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15
14화. 잘생긴 것도 고민이다 (2)
그녀들의 표정이 너무 진지하여 강소는 섣불리 말을 꺼내기 힘들었다.
“저기, 저는 평범한 머리면 됩니다만…….”
“그래요? 그럼 평범한 머리로 골라야겠네!”
강소의 말 한마디에 그녀들의 의논은 다시 십오 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치열한 논쟁 끝에 선택된 헤어 스타일은 투 블럭 댄디 컷이었다.
박문자는 가위와 빗을 들고 강소에게 다가왔고, 강소의 긴 머리카락을 망설임 없이 싹둑 잘라 버렸다.
사각, 사각.
머리카락이 다듬어지는 소리가 생소하게 들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헤어샵에 모인 여자들의 눈이 강소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어머나!”
“예상은 했지만 진짜 긁지 않은 복권이었네?”
거울에 비친 강소의 얼굴은 긴 머리일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긴 머리일 때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머리를 자르자 수려한 이목구비에 날카로운 턱선이 드러나며 말 그대로 잘생김이 폭발하고 있었다.
“저 정도면, 윤진보다 더 잘생기지 않았어?”
“윤진? 지금 감히 누구 앞에 윤진을 대!”
윤진은 요즘 잘나가는 잘생긴 연예인이었다.
박문자는 강소의 머리를 다 자른 후, 머리를 감겨 주고 관리하는 요령까지 알려 주었다.
“이렇게 제품을 발라서 내려 주면 되니까, 혼자서 할 수 있죠?”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소영은 만족한 얼굴로 말했다.
“역시 박 원장 솜씨가 좋아! 얼마야?”
임소영은 가격을 치르며, 강소에게 물었다.
“마음에 들어요?”
“네. 무척 마음에 듭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강소는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 임소영을 따라 다시 양춘각으로 돌아갔다.
* * *
유순태는 확 달라진 강소를 보며 혀를 찼다.
“왜 그런 표정이냐?”
“이거 왠지 불안한데?”
그때 양춘각의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마침 임소영은 이 층으로 올라갔기에, 유순태는 강소에게 말했다.
“손님 받아 봐.”
“알겠다.”
강소는 배운 대로, 손님들이 앉은 테이블로 다가가 물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무엇을 드릴까요?”
세 명의 손님은 근처 회사의 젊은 여직원들이었다.
그녀들은 의견을 모은 후 주문하기 위해 강소를 보았고, 순간 멍해졌다.
“저…… 손님?”
“아! 죄송해요. 짜장 두 개에 짬뽕 하나 주세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강소는 주방에 있는 유순태에게 말했다.
“짜장 두 개에 짬뽕 하나!”
“알겠어!”
강소는 단무지와 김치를 작은 그릇에 덜어 손님들이 앉은 식탁 위에 놓았다.
“저기요…….”
그때, 한 여직원이 조심스레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사진…… 찍어도 될까요?”
강소는 여직원이 손에 쥔 핸드폰을 보았고, 그녀가 말한 사진이 핸드폰 사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고 보니 내 핸드폰에도 사진 촬영 기능이 있었지.’
그건 강소에게 상당히 신기한 기능이었고, 이것저것 찍어 보느라 배터리가 다 닳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 강소를 보고 있던 유순태가 다가오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이 녀석에게도 초상권이라는 것이 있어서 말이죠.”
그 여직원은 얼굴이 붉어졌다.
“아! 죄송해요! 너무 잘생기셔서!”
문제는 강소의 사진을 찍으려는 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뭔가 불안하다 했는데…… 역시나군!”
강소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사진을 찍지 말라는 거지? 초상권은 또 뭐고?”
그 물음에 유순태는 초상권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뒤 이어 사진을 찍었을 때 발생할 여파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사진이 문제가 아니라, SNS가 문제지.”
유순태는 다시 SNS에 대해 설명했다.
“전에 설명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에 하루면 이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 버려. 즉, 유명세를 타게 된다는 건데…… 혹시 그걸 원해?”
“물론 아니지. 나는 내가 유명해짐으로써 얻는 이득보다 손해가 더 중하니까.”
사실 지금 강소에게 있어 부와 명성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막말로, 당장 은탑에 가서 ‘내가 바로 제로급 각성자다.’라는 말 한마디만 해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자신이 유명해진다면 유순태 가족들은 틀림없이 피해를 볼 것이었다.
‘더는 이렇게 자유롭게 살 수 없겠지.’
이미 이전 세상에서 겪어 봤던 일들이었다.
이제 강소에게 있어 유순태의 가족들은 안식처 그 이상의 의미였다.
‘내가 사람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자들이니까.’
점점 강해져 가면서 인간적인 것에서 멀어져 가는 그에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었다.
오후의 브레이크타임.
“하영이 데리고 올게요!”
임소영은 이 층에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다.
유하영의 하원 시간은 4시 30분이었기에 4시에 출발하면 시간을 딱 맞출 수 있었다.
강소는 유하영이 이제 고작 다섯 살인데도 학당에 다닌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학당이 아니라 유치원이지만.
강소는 문득 유하영이 다니는 유치원이라는 곳이 궁금해졌다.
“음…… 따라가도 됩니까?”
“안 될 건 없죠.”
유순태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잘 다녀와. 나는 좀 쉬련다.”
임소영과 강소는 양춘각을 나섰다.
“대박! 누구야?”
“혹시 연예인인가?”
