은 유지영.
일도 사랑도 다 이룬 여자로, 백현미의 롤모델이었다.
“마셔.”
“감사합니다.”
“이제 슬슬 이번 프로젝트도 결말이 보이는 것 같아. 그러면 우리도 예정대로 서울로 돌아갈 수 있겠지.”
“확실히 일을 해도 서울에서 하는 게 더 편한 것 같아요.”
“당연하지. 내 자리잖아, 내 자리.”
그때 유지영이 백현미에게 물었다.
“그런데, 현미 씨 아직 애인 없지?”
“아…… 네.”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도 없어?”
그 물음에 백현미는 쑥스러운 듯 대답했다.
“그게 사실요, 자꾸 생각나는 사람이 있기는 해요.”
“오~! 그래?”
“노력하는 모습이 굉장히 멋진 사람이거든요. 처음 봤을 때는 그저 그런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백현미의 두 뺨이 발그레해졌다.
“생긴 건 어때? 멋있어?”
유지영의 물음에 백현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운동을 시작했는지 점점 살이 빠지더니 지금은 엄청 잘생겼어요. 몸도…… 좋고요.”
“긁지 않았던 복권을 긁었다는 거구나.”
“헤헤헤.”
“완전 푹 빠졌네.”
순간 백현미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과연 그 사람은 저같이 별 볼 일 없는 여자를 좋아해 줄까요?”
“왜? 현미 씨가 어디가 어때서?”
유지영이 말을 이었다.
“공기업에 근무해서 월급 많지, 얼굴이랑 몸매도 그 정도면 괜찮지.”
“평범하잖아요.”
“원래 평범한 게 가장 좋은 거야.”
유지영은 다 마신 커피 캔을 옆의 쓰레기통에 넣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슬슬 들어가자. 뒷마무리해야지.”
“네. 오늘 정산 들어갈 연구비는 대체 얼마나 되려나요? 억 단위는 확실히 넘을 것 같죠?”
“두말하면 입 아프지.”
그때였다.
콰앙-!
굉음이 울려 퍼졌다.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굉음이었다. 그 충격에 백현미와 유지영은 넘어져 바닥을 굴렀다.
“꺅!”
“까아악!”
“대체 무슨 일이죠?”
“폭발인 것 같은데?”
그때 밑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블랙맨이다! 블랙맨이 연구소를 습격했어!”
그 말에 백현미와 유지영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때 백현미가 말했다.
“회계실로 가야 해요!”
“뭐?”
“그곳에 있는 자료들! 파기해야 해요!”
“그렇지. 그래야지!”
공기업에 근무하는 자들의 의무 중 하나가 바로 블랙맨들의 습격을 받았을 때 모든 자료를 파기하는 것이었다.
컴퓨터 안의 자료는 파기 프로그램으로 파기하고, 나머지 서류들은 불을 지르든, 파쇄기에 넣고 갈아 버리든 해서 절대 블랙맨의 손에 어떤 자료도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그들의 거룩한 의무였다.
* * *
그 시각.
강소는 TV의 뉴스 속보를 보았다.
[지금 국립 B&T 마정석 연구소 남해 지부에서 원인 불명의 폭발이 일어난 것과 관련하여 블랙맨의 습격이 있는 것으로 보고 병력을 파견하여…….]강소는 국립 B&T 마정석 연구소라는 이름에서 기시감을 느꼈다.
‘내가 어디서 들었더라?’
그때 강소의 핸드폰이 울렸다.
이혁의 전화였다.
“네, 사장님.”
강소가 전화를 받자, 이혁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좋지?
“진정하시고, 천천히 말씀해 주십시오.”
– 방금 뉴스에 나온 국립 B&T 마정석 연구소 남해 지부에, 거기에 지금 현미 씨가 있어!
무림에서 온 배달부 11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