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very Man From Murim RAW novel - Chapter 150
149화. 추석과 고향 (2)
그때 위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은 유하영이 저녁을 먹기 위해 내려왔다.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에 고영민은 고개를 들었고, 유하영을 보았다.
그 순간.
고영민은 머릿속에서 번개가 치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저 아이는, 보, 보물이다! 보물이야!’
고영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따님이십니까?”
그 물음에 유순태는 고개를 끄덕였고, 고영민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사장님께서는,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 봅니다.”
“네?”
“저렇게 예쁜 따님이라니!”
그때 강소가 말했다.
“험험, 사실 하영이는 이미 팬클럽도 있습니다.”
“네? 팬클럽이요?”
“저도 팬클럽 회원입니다. 실장님께서도 함께 하시지 않겠습니까?”
고영민은 유하영에게 제대로 빠졌는지, 그 자리에서 초코빵이 되었다.
* * *
다음 날 아침.
강소는 어젯밤 유순태가 가게 문 앞에 붙여 놓은 안내문을 보았다.
오늘부터 추석 명절 동안은 양춘각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재료 준비를 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강소는 가볍게 동네 한 바퀴를 돌기로 했다.
“명절이라…….”
강소가 있던 세상에서도 명절 같은 개념의 날이 있었다. 새해와 가을의 중추절 같은 날 말이다.
모든 가족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고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그 모습은 강소에게 있어 거리가 먼 그런 모습이었다.
명절에도 무기를 들었고, 땅을 굴렀으며 피를 흘렸다.
‘그래도, 명절이 좋았지.’
그건 명절 때만 선심 쓰듯이 주던 과자 때문이었다.
새해에는 강정을, 그리고 중추절 때에는 월병을 먹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강소가 단 음식을 좋아하는 건 그때의 기억도 있기 때문일 터였다.
그러다 소녀와 함께 살게 되면서 명절 역시 함께 보내게 되었다.
외롭지 않아서 좋았지만 단 둘뿐인 가족이었기에 명절 역시 평범한 하루에 불과했다.
문득 강소는 소녀가 걱정되었지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지아비와 함께이니까 괜찮겠지.’
그렇게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온 강소가 양춘각 안으로 들어왔다.
“산책하고 왔냐?”
홀 안에는 유순태가 TV를 보면서 앉아 있었다.
“일찍 일어났네? 좀 더 자지 않고?”
강소의 말에 유순태가 웃으며 말했다.
“일찍 일어나는 게 습관이다 보니 잠도 안 와서 말이지. 그리고 오늘 일찍 출발해야 하니까.”
“그렇군.”
그때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오늘부터 고유의 명절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가운데, 각성자 협회에서는 빈집털이를 주의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빈집털이를 예방하기 위해서…….]그 뉴스를 보던 유순태가 말했다.
“빈집털이인가, 저것도 참 걱정이야.”
“도둑을 말하는 건가?”
“추석 연휴 때 비어 있는 집들이 많으니까, 그 틈을 타서 집 안에 있는 귀금속을 노리는 거지.”
유순태가 말을 이었다.
“우리도 문단속을 잘 한다고는 하지만, 각성자를 어떻게 막을 수도 없고. 그래서 최대한 감춰 놓기는 했는데…… 모르겠다.”
그 말에 강소는 씩 웃었다.
“빈집털이라면, 걱정할 것 없다. 후회할 테니까.”
“응?”
“그냥, 그렇다고.”
그때 위에서 임소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식사하세요!”
* * *
아침을 먹고 출발할 준비를 하는데, 핸드폰에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렸다.
핸드폰을 보니 여러 개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 김지은] [형! 추석 잘 보내세요! – 오동수] [형님! 즐거운 추석되시길 바랍니다. – 하태복]강소는 그 문자에 답장을 해 주고, 꼬롱이와 뽀뽀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때 준비를 끝낸 임소영과 유하영이 내려왔다.
유하영은 빨간색 치마에 색동저고리를 입고 있었는데 무척 잘 어울렸다.
“하영이가 입은 옷이 한복이라고 부르는 옷이라고 했나?”
“맞아. 우리나라의 전통 옷으로 주로 명절 때나 중요한 행사 때 입곤 하지.”
“그런데 왜 하영이만 입은 거지? 너와 안주인도 입어야 되는 거 아닌가?”
강소의 물음에 유순태가 머리를 긁적였다.
“나도 결혼할 땐 입었는데, 그 외에는 별로 안 입게 되더라고.”
