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147
146화. 꼬물이 동요대회 (3)
다음 날.
강소는 눈앞에 보이는 간판에 뺨을 긁적였다.
“이곳이…… 노래방이군.”
“뭘 새삼스레 그래? 평소에 배달하러 몇 번 와 봤잖아?”
유순태의 말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와 보기는 했지만, 노래를 부르러 온 건 처음이니까.”
“어서 들어가요! 오빠!”
옆에서 김지은이 즐거운 표정으로 강소에게 말했고, 오동수 역시 기대된다는 표정이었다.
지금 시간은 저녁 8시.
아직 청소년인 오동수는 밤 10시 이후에는 노래방을 이용할 수 없기에 양춘각 영업이 끝나자마자 온 것이었다.
지금 유하영은 황태준의 작업실에서 노래를 연습 중이었기에 임소영은 함께하지 못했다.
대신 ‘잘 놀다 와요.’라고 말해 주었다.
“하영이도 힘들겠어요. 아직 다섯 살인데.”
김지은의 말에 유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러지 않아도 전에 말했거든. 힘들면 안 해도 된다고. 그랬더니 뭐라는지 알아?”
“뭐라는데요?”
“너무 재밌대. 즐거워서 힘든 줄 모르겠다고.”
“방송을 즐기면서 하다니, 타고났네요.”
노래방은 지하에 있었다.
그들이 들어가자 노래방 주인이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거, 양춘각 사장님 아니세요?”
“네. 오랜만에 왔습니다.”
노래방 사장이 양춘각의 단골이다 보니, 서로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아! 직원분들이 다 오셨구나! 그런데 사모님께서는?”
“지금 하영이랑 같이 어디 좀 갔습니다.”
“그러셨구나.”
“물론 와이프가 허락해 줬습니다.”
“하하하.”
그 말에 노래방 사장이 크게 웃었다.
“3번 방으로 들어가세요. 몇 시간 부르실 겁니까?”
“10시까지만 놀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미성년자가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기본 한 시간에 30분은 서비스로 넣어 드리죠.”
“감사합니다.”
그들은 3번 방으로 들어갔다.
한쪽 벽에는 커다란 모니터가 자리하고 있었고, 사방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탁자 위에는 탬버린이 올려져 있었고, 양쪽 벽에 마이크가 달려 있었다.
“노래방이 이런 모습이구나.”
강소는 처음 들어와 보는 노래방의 구조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노래를 꼭 노래방에 와서 불러야 하는 거냐?”
그 물음에 유순태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민망하니까?”
“……?”
“흥도 별로 나지 않고?”
“……?”
“그냥 그렇다는 거다. 자세한 건 묻지 마.”
“알았다.”
유순태는 얼른 탁자 위에 있는 태블릿을 조작해서 원하는 노래를 선곡했다.
예전에는 노래방 선곡표가 책자 형태로 되어 있었지만, 요즘은 종이가 생각보다 비싼 시대였기에 태블릿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태블릿으로 원하는 노래를 찾아 두 번 터치해서 곡을 선곡했다.
유순태가 선곡한 노래는 ‘사나이의 봄날’이라는 노래였는데, 강소는 노래 가사가 그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지은은 발랄한 노래를, 그리고 오동수는 아이돌 노래를 불렀다.
“이제 너도 노래를 불러 봐야지. 혹시 부르고 싶은 노래 있어?”
유순태의 말에 강소가 핸드폰으로 찾은 뭔가를 보여 주었다.
누군가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었다.
“어? 이 가수, 이건호잖아?”
동영상의 제목은 [이건호 / 가을비보다 햇살이 좋아] 였다.
“어제 들어 봤는데, 제법 좋더군.”
“이 노래, 고음이 좀 힘들기는 하지만 뭐 한번 불러 봐. 선곡 어떻게 하는지 알려 줄까?”
“어떻게 하는지 알 것 같다.”
강소는 스스로 태블릿으로 노래를 선곡했다.
따라따따…….
곧 반주가 나왔고, 강소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비 오는 날에 보는 그대의 표정은 우울해 보이네…….”
혹시나 하고 긴장하던 유순태와 김지은은 강소가 노래의 첫 소절을 부르자 두 눈을 깜빡였다.
다행히 이번에는 시조를 노래하는 흑역사를 만들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잘 하는데?’
‘오빠! 멋져!’
‘형, 진짜 대단하시구나! 노래도 잘 부르시고!’