길을 걷던 사람들은 모두 강소를 한 번씩 돌아보았다.
190센티미터는 되어 보이는 훤칠한 키에 날렵한 몸매만으로도 스타일이 좋은데, 얼굴까지 수려했으니까.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에도 강소는 신경 쓰지 않고 유치원이라는 곳으로 가는 길을 익히는 데 집중했다.
“이곳에 좀 적응은 되셨나요?”
임소영의 말에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적응할 것이 많지만 순태와 안주인 덕분에 어려움 없이 적응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모르거나 헛갈리거나 곤란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물어보세요.”
“알겠습니다.”
“부담 가지실 필요도 전혀 없고요. 그거 하라고 나라에서 백만 원씩 주는 거니까요.”
“하하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그들은 유하영이 다니는 유치원에 도착했다.
새싹 유치원.
근방에서 가장 평판 좋은 곳으로, 이곳에 유하영을 넣기 위해 임소영은 무척 많은 노력을 했다.
“어서 오세요, 하영이 어머니.”
임소영을 알아본 유치원 선생님이 인사를 했고, 임소영 역시 인사를 했다.
“선생님.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아니에요!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이 제 보람인걸요.”
그때였다.
“엄마! 오빠!”
유하영이 도도도 달려 나와, 임소영의 다리에 찰싹 붙었다.
유치원 선생님의 시선은 임소영의 옆에 서 있는 강소에게 향했다.
“하영이가 자랑했던 오빠시군요! 멋지고 잘생기고 다정한 오빠라고 매번 자랑해서 궁금했는데, 하영이 말대로네요!”
임소영이 말했다.
“저희 가게에서 알바 하는 청년이에요. 하영이가 많이 따르고 있죠.”
“상당히 젊어 보이는데, 대학생인가요?”
그 물음에 임소영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사실은 제 남편과 동갑이에요.”
“네에?”
그녀는 깜짝 놀라 다시 강소를 보았다.
한편, 강소는 살짝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였다. 하지만 얼른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 인사 방법은 유순태가 알려 준 것이었다.
“하영이의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강소입니다.”
“아, 보리반 선생님 고소라예요.”
인사를 하는 고소라의 귀가 살짝 붉어져 있었다. 왜인지 가슴이 두근거리며 얼굴도 화끈거렸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네. 살펴 가세요.”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소라는 중얼거렸다.
“어떻게 저런 비주얼이 있을 수 있지?”
아직도 가슴의 두근거림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설마 이건……?’
그녀는 강소가 사라진 길목을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던 그녀가 복잡한 눈으로 새싹 유치원 바로 길 건너에 있는 헌터 총회 건물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 신경 써야 할 건, 하영이의 오빠라는 남자가 아닌 눈앞에 닥친 헌터 총회였다.
‘에휴, 지금 내 상황에 사랑은 무슨! 임무나 안 망치면 다행이지!’
* * *
“방금 만났던 고소라 훈도는 어떤 분이십니까?”
“훈도…… 가 뭐죠?”
임소영은 강소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하다 이내 풋하고 웃었다.
“아! 삼촌이 있던 곳에서는 훈도라고 불렀나 보네요. 이곳에서는 선생님이라고 불러요.”
“그렇군요.”
“음…… 고소라 선생님은 두 달 전에 새로 오신 선생님이신데, 아주 좋은 분이에요. 친절하시고 또 아이들 지도에도 탁월해서 원장 선생님이 무척 마음에 들어 하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칭찬이 자자하죠.”
강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임소영은 고소라가 진짜 유치원 선생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듯했다.
‘무슨 목적으로 선생님으로 위장하고 있는 걸까?’
고소라가 진짜 유치원 선생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한 이유는 간단했다.
우선, 고소라의 기운 때문이었다.
그 기운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녀는 상당한 강자였다.
전에 그의 고립인 교육을 맡았던 지원2과의 2팀장 박수은보다 강했으니까.
그런데 그 기운을 전부 완벽하게 숨기고 있었으니, 그건 그 기술을 따로 익혔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강소에게는 소용이 없었지만 말이다.
‘그런 기술을 따로 익혔다면…… 둘 중 하나지. 정체를 숨겨야 하는 직업 말이야.’
강소 역시 기운을 숨기고 정체를 숨겨야만 하는 곳에 몸담았던 적이 있어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른 척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기운에는 살기 같은 음험한 기운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보았던 각성자 협회 직원들과 다르면서도 비슷한 맑은 기운을 띠고 있었다.
그 말은, 고소라가 그가 있던 어두운 곳이 아닌, 선한 쪽에서 일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사실 그녀는 각성자 협회 소속으로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지나가는 사람마다 쳐다보며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순태 말대로 이쪽 세상에서는 내 얼굴이 잘생긴 얼굴인가? 이대로는 순태에게 피해를 줄 것 같군.’
이쪽 세상은 잘생겨도 고민이었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얼굴에 상처를 내도 하루면 상처가 완전히 아물어 버릴 테니 소용이 없었다.
‘변용술을 쓸까?’
하지만, 그러면 예민한 각성자들은 강소의 능력을 알아차릴 것이 분명했다.
‘이거 어찌한다?’
양춘각에 돌아온 강소의 시선에 문득 뭔가가 보였다.
그건…… 헬멧이었다.
‘그래! 저걸 쓰면 내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겠군!’
강소는 미소를 지었다.
해결책을 찾은 자의 여유로움이었다.
무림에서 온 배달부 1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