유순태는 차 키를 집어 들며 말했다.
“아무튼, 이제 슬슬 출발하자.”
운전은 유순태가 하기로 했다.
원래 장롱면허였지만, 차가 생긴 이후로 운전 연습을 해 왔다.
그래서 전에 기차 여행을 했을 때 능숙하게 운전을 할 수 있었다.
유순태 옆에는 임소영이, 뒷좌석에는 유하영과 강소가 탔다.
그들은 유순태의 부모님이 계신 곳을 향해 출발했다.
“음, 차가 많군.”
고속도로는 명절답게 차들이 꽤나 많았다.
“예전에는 고향에 한 번 가려면 진짜 고생이 많았겠어. 지금도 속도를 80km 정도밖에 내지 못해서 답답한데 말이지.”
강소 역시 운전면허 시험공부를 했기에 고속도로의 제한속도가 110km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걸 보고 차가 막힌다고 표현했던가?”
“그 정돈 아냐. 전에 어떤 어르신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는데 그땐 차가 엄청 많아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때 명절이면 여덟 시간은 기본이었다고 하더라고. 그런 상태를 차가 막힌다고 표현하는 거고.”
“그래? 핸드폰으로 검색해 보니까 부산까지 예상시간이 세 시간인데?”
“지금은 그때보다 차도 없고, 도로도 다시 새로 쫙 깔았으니까. 최대한 빨리 마수를 처리하기 위해서 말이야. 전에 적룡길드의 프라이빗 리조트에 갔었을 때 기억하지?”
“물론이지. 그러고 보니 그때 세 시간은 안 걸렸던 것 같은데?”
“그땐 110km로 쌩쌩 달렸으니까.”
“아. 그렇군.”
“원래 내 본가도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하는데, 속도가 별로 나지 않아서 30분 정도 더 걸릴 것 같아.”
“한 시간 반이라…….”
그 정도 거리라면 사실 강소에게 있어 먼 거리는 아니었다. 태허무영신법을 사용한다면 10분 내로 갈 수 있었으니까.
자동차로 1시간 거리를 10분 만에 가는 것, 그건 강소에게 결코 불가능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강소가 그가 있던 세상에서, 염왕 또는 무신이라 불린 것이었다.
임소영이 말했다.
“아! 역시 차가 좋네요. 전에 버스를 타고 갈 때에는 경유지가 많아서 두 시간 정도 걸렸는데 말이죠.”
그녀는 말을 이었다.
“강소 삼촌에게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 말에 강소는 멋쩍게 웃었다.
“아닙니다. 제가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그때 임소영이 핸드폰을 보더니, 빙긋 웃었다.
“태복 씨에게 연락이 왔네요. 하영이의 추석 인사 동영상 좀 찍어 달라고요.”
“차 안인데 괜찮을까요? 영상이 흔들릴 것 같습니다만.”
강소의 말에 유순태가 말했다.
“그럼 가다가 휴게소에 들릴 때 찍으면 되지.”
그 말에 유하영이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휴게소? 나 소떡이 먹을래요!”
“소떡소떡 말하는 거지? 알았어. 휴게소에 도착하면 사 줄게.”
강소는 미소 지었다.
‘음, 소떡이라…… 전에 먹었을 때 제법 맛있었지.’
유하영이 소떡이라 부르는 건 원래 ‘소떡소떡’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소시지와 떡을 번갈아 꼬치에 끼웠다는 뜻이었다.
유하영에게는 소떡소떡이라는 발음이 어려워서인지, 그냥 소떡이라고 불렀다.
소지지와 떡을 잘 구워서 특제 소스를 바른 것으로 강소 역시 전에 부산의 적룡길드 프라이빗 리조트에 갈 때 들린 휴게소에서 먹어 본 적이 있었다.
원래 소시지와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강소의 취향을 저격한 음식이기도 했다.
“하영이 소떡이는 제가 사 주도록 하죠.”
“강소 삼촌이요?”
“네. 저도 하나 먹고요.”
잠시 후.
휴게소에 도착한 그들은 화장실에 먼저 들른 후 간단하게 요기를 하기로 했다.
“어머! 저 아이 너무 예쁘다.”
“귀여워!”
“저건 귀여운 게 아니라 예쁜 거야!”
“나도 저런 딸 낳고 싶다.”
휴게소의 사람들은 유하영을 보자마자 모두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예쁘고 귀엽고 깜찍함으로 무장한 유하영의 무해함을 가장한 공격에 사람들은 모두 무장해제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다.