객관적으로 들어 봐도 잘 불렀다.
자유자재로 음의 강약을 조절하고 또 가수 이건호 노래의 특징인 극악한 고음까지 무리 없이 소화해 냈다.
“……그러니까, 나는 비 내리는 가을보다 햇살이 더 좋아.”
강소가 노래를 끝내자, 넋 놓고 노래를 감상하고 있던 그들은 약 3초 후 정신을 차리고 물개 박수를 쳤다.
“와! 생각보다 잘 부르는데?”
“오빠! 가수로 데뷔해도 되겠어요!”
“맞아요! 형!”
그리고 노래방 기계에서는 팡파르와 함께 100점이란 점수가 표시되었다.
그때.
그 노래방에 한 남자가 있었다.
아는 동생과 회식 후 잠시 들린 노래방이었다.
그 남자는 3번 방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발길을 멈추고, 문 앞에 서서 그 노래를 들었다.
‘대박! 대박이야! 이건!’
그 남자는 간신히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슬며시 문을 열었다.
안에는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있었는데, 한 남자가 쑥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세 명의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었다.
마이크를 쥐고 있는 사람은 고등학생 정도로 보였다.
‘나이도 딱이군!’
거기에, 순정만화를 찢고 나온 것 같은 막강한 비주얼까지!
아이돌로는 정말 딱이었다.
다른 포지션의 멤버는 돈과 시간을 엄청나게 들이면 어느 정도 키울 수 있지만, 메인 보컬만은 찾아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니,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하고 비주얼까지 좋다면 보따리 싸 들고 쫓아다닐 가치가 있었다.
그렇기에는 그는 망설이지 않고 3번 방의 문을 연 것이었다.
“저, 실례합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낯선 사람의 방문에 유순태가 물었다.
강소는 그가 자신들이 있는 방의 문 앞에 서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방금 ‘가을비보다 햇살이 좋아’를 부른 분이 이 학생이 맞습니까?”
그 말에 유순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습니다만.”
그 말에 그 남자는 얼른 품에서 명함을 꺼내 강소에게 내밀었다.
“저는 RD엔터의 실장 고영민이라고 합니다.”
강소는 우선 그 명함을 받았다.
“혹시, 아이돌로 데뷔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1초도 망설임 없는 즉답에 고영민은 당황했다.
“어? 네?”
보통 이렇게 접근하면 놀란 표정으로 ‘제가 아이돌이요?’ 또는 ‘어? 생각해 볼게요.’ 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단번에 거절이라니!
그때 옆에 있던 오동수가 말했다.
“형. 너무 정색하고 대답하면 이분 상처 받아요.”
“아, 그런가? 죄송합니다.”
“괘, 괜찮습니다.”
연예계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고, 이 정도로 상처받을 정도면 실장 자리를 내놓아야 할 터.
고영민은 강소에게 물었다.
“왜 싫으신지 이유를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저는 배달부를 해야 해서 말입니다.”
“네?”
그 말에 유순태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사실 제가 양춘각이라는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친구는 저희 중국집의 배달부입니다.”
“하지만 배달부를 그만두고 아이돌로 데뷔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도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요?”
강소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배달부 일을 하는 건, 돈을 위해서도 미래를 위해서도 아닙니다.”
“그럼…….”
“그것까지 말해야 합니까?”
“아, 아닙니다. 하지만 학생의 미래는 아직 창창하고…….”
그런데, 옆에 서 있던 김지은과 오동수가 웃음을 참다가 실패해 피식 웃고 말았다.
그 상황에 고영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뭐 실수한 거라도…….”
김지은이 웃으며 말했다.
“알바 오빠, 학생 아니에요.”
“네? 고등학생이 아닙니까? 그럼 대학생?”
고영민의 말에 강소가 말했다.
“고등학생이라면 열일곱 살에서 열아홉 살의 학생을 말하는 것이군요. 죄송합니다만 저는 서른다섯 살입니다.”
“……네?”
고영민은 잠시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은 건가 싶었다.
그런 그에게 유순태가 슬픈 표정으로 쐐기를 박았다.
“저랑 동갑입니다.”
“……네?”
“……사실입니다.”
“네에엑?”
고영민은 놀라서 소리치더니, 머리를 부여잡고 절규했다.
‘어떻게 그 얼굴이 서른다섯이야!’
사실 강소가 처음 이 세계에 올 때만 해도 이십 대 초반으로 보였지만, 이 세계의 기운이 풍부해서 그런지 지금은 18살에서 19살 정도로 보이는 것이다.
신체가 최적의 상태가 된 것.
강소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 종종 오해를 받곤 합니다.”
그래서 유하영도 강소에게 ‘아저씨’라고 불러야 하지만 ‘오빠’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 유하영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얼굴이 오빠잖아요. 그러니까 오빠예요.”
뭐라 반박할 수 없었기에 그렇게 굳어져 버렸다.
고영민은 얼른 멘탈을 수습했다.
“저, 그러면 가수라도…….”
“싫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싫습니다.”
강소의 단호한 거절에 결국 고영민은 작전상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중간에 살짝 당혹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두 시간 동안 알차게 논 강소와 유순태 일행은 10시가 되기 5분 전에 노래방에서 나왔다.
그때 오동수가 말했다.
“그런데 RD엔터면 엄청 유명한 곳 아닌가요? 우리나라 3대 기획사 중 하나잖아요.”
“그건 그렇지.”
유순태의 말에 김지은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RD엔터는 한 번 찍은 인재는 어떻게 해서든지 끌어들인다고 하던데, 괜찮을까요? 고영민이라는 실장도 만만치 않아 보이고요.”
사실 김지은은 RD엔터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RD엔터는 적룡길드의 자본으로 돌아가는 회사였으니까.
RD는 RED DRAGON 즉, 적룡의 약자였다.
그리고 고영민 실장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는데, 문제는 고영민이 상사와도 맞짱을 뜨는 그런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잘려도 몇 번이나 잘렸을 사람이지만, 워낙 능력이 좋고 이룬 성과도 많아서 윗사람들도 눈치를 보는 실정이었다.
‘즉, 내가 적룡길드의 차기 길드장의 입장으로 말한다고 해도 들어 처먹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거지.’
그 말에 강소가 시크하게 웃었다.
“뭐, 제가 하기 싫다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하는 강소를 보며 김지은은 헤실헤실 웃었다.
‘걱정은 안 되는 게, 알바 오빠라서 그런가?’
언제 봐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 * *
어느새, 유하영의 [꼬물이 동요대회]의 녹화 날이 되었다.
그동안 유하영은 매일 저녁 황태준 작곡가의 작업실로 가서 노래를 배웠고 연습했다.
유순태가 유하영의 노래를 듣고 싶다고 했는데, 유하영은 새침한 표정으로 “스포는 안 된다고 했어요.”라고 해서 유순태가 시무룩해졌던 일이 있었다.
물론, 유하영의 뽀뽀에 금방 표정이 밝아졌지만.
녹화 전에 준비할 것이 있어 유하영과 임소영 그리고 하태복은 미리 방송국으로 향했다.
녹화 시간은 저녁 5시.
오늘 하루는 특별한 날이니 양춘각 영업은 점심 장사만 하고, 서둘러 뒷정리를 한 후 강소와 유순태는 방송국으로 향했다.
유하영이 친구 이윤주도 초대해야 한다고 해서 이윤주와 엄마인 박문자도 함께였다.
원래 오동수도 참석하려 했지만, 특별 수업이 있어 함께하지 못했다.
임소영과 하태복은 관객이 아닌, 매니저와 경호원으로 있는 것이기에 방청석에 따로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
남은 한 자리를 고민하다가 평소 유하영을 예뻐하는 김정태 헌터에게 방청권을 주었다.
거의 매일 오가는 길에 사탕을 주는 김정태에게 조금이나마 보답이 되었으면 싶었기 때문이었다.
“여기가 방송국이구나.”
DBS 방송국에 도착한 강소는 방송국의 모습에 감탄했다.
“상당히 큰 건물이네.”
“20여 년 전에 새로 지은 건물이야. 마수 때문에 부서져 버렸거든. 그리고 요즘은 방송이 중요하니까.”
“그건 그렇지. 위기의 상황에서의 정보 하나가 생사를 가르니까.”
그건 강소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들은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고 방청객 출입 목걸이 받아 목에 걸고는 대기실로 향했다.
유하영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 질서를 지키도록 해요! 하영이가 우리를 보고 부끄러워하면 안 되잖아요.”
“맞아요. 회장님!”
“응원봉은 준비됐죠?”
어디선가 많이 듣던 목소리가 들려 강소와 유순태는 고개를 돌렸고, 한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
놀란 눈의 그 여자에게 유순태가 물었다.
“지은 씨,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무림에서 온 배달부 14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