“저 아이 아역 배우 아니야?”
“맞아, 맞아. 백장미의 복수에서 본 거 같아.”
“아 그래?”
“나는 밀키웨이 걸즈의 뮤직비디오에서 본 적 있는데? 그 있잖아. 꽃다발이라고.”
“아! 그 꼬마 천사?”
“그런데 그 옆의 남자…… 그때 나왔던 얼굴 없는 남자 배역과 체형이 좀 비슷한 것 같지 않아?”
그 말에 강소는 모자를 좀 더 깊게 눌러썼다.
그런 강소를 보며 유순태가 말했다.
“왜? 어차피 하영이 덕분에 주목이란 주목은 다 받고 있는데?”
“주목받는 건 하영이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 때문에 귀찮아지는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거든.”
유순태는 강소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툭 하고 말했다.
“그런 생각하지 마. 귀찮아져도 돼. 괜찮아.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니까.”
“…….”
사실 강소는 얼마든지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지울 수 있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외모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었고, 귀찮아지는 일도 없을 터였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유순태 가족에게도, 지금까지 관계를 맺어 온 사람들에도, 강소라는 존재가 사라져 버리게 된다.
강소는 그게 정말 싫었다.
그런데, 자신의 외모 때문에 유순태 가족에게 폐를 끼치는 것 역시도 싫었다.
그래서 갈등 아닌 갈등을 하고 있는 강소에게 유순태의 괜찮다는 말은 크게 다가왔다.
‘넌 참 좋은 녀석이야.’
그때 임소영이 말했다.
“화장실에 다녀올게요. 강소 삼촌하고 먼저 테이블에 앉아 있어요.”
“알았어.”
화장실에 가려면 유하영과 어쩔 수 없어 떨어져야 했지만, 거리가 멀지 않았기에 강소는 유하영의 위험을 감지할 수 있었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잠시 후 임소영이 유하영의 손을 잡고 테이블로 왔다.
“소떡이는 이미 사 왔습니다.”
“난 호두과자를 사 왔지. 역시 휴게소에서는 호두과자이지.”
“안주인께서 무엇을 좋아하실지 몰라서 아직 안주인 건 사지 않았습니다.”
강소의 말에 임소영이 말했다.
“그럼 저는 어묵을 사 올게요.”
그렇게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있는데 어떤 여자 두 명이 다가왔다.
“혹시 하영이인가요?”
“아! 네.”
임소영의 물음에 두 여자는 꺅꺅거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저희 초코빵이에요!”
“아, 그러시군요!”
임소영도 초코빵이 유하영의 팬을 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역시 실물이 더 예뻐!”
그 말에 임소영이 유하영에게 말했다.
“하영아. 전에 엄마가 하영이를 너무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지?”
“네.”
“그분들 이름이 초코빵이라고 한 거 기억해?”
“네!”
유하영이 두 여자를 보며 물었다.
“이 언니들이 초코빵이에요?”
“맞아.”
그 말에 유하영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저를 좋아해 줘서 고마워요. 언니.”
“아니야. 내가 더 고맙지.”
“너무 예뻐! 참! 하영이 뭐 먹을래?”
그 말에 유하영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언니들이 저를 좋아해 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요.”
그 말에 두 여자는 다시 감동한 표정이었다.
“아! 혹시 사진 찍어도 되니?”
그 물음에 유하영은 임소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직 그녀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힘든 나이였기에 초상권에 대한 결정권은 보호자인 임소영에게 있었으니까.
임소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괜찮대요.”
그들은 유하영과 함께 사진을 찍었고, 행복해 하면서 헤어졌다.
그녀들은 핸드폰 사진 폴더의 유하영을 보면서 더 열심히 영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휴게소에서 요기를 한 후, 유순태 가족과 강소는 다시 차로 향했다.
차 안에서 팬클럽에 올릴 유하영의 추석 인사 영상을 찍은 후, 다시 유순태의 본가를 향해 출발했다.
잠시 후.
그들은 어느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도착했다.”
강소는 긴장했다.
과연 유순태의 부모님은 어떤 분인지, 그리고 자신을 꼭 데리고 오라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으니까.
유순태는 자연스럽게 자동문에 지문을 인식시켰다.
띠리링-.
문이 열리고, 유순태가 외쳤다.
“아버지! 어머니! 저희 왔어요.”
무림에서 온 배달부 